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이카루스의 날개와 고향사랑기부제
입력 : 2022-11-14 00:00
수정 : 2022-11-12 1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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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높이 날면 태양의 열기에 밀랍이 녹아버리고, 너무 낮게 날면 바닷물에 젖어 무거워진다. 반드시 바다와 하늘 가운데를 날아야 한다.”

미노타우로스가 갇힌 미궁을 탈출하려 한 이카루스에게 아버지인 다이달로스가 날개를 만들어 건네며 한 충고다. 아버지의 충고를 잊고 태양 가까이 날아오르다 밀랍이 녹아 추락한 그리스 신화 속 이카루스 이야기. 여기에 담긴 교훈은 지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아야 한다는 ‘과유불급(過猶不及)’이다.

농업계 이목이 쏠린 고향사랑기부제(고향세) 시행이 두달도 채 남지 않았다. 이에 전국 지방자치단체는 성공적인 제도 정착을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기부를 통해 세액공제와 농산물 등 답례품을 받을 수 있는 제도에 대한 실무작업은 물론 시민을 대상으로 한 홍보에도 열과 성을 다하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최근 한국리서치 설문조사에서 응답자 73%가 ‘고향세를 전혀 모른다’고 답했다. 국민 10명 가운데 7명이 전혀 모를 정도로 고향세는 국민 관심 밖에 있다.

이런 인식 속에서 지자체들의 고향세 홍보는 필수불가결한 일이다. 특히 재정자립도가 열악하고 농촌사회를 기반으로 한 시·군은 더욱 그렇다. 제도를 보다 많은 이에게 알리고 그 속에서 지자체를 드러내 최대한 많은 기부금을 유치하려는 간절함이 있다. 이에 지자체는 저마다 기발한 아이디어로 답례품을 개발하고 홍보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이처럼 국민적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이를 지자체와 결부시켜 지역을 살리려는 노력은 제도의 취지와도 부합한다.

하지만 각 지자체가 고향세 홍보에 열을 올리다가 신화 속 이카루스와 같은 우를 범해서는 안된다. 그럴 일은 없겠지만 홍보 부족으로 기부금 모금이 저조해 제도가 시작부터 유명무실해져서는 안될 일이다. 반대로 예산이 수반되는 홍보활동의 과잉이 지자체간 과도한 경쟁 양상으로 비춰지는 일도 반드시 피해야 한다. 수도권 집중화에서 비롯된 지방소멸의 위기를 극복할 열쇠가 고향세다. 이를 알려 기부를 이끌어낼 수 있도록 마중물 역할을 해야 하는 홍보가 지자체간 실적 경쟁의 척도로 쓰여서는 안된다는 말이다.

전국농어촌지역군수협의회장이기도 한 김주수 의성군수가 염려하는 것도 바로 지자체의 과잉 경쟁이다. 김 군수는 최근 인터뷰에서 “제도에 대한 관심도를 높여 기부금 총액을 늘리는 데 집중해야 하는 만큼 지자체의 과도한 경쟁은 배제하고 상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들 이카루스에게 건넨 다이달로스의 충고와 닮아 있는 이 말이 공염불이 되지 않길 바란다.

김동욱 (전국사회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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