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농민을 위한 스마트농업은 없다?
입력 : 2022-08-31 00:00
수정 : 2022-08-30 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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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농업계에서 가장 큰 관심사는 스마트농업이다. 농장에 정보통신기술을 적용해 환경을 제어하고 생산성을 높이는 스마트농업은 농업이 나가야 할 미래로 주목받고 있다.

이에 국내 농기자재 업체들도 스마트농업 관련 사업을 미래 성장동력으로 선정해 육성하고 있다. 올해 업체들 사업설명회에서 나온 주요 이슈도 스마트농업이었다. 도심 속 공간에서 농작물을 재배하는 식물공장, 사람 없이 운행이 가능한 자율주행농기계, 정식부터 수확까지 로봇이 하는 스마트온실 등 다양한 분야에 대한 연구개발이 이뤄지고 있다.

스마트농업 지향점은 최소한의 관리인력으로 농사를 짓도록 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런 시대가 온다면 농민은 무엇을 할 것인지 그들에 대한 처우를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는 부족한 실정이다.

이런 상황은 농업만의 문제는 아니다. 4차산업혁명으로 노동자가 필요 없는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농업보다 앞서 IT·유통업계에서는 플랫폼 기업이 등장하면서 상당수 노동자를 기계로 대체하거나 외주화해 플랫폼 노동자를 양산했다. 매장 주문은 키오스크가 대신 받고 배달노동자는 직고용하지 않고 개인사업자로 돌려 비용을 줄였다. 또 고객에게 서비스를 저렴하게 제공하는 대신 소비패턴 같은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축적해 제품 개발과 서비스 개선에 독점적으로 사용했다. 그로 인해 플랫폼 노동자 처우 문제와 고객이 제공하는 데이터 소유권에 대한 논의가 이제 막 시작되고 있다.

농기자재 업체들이 구상하는 사업모델도 플랫폼 기업과 크게 다르지 않다. 농민에게 저렴하게 스마트농업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는 대신 농사짓는 동안 생성되는 방대한 데이터를 수집한다. 이를 토대로 기술을 개선하고 새 제품을 생산한다. 기술이 발전하면 더이상 농민이 필요하지 않게 되고 이후 직접 대규모 자동화된 시설을 갖춰 농산물을 생산할 수 있다.

기업은 이윤을 좇을 수밖에 없다. 결국 농민을 위한 스마트농업 보급엔 공공기관이 나서야 한다. 국내 농가 평균 경작면적은 1㏊ 정도고 0.5㏊ 미만 영세농민도 상당수다. 취재하면서 만난 대부분 농민은 값비싼 최신식 기술보다는 자신이 활용할 수 있는 보급형 기술을 원한다고 말했다. 농협이 보급하는 준스마트팜 기술에 대한 호응이 높은 것도 이 때문이다.

농업 생산성 확대를 위해 규모화가 필요하지만 일반 농민을 위한 기술보급도 중요하다. 더 나아가 농민이 플랫폼 노동자처럼 기업에 간접 고용됐을 때 정당한 처우를 받기 위해 어떤 제도를 마련해야 할지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

장재혁 (산업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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