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SF 방역 ‘방심’…이대론 위험하다”
아프리카돼지열병(ASF) 사태가 심각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올들어 농장에서 ASF가 끊이지 않고 발생하는 가운데 최근 대규모 사육 밀집지까지 파장이 번지면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ASF 발생이 잇따르는 이유를 진단하고 대책을 모색해본다. ◆전문가, ‘50마리 폐사’에 주목…농장 방역의식 약화 지적=20일 경기 포천 농장에서 ASF가 확진된 사례와 관련해 전문가들이 주목하는 건 모돈(어미돼지) 폐사 마릿수다. 해당 농장에선 18∼19일 이틀에 걸쳐 모두 50마리의 모돈이 폐사한 것으로 방역당국에 보고됐다. 이는 그간 국내 농장에서 발생한 사례 가운데 가장 많은 수치다. 이전에는 발생 농장에서 평균적으로 모돈 3마리가량이 폐사했는데, 해당 농장의 사육규모(1만2842마리)가 평균적인 농장 수준(약 2000마리)을 크게 뛰어넘는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폐사율이 두드러진다. 농장주의 ASF 의심신고는 19일 18시경에 이르러서야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농장에서 임상관찰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고 초기 대응도 늦은 것으로 평가되는 대목이다. 조호성 전북대학교 수의과대학 교수는 “포천은 올초에도 ASF가 발생했고 멧돼지 발생 사례도 지속돼온 위험지역인데 모돈이 면밀하게 관리되지 못하고 빠른 신고도 이뤄지지 못했다”면서 “발생원인을 조사하고 있지만 결국은 방역의식 약화가 주된 요인일 것”이라고 짚었다. 실제로 올해 발생한 다른 4건의 사례를 분석해보면 농장 방역관리가 미흡했던 지점이 적지 않다. 포천의 또 다른 발생 농장에선 축사 입구에 전실이 설치되지 않거나 신발소독조가 비치되지 않은 사례가 확인됐다. 2월 강원 양양의 발생 농장에선 양돈단지 출입기록 관리가 미흡했고, 축산차량의 차량무선인식장치 전원을 차단하는 등 기본 방역수칙이 무시됐다. 정승헌 전 건국대학교 축산학과 교수는 “멧돼지로 ASF가 전파됐을 가능성이 큰데, 멧돼지가 직접 농장 안에 들어가지 않더라도 사람과 차량을 통해 바이러스는 얼마든지 전파 가능하다”면서 “농가가 더 무거운 책임감을 갖고 차단방역에 힘을 쏟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방역당국, ASF 멧돼지 관리 실패…잔반 급여 사례도 지속=최근 방역당국의 느슨한 방역관리도 ASF가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한 원인으로 지목된다. 현재 ASF 감염 멧돼지는 경북 상주까지 남하한 상태이며, 최근에는 경북 영덕에서도 감염 개체가 발견된 바 있다. 전체 멧돼지 감염 사례는 3000건에 달한다. 이처럼 ASF 감염 개체가 계속 남하하는 것을 막지 못하는 것도 문제지만, 기존 ASF가 발생한 지역에 대한 멧돼지 포획 발견 사례가 최근 크게 줄어든 점도 문제점으로 꼽힌다. 올들어 ASF 발생 농장은 경기 포천·김포, 강원 철원·양양 등 중부 이북지역에 집중돼 있는데, 해당 지역에서 최근 ASF 감염 폐사체가 발견된 사례는 드문 것으로 집계됐다. 실제로 포천에서도 올해 2차례나 ASF가 발생했지만 멧돼지 감염 개체가 발견된 건 지난해 3월이 마지막이었다. 양기원 포천축협 조합장은 “ASF 감염 멧돼지가 도처에서 확인됐지만 환경부가 이를 제대로 감축하지도, 폐사체를 제대로 발견하지도 못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멧돼지가 더욱 활발해지는 시기가 도래하기 전에 멧돼지 감축과 폐사체 관리방안을 수립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ASF 주요 전파 요인 가운데 하나인 잔반 급여가 전국 곳곳에서 횡행한 점은 또 다른 방역 ‘구멍’으로 꼽힌다. 