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 이 문장] ‘팡세’
입력 : 2021-12-15 00:00
수정 : 2021-12-14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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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결코 현재에 안주하지 않는다. 우리는 미래가 너무 더디 오는 양 생각하고는 그 흐름을 재촉이라도 할 듯이 미래를 고대하고 있다. 또 너무 빨리 지나가 버리는 과거를 붙잡아두기라도 할 듯이 그것을 되돌아보고 있다. (59쪽)



17세기 철학자인 파스칼은 인간의 삶을 비참한 것으로 생각했다. 죽음이라는 비극을 피할 수 없는 사람에게 왜 기독교 신앙이 필요한지에 관한 글을 쓰기 시작했다. 수학자이면서 철학자이기도 했던 그는 39세에 요절하는 바람에 대저작을 완성하지 못했다. 그의 사후에 발견한 메모를 모아서 출간한 책이 ‘생각들’이란 뜻을 가진 <팡세(금성출판사)>다. <팡세>는 기독교 고전이기도 하지만 인간의 본성과 특징을 세밀하고 냉정하게 분석한 철학 고전이기도 하다.

파스칼에 따르면 인간은 현재의 고뇌를 생각하자니 너무 고통스러워서 일부러 과거의 추억을 붙잡고, 이뤄진다는 보장이 없는 미래를 꿈꾼다. 우리들의 생각을 들여다보면 현재가 아닌 과거와 미래로 꽉 차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우리가 아름다웠다고 생각한 과거도 알고 보면 그 시점에는 미래를 꿈꾸며 과거를 회상한 현재였다. 중년이 된 사람은 학창 시절을 회고하면서 아름다운 추억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 시절을 냉철히 돌아보면 그 당시에도 온갖 종류의 고민과 고통으로 점철돼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추억도 희망도 중요하지만, 우리가 지금 속해 있는 현재에 부딪히고 현재의 행복을 찾는 것도 소중하다.

박균호 (북칼럼니스트·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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