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찔하게 달콤한 포도 향기…
농촌진흥청 지역농업 특성화사업에 선정된 농가로, 1만4545㎡(4400여평) 규모의
<캠벨얼리>
농사를 짓고 있는 이준오씨(48·심천면 고당리). 그의 농장을 찾아가는 길에서 익숙한 단내가 느껴졌다. 단내는 점점 짙어지더니 농장에 다다르자 아찔할 정도로 밀려들었다.
“어서들 오세요. 향기가 예술이지요? 당도가 오를 대로 올라 그렇습니다.”
이씨가 포도잎처럼 싱그러운 미소로 일행을 맞는다. 주렁주렁 열린 포도송이들은 진한 향기만큼이나 탐스러운 자태를 자랑한다. 한두알 꼭꼭 씹어보니 풍부한 과즙이 퍼져 발끝까지 상큼해지는 기분이다.
“과일이라고 해서 무조건 달기만 해야 하는 건 아니에요. 신맛과의 어우러짐도 중요하죠. 그런 측면에서
<캠벨얼리>
는 달콤하면서 새콤하기도 하고, 특유의 상큼한 향기도 있어서 매력적인 것 같아요.”
강레오 셰프의 견해를 들은 이씨의 표정이 환하다. 사실 단맛이 강한 외국산 포도에 밀려
<캠벨얼리>
의 입지와 가격은 예전만 못하다. 최근 영동뿐 아니라 다른 주산지에서도
<샤인머스캣>
<델라웨어>
등 당도 높은 품종의 재배면적이 느는 것도 그래서다. 하지만 대를 이어 포도농사를 지어온 이씨의 생각은 다르다.
<캠벨얼리>
특유의 맛과 향을 따라올 포도가 없고, 한국인의 입맛에 가장 익숙하기에 결국 소비자들이 다시 찾을 것으로 믿는다.
포도의 고장에서 와인을 만나다
영동에는 이씨처럼 포도를 재배하는 농가뿐 아니라 와인을 생산하는 농가도 40여곳에 이른다. 생과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른 상황에서 포도·와인 및 농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영동군이 2008년부터 와이너리(포도주 양조장) 농가를 육성해온 결과다. 이근용 대표(59·심천면 약목리)가 운영하는 ‘불휘농장’도 그중 하나다.
“2007년에 귀농해 포도농사만 2년간 지었지만 큰 수익을 얻지 못했습니다. 그러다 와인산업특구 조성계획을 접하고는 무작정 뛰어들었어요. 시행착오도 많았죠. 하지만 지금은 정성 들여 키운 포도로 어디에 내놓아도 부끄럽지 않은 와인을 생산하고 있습니다.”
와인바에 울려 퍼지는 이 대표의 목소리에는 자부심이 묻어났다. 그도 그럴 것이 ‘2015년 한국와인 베스트셀렉션’에서 불휘농장의 대표 와인들이 대상·금상·은상을 휩쓴 것. 대상은 ‘시나브로 아마로네 캠벨 컬트와인’이 차지했는데, 와인으로 만들기엔 당도가 낮고 무게감이 약한
<캠벨얼리>
의 약점을 보완하고자 완숙된 상태에서 수분을 40% 정도 증발시켜 사용한 게 핵심이다. 또 금상을 수상한 ‘시나브로 화이트와인’은 국산 청포도 품종인
<청수>
가 주원료로, 산뜻하고 깔끔한 맛이 특징이다. 와인이라면 일가견이 있는 강 셰프도 시음 후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국내에서 이 정도 수준의 와인이 생산된다니 기대 이상이네요. 컬트와인은 은은한 캠벨향이 인상 깊었고, 달콤한 화이트와인은 당장 고급 레스토랑에서 사용해도 될 정도예요. 날로 규모가 커져가는 국내 와인시장에서 충분히 경쟁력이 있을 것 같습니다.”
포도와 와인, 요리로 태어나다!
“최고의 포도와 와인을 맛봤으니 두가지를 모두 활용해보겠습니다.”
이날 강 셰프가 선보인 요리는 ‘포도바지락찜과 목살스테이크’. 구운 알목심과 화이트와인에 찐 바지락, 볶은 채소와 포도알이 어우러진 서양요리다. 여기서 포도는 자칫 기름질 수 있는 음식에 상큼함을 더하고, 화이트와인은 여러 재료들이 조화를 이루도록 연결고리 역할을 한다. 고급진 맛도 맛이지만 시들해진 포도를 껍질째 사용해도 되고, 개봉 후 향이 덜해진 와인을 활용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분주히 요리를 하는 와중에도 강 셰프는 영양가 많은 포도를 껍질째 쓰는 꿀팁도 일러줬다. ‘포도소스’ 만들기인데, 우선 포도알과 와인을 1대 2의 비율로 준비한다. 와인을 절반 정도로 졸인 후, 거기에 포도알을 넣고 소금·후추 간을 한 다음 불을 끄면 끝. 화이트와인은 청포도, 레드와인은 적포도와 함께 사용해 각각 생선요리와 육류요리에 소스로 활용하면 된다.
드디어 요리가 완성되고 이근용 대표와 부인 이성옥씨가 포크를 들었다. 포도알·목살·바지락을 한입에 넣고 음미하는 모습이 사뭇 진지하다.
“실은 육류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데 포도의 상큼함이 목살의 느끼함을 잡아줘서인지 술술 넘어갑니다.”
“이 많은 재료의 조화가 궁금했는데, 훌륭하게 어우러지네요. 와인이 그 역할을 제대로 했나 봐요.”
독특한 요리에 낯선 시선을 보내던 부부는 어느새 미소를 띠며 와인잔을 부딪쳤다. 그렇게 포도향에 취하고 와인향에 젖어가는 동안 슬며시 여름이 스쳐가고 있었다.
영동=김난 기자, 사진=김덕영 기자 kimnan@nongmin.com
●포도바지락찜과 목살스테이크 이렇게 만들어요!
○재료(2인분)=캠벨 10알, 청수(또는 청포도) 10알, 돼지 알목심 300g(150g×2장), 화이트와인 300㎖, 해감한 물바지락 200g, 알감자·방울토마토 5개씩, 양송이버섯 3개, 양파 ½개, 청양고추 1개, 포도잎 2장, 소금·후추·기름 약간씩
○만들기
① 알목심은 소금·후추 간을 한 다음 달군 팬에 올리고 80% 정도만 익힌다.
② 알감자는 껍질을 벗기고 반으로 가른 다음 팬에 기름을 두르고 노릇하게 굽는다.
③ 방울토마토와 양송이버섯은 각각 4등분으로 썰고, 캠벨과 청포도 알은 껍질째 반으로 갈라 씨를 뺀다. 청양고추와 포도잎은 잘게 다진다.
④ 양파는 잘게 다져서 기름을 두른 팬에 볶다가 여기에 바지락을 넣고 화이트와인을 부은 다음 팬 뚜껑을 덮고 바지락이 모두 입을 벌릴 때까지 찐다.
⑤ ④에 ③을 붓고 간을 한 다음 고루 볶다가, 구워둔 알목심과 알감자도 넣고 알목심이 거의 다 익으면 불을 끈다.
⑥ 접시에 알목심을 담고 그 위에 나머지 재료를 올린 다음 우러나온 국물도 부어준다.
■ 요리팁
알목심을 구울 때 흘러나온 육즙은 버리지 말고 반드시 접시에 담아두자. 다른 재료들과 다시 한번 익힐 때 함께 사용하면 감칠맛을 더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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