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섭게 오르는 국제식량가격…“먹거리 물가 내년에도 오름세”
입력 : 2022-06-24 00:00
수정 : 2022-06-23 13:19

한은, 애그플레이션 보고서

“가공식품값·외식물가 영향”

 

국제 식량 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애그플레이션(Agflation·농산물 가격이 주도하는 물가상승)’이 심화하고 있는 가운데 내년에도 이러한 흐름이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한국은행은 21일 ‘최근 애그플레이션 현황 및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주요 생산국의 수출 제한 등으로 국제 식량 가격 상승세가 확대되면서 애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보고서는 “이번 국제 식량 가격 상승세는 2011년 급등기에 비해 오래 지속되고 있다”면서 “이에 따라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공급 차질과 수출 제한에 따른 수급 상황 악화, 비료 가격 등 생산비 증가는 앞으로도 국제 식량 가격 상승에 상당 기간 영향을 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하반기에 곡물 가격이 완만하게 하락할 것이란 주요 기관 전망과 달리 상승세가 내년까지 장기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전쟁 여파로 주요 곡물 수출국인 우크라이나의 항로가 차단된 데다 미국·남미 등 곡물 주산지에서는 이상기후로 파종에 차질을 빚고 있다. 미국의 옥수수 파종 작업이 지연됐고 겨울밀의 양호·우수 등급 비중은 5월 기준 25%로 지난해(48%)보다 감소했다.

이에 따라 보고서는 “국내 가공식품 가격과 외식물가 오름세는 급등기였던 2011년 수준을 웃돌 만큼 국제 식량 가격 추이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고 했다. 가공식품 가격은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후 물류비·인건비 인상과 더불어 지속적인 국제 식량 가격 상승세가 시차를 두고 반영되면서 크게 올랐다는 것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올 4월 가공식품 가격의 누적 상승률은 지난해말 대비 4.4%로 집계됐다. 이는 가공식품 가격이 급등했던 2011년 4월 상승률(2.5%)을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보고서는 “그동안 누적된 비용 인상 압력과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로 인한 수요 압력 증대로 상승세가 상당 기간 지속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국제 곡물 가격 상승세가 1차 가공품에 해당하는 사료에도 영향을 미치면서 축산물·수산물·유제품 등 농축수산물 가격도 인상 압력을 받는다”고 했다.

국제 곡물 가격 상승은 수입 농축수산물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한은 분석에 따르면 수입 농축수산물 가격이 1% 오르면 국내 가공식품 가격이 1년간 0.36%, 외식물가는 3년간 0.14% 상승한다.

오강현 한은 조사국 물가동향팀 과장은 “국제 식량 가격이 상당 기간 높은 수준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며 “국내 가공식품 가격과 외식물가에 대한 상방 압력은 내년에도 지속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오 과장은 그러면서 “특히 가공식품 가격과 외식물가는 쉽게 하락하지 않는 특성이 있다”며 “관련 지출 비중이 상대적으로 큰 저소득층의 경제적 부담이 가중될 수 있고 기대인플레이션(경제주체들이 현재 알고 있는 정보를 바탕으로 예상하는 미래의 물가상승률)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유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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