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량위기 외우내환…尹정부 챙겨야 할 국내·외 과제는?
입력 : 2022-05-16 00:00
수정 : 2022-05-17 05:46

[윤석열정부 농정과제는] ② 식량안보 강화

선택직불 활용 밀·콩 재배 유도…해외 생산물량 판로 확보

2020년 곡물자급률 역대 최저 주요식량작물 재배 지원 늘려야

선제적 비축 확대·소비처 마련을

해외농업개발사업 실효성 제고, 안정적인 판매처 제공 등 급선무

식품·사료업계 세제혜택도 시급

 

새 정부에서 식량안보가 중요한 현안으로 떠올랐다. 코로나19 장기화로 글로벌 공급망 위기가 오래 지속된 상황에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까지 발발하면서 식량안보에 대한 위기감이 날로 커지고 있어서다. 전체 곡물 수요량의 약 80%를 수입에 의존하는 우리나라는 곡물가격 상승의 여파를 그대로 떠안고 있다.



◆밀·콩 생산과 소비 기반 넓혀야=윤석열정부는 국정과제를 통해 밀·콩 자급률을 2027년까지 각각 7.0%, 37.9%로 끌어올리고, 안정적인 해외 공급망 확보에 나서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정황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도 취임 첫날인 11일 여러 과제 중에서도 식량주권 확보를 특히 강조하면서 “현재 식량자급률은 50%대를 밑돌고 사료용 곡물을 포함하면 20%대로 떨어진다”며 “국내 여건상 현실적인 어려움은 있겠지만 최선을 다해서 식량자급률을 높이겠다”고 밝혔다.

정부가 식량자급률 향상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표명해달라는 농업계 요구는 어느 정도 반영된 셈이다.

하지만 이전 정부에서도 식량안보 강화에 마냥 손을 놓았던 것은 아니었다. 그런데도 정부는 5년마다 세우는 식량자급률 목표치를 지금까지 한번도 달성하지 못했다. 2020년 곡물자급률은 20.2%로 역대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고, 밀·콩 자급률은 2020년 각각 0.8%, 30.4%에 머물렀다.

이제는 식량자급률을 높이는 실효성 있는 정책이 나와야 할 때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우선 국내 생산기반 확보를 위해 농가들이 자급률이 낮은 식량곡물인 밀·콩을 재배하도록 하는 유인책이 절실하다는 지적이 많다. 밀·콩 자급률을 높여야 한다는 사회적 합의에 따라 그동안 정부가 매년 밀·콩을 수매하고 비축물량도 단계적으로 늘려왔지만, 이것만으로 밀·콩 재배를 유도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에 공익직불제 가운데 선택직불제를 활용해 주요 식량작물 재배 농가에 대한 지원을 늘려야 한다는 주문이 나온다. 현재 밀·콩 재배에 따른 직접 지원은 논활용(논이모작)직불제밖에 없다. 논활용직불제는 논에 밀이나 콩·사료작물 등을 재배하면 1㏊당 50만원을 지급한다.

그런데 현장에선 논활용직불제 예산이 연간 462억원에 불과해 농가들의 작물 전환을 유도하기에는 부족하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정부가 2018∼2020년 쌀값 지지, 콩 자급률 확대를 위해 시행한 쌀 생산조정제에서 참여 농가들에게 1㏊당 최대 325만원(콩)을 지급했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김종인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정부가 논벼에서 다른 작물로 전환한 농가들에게 직불금을 주고 있지만 여러 작물에 대해 동일한 단가를 지급하고 있을 뿐 밀·콩 재배에 대해 특별한 인센티브를 주는 것은 아니다”라며 “주요 식량작물 재배에 대한 별도의 직불제가 식량자급률을 높이는 방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주요 식량작물의 비축물량도 획기적으로 늘려야 한다는 요구도 있다. 정부는 콩의 경우 매년 6만여t을 비축하고, 밀은 올해 1만4000t으로 비축물량을 늘렸지만 역부족이라는 것이다. 한두봉 고려대학교 식품자원경제학과 교수는 “위험 관리 차원에서 선제적으로 주요 곡물의 비축물량 규모를 늘릴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안정적인 소비처 확보도 관건이다. 정 장관은 건식 쌀가루 산업화를 통해 밀가루 수요를 일정 부분 대체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하지만 이와 별개로 국산 밀·콩의 자체적인 대형 소비처를 안정적으로 확보해야만 국내 생산기반이 자리 잡을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국산 밀·콩의 가격경쟁력이 수입 밀·콩과 견줘 크게 떨어지는 만큼 학교급식·군급식 등 공공급식에서 국산 밀·콩을 사용하도록 국가가 예산을 지원하는 방안이 해결책으로 꼽힌다.


◆해외곡물 안정적인 도입 노력도=해외농업개발사업이 가진 한계를 극복할 방법을 찾고 정부가 중장기적 시각에서 이를 지원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2007∼2008년 글로벌 식량위기로 식량안보의 중요성이 화두로 떠오르자 당시 정부는 ‘해외농업개발 10개년 계획’을 수립하고 관련 정책을 추진했다. 민간기업이 정부의 융자지원을 받아 해외에서 자급률이 낮은 곡물을 직접 생산하고 유통하는 사업이다. 하지만 당초 기대보다 위기 상황에서 실효성이 떨어지고 뚜렷한 성공사례가 나타나지 않자 회의적인 시각이 점차 많아지고 있다.

그렇지만 해외농업개발사업은 식량주권 확보의 중요한 수단으로 정부가 실적 부진에 대한 타개책을 찾아야 한다는 의견도 여전히 많다. 실제로 해외농업개발사업을 통한 곡물 국내반입량이 2021년 63만3900t으로, 전년 10만9000t에 비해 크게 늘기도 했다. 김 연구위원은 “해외농업개발사업은 우리가 식량안보를 위해 전적으로 의지하기에는 한계가 있지만 보조적인 수단으로서 가치가 있다”며 “사업에 참여한 기업들이 생산·유통하는 일정 물량에 대해 정부가 안정적인 판로를 제공하는 등 기업의 경영 안정을 도울 수 있는 방법을 꾀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단기적으로는 높은 국제 곡물가격으로 자금 융통에 부담이 큰 식품·사료업계에 대한 세제혜택과 융자지원을 확대해달라는 요구도 나온다. 홍성수 한국사료협회 부장은 “사료업체들이 대량의 사료곡물을 들여올 때는 은행의 보증이 필요한데, 사료가격이 워낙 비싸다보니 보증 한도의 확대가 절실한 상황”이라며 “사료업체에 대한 면세농산물 의제매입세액 공제 한도와 공제비율을 높여주는 방안도 업체들에게는 확실한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오은정 기자 onjung@nongmin.com
 

댓글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