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서에서는 신이 인간에게 피조물을 다스리는 일을 맡겼다고 말하나, 그 일을 담당한 게 원래 인간이 아니라 고양이였다는 설도 있다. (18쪽)
<고로 나는 존재하는 고양이(천년의 상상)>에 등장하는 고대 중국의 고양이 신화가 흥미롭다. 신이 세상을 창조한 다음 세상을 돌보는 임무를 사람이 아닌 고양이에게 맡겼다는 것이다. 고양이는 신의 대리자로서 언어 능력까지 부여받았는데 허구한 날 나비를 쫓으며 낮잠만 잤다. 결국 고양이는 신에게 문책을 받게 됐다. 자신에게 주어진 임무와 언어 능력을 신에게 반납하기에 이른다. 고양이는 자신을 대신해 세상을 경영할 동물로 인간을 추천했다.
집에서 길러진 고양이는 마치 사람에게 말을 거는 것 같은 울음소리를 낸다고 한다. 어쩌면 고양이가 세상을 다스리던 시기에 가지고 있던 언어 능력이 흔적기관처럼 남아 있는 것은 아닐까?
중세 말 유럽에서는 고양이를 마녀로 생각하는 악습이 있어 탄압을 했다. 그러나 고양이를 대량 학살하는 바람에 쥐가 급격하게 불어났고 결국 쥐가 옮기는 흑사병 탓에 많은 사람이 죽어나갔다. 반면 나일강이 매년 범람해 식량이 부족했던 이집트에서는 고양이가 대접받았다. 고양이는 쥐로부터 소중한 곡물을 보호하는 보물 같은 존재였다. 그래서였을까. 고양이 수출을 금지했으며 고양이 절도 사건을 전담하는 국가 기관까지 설치했다.
만물의 영장 사람이라고 다른 동물을 경시할 권리는 없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동물은 소중하고 나름의 가치를 지닌다.
박균호 (북칼럼니스트·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