최근 본지 취재 결과 이런 문제가 전국 각지에서 다수 확인됐지만 일선 지방자치단체에선 이를 제대로 파악조차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돈업계 한 관계자는 “전세계 어느 양돈 선진국을 보더라도 멧돼지와 잔반 급여에 대한 통제는 ASF 예방의 기본으로 여기는데 국내에서 ASF 발생이 지속된다는 건 정부가 이같은 기본 관리에 실패했음을 방증하는 것”이라면서 “정부는 그간 방역대책을 되돌아보고 지금이라도 강력한 대책을 시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돼지 수급에 악영향…방역 강화 불가피할 듯=이번 포천 ASF 발생은 돼지 수급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란 분석이다. 발생 농장을 포함해 방역대에 속한 돼지는 모두 18만여마리에 달한다. 이는 국내 전체 돼지 사육마릿수의 1.7%에 달하는 수치다. 방역대에 속한 돼지는 이미 이동제한 조치를 취했다. 22일 기준 발생 농장을 포함해 일부 농장에 예방적 살처분을 진행하고 있으며 일각에선 살처분 범위가 더 늘어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덕래 한국육류유통수출협회 국장은 “이번 이동제한 조치에 포함된 물량은 돼지 경락값 상승에도 영향을 미치며 나아가 소비시장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최근 농림축산식품부 내부에선 ASF 위기경보를 하향하는 안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번 ASF 발생으로 이런 움직임에도 제동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ASF 위기경보는 2019년 9월 국내 ASF 첫 발생 이후 4년째 최고 단계인 ‘심각’단계를 유지해왔다. 농가와 방역요원의 피로도가 누적되면서 정부는 이를 하향하는 안을 검토했다. 하지만 20일 포천 양돈농장의 ASF 발생은 확진사례 가운데 단일 농장 규모로는 최대 규모인 데다 80개에 달하는 농장이 인근에 위치한 양돈 밀집지에서 발생했다는 점에서 위기경보 하향 논의를 이어갈 명분이 크게 떨어지게 됐다는 평가다. 농식품부는 21일 ‘ASF 등 가축전염병 예방을 위해 양돈농장에서 준수해야 할 추가 방역 기준’을 공고하며 농가에 방역수칙을 준수할 것을 강조했다. 농식품부는 “위기경보 심각단계가 해제되기 전까지 농장에 차량이 진입할 때 거점소독시설에서 발급한 소독필증을 확인하고 이를 보관해야 하며, 모든 출입차량에 2단계 소독을 시행해야 한다”면서 “이를 위반하면 1000만원 이하 과태료가 부과되며 위반 농가에서 ASF 발생 때는 살처분 보상금 5%가 감액될 수 있다”고 밝혔다. 포천=박하늘·최소임 기자
-
“고객님…” 오늘도 ‘그놈 목소리’는 농촌 어르신 노린다
‘3조620억원’. 경찰청이 집계한 2018년부터 2022년까지 최근 5년간 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 피해액이다. 피해액 규모는 점차 커지는 추세다. 2018년 4040억원에서 2021년 7744억원으로 정점을 찍었다. 정보가 부족한 농민이나 고령 어르신 등이 표적이 되는 사례가 많다. 지난해 50대 이상 피해건수는 9793건으로 전체 2만1832건의 45%에 육박했다. 수법도 갈수록 교묘해지고 대담해지는 경향을 보인다. 고령자에게 현금 수거책이 직접 접근하거나 고액 배당금을 주겠다며 투자를 유도하는 방식도 생겨났다. ◆현금 수거책 드러내는 대범함…대면편취 급증=최근 보이스피싱 경향을 살펴보면 가장 큰 특징이 범죄자의 ‘대범함’이다. 단순히 전화를 거는 것을 넘어 아예 현금 수거책이 직접 피해자를 만나 돈을 갈취한다. 제주 제주시에 사는 60대 농민 A씨는 지난해 여름 범죄조직에게 대출상품 문자를 받고 전화를 걸어 문의했다. 금융기관 직원을 사칭한 피의자는 대출 신청서 작성을 유도하며 개인정보를 빼내 A씨의 대출정보를 확인했다. 사기범은 “전환 대출은 불법이므로 기존 대출금을 현장에 방문할 직원에게 상환하라”라고 말한 뒤 A씨가 사는 곳 근처에 현금 수거책을 보냈다. 안타깝게도 A씨는 총 6차례에 걸쳐 1억7927만원을 건넨 후에야 사기를 당했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사기수법 통계에서도 ‘대면편취’가 급증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대면편취에 따른 피해건수는 지난해 1만4053건으로 2018년 2547건에 비해 5.5배 이상 급증했다. ◆“당신을 사랑합니다” 로맨스 스캠도 여전=“당신을 사랑해요. 