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도 농업지원 확대 ‘말로만’
입력 : 2022-05-16 00:00
수정 : 2022-05-17 14:18

추경 사상 최대 ‘59조’ 편성...소상공인에 보상금 주지만

비료값 대폭 지원약속 달리 국비분담률 10%로 최소화

정부책임 생산단체 떠넘겨 농업계 “농민들 무시” 반발

에너지 바우처 지급 검토를

 

사진=이미지투데이

윤석열정부가 사상 최대인 59조4000억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을 편성, 13일 국회에 제출했다. 대규모 추경안을 편성하면서도 비료가격 인상분 보전 등 농업지원은 생색내기에 그쳐 국회 심의과정에서 논란이 예상된다. 특히 수십조원의 예상 세수 초과분을 끌어오면서도 기존 농업예산을 2000억원 이상 추가 삭감해 졸속 추경이란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윤석열 대통령은 앞서 12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첫 임시 국무회의를 열고 ‘2022년 2차 추경안’을 의결했다. 이번 추경안은 윤 대통령의 대선 1호공약인 ‘코로나 손실보상’이 핵심으로 코로나19 피해를 본 소상공인에게 매출 감소율에 따라 600만∼1000만원을 주는 손실보전금 등에 26조3000억원을 반영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이 주요 농업공약으로 제시했던 ‘무기질비료 인상차액 지원확대’는 사실상 무시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농가 부담을 덜기 위해 비료가격 인상분 약 6000억원의 80%를 보조한다면서 국비 분담비율은 10%로 최소화한 탓이다.

윤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 “국제 원자재 가격 급등에 의한 비료가격 상승분을 정부가 대폭 지원해 농가 부담을 낮추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농업계는 비료가격 인상분 ‘80% 지원’이 더불어민주당 집권기였던 지난해 이미 결정됐던 만큼 윤 대통령이 취임하면 인상차액 지원 수준은 그보다 높아질 것으로 기대했다. 그런데 추경안을 열어보니 지원 수준은 그대로 80%고 정부 분담비율은 당초 예상했던 30%보다 크게 축소된 것으로 나타나 실망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정부가 대폭 지원하겠다’던 약속은 폐기되고 통상 정부·지방자치단체가 책임졌던 몫마저 농협에 떠넘긴 셈이어서다.

지난해 국회는 ‘2022년 예산안’을 의결하면서 ‘농협이 2022년도 무기질비료 가격 상승분의 80%를 할인판매하고, 그 보전비용은 국가·지자체·농협이 사후 협의해 분담하되 국가는 적정예산을 반영한다’는 부대의견을 채택했다. 이를 따라 농림축산식품부가 3월 국회에 제출한 ‘무기질비료 가격인상 지원계획안’에는 비료가격 인상분 80% 지원을 위한 소요예산이 4800억원으로 추정됐고 이를 국비(1200억원)·지방비(1200억원)·농협(2400억원)에서 분담하는 방안이 예시돼 있다.

이후 농협과 협의 과정에서 ‘국비 30%, 지방비 20%, 농협 30%’로 분담 비율이 잠정 조율됐지만 정부는 이를 깨고 추경안에 ‘국비 10%, 지방비 10%, 농협 60%’를 못 박았다. 국비ㆍ지방비 지출을 1800억원 줄이면서 민간 영역인 농협 부담을 늘린 꼴이다.

농업계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한국종합농업단체협의회는 12일 성명을 통해 “정부가 비료가격 인상분 지원과 관련해 당초 계획과 달리 분담률을 조정함에 따라 농업분야에 배정된 예산이 대폭 감소했다”며 “분담률 조정으로 확보한 재원 약 1800억원을 농업분야에 활용하지 않아 농업홀대에 이은 무시 논란으로 번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농민이 실질적 주인인 농협을 정부가 임의로 활용하는 점도 문제 삼았다. 한종협은 “분담률 증가에 따른 농협의 수익 감소는 결국 대농민 지원 사업 축소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며 “분담률을 기존 계획대로 재조정하고 농축산 생산비 경감을 위해 에너지 바우처 지급 등을 추가로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추경안 편성 과정에서 대폭 삭감된 농업예산도 쟁점이 될 조짐이다. 정부가 밝힌 추경 재원은 ▲올해 초과세수(53조3000억원) 가운데 44조3000억원 ▲세계잉여금 등 가용재원 8조1000억원 ▲지출 구조조정 7조원 등이다. 이 가운데 구조조정 예산에는 농식품부 소관 58개 사업과 관련한 4253억원이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반면 증액된 예산은 ▲비료가격 인상분 지원(600억원) ▲사료구매자금 등 이차보전(65억원) ▲밀가루 가격안정지원(546억원) ▲농축산물 소비쿠폰(390억원) ▲외식업체 국산원료 매입 융자(520억원) 등 2121억원에 그쳤다. 추경안이 그대로 국회를 통과할 경우 올 농업예산은 2132억원 순감한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는 16일 전체회의를 열어 소관 추경안을 상정하고 심사에 들어갈 계획이다. 농해수위 민주당 간사인 위성곤 의원(제주 서귀포)은 “정부가 2008년 무기질비료 인상차액의 30%를 지원한 바 있는데 지금은 식량안보가 위협받는 상황이므로 국고 지원 비율을 상향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홍경진 기자 hongkj@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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