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기후변화는 현실이다
입력 : 2022-12-02 00:00
수정 : 2022-12-01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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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달 전 취재차 강원 태백 해발 700m 고랭지를 찾았다. 고랭지배추로 유명한 이곳에서 노지배추밭에 시설하우스를 짓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농장주는 앞으로 고랭지배추 대신 시설 고추·토마토 등을 재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당시 배추 도매가격이 10㎏당 1만원을 넘을 정도로 좋던 상황이라 이유를 물으니 “기온 상승과 병해충 때문에 더이상 노지에선 농사짓기 어렵다”는 하소연이 돌아왔다. 주변을 돌아보니 배추밭 곳곳에 시설하우스가 눈에 띄었다.

불과 7년 전 강원지역 고랭지를 찾았을 땐 가뭄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했다. 배추밭이 말라가 작업자들이 연신 호수로 배추 모종에 물을 뿌렸다. 하지만 당시만 해도 머지않아 노지에서 배추농사가 힘들 것이란 생각을 하긴 어려웠다.

기후변화는 더이상 책에 나오는 이야기가 아니다. 일상생활에서 기온 상승을 체감할 수 있을 정도고 특히 작물을 재배하는 농업분야에선 그 변화가 더 크게 느껴진다. 과거 경북에서 주로 재배하던 사과가 강원·충청 등 중부지방에서 생산되고 있다. 농촌진흥청 예측에 따르면 30년 후엔 강원 일부 지역에서만 사과를 재배할 수 있다고 한다. 당장은 온도 변화에 맞춰 작물을 바꿀 수 있지만 기후변화가 심해질수록 재배가 가능한 작물이 더 줄어들 것이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는 기온이 산업화 이전보다 1.5℃ 상승하면 극단적 폭염 발생 빈도가 8.6배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지금 같은 온실가스 배출 추세가 지속한다면 기온이 1.5℃ 상승하는 시점은 2040년 이전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기업들은 앞다퉈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내세우며 환경보호에 앞장서는 듯한 모습을 보인다. 하지만 이런 활동은 홍보 수단에 불과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녹색성장·탄소중립 등 환경과 관련된 수많은 구호가 생기고 없어지길 반복하고 있다. 캠페인도 좋지만 기업 본연의 역할은 기존 산업 근간을 바꿀 수 있는 기술 개발을 통해 환경보호에 나서는 것이다.

일반인들도 일상생활에서 불필요한 에너지 사용을 줄여야 한다. 전기·가스 등 에너지 요금이 올랐다고 아우성이지만 우리 국민의 에너지 소비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4위에 해당할 정도로 많은 편이다.

과거 기후변화나 환경오염을 이야기할 때 지금 우리 잘못이 후손들에게 피해를 준다는 구호가 있었다. 하지만 이제 기후변화는 먼 미래의 후손이 아닌 내 자식이나 내가 당장 해결해야 할 과제가 됐다.

장재혁 (산업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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