당신을 만나러 한국에 가고 싶은데 비용이 부족합니다. 돈을 부쳐줄 수 있나요?” 피해자의 정서를 자극해 돈을 갈취하는 이른바 ‘로맨스 스캠’도 여전히 기승이다. 70대 여성 B씨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시리아에서 장교로 복무한다는 한 남성과 3년간 매일 문자를 주고받으며 친한 관계로 발전했다. 그런데 남성이 갑자기 “당신을 보러 한국에 갈 예정이다. 전용기를 타야 하는데 비용을 지원해줄 수 있느냐”고 했다. B씨는 지난해 7월 별다른 의심 없이 남성이 알려준 계좌로 6500만원을 보내려다가 낌새를 알아챈 금융사 직원의 도움으로 가까스로 사기범의 손아귀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은행계좌 개설’ 사기 문자 무차별 전송=최근 경기 전역에서는 “은행계좌가 개설됐다”로 시작하는 사기 문자가 무차별적으로 전송되면서 ‘경계령’이 떨어졌다. 불특정 다수에게 “새로운 은행계좌가 개설됐으니 해당 전화번호로 확인해달라”는 식이다. 문자에 적힌 번호로 전화를 걸면 금융기관 직원으로 둔갑한 사기범이 다양한 방식으로 송금을 유도한다. 평택에 사는 고령의 농협조합원 C씨도 하마터면 비슷한 방식으로 돈을 뺏길 뻔했다. 그 역시 ‘계좌 개설’ 문자를 받았는데 자신의 계좌가 아닌 것을 확인하고서 통화를 시도했으나 연결되지 않았다. 혹시나 해서 자신이 거래하는 지역농협 직원에게 전화로 물어봤더니 “보이스피싱인 것 같으니 전화를 걸지 말라”는 답변을 들었다. 이밖에 이천·성남·용인·화성에도 은행계좌 개설 내용이 담긴 문자가 다수 전송된 것으로 드러났다. 울산 울주군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나왔다. 지난해 12월 70대 D씨는 한 금융기관을 찾아 “통장이 나도 모르게 개설됐다는 문자를 받았다”며 직원에게 문의했다. 그는 이미 자신 명의의 계좌번호·잔액과 같은 개인정보를 알려준 상태였고, 휴대전화에 원격으로 조종되는 애플리케이션(앱)이 설치돼 있었다. 직원의 도움으로 경찰에 신고해 추가 피해를 막았다. ◆“고액 배당금 주겠다” 펀드회사 사칭 사례도=고액 배당금이나 이자 등을 미끼로 현혹하는 사례도 빈번하다. 경기 양평에 사는 80대 남성 E씨는 2월 전화 한통을 받고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미국 펀드회사 직원이라고 소개한 남성에게 “투자금의 100배를 고정 수익으로 받아갈 수 있다”는 솔깃한 제안을 받아서다. E씨는 펀드회사에 1000달러(120만원)를 보냈는데 얼마 되지 않아 희망은 절망으로 바뀌었다. 보이스피싱 사기임을 뒤늦게 알아차린 것이다. ◆코로나19도 사기수법에 자주 등장=‘코로나19’나 ‘소상공인 지원금’도 보이스피싱의 단골 소재다. 강원 원주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50대 F씨는 질병관리청 소속이라고 소개한 한 남성의 전화를 받았다. “코로나19 확진자가 식당을 다녀갔으니 방역소독 지원금을 주겠다”는 내용이었다. “지원금을 받으려면 메신저로 친구 추가를 하라”는 말도 남겼다. F씨는 “다행스럽게도 시 보건소에 전화를 걸어 ‘코로나19 확진자 동선에 따른 방역소독’을 하고 있지 않다는 답을 들으면서 보이스피싱임을 직감했다”면서 “경찰·검찰·금융기관을 사칭한 사기는 많이 들어봤는데 ‘보건당국’이라고 거짓말을 해서 속을 뻔했다”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가족 납치, 자녀 사칭 등 전통 수법도 끊이질 않아=진화한 수법도 기승이지만 전통적인 사기방식도 사그라들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사기범이 가족인 것처럼 접근해 돈을 빼내는 게 대표적이다. 먼저 전화기가 고장 났다며 전화로 본인 확인을 사전에 차단한다. 그런 다음 신분증·통장사본·비밀번호 등을 요구해 돈을 탈취하는 전형을 보인다. “자녀를 납치했으니 돈을 보내라”는 협박도 비일비재하다. 경남 김해의 한 지역농협 관계자는 “지난해 70대 할머니가 찾아와 2000만원을 현금으로 찾아가려 해 물어보니 ‘자녀가 납치됐으니 돈을 보내라’는 협박을 받고 있었다”면서 “자녀의 안위에 문제가 생겼다고 하면 공황 상태에 빠져 타인에게 도움을 요청하지 못한다는 점이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문수 기자, 전국종합
