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수 화상병 예방 사활…전문예찰단 가동, 예방약제 의무 살포
입력 : 2022-06-24 00:00
수정 : 2022-06-23 13:20

[불치의 ‘과수 화상병’ 예방이 최선] (중) 방역 우수 지자체 충북 충주시  

농기센터·농기원 등 협력 농작업중 상시 점검 강화

2∼5월엔 공동 방제 늘려 자외선 소독실 20곳 설치

올해 발병 농가 크게 줄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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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매솎기 작업이 한창인 과수원에서 사과농가 문성호씨(왼쪽)와 정윤필 충북 충주시농업기술센터 지도사가 화상병 방제 방법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푹푹 찌는 여름날이었지만 예외는 없었다. 열매솎기(적과) 작업이 한창인 충북 충주시의 한 사과 과수원에서는 방제복을 입고 발엔 부직포를 동여매거나 허리춤에 묵직한 살균 도구를 찬 이들이 연방 이마에 맺힌 땀을 훔쳐내고 있었다.

정윤필 충주시농업기술센터 지도사는 “충주에선 개화기인 4월23일부터 29일까지 무려 7일간 계속 과수 화상병 발생 위험 경보가 울렸다”며 “올해 발병한 농가수나 면적은 지난해 이맘때와 비교하면 30% 남짓이지만, 계속해서 예방과 방제에 사활을 걸고 있다”고 설명했다.

농촌진흥청은 기존 매몰 중심의 방제 방식에서 사전 예방으로 화상병 대응 방식을 전환했으며, 발생 초기에 병을 차단하고자 5월1일부터 7월31일까지 3개월간을 ‘화상병 예찰·방제 현장대응 집중기간’으로 정해 방역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이 기간에는 지역 확산 차단을 위해 도농업기술원 및 시·군 농업기술센터와 합동으로 매월 정기 예찰을 진행하고 중앙 예찰전문가가 함께한 전문예찰단을 운영하고 있다. 또 방제 명령 소요시간 단축을 위해 수원 농업유전자원센터와 충주시농업기술센터에 현장진단실도 가동하고 있다.

사실상 전국적인 화상병 비상사태가 선포된 요즘, 충주시는 화상병 방제 관계자들 사이에서 가장 우수한 방역 사례로 꼽힌다. 2018년부터 매년 화상병이 발생한 지역이고 2020년 피해도 막대했으나, 지난해엔 전년보다 피해 규모를 3분의 1 이상 줄였고, 올해 발생한 농가수는 지난해의 31.5% 수준인 40농가다. 화상병 잠복기를 고려하더라도 눈에 띄는 성과다. 이런 방제 성과를 인정받아 정 지도사는 지난해 국무총리표창을 받기도 했다.

정 지도사는 “충주시는 전국 최초로 2020년 12월부터 화상병 사전방제조치 행정명령을 시행한 바 있다”고 강조했다. 사과·배 재배농가가 과원 현황을 신고하는 것을 의무화하고, 화상병 발생 농가가 미발생 과원에 출입하는 것을 금지하며, 화상병 예방약제 살포를 의무화하는 등 6가지 내용이었다. 이어 올해 1월27일부터는 연 1회 화상병 교육 필수 이수, 농작업 동안 상시 예찰을 통한 의심 신고, 겨울철 전염원 사전 제거, 농작업 기록부 작성 등 4가지를 추가 시행하고 있다.

충주에서 25년째 사과 농사를 짓는 농업 마이스터 문성호씨는 “강의가 있어 다른 지역에 가봐도 충주만큼 민·관이 모두 화상병 위기의식을 가진 곳이 드물다”고 귀띔했다. 그러면서 “민·관 소통이 잘되다보니 일률적으로 방제 작업을 하고, 약제를 공급하는 과정도 신속하게 이뤄진다”고 만족감을 나타냈다.

충주시에서는 화상병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밴드)를 지난해 2월 개설하고, 주기적으로 교육 내용을 업데이트하는 등 농민이 화상병 예방 정보에 접근하기 쉽도록 돕고 있다. 회원수는 현재 853명에 이르고, 활발하게 소통이 이뤄지고 있다.

전국적으로 2∼5월 동안 화상병에 대비해 대상 과원에 공동 방제 약제를 3회 살포하고 있으나, 충주시의 경우 총 5번을 뿌린다는 것도 눈에 띄는 점이다. 개화기 전인 4월 상·중순에 발생 위험 지역에 미생물제를 뿌리고, 개화기에 희망농가를 대상으로 항생제를 살포하는 것이다. 항생제 살포로 과수원 내 미생물 균형이 깨질 가능성에 대비해 동시에 친환경 환경개선제도 제조·공급하고 있다.

화상병 확산의 원인으로 작업자가 꼽히는 만큼, 지난해 1월부터는 농작업자 대상으로 연중 대인 소독실 20곳을 운영해 확인 필증을 발급한다. 대인 소독실은 원래 축산 방역에 많이 쓰이는 설비로, 작업자가 소독실 안에 15∼20초 있는 동안 자외선으로 화상병균 등이 살균된다. 충주시에선 소독을 마친 작업자에게 확인 필증을 발급해 농가 경영주가 이를 확인하고 작업자를 고용할 수 있도록 했다.

정 지도사는 “화상병 발생 농가는 생활이 막막해지는 경우가 많다. 충주시에서는 이런 점을 고려해 사과·배 농가가 재배할 만한 대체 작목을 연구하고 있다. 토종다래와 두릅 등의 대안을 검토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충주=이연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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