뻔히 보면서도 눈감아 버리거나 뻔히 알면서도 생각을 멈춰버리는 사람들이 마음의 위안으로 삼는, 뭔가 운 좋은 일이 생겨서 말이다. (159쪽)
많은 독자가 연애소설이라고만 생각하는 제인 오스틴이 쓴 또 다른 명작 <맨스필드 파크(민음사)>는 노예문제를 비롯한 사회 현상과 인간사를 깊이 있게 다루는 통찰이 돋보인다. 제인 오스틴은 뻔히 보이는 결말 앞에서도 애써 막연한 희망으로 미래를 꿈꾸는 사람들을 염려한다. 사람들은 수행 과정을 거쳐 자신을 바꾸기보다는 행운이 다가와 인생에 변혁이 일어나기를 희망하는 경향이 있다. 제인 오스틴은 이를 간파했을까. 작가는 살면서 자신이 원치 않는 결말을 맞이했다면 먼저 스스로 행동하고 변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수상 도시 이탈리아 베네치아에서는 선원을 모집할 때 선장이 배 앞에 서 있는 관행이 있었다. 선장이 선원 운명을 좌우하는 사람이니 선장을 자세히 살펴보고 그 배를 탈 것인지 말 것인지 결정하라는 것이다. <모비 딕> 속 주인공 이슈메일은 자기 다리를 빼앗은 고래에게 복수하겠다는 마음만 가득한 채로 선장 에이헤브를 보지 않고 그의 포경선에 오르기로 했다. 에이헤브 눈빛만 봐도 항해가 순탄치 않으리라는 것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다. 바다에 나가고 싶은 욕망과 막연한 희망에 매몰된 나머지 안전한 항해에 필요한 생각과 행동은 사라졌고 결국 귀한 친구와 동료 선원을 바다에서 잃고 만다.
막연한 희망과 성급한 결정은 우리 미래를 바꾸지 못한다. 오히려 돌이킬 수 없는 상실감만 남기기 마련이다.
박균호 (북칼럼니스트·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