-
맞춤 콘텐츠로 독자와 통하고…정보 나누며 회원끼리 통하고
<디지털농민신문>은 독자와 서로 통하는 ‘쌍방향’ 신문을 지향한다. 일방적으로 뉴스를 전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독자가 원하는 콘텐츠를 맞춤형으로 제공한다. 아울러 신문과 독자 사이의 소통에서 나아가, 회원끼리 서로 필요한 정보와 의견을 나눌 수 있는 만남의 장도 조성한다. 관심뉴스·우리농협뉴스·소통광장 등 <디지털농민신문>의 대표적인 쌍방향 서비스를 살펴본다. ◆원하는 뉴스만 골라 본다= 각종 뉴스가 홍수처럼 범람하는 ‘대 콘텐츠’ 시대. 이같은 물결은 농업·농촌에도 예외는 아니다. 그렇지만 <디지털농민신문>의 ‘관심뉴스’ 서비스를 이용하면 매일 쏟아지는 여러 뉴스 가운데 원하는 분야만 선택해서 볼 수 있다. 특히 사는 지역과 농사짓는 품목 등을 설정해 관련 기사만 농민 독자 맞춤형으로 모아볼 수 있도록 했다. 만약 당신이 강원 횡성에서 소를 기른다면? 지역은 ‘강원’, 품목은 ‘소’로 설정해 관련 뉴스를 제공받을 수 있다. 관심을 둔 분야를 중복 선택해도 된다. 각각 최대 5개까지 설정할 수 있으니 부모님·친지가 사는 지역이나 주작목 외 부가적으로 농사짓는 품목 등도 추가할 수 있다. 지역과 품목 외에 주요 연재기사도 선택해 받아볼 수 있다. 또 독자가 원하는 특정 키워드와 관련한 기사만 제공받는 것도 가능하다. 예를 들어 관심뉴스 설정에서 ‘이현진 기자’를 키워드로 등록하면 이현진 기자가 쓴 기사가 자동 검색돼 관심뉴스에 올라온다. ◆우리 농·축협 뉴스만 받아본다= ‘우리농협뉴스’는 농·축협 조합원 대상으로 가장 특화한 서비스다. 조합원 독자가 속한 농·축협의 기사가 올라오면 즉시 애플리케이션(앱) 푸시(Push) 알림이 발송되며, 관심뉴스 내 우리농협뉴스 메뉴를 통해 해당 기사만 모아 볼 수 있다. 일반 회원에겐 제공하지 않는 농·축협 조합원 전용 서비스다. 가령 당신이 경기 성남 판교낙생농협 조합원이라면? <디지털농민신문>에 가입·접속하는 즉시 우리농협뉴스 공간에 판교낙생농협의 기사가 실시간으로 업데이트된다. 다른 관심뉴스 분야와는 달리 별도의 설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조합원 독자는 가입할 때부터 소속 농·축협 정보가 시스템에 등록된다. ◆직거래 등 정보 교환도 여기서= <디지털농민신문>이 시범서비스로 운영되는 지금도 활기차게 움직이는 공간이 있다. 바로 회원간 필요한 것을 사고팔 수 있는 ‘직거래마당’이다. 1월 이후 현재까지 50여건의 글이 올라올 만큼 활성화돼 있다. 주로 중고 농기계 위주의 정보가 공유되고 있으며 이밖에도 농자재·농산물·부동산 등 다양한 품목을 거래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당신이 쓰지 않는 ‘벼 육묘상자 운반기’를 갖고 있어 팔고자 한다면? 그 어디보다 전국 각지의 농민 독자가 모여 있는 <디지털농민신문> 직거래마당에 판매 글을 올리는 것이 효과적일 것이다. 도시민 위주로 운영되는 다른 범용적인 중고 거래 서비스보다 적합한 농민 회원을 찾기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직거래마당의 이웃 서비스인 ‘소통마당’에선 회원들의 관심사별로 생각과 의견을 나눌 수 있다. 자유게시판을 비롯해 영농·청년농·여성농 게시판으로 공간을 구분해 주제에 맞는 글을 공유할 수 있다. 직거래마당과 소통마당은 앱 메인화면의 ‘소통광장’ 서비스를 통해 이용할 수 있다. 이현진 기자
-
[하루만에 고수되기] 색색이 조화 이루니…‘아네모네’ 피었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 그는 나에게로 와서 / 꽃이 되었다.’ 김춘수의 시 ‘꽃’이다. 어릴 적 길가에 핀 이름도 모르는 꽃과 풀을 보고 자랐다. 집에 한권쯤 꽂혀 있던 식물도감을 펼쳐놓고 오늘 본 꽃·나무가 무엇인지 찾는 재미에 밤새는 날도 있었다. 지금은 농촌 아니면 일부러 나가야 들꽃을 볼 수 있을 정도로 전국이 도시화됐지만 식물도감이 주던 낭만은 여전히 가슴속에 있다. ‘보태니컬 아트(식물그림 그리기)’는 식물도감에서 유래한 미술이다. 요즘같이 따뜻한 봄날 이만한 취미가 어디 있을까.