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H-Amundi자산운용·주식운용본부 차장
<금융칼럼>구조적 변화와 배당주-정현욱 NH-Amundi자산운용 주식운용본부 차장(2월27일 게재 요망)
경제성장 둔화는 경제가 성장단계를 지나 성숙단계를 통과한 이후 피할 수 없는 현상이다. 우리나라 경제는 196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 연평균 9%대의 고성장기를 정점으로 이후 20년간 5%대의 중성장기를 거쳐왔다. 2008년 세계적 금융위기 이후 우리나라는 현재 2%대의 성장률을 보이며 본격적인 저성장 국면에 돌입하고 있는 모습이다.
투자자들의 상심도 갈수록 깊어진다. 은행에 맡겨봤자 얼마 되지 않는 금리에 세금까지 내고 나면 손에 쥐는 이자는 거의 없다. 오랜 기간 적립해뒀던 성장형 펀드들도 주식이 횡보권에 갇히면서 재미를 보지 못하고 있다. 이런저런 이유로 최근 3~4년 간 투자 패러다임이 변하고 있는 것을 목격할 수 있다. 사람들이 주식 배당수익률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이다. 또 2015년 ‘기업소득 환류세제’ 등의 정책이 쏟아지면서 배당주 펀드에 자금이 집중됐다.
배당주의 전성시대가 문을 연 지도 약 3년이 흘렀다. 이러한 전성기가 계속될지는 좀더 고민해봐야 한다. 지속적으로 하락하던 금리가 올라가기 시작했고 금융정책도 기업배당에 그다지 호의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금리 수준이 예전처럼 3% 이상 회복하기 쉽지 않다는 점, 올해 코스피 배당수익률이 금리를 추월하게 된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여전히 배당주는 매력적이다.
배당주에 관심 있는 개인투자자라면 ‘기업들의 경영환경 변화’와 ‘주주들의 권리 강화 움직임’ 등에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 기업들은 현재 저성장 기조에서 새로운 투자처를 찾지 못해 현금만 하루하루 쌓아가고 있다. 또 연기금에 투자한 해외투자자 중심으로 주주들이 기업의 의사결정에 적극 참여하려는 움직임도 무시할 수 없다. 특히 배당확대를 요구하는 행동주의 투자자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도 의미 있는 변화다.
미국에서는 이미 행동주의 펀드들이 아시아시장으로 시야를 넓히고 있다. 한국 주식시장은 거시경제적 문제보다 기업 내부의 문제가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하기 때문이다.
국내의 이러한 대내외적 환경을 살펴보면 결론은 간단하다. 국내의 대기업들은 앞으로 총수 개인의 이익에 경도된 경영방식보다 주주환원정책 등으로 주주들의 마음을 달래는 방향으로 나아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는 얘기다.
그간 우리나라는 중국·인도 등 6~8%대의 성장을 구가하고 있는 국가들보다도 낮은 배당성향을 보일 정도로 인색했다. 하지만 상황이 바뀌고 있다. 저성장·저금리 흐름에서 기업과 주주들의 인식도 함께 바뀌고 있는 것이다. 배당확대 등 주주환원정책이 횡보에 횡보를 거듭하고 있는 국내 주식시장에 탈출구가 될 것이다. 배당주를 다시 돌아봐야 할 이유다.
정현욱(NH-Amundi자산운용·주식운용본부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