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은 아버지가 홀로 되면 주위에서 혀를 찬다. 이를 어쩌나, 혼자 어떻게 살아가시나. 하지만 아버지들은 자식들의 권유를 외면한다. 짐이 되고 싶지 않다며 ‘독거’를 고집한다.
이때부터 아버지는 독거노인이다. 낯설고 불편한 노년의 초입. 이때부터 아버지는 ‘신인류’다. 아버지의 아버지처럼 살 수 없고, 자식들처럼은 더더욱 살 수 없는, 노년은 말 그대로 새로운 세대다.
반면, 늙은 엄마가 홀로 되면 안타까움이 덜하다. 이제 맘 편하게 사실 수 있겠다며 주위에서 용기를 북돋워주기도 한다. 늙어 홀로 된 엄마는 갑자기 독립적인 삶의 주인공이 된다.
과연 그럴까. 늙어 홀로 된 아버지는 늙어 홀로 된 남편이자 남자이기도 하다. 늙어 홀로 된 엄마도 마찬가지다. 늙어 홀로 된 아내이자 여자다. 하지만 저 ‘1+1의 삶’을 파먹고 자라난 자식들은 엄마에게도 엄마가 있었으며, 늙은 엄마에게도 엄마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려고 하지 않는다.
아버지에 대한 심리적 거리는 더 멀다. 그래서 아버지 우는 모습은 때로 희극으로 받아들여진다. 홀로 된 아버지가 세상 모든 신을 호명하는 기도가 내게는 우스꽝스러워 보이지 않는다.
49일간 운다고 해도 아버지의 후회와 반성은 말끔히 씻겨나가지 않으리라. ‘눈물 콧물 다’ 흘리며 아내를 배웅하는 늙은 아버지를 바라보는 아들의 속내 또한 다르지 않으리라.
아들은 희한한 기도를 올리는 아버지를 바라보며 “하하하” 하고 웃은 다음에, 홀로 된 아버지와 막걸리 한잔 나눈 다음에, 아무도 없는 곳으로 달려간 다음에, 엄마를 잃고 독거노인을 얻은 아들은 “아아아” 통곡했으리라."
이문재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