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 있는 화실 ‘봄날에스케치’에서 보태니컬 아트를 배워봤다. 봄날에스케치 화실은 이름처럼 따스한 장소다. 군데군데 수채화·유화로 된 꽃 그림이 놓여 있고, 테이블에도 봄꽃이 핀 화병을 가져다뒀다. 회화를 전공한 송신화 원장은 이곳에서 수강생들을 맞이한다. 수강생들은 수채화·오일파스텔·아크릴화·유화 등 다양한 재료로 작품에 도전할 수 있다. “붓 한번 잡아보지 않은 분도 걱정하지 마세요. 처음부터 쉽게 알려주고 원하는 재료도 모두 갖추고 있어 화실에 몸만 오면 되거든요.” 보태니컬 아트란 ‘식물’을 뜻하는 보태니컬(Botanical)과 미술·예술을 뜻하는 아트(Art)가 결합한 말로 식물을 세밀하게 묘사하는 게 특징이다. 도구에 제한은 없으나 주로 자세한 묘사가 가능한 연필·색연필·펜이나 수채화물감을 이용해서 그린다. 그릴 그림은 ‘아네모네’다. 아네모네는 3∼5월 꽃이 피는 대표적인 봄꽃으로 흰색·분홍색·보라색 등 색상이 다양하다. 또 꽃잎이 크고 구분이 분명해 초보자가 그리기 쉽다. “처음부터 너무 어려운 그림으로 시작하면 미술에 흥미를 잃기 쉬워요. 그리기 수월한 꽃이 있죠. 개나리나 데이지·아네모네는 색 변화가 크지 않고 꽃잎 경계가 분명해서 그리기 편해요. 반대로 장미나 벚꽃은 상대적으로 그리기 까다롭죠. 장미는 꽃잎이 겹쳐 있고 벚꽃은 색을 표현하는 게 어렵거든요.” 도안은 송 원장이 준비해준다. 준비한 그림 아래 먹지와 빈 종이를 순서대로 놓고 연필로 도안을 따라 그리면 빈 종이에 도안이 그대로 옮겨진다. 밑그림을 그리는 것이다. 복사하는 원리와 같다. 집에 먹지가 없다면 얇은 종이를 연필로 까맣게 칠해 먹지 대신 써도 좋다. 보고 그렸으면 어려웠을 작업이 먹지를 대고 그리니 금세 완성됐다. 밑그림이 완성되면 다음은 채색이다. 수채화는 물감에 물을 조합해 그리는 그림이다. 유화는 물감에 기름 성분이 들어가 물 없이 그때그때 짜서 그림을 그린다. 수채화로 채색하려면 물감·붓·물·팔레트·휴지가 필요하다. 팔레트는 수채화나 유화를 그릴 때 사용하는 도구다. 도자기·나무 등으로 만들고 물감을 조합할 때 쓴다. 밑그림을 잘 그려놓고 칠하려니 겁이 난다. 미술 시간에 수채화를 그리다가 너무 물을 많이 묻혀 망친 기억이 있어서다. 송 원장은 수채화를 그릴 때는 어두운 쪽에서 밝은 쪽으로 칠하라고 조언했다. 물 양을 조절해 그러데이션(번지기) 효과를 낼 수 있기 때문. 또 꽃잎을 A·B·C·D 순서로 둔다면 A 꽃잎을 칠한 다음에 C 꽃잎을 칠하는 게 좋다. 바로 이어진 B 꽃잎을 칠하면 물이 덜 말라 경계가 사라질 수도 있다. 먼저 칠한 꽃잎이 충분히 마르도록 기다리는 셈이다. “붓끝을 세워 경계선 부분을 잘 그리는 것이 좋아요. 그림을 그릴 땐 확실하게 표현하세요. 물감 쓰는 것을 두려워 마세요. 하다보면 자연스럽게 농도 조절법을 알 수 있거든요.” 붓은 1호와 2호를 사용한다. 붓끝은 줄기나 꽃잎 끝을, 붓 몸통은 꽃잎을 칠할 때 쓴다. 팔레트에 펼쳐진 갖가지 색을 보니 눈 둘 데가 없다. 이런 다양한 색들도 저마다 이름이 있다는 걸 아시는지. 더구나 색에서 농산물 이름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같은 보라색도 검은색과 가까운 보라색은 오디색, 이보다 밝은 건 가지색, 좀더 밝으면 포도색이라고 한다. 꽃 색깔을 붙이기도 한다. 진한 보랏빛이 도드라지면 제비꽃색, 자줏빛에 가까운 보라색은 붓꽃색, 청색이 감도는 연한 보라색은 도라지꽃색이다. 수채화에선 오디색 한가지만 가지고도 물을 섞어 가지색·포도색·제비꽃색을 만들 수 있다. 이보다 과감한 시도도 괜찮다. 자연물이 어디 한가지 색만으로 이뤄진 게 있던가. 아네모네 잎은 보랏빛뿐만 아니라 분홍빛이 감돌기도 한다. 붉은빛도 보인다. 줄기를 칠할 땐 선명한 연두색만 칠하지 말고 여린 녹색인 어린잎색, 짙은 녹색인 아욱색, 이보다 푸른 녹색인 파색을 칠해보자. 줄기에 초록색만 있는 건 아니다. 붉은색이나 갈색을 살짝 칠하면 훨씬 그림이 자연스럽다. “흔히 수채화에선 색 조합법이 가장 어렵다고 하죠. 외우듯 공부하기보단 직접 색을 섞어가며 공부하는 게 좋아요. 또 식물을 유심히 보면 정말 많은 색으로 이뤄져 있다는 걸 알 수 있죠.” 서툰 붓질을 몇시간 한 끝에 빈 종이에 어느덧 아네모네가 피어났다. 수채화 색칠이 아쉽다면 색연필로 살짝 마무리 작업을 해도 좋다. 꼬박 2시간 반을 넘긴 작업이다. 신사임당이 꽃 그림을 그리니 그림이 생생해 나비가 앉았다던데, 볕 좋은 날 소풍 가서 꽃 그림 펼쳐놓고 나비를 기다려야겠다. 박준하 기자 june@nongmin.com 사진=김병진 기자 fotokim@nongmin.com
