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양구지역 이어 올 세번째
3년째 추석 직후 발병 이어져
한 총리 “확산방지에 만전을”
강원 춘천 돼지농장에서 19일 올해 3번째로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발생했다. 농장 단위 ASF 발생은 앞서 8월18일 양구지역에 이어 한달 만이고 추석 명절 이후 9일 만이다.
ASF중앙사고수습본부(본부장 정황근·농림축산식품부 장관)는 19일 새벽 2시30분께 춘천시 동산면 조양리에 위치한 돼지 7000여마리를 키우는 양돈장에서 ASF가 확진됐다고 밝혔다.
농장주는 앞서 18일 오전 9시 이유자돈 15마리가 폐사한 것을 발견했고, 오후 2시30분 어미돼지까지 폐사한 것을 확인하고서 춘천시에 이를 신고했다.
이후 시로부터 상황을 전달받은 강원도 동물위생시험소는 오후 4시40분 병성감정팀 직원을 현장에 파견해 시료를 채취했다. ASF중수본은 초동방역팀과 역학조사팀을 현장에 파견해 외부인·가축·차량의 농장 출입을 통제했다. 소독·역학조사 등 긴급 방역조치도 시행됐다.
시료 정밀검사 결과 19일 새벽 최종적으로 양성판정이 나오면서 긴급행동지침(SOP)에 따라 발생농장에서 사육 중인 돼지 전체에 대해 살처분에 들어갔다. 19일 오전 2시부터 20일 오전 2시까지 24시간 동안 철원을 제외한 강원지역 돼지농장·도축장·사료공장 등 관련 축산시설에 대해 일시이동중지명령(Standstill)을 발령했다. 철원지역이 제외된 것은 2019년부터 도축장 등 생활권을 경기권역으로 포함시켜 방역정책이 이뤄지고 있어서다.
ASF중수본은 방역대 내 농장과 역학 관련 농장 등 모두 43농가에 대해 정밀검사를 수행할 예정이다. 강원도 전체 돼지농장 200곳에 대해선 임상검사를 벌인다.
이번 춘천지역 발생에 따라 설정된 방역대(농장으로부터 10㎞ 이내)에 속한 농장은 모두 6곳이다. 농장 반경 500m 안에는 다른 돼지농장이 없지만 500m∼3㎞엔 모두 6600마리를 사육 중인 농장 2곳이, 3∼10㎞엔 모두 1만4556마리를 키우는 농장 4곳이 있다.
농식품부는 돼지고기 수급엔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통계청 가축동향조사에 따르면 6월1일 기준 국내 돼지 사육마릿수는 1117만마리다. 발생농장에서 사육하는 돼지(7000마리)는 전체 사육마릿수의 0.06% 수준인 만큼 장·단기 국내 돼지고기 공급에 미치는 영향은 없을 것이란 설명이다.
하지만 ‘추석 직후 2주일 이내 발병’ 기록이 3년째 이어지자 방역당국의 고민이 커졌다. 추석 연휴 기간 차량·사람의 이동이 늘면서 바이러스 확산 우려가 제기돼왔다. 실제로 2020년엔 10월1일 추석 이후 7일·8일 만인 10월8일과 10월9일 강원 화천에서 ASF가 잇따라 검출됐다. 지난해에도 9월21일 추석 이후 14일 만인 10월5일 강원 인제에서 ASF가 발생했다. 올해는 방역당국이 8월9일부터 ‘추석 대비 ASF 방역대책’을 추진했지만 결과적으로 추석 직후 2주일 이내 발생을 막는 데 실패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춘천 발생소식을 접한 직후 “농식품부 장관은 지방자치단체 등 유관기관과 긴밀히 협력해 발생농장에 대한 살처분 조치를 신속하게 하고, SOP에 따라 이동제한 등 초동방역에 만전을 기하라”고 긴급 지시했다.
특히 “8월18일 양구지역 돼지농장에 이어 추가로 발생하는 엄중한 상황을 고려해 신속한 발생원인 파악과 함께, 추가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가용자원을 총동원해 양돈농장 대상 방역실태를 점검하고 방역수칙 홍보 등을 강화하라”고 주문했다.
환경부에 대해서도 “환경부 장관은 연이은 태풍으로 인해 울타리 등 야생멧돼지 차단시설이 훼손되지 않았는지 철저히 점검하고, 야생멧돼지로 인해 바이러스가 확산되지 않도록 폐사체 수색과 환경시료 검사 등 모니터링을 통해 오염원 제거, 소독·포획 활동을 집중적으로 실시하라”고 요청했다.
한편 이번에도 ‘야생멧돼지’가 바이러스 전파원인일 것이라는 데 무게가 실리고 있다. 올해 2월22일과 4월19일 해당 농장과 각각 100m·600m 떨어진 지점에서 ASF 감염 야생멧돼지가 발견된 바 있다. 해당 지역은 이미 오염돼 있었을 것이란 게 다수 전문가들의 추정이다.
김소영·박하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