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농 1만2717곳 미허가·미등록…정부, 양성화 추진 ‘논란’
입력 : 2022-11-28 00:00
수정 : 2022-11-27 11:50

질병 발생·수급예측 실패 요인

농장 1곳당 식별번호 1개 목표

업계 내 찬성·반대 의견 엇갈려

“허가농가와 형평성 회복 시급”

“고령·영세농 다수…배려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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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축산업 미허가·미등록 농가에 대한 양성화 작업을 진행할 예정인 가운데, 영세농가 보호방안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 없음.

축산업 허가를 받지 않거나 등록하지 않은 농가가 1만2717곳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정부가 해당 농가에 대한 양성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에 따라 축산업계 곳곳에선 어려움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정부, 축산업통합정보시스템 대조 통해 미허가·미등록 농가 확인=농림축산식품부는 6∼8월 축산업통합정보시스템상 농장식별번호가 발급된 농가와 축산업 허가·등록이 완료된 농가 목록을 대조함으로써 1만2717곳에 해당하는 농가가 축산업 미허가·미등록 상태라는 것을 확인했다. 해당 농가의 대부분은 소를 사육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소 사육농가는 ‘가축 및 축산물 이력관리에 관한 법률(축산물이력법)’에 따라 농장식별번호를 발급받아야 한다. 만약 농장식별번호를 발급받지 않거나, 발급받지 않은 채로 소를 출하·이동할 경우 과태료 처분을 받는다.

또한 ‘축산법’에 따라 사육시설 면적이 50㎡를 초과하는 소·돼지·닭·오리 사육농가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관할 시장·군수 또는 구청장에게 축산업 허가를 받아야 한다. 50㎡ 이하 농가는 ‘가축사육업 등록신청서’를 작성해서 관할 지방자치단체에 등록해야 한다.

만약 축산업 허가를 받지 않고 사육할 땐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등록을 하지 않은 경우에도 1000만원 이하 과태료가 부과된다.

농장식별번호 발급과 축산업 허가·등록 농가수가 다른 건 2018년 11월21일 ‘축산물이력법 시행규칙’이 개정·시행되기 전에는 축산업 허가·등록 여부에 대한 확인 없이도 농장식별번호를 받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또한 축사 주소가 변경되거나 축사 이전·승계 과정에서 허가·등록 내용을 수정하지 않으면서 불일치가 발생한 경우도 일부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축산업 미허가·미등록 농가 앞으로 축산업 영위하기 힘들어질 듯=미허가·미등록 농장은 질병 발생이나 축산냄새와 같은 민원 발생, 수급 예측 실패 등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게 정부의 입장이다. 이에 축산업 허가·등록 농장 1곳에 농장식별번호 1개가 매칭될 수 있도록 해 사각지대를 없애겠다는 구상이다.

농식품부는 축산업 미허가·미등록 농장에 대해선 농장식별번호를 무효로 한다는 동의서를 수취하고, 축산업 허가·등록된 농가가 가축을 사육하지 않으면 농장식별번호를 무효로 한다는 동의서를 받도록 각 지자체에 안내했다.

다만 해당 사례에는 축산업 허가·등록이 의무인지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고, 상속 등 과정에서 허가 신고가 빠진 경우도 상당하다. 이때엔 해당 농장에 대해 허가·등록 절차를 진행하도록 유도하겠다는 게 농식품부의 계획이다.

정부 관계자는 “축산업 허가·등록을 받지 않고 축산을 하는 것 자체가 법을 위배하는 행위”라면서 “각 지자체가 해당 농가를 확인해놓고서도 법령이 정하는 바에 따라 처분하지 않는 것은 직무유기”라고 지적했다.


◆“형평성 어긋나” vs “소규모 농가 배려 필요”…축산업계 반응 엇갈려=축산업계에선 허가·등록 미확인 농가를 양성화하는 것에 “적극 찬성한다”는 의견과 “소규모 농가 보호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무허가 축사 적법화에 참여했다는 한 농가는 “많은 영세한 농가가 설계·건설 등에 적잖은 비용이 발생했지만 정부 정책에 따라 돈을 투자해서 적법화에 동참했다”면서 “이미 수차례 기회가 있었음에도 또다시 적법화에 동참하지 않는 건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주장했다.

익명을 요구한 다른 농가는 “미허가·미등록 농가들이 대체로 방역·분뇨 관리에도 소홀한 경우가 많은데 축산업 전체의 발전을 위해서라도 이들 농가에 대한 양성화가 시급하다”고 꼬집었다.

반면 등록이 필요한 면적(50㎡·15평)으로 축사를 운영하는 농가들은 대부분 영세하거나 고령농이라 특별한 보호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많다. 해당 규모의 농가는 번식우 기준으로 5마리 이하를 사육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한우업계 관계자는 “소규모 농가 입장에선 등록하기 위한 절차·비용을 소화해내기 어렵다”면서 “정부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이들 농가에 배려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축협, 조합원 감소 우려=축협 내부에선 정부의 이번 조치에 따라 조합원수가 크게 줄어 지역 축산기반이 무너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현행 ‘농업협동조합법’ 시행령에 따라 조합 설립인가를 받으려면 조합원 1000명이 있어야 하는데, 해당 조합원수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지역 축협수가 2021년 기준 57곳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전체 축협(139곳 기준)의 41%에 달하는 수치다. 조합원수가 설립인가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축협에 대해선 농식품부 장관이 설립인가를 취소하거나 합병을 명할 수 있다.

농협경제지주 축산경제 관계자는 “허가·등록 절차를 간소화하거나, 등록 대상 농가에 대해선 자연감소 시점까지 처벌을 유예하는 등의 방안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박하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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