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농 열전 백년농부] 따라가기보다 개척하기 “청출어람 보여드릴게요”
입력 : 2022-11-30 00:00
수정 : 2022-11-29 12:57

[가족농 열전 백년 농부] (20) 딸기농가 오길환씨

아버지에게 3년간 토마토농사 수업

스마트팜 딸기재배 도전 ‘독립선언’

영농신기술 익히고 나누는데 앞장

‘퇴촌토마토’ 명성 이어가기도 전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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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팜 기술로 재배한 딸기 옆에서 웃고 있는 오길환씨. 시설 내 환경을 잘 맞춘 덕에 11월 셋째주부터 수확해 조기 출하하고 있다. 김원철 프리랜서 기자

경기 광주시 퇴촌면 대표 농산물은 토마토다. 품질이 좋기로 알려졌는가 하면 성출하기인 5∼6월에 열리는 ‘퇴촌토마토축제’는 전국에서 관광객이 몰릴 정도로 인기를 끈다. 그 덕에 대를 이어 토마토농사를 짓는 농가가 많다. 오길환씨(26) 역시 토마토 재배로 한 우물만 파온 아버지 오중근씨(62)를 따라 농사꾼이 됐다. 토마토에 몰입한 지 벌써 3년, 올해부터는 딸기로 작목을 전환해 자신만의 소득기반을 마련하고 있다.

“초반엔 아버지 밑에서 토마토를 길렀어요. 올해는 독립해 1320㎡(400평) 규모로 딸기를 키우고 있어요. 왜 딸기냐고요? ‘오중근의 아들’이 아니라 ‘청년농부 오길환’으로 인정받고 싶었거든요. 그러려면 작목이 달라야 했습니다.”

성공 욕심에 작목을 선택하는 데 고민이 많았다. 1960∼1970년대만 해도 봄이면 퇴촌면 지역 전체 밭은 딸기 일색이었다고 한다. 당시 모습을 기억한 아버지가 딸기를 추천했고 과거 고향땅 모습을 되살리는 것이 의미 있을 것 같았다. 또 딸기하우스는 체험농장으로 운영하기 적합하다. 광주는 서울과 가까워 도시 체험객·관광객을 불러 모으기에도 유리하다.

오씨가 농부가 된 건 아버지 때문이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방황하던 시기 아버지가 그를 붙잡고 설득했다. 아버지는 그에게 더없이 완벽한 스승이 돼줬다. 아버지는 척하면 착, 어린잎 상태만 보고도 물이 부족한지 빛이 강한지 생육상태를 단번에 알아차릴 만큼 실력 좋은 농사꾼이었고, 가르침대로만 따르다보니 오씨는 시행착오는커녕 고민할 필요도 없었다. 그렇게 3년 동안 승승장구했지만 아쉬움도 커졌다. 실패를 겪고 성장하면서 자신만의 영농기술을 다지고 싶어서다.

문제는 또 있었다. 소비자 취향은 계속 바뀌는데 농산물 모양이나 맛은 그대로였던 것. 아버지를 비롯해 퇴촌면은 토마토 맛을 높이려고 수분을 적게 투입한다. 크기가 작아져 맛이 농축되기 때문이다. 요즘은 외형도 중요한 요소다. 오씨는 농법을 바꾸면 맛은 유지하면서 크기가 큰 원물을 재배할 수 있을 텐데 새로운 도전을 하지 않는 아버지가 답답했다. 결국 실패하더라도 아버지를 떠나 자신의 농사를 시작하기로 결심했다.

오씨는 새로운 도전으로 스마트팜을 선택했다. 시·도 농업기술센터를 오가며 관련 교육을 받았고 농부의 경험과 감 대신 ‘수분 50%, 조도 9만럭스(Lux)’ 같은 정확한 통계와 기술이 뒷받침된 영농을 추구한다.

초반엔 아버지 반대가 심했다. 베테랑 눈엔 지역에서 오랜 세월 인정받은 기술을 버리려는 햇병아리 농사꾼의 무모함이 탐탁지 않았을 것이다.

“처음엔 아버지와 말도 하지 않았어요. 그만큼 부딪쳤죠. 지금은 어느 정도 저를 믿어주세요. 농사에 관해 정확한 이론과 숫자로 설명해드리니 이해하시더라고요. 실제 결과도 좋고요. 꾸준히 교육받는 모습도 아버지 마음을 움직인 것 같습니다.”

주변에서도 오씨 농법에 관심이 많다. 스마트팜이 힘은 덜 들면서 품위는 좋고 수확량은 많다는 것을 눈으로 확인하면서 그에게 배우려는 이들도 늘었다. 오씨도 자신이 지닌 기술과 경험을 나누는 데 적극적이다. 유통 트렌드에 맞춰 퇴촌토마토가 발전하고 그 명성을 유지하는 것도 자신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올겨울부터는 아버지가 운영하는 토마토시설도 오씨가 맡는다. 그동안 익힌 스마트팜 기술을 쏟아부어 자신이 내린 판단을 직접 시험해볼 계획이다.

“새로운 영농기술을 적용하는 데 걱정 없냐고요? 걱정보다는 기대가 앞섭니다. 저만의 방식대로 농사를 짓고 싶습니다. 그동안 전국을 다니며 교육을 받고 그걸 농장에 적용해보면서 익혔어요. 품질 좋은 토마토를 전보다 안정적으로 수확할 자신이 있습니다. 내년에는 누구 아들이 아닌 제 이름 석자만으로도 신뢰를 줄 수 있는 청년농부가 될 수 있도록 매진하겠습니다.”

광주=지유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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