지면보기

자연&사람
-
[그림 배우기 Q&A] 초보자 밑그림 그릴땐 H연필, 잡생각 많은 현대인에게 추천
그림 그리기야말로 도구만 있으면 누구나 할 수 있다. 하지만 막상 스케치북이 있으면 머릿속이 백지가 되는 아이러니한 난이도를 가지고 있다. 초보자가 쉽게 그림을 배우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송신화 봄날에스케치 원장과 다양한 그림 유튜브 채널을 통해 정보를 모았다. Q. 수채화를 시작하려면 어떤 도구를 준비해야 하나? A. 가장 기본적인 것은 연필이다. 밑그림을 그리는 용도다. 취향에 따라 다르지만 H연필이 적합하다. 4B연필은 소묘를 그릴 때는 좋으나 초보자가 사용하면 잘 번지기 때문이다. 붓은 1∼2호로 작은 것이 좋다. 그림 크기에 따라 더 큰 붓을 쓰기도 한다. 물감은 되도록 좋은 걸 쓰도록 하자. 화방에 가면 추천받을 수 있다. 많이 쓰는 브랜드는 <신한> <미젤로> <몽마르아트> <홀베인> 물감이다. 비싼 물감일수록 독특한 색감이 난다. 팔레트는 집에 있는 넓은 접시를 써도 무방하다. 물론 장인은 도구를 탓하지 않는다는 말도 있으니 너무 도구에 얽매일 필요는 없다. 용지는 수채화 전용지를 쓰면 편하다. 수채화 전용지는 질감이 까끌까끌해 물감이 쉽게 번지지 않도록 잡아준다. 일반용지보다 두께감이 있어 물에 젖어도 덜 우글쭈글해진다. 이번 호에선 <시넬리에>의 수채화 전용지를 사용했다. 전용지가 없다면 200g/㎡ 이상인 두꺼운 종이가 좋다. 모두 온라인 구매가 가능하다. Q. 수채화 기법은? A. 진한 부분은 물을 적게, 옅은 부분은 물을 많이 쓰는 그러데이션, 옅게 칠하고 말려 그 위에 짙은 색으로 그림을 그리는 겹치기, 물을 떨어트리고 그 위에 물감을 올리는 번지기, 어두운 배경에 흰 물감을 톡톡 떨어트려 효과를 주는 뿌리기 등이 있다. Q. 그림 그리는 데 돈이 많이 들 것 같다. A. 처음 도구를 장만할 때는 10만∼20만원이 들지만 한번 사면 두고두고 쓴다. 또 봄날에스케치 기준 수채화 원데이클래스는 5만원이다. 화실이 부담스럽다면 문화센터 그림수업을 듣는 것도 방법이다. 더 저렴한 비용에 배울 수 있다. 대신 도구는 개인이 준비해야 한다. 도구만 마련하고 유튜브를 보고 따라 해도 좋다. 명암, 농도 조절 등 기초적인 부분부터 시작하면 된다. Q. 어떤 사람에게 수채화를 추천하는가? A. 평소 자연물에 많은 관심을 가진 사람이 유리하다. 자주 보기 때문에 남들보다 표현을 잘할 수 있다. 잡생각이 많은 현대인에게도 추천한다. 그림을 그리면 그야말로 무념무상. 오로지 그림 그리는 데만 집중할 수 있다. 장시간 공들여 완성하면 보람도 느끼게 된다. 완성한 그림은 서명을 남겨 선물하거나 엽서처럼 활용해도 좋다. 가족이 함께 하기에도 좋은 취미다. 박준하 기자
-
‘동은이’ 찾으려 서류 뗀 폭력엄마…실제는?
“핏줄이 그렇게 쉽게 안 끊어져. 동사무소 가서 서류 한장 떼면 너 어디 있는지 다 나와.” 최근 인기를 끈 넷플릭스 드라마 <더 글로리>에서 주인공 문동은(송혜교)에게 가정폭력을 가한 친모 정미희(박지아)가 십수년 만에 문동은 집 주소를 알아내 찾아와 한 대사다. 실제로 가정폭력 가해자가 피해자의 가족관계증명서 등 서류를 발급받을 수 있을까? 답은 ‘불가능’이다. 법무부는 가정폭력 피해자의 신청에 따라 가해자의 가족관계증명서 발급 등을 제한하는 내용의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지난해 1월1일부터 시행되고 있다고 최근 밝혔다. 드라마가 화제가 되자 법무부가 직접 나서서 사실관계를 바로잡은 것이다. 발급 제한을 신청하려면 몇 가지 서류가 필요하다. ▲가정폭력 상담소 등에서 상담했던 기록 ▲가정폭력 피해자 보호시설 또는 긴급피난처에 입소한 사실을 증명하는 서류 ▲폭력 사실에 대한 경찰 신고 기록이나 관련 사건에 대한 법원의 확정 판결문 등을 행정복지센터에 제출하면 된다. 발급 제한 신청이 완료되면 가정폭력 피해자는 배우자·직계혈통을 지정해 시·읍·면의 장에게 본인의 가족관계증명서 등의 교부를 제한하거나 기록 사항을 가리도록 요구할 수 있다. 서지민 기자 west@nongmin.com
-
[문화단신] 찾아가고 싶은 봄섬…절벽·꽃밭·퍼플교 배경 ‘찰칵’
