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와의 유대는 이 지상의 어떤 생물과의 유대보다도 공고한 ‘영원함’이 있다. 개를 갖게 되는 사람은 누구나 이 점을 믿어도 좋다. (79쪽)
<인간은 어떻게 개와 친구가 되었는가(간디서원)>는 지은이가 실제로 반려견을 키워본 경험을 토대로 쓴 책이라 마음에 와닿는 담론이 많다. 인류가 뾰족한 뼈로 만든 창으로 사냥하던 시절부터 개의 조상인 자칼은 인간의 동반자가 됐다. 인간이 불을 피워 사냥한 고기를 구워 먹고 모닥불 주변에서 자던 때 개는 맹수로부터 인간을 지켜줬다. 개 덕분에 편안하게 잠을 자고 식량을 지킬 수 있었던 인간은 개에게 먹거리를 나눠주면서 둘도 없는 친구가 됐다.
다른 사람에게 더 많은 사랑을 베푼다고 자부하는 사람도 개 앞에 서면 2인자가 될 수밖에 없다. 그 어떤 견주도 자신이 개를 사랑하는 것보다 개가 주인을 더 많이 사랑한다는 명제에 반대하기 어렵다. 호랑이가 주인을 위협할 때 반려견은 자신이 아끼는 사람의 생명을 단 몇초라도 연장해주려 망설이지 않고 질 것이 뻔한 싸움에 뛰어든다.
인간은 다른 동물에겐 없는 이성을 자랑하는 존재로서 책임감과 윤리로 무장하고 있다. 또 ‘사랑’을 가장 중요한 가치로 생각하는 종교를 만들어낸 그런 인간이 한낱 길든 야생동물과 견줘 사랑하는 능력이 뒤처진다는 사실은 놀라운 일이다. 희생적인 개를 보노라면 가장 고귀한 사랑이나 인간애는 이성이나 윤리보다는 감성과 본능에서 나오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마음 깊은 곳에서 우러나오는 진심이 다른 사람을 움직이기 마련이다.
박균호 (북칼럼니스트·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