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가정은 모두 모습이 비슷하고, 불행한 가정은 모두 제각각의 불행을 안고 있다. (13쪽)
<안나 카레니나(민음사)>는 동시대 작가인 도스토옙스키가 ‘완벽한 예술작품’이라는 극찬을 한 작품이며 사랑·욕구·종교 등에 대한 톨스토이의 가치관이 담겨 있다. 남편이 가정교사와 바람을 피우는 바람에 뒤죽박죽이 된 오블론스키 집의 소동으로 시작되는 이 소설은 서른네살의 톨스토이가 열여덟살 소피아와 결혼을 하고 나서 발표했다.
톨스토이에게 결혼생활은 대집필의 시대였고 아내 소피아는 대출산의 시대였다. <전쟁과 평화>와 <안나 카레니나>를 비롯한 그의 대작들은 대부분 결혼 이후에 발표됐고 소피아는 무려 13명의 자식을 출산했다. 톨스토이의 눈부신 작품 활동 뒤에는 소피아의 헌신이 숨어 있다.
톨스토이보다 일곱살 많은 도스토옙스키는 스물다섯살 연하의 아내 안나에게 경제권을 모두 넘기고 극진하게 모시며 살았지만, 톨스토이는 가정에서 군주처럼 행동했다. 소피아는 이런 남편을 지극 정성으로 모셨고 지독한 악필이었던 남편의 원고를 정성껏 필사하고 정리했다. 소피아를 소크라테스의 아내 크산티페와 함께 세계적인 악처로 꼽는 것은 부당하다. 상의도 하지 않고 독단적으로 전 재산을 농노에게 나눠주고 저작권도 포기하겠다는 남편을 타박하는 것을 비난하기 어렵다. 소피아는 톨스토이가 죽고 나서 그의 전집 출간에 사력을 다했다. 소피아는 악처가 아니다.
박균호 (북칼럼니스트·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