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겨울이 오고 있다
입력 : 2022-10-17 00:00
수정 : 2022-10-16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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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nter is coming(겨울이 오고 있다).’ 유명 미국 드라마 <왕좌의 게임> 명대사로, 왕국 북부를 다스리는 주인공 스타크 가문의 가언이다. 이 계절이 오면 스타크 가문은 북쪽 너머에서 몰려오는 백귀들과 전쟁을 치러야 한다. 그래서 늘 가언을 되뇌면서 언제 닥쳐올지 모르는 고난과 역경에 대비한다.

농촌에도 겨울이 오고 있다. 비단 계절 변화만을 일컫는 게 아니다. 농민들이 마주한 현실이 한겨울 추위처럼 혹독하기 그지없다. 본격적인 벼 수확철을 맞은 영농현장에는 수확의 기쁨보단 걱정이 가득하다. 쌀 수급 불균형에 따른 쌀값 불안 상황이 지속되고 있어서다. 쌀값을 반등시킬 특별한 요인은 보이지 않는 데다 정부의 쌀시장 안정화 대책도 농가들의 불안감을 덜어내기 역부족이다. 특히 시장격리 물량 45만t 가운데 구곡 10만여t에 대한 최저가 역공매 방식은 쌀값 하락을 부추길 뿐이라는 지적이 잇따른다.

수확량도 지난해보다 감소했다. 중부지역은 8월에 내린 폭우 영향이 크다는 게 공통된 의견이다. 이삭이 패기 전 내린 집중호우여서 괜찮을 줄 알았지만 막상 수확해보니 사미(성장 과정에서 죽은 불투명한 쌀)가 많이 발견된다는 것이다.

상황이 어려운 것은 수도작농가뿐만이 아니다. 기온이 내려갈 때마다 시설농가들의 시름은 깊어진다. 국제유가 급등으로 농업용 면세유 가격이 들썩이고 있어서다. 시설농가들이 많이 쓰는 면세등유는 9월 기준 1ℓ당 1437원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무려 80%나 올랐다.

여기에 더해 가파르게 오르는 전기요금도 농가들의 어깨를 무겁게 짓누르고 있다. 농사용 전기요금은 이달 1일부터 1㎾h(킬로와트시)당 7.4원 올랐다. 이에 따라 농사용갑은 21.5원에서 28.9원으로, 농사용을은 39.8원에서 47.2원으로 상승했다. 이처럼 농업을 둘러싼 악조건으로 농가들은 걱정이 태산이지만 이를 바라보는 정부의 시선은 차갑기만 하다. 내년도 예산안만 봐도 알 수 있다. 전체 예산에서 농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2.7%로 올해보다 0.1%포인트 줄었다. 여기에 농업용 면세유 지원 예산은 한푼도 반영되지 않았다. 경로당 냉난방비·양곡비 지원사업 예산도 지난해보다 5.1% 삭감됐다. 농촌 어르신들이 농한기 대부분을 경로당에서 보낸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정부의 배려는 찾아볼 수 없는 셈이다.

농촌에 겨울이 오고 있다. 농민들은 언제 끝날지 모르는 혹독한 계절에 대비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농민들의 각오와 마음가짐만으로는 추위를 무사히 견디기란 불가능하다. 농업·농촌에 대한 정부 지원이 절실하다.

최문희 (전국사회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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