행정안전부가 봄철 볼거리가 있는 ‘찾아가고 싶은 봄섬’ 5곳을 선정했다. 올해 ‘찾아가고 싶은 봄섬’으로 추천된 섬은 ▲인천 옹진 장봉도 ▲전남 신안 반월도·박지도 ▲전남 여수 하화도 ▲전남 진도 관매도 ▲경남 통영 한산도다. 장봉도에서는 해안 도보여행 코스를 걸으며 파도·조류·해류 침식과 풍화로 형성된 절벽인 해식애를 볼 수 있다. ‘퍼플섬’으로도 불리는 반월도·박지도는 라일락과 퍼플교 같은 보라색 조형물이 있어 사진 찍기 좋다. 이름부터 꽃섬인 하화도에는 진달래·찔레꽃·유채꽃·구절초 같은 봄꽃이 만발한다. 관매도에선 고운 모래와 맑은 물이 있는 ‘관매도 해변’, 옥황상제가 실수로 지상에 떨어뜨렸다는 ‘꽁돌’을 비롯한 관매 8경을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이순신 장군의 한산대첩으로 널리 알려진 한산도는 한산대첩 기념비, 충무사, 한산정, 제승당 등 충무공 유적을 간직하고 있다. 행정안전부는 계절별 ‘찾아가고 싶은 섬’을 모두 방문하고 인증하는 관광객을 추첨해 상품을 제공한다. 자세한 정보는 한국섬진흥원 인스타그램·페이스북 공식 계정을 통해 추후 안내된다. 황지원 기자 support@nongmin.com
지역&현장
-
[보이스피싱 예방법] “개인정보 요구하면 무조건 거부”
“개인정보를 달라는 요구는 가족이라도 무조건 거부할 것!” 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 범죄의 손아귀에서 벗어날 수 있는 제1계명은 ‘개인정보 제공 거부’다. 가까운 가족·친척·동료·친구라고 할지라도 비대면으로 개인정보를 주고받으면 범죄에 노출될 확률이 높아진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가족을 사칭해 “휴대전화가 고장 났으니 문자로 소통할 수밖에 없다”고 하는 것이 가장 전형적인 수법이다. 따라서 반드시 전화를 걸어 유선으로 상황을 파악하는 것이 좋다. 또 택배회사, 금융기관, 경찰이나 검찰 같은 공공기관으로 출처를 밝힌 문자 안에 있는 인터넷주소(URL)도 되도록 누르지 말아야 한다. 이 과정에서 자신의 휴대전화를 타인이 마음대로 조작할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앱)이 설치되고 엉뚱한 곳으로 전화가 연결될 수 있다. 사기를 방지할 다양한 금융서비스에도 관심을 기울여보자. ‘지연이체 서비스’에 가입하면 받을 사람 계좌에 일정 시간이 지나야 입금된다. 만약 입금 후 보이스피싱임을 알게 됐다면 입금 30분 전에 취소할 수 있어 유용하다. ‘입금계좌 지정서비스’라는 것도 있다. 미리 지정하지 않은 계좌로는 소액만 송금할 수 있게 제한하는 제도다. 이미 피해를 봤다고 해서 모든 걸 포기해선 안된다. 사기범이 자금을 인출하기까지 다소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피해를 인지한 직후 금융회사 콜센터, 경찰청, 금융감독원에 전화를 걸어 발 빠르게 ‘계좌 지급정지’를 요청해야 한다. 금감원이 운영하는 ‘개인정보노출자 사고예방시스템’은 추가 피해를 막을 좋은 수단이다. ‘개인정보노출자’로 등록된 사람의 명의로 대출, 계좌 개설 때 금융회사는 한층 촘촘한 본인 확인 절차를 진행하기 때문에 명의도용을 사전에 차단할 수 있다. 최승희 금융위원회 사무관은 “최근 가상자산이나 간편송금을 이용한 보이스피싱 등 사기 범주가 계속 넓어지고 있다”면서 “평소 지연이체서비스나 입금계좌 지정서비스 등을 잘 활용해 안전장치를 구축해놓는 것이 현명하다”고 조언했다. 이문수 기자 moons@nongmin.com
-
복합센터 구축·공선회 육성…‘제2 도약’ 꿈꾼다
충남 논산 양촌농협(조합장 김기범)이 농협복합센터를 조성해 제2의 도약에 나선다. 양촌농협은 금융점포·하나로마트·주유소·농자재판매장 등 각종 사업장을 하나로 모아 운영 효율과 조합원의 이용 편의를 높이기 위해 ‘양촌농협복합센터’를 단계적으로 구축해나간다는 계획이다. 또 농자재백화점이나 주유소 등 규모가 작고 낡은 시설은 확장·현대화하고, 조합원 휴게소를 새롭게 설치한다. 현재는 조합원이 농협을 방문해도 마땅히 쉴 공간이 없는 실정이다. 병원·약국과 같은 생활편의시설을 센터 내에 유치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농협복합센터가 들어서면 금융업무부터 주유, 장보기, 농자재 구입, 병원 진료 등 대부분의 업무를 농협에서 처리할 수 있게 된다. 