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농업에는 여야가 없다더니…
입력 : 2022-10-12 00:00
수정 : 2022-10-11 0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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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년 만에 쌀값이 최대폭으로 하락한 상황에서 소위를 합의 정신에 입각해 운영하는 전통을 지키기보다 농민 심정을 더 헤아리는 게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우리 여당도 (쌀값문제 해결에) 원론적으로는 뜻이 같다. 위원장을 비롯해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여야 의원들이 머리를 맞대면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데 야당이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날치기해버렸다.”

최근 국회 농해수위에선 묘한 광경이 펼쳐진다.

겉보기에 쌀문제를 둘러싸고 여야 대립이 점점 심각해지고 있다. 특히 지난달 15일 더불어민주당이 농림축산식품법안심사소위에서 시장격리 의무화를 골자로 한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단독 처리하면서 갈등은 극으로 치달았다. ‘농업을 두고 여야가 없다’던 여야가 쌀문제를 두고는 정면충돌하는 양상이다. 이는 최근 농림축산식품부 국정감사까지 이어져 늘 한목소리로 정부의 농정 실책을 지적하던 여야가 날 선 공방을 벌이기까지 했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여야가 주장하는 바가 크게 다르지 않아서 왜 싸우는지 고개를 갸웃거리게 된다.

시장격리문제도 그렇다. 야당 주장은 이번과 같은 쌀값 폭락 사태가 되풀이되지 않게끔 아예 일정 기준을 충족하면 자동으로 시장격리가 발동하도록 법에 못 박자는 것이다. 반면 정부와 여당은 지금까지 시장격리 기준을 충족한 11번 가운데 쌀값이 좋았던 한번을 제외하면 모두 시장격리가 이뤄졌고 앞으로도 필요하면 충분히 시장격리하겠다는 입장이다. ‘의무화’ 세글자만 가려보면 쌀의 일시적 공급과잉을 시장격리로 해결하자는 데는 뜻이 같다.

쌀의 구조적 공급과잉을 해소할 방안에 대해서도 여야 주장은 맥이 닿는다. 야당은 논 타작물재배 지원사업(쌀 생산조정제) 효과가 검증됐으니 이참에 법적 근거를 만들어 제도의 연속성을 갖추자고 주장한다. 정부와 여당은 쌀이 모자랄 땐 생산조정제를 지속할 명분이 약해지는 만큼, 식량안보 강화를 목적으로 하되 생산조정 효과도 거둘 수 있는 ‘전략작물직불제’를 체계적으로 해보자는 것이다. 두 제도 모두 알맹이는 생산조정이다. 그렇다면 포장지를 두고 싸울 게 아니라 쌀 대신 다른 작물을 심도록 인센티브 강화를 논의하는 게 바람직하지 않을까.

여야가 공히 인식하듯 지금의 쌀값문제는 ‘역대 최대급’이다. 지난해 수확기부터 얼마 전까지 여야는 한목소리로 정부에 쌀값 대책을 요구해오지 않았나. 그때와 지금, 무엇이 달라졌기에 여야는 이토록 싸우는 걸까.

양석훈 (정경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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