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 이 문장]  ‘춘향전’
입력 : 2022-03-09 00:00
수정 : 2022-03-14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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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질구나 모질구나. 우리 골 원님이 모질구나. 저런 형벌이 왜 있으며 저런 매질이 왜 있을까. 집장사령 놈 잘 보아 두어라. 삼문(三門) 밖 나오면 패 죽이리라.” (117쪽)



<춘향전(민음사)>은 가히 국민 소설이라고 불러도 무방하다. 영·정조 시대에 지어져 19세기에 선풍적인 인기를 끈 이 소설은 오늘날에도 뮤지컬·영화·드라마로 끊임없이 재생산된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춘향전>만큼 어설프게 아는 것이 얼마나 안타까운 일인지를 잘 알려주는 소설도 드물다. <춘향전>을 잘 안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원전에 가까운 형태로 읽은 사람은 많지 않다. 그래서 대학 강의실에서조차 홍길동과 성춘향 가운데 누가 실존한 인물인지 물으면 춘향이라고 대답한 학생이 훨씬 더 많다고 한다.

오늘날 전해지는 여러 판본 가운데 완판본 <열녀춘향수절가>를 읽다보면 우리가 알지 못했던 아름다운 문장은 물론 우리네 정(情)과 한(恨)의 정서를 접하게 된다. 수청을 거부하는 춘향과 탐관오리 변학도의 대립 구도만으로 기억하는 장면에서 제삼자인 민중의 목소리를 발견하는 것은 얼마나 가치 있는 일인가? 암행어사가 된 이 도령이 변장을 하고 남원에 내려왔을 때 민중들은 변학도의 폭정을 고발하고 춘향의 억울함을 호소한다. <춘향전>은 애정 소설이지만 부당한 권력에 저항하는 민중을 묘사한 사회변혁 소설로도 읽힌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교과서 지문이나 동화가 아닌 <춘향전>의 진짜 모습을 찾아 나서자.

박균호 (북칼럼니스트·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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