제2딸기공선출하회도 적극적으로 육성한다. 양촌농협은 현재 본점 지역을 중심으로 딸기공선회를 운영하고 있는데 본점과 7㎞가량 떨어진 반곡리에서도 딸기를 많이 생산한다. 하지만 이곳은 본점에서 너무 멀어 생산된 물량이 개인 유통업자에게 판매되고 있다. 양촌농협은 이 물량까지 흡수해 농협 판매물량을 확대한다는 구상이다. 다만 제2딸기공선출하회는 <킹스베리>나 <비타베리> 같은 신품종 딸기에 집중한다. 현재 양촌농협 지역에서 <설향> 딸기가 너무 많이 재배돼 품종 다양화가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또한 제2딸기공선출하회 농산물산지유통센터(APC)도 여러 업무 기능을 한데 묶은 복합센터 형태로 만든다는 구상이다. 로컬푸드 사업 확대도 양촌농협이 신경 쓰는 부분이다. 본점 하나로마트 로컬푸드직매장 시스템을 집하장형으로 개편하면서, 대전시 지역농협 등과 협력해 대도시권에 양촌농협 로컬푸드직매장을 세운다는 계획을 내놨다. 양촌농협은 교육지원사업도 강화해 조합원과의 접점도 넓혀나간다. 전업농·겸업농·고령농·여성농·청년농 등 농업 규모와 농가 연령대에 맞는 교육을 지원할 계획이다. 김기범 조합장은 “오랜 기간 농협에 몸담으면서 농업과 조합원을 위해 농협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할 것인지 숱한 고민을 했다”며 “농협을 새롭게 탈바꿈시키겠다”고 힘줘 말했다. 논산=서륜 기자 seolyoon@nongmin.com
-
종합경영평가 1등급…관리조합 꼬리표 ‘훌훌’
경남 거제 사등농협(조합장 김학권)이 최근 농협중앙회가 실시한 2022년도 종합경영평가에서 1등급을 달성하는 영예를 안고 제2의 도약을 준비한다. 종합경영평가는 농협중앙회가 매년 전국 농·축협을 대상으로 경영실적과 자산건전성, 농민실익 지원사업 분야 등을 종합평가해 등급(1∼5등급)을 부여하는 제도로 우수조합의 척도로 이용된다. 사등농협은 이 평가에서 1등급을 받아 안정적인 경영상태를 입증했다. 신종대 사등농협 전무 직무대리는 “2021년 평가에서 경영향상 부문 우수조합에 선정된 바 있지만 1등급을 받은 것은 창립 이래 처음”이라고 귀띔했다. 사등농협은 한때 농협중앙회의 경영개선 관리조합으로 지정될 만큼 경영압박을 받았다. 하지만 임직원과 조합원이 똘똘 뭉쳐 사업에 전력한 결과 2021년 ‘관리조합’이란 꼬리표를 떼어낸 이후 안정적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조합 경영을 악화하는 주범인 연체비율이 지난해는 거제시 전체 농·축협 가운데 가장 낮은 것으로 평가됐다. 반면 대손충당금 적립률은 가장 높았다. 사등농협은 지난해 기준 리스크관리 평가에서도 우수농협으로 선정된 바 있다. 이같은 성과는 고스란히 경영안정으로 이어졌다. 사등농협의 2022년도 경영현황 자료를 보면 전년 대비 부채는 26억원 이상 줄어든 반면 자본금 총액은 4억8000여만원 순증했다. 또 신용·경제·교육지원 등 농협의 모든 사업 분야에서 1년 전보다 고르게 성장했는데 특히 주유소사업은 매출액이 무려 41% 증가했다. 이에 따라 2022년도 당기순이익은 전년에 비해 18.5% 증가하는 실적을 올려 조합원 배당과 환원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올해도 농약 ‘노마진 판매’는 물론 벼 공동방제용 농약을 무상 지원한다. 또 농기계 수리비, 농자재 구입비, 농업인안전보험료, 농작물재해보험료도 지원하는데 모두 경영안정이 가져온 결과물이다. 이런 사등농협은 안정적인 경영기반을 발판 삼아 제2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어 더욱 관심이 쏠린다. 우선 남부내륙철도(김천∼거제)의 KTX 거제 역사가 사등면 지역에 들어설 것으로 유력시되면서 농업과 관광을 연계한 사업을 구상하고 있다. KTX를 이용해 거제를 찾는 도시민에게 체험과 휴식의 장을 제공, 농가소득 증대를 꾀한다는 복안이다. 김학권 조합장은 “오늘의 사등농협이 있기까지 힘을 합쳐 위기 극복에 매진한 조합원과 임직원에게 감사드린다”며 “앞으로도 지속적인 혁신으로 신뢰받는 농협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거제=김광동 기자 kimgd@nongm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