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 이 문장] ‘스토리 오브 스토리’
입력 : 2022-03-16 00:00
수정 : 2022-03-15 14:41

20220314212643326.jpg

아버지들이 보이지 않는다. 아버지란 자식들의 아버지인데, 자식들이 있는 가정에서 아버지가 보이지 않는다. 대부분의 아버지들은 집 안에 없다. (116쪽)



<스토리 오브 스토리(소명출판)> 안에 들어간 소설 30편은 우리를 성찰의 길로 이끈다. 박범신의 소설 <소금>에서는 돈을 벌어다 주는 도구로 활용되다 종국에는 요양원으로 가야 하는 아버지의 비극적인 운명을 다룬 점이 눈에 띈다. 이 소설 속 주인공 선명우의 부친은 찢어지는 가난 속에서도 자식을 출세시키려 대학을 보낸다. 주인공 역시 아버지가 돼서 세 딸을 뒷바라지하는 것으로 평생을 보낸다. 선명우는 염전에서 일만 하다가 세상을 등진 아버지를 떠올리고 결국 가족을 떠난다.

<소금>은 아버지가 아버지일 수 없게 만드는 소비지향적 자본주의 사회를 비판하는 소설이다. 과소비를 추구하다 보면 아버지는 가정에서 지워지고 오직 월급만으로 그 존재감이 드러날 뿐이다.

이런 비극을 막으려면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 불필요한 소비를 줄이며 필요한 만큼만 일하며 사는 것이다. 좋은 학원을 보내고, 용돈을 많이 주는 아버지보다는 자식과 대화를 많이 나누고, 산책을 함께하며, 소중한 추억을 쌓는 아버지가 자신은 물론 가족의 행복을 만들어갈 수 있다.

부모의 인생은 자식의 미래를 위해 희생해야 한다는 우리 사회 미덕은 더는 통용되지 않는다. 부모로부터 물질적인 자원을 아낌없이 받은 자식보다 추억을 많이 공유한 이들이 더 행복하다. 그리고 그 추억은 돈으로만 쌓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박균호 (북칼럼니스트·교사)

댓글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