[이 책 이 문장]  ‘상속의 역사’
입력 : 2022-03-30 00:00
수정 : 2022-03-29 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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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회가 어떤 상속제도를 선택하느냐에 따라 부의 방향이 결정되었다. (7쪽)



제인 오스틴은 <오만과 편견> <맨스필드 파크>를 쓰면서 연애·결혼·재산 등의 주제를 놓고 열심히 탐구했다. 그가 살던 당시는 여성의 사회 진출이 막혀 있었고, 오로지 돈 많은 남자를 만나 부유하게 사는 것이 유일한 희망인 시대였다. 이 두 작품은 여성이 직업을 가질 수 없고 상속을 받을 권리에서 제외되는 사회상을 반영한다.

<맨스필드 파크> 여주인공 패니는 가난하고 자식이 많은 집에서 태어났는데 후에 부유한 이모 집으로 보내진다. 이모 집에는 사촌 오빠가 두명 있었는데 패니는 차남인 에드먼드를 짝사랑한다. 더부살이하러 온 패니는 괄시를 받지만 에드먼드만은 그를 아끼고 배려한다. 따뜻하고 상냥한 에드먼드는 목사가 되고 싶어 한다. 이 책은 재산 상속권자로서 장남의 위치와 목사나 군인이 돼야 하는 차남의 운명을 종종 언급한다.

인류의 상속문화를 연구한 백승종 선생은 <상속의 역사(사우)>라는 책에서 에드먼드의 운명을 설명한다. 집안의 재산을 안정적으로 지키려는 목적으로 상속권은 장남에게 독점됐다. 이런 이유로 에드먼드처럼 차남으로 태어나면 재능과 상관없이 목사나 군인이 돼 출세를 노리는 수밖에 없었다.

피렌체 최고의 부자였던 메디치 집안도 마찬가지였다. 장남 아래 동생들은 일찌감치 수도원으로 직행해야 했다. 물론 그들은 본가의 지원을 받아 종교계 고위직으로 갈 수 있었다. 종교기관이 부자들의 재산을 지켜주는 후방 기지로서 역할을 한 셈이다.

박균호 (북칼럼니스트·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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