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농업정책, 국방정책 수준 격상하자
입력 : 2022-04-08 00:00
수정 : 2022-04-07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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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예산, 국방예산의 30% 불과

자주국방만큼 ‘식량주권’도 중요

 

위기의 시대라고 한다. 기후위기 시대가 맞다면, 그리고 식량위기가 현실화하고 있다면 그에 걸맞은 ‘발상의 대전환’이 필요하다. 그런데 여전히 낡은 사고가 지배하고 있다.

발상의 대전환을 하려면 근본적인 질문을 던져야 한다. 그 질문은 이런 것이다. 2022년 본예산 기준으로 국방예산은 54조6112억원이다. 그런데 농업·농촌예산은 16조8767억원이다. 국방예산의 3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한다. 과연 이것이 옳은가?

정책의 우선순위를 보여주는 것이 예산이다. 농업·농촌 중요성이 정말 국방의 3분의 1도 안되는가? 농업은 전 국민의 생존 기반이다. 분명한 사실은 먹지 않고 살 수 있는 사람은 없다는 것이다. 무기가 있어도, 먹지 못하는 군대는 싸울 수 없다. 그렇다면 국방예산 수준으로 농업·농촌예산을 확대해야 하지 않을까?

농업·농촌예산이 적은 이유로 예산의 효과성을 거론하지는 말자. 국방예산을 효율성 있게 사용해왔나? 그렇지 않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 결국 어느 것을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느냐의 문제다.

조금 더 깊이 들어가보자. ‘자주국방’을 강조하는데, 식량주권도 그만큼 강조해야 하지 않을까? 병사들에게 최저임금 이상을 보장하자는 논의만큼 농사짓는 농민들에게 최소한의 소득을 보장하는 것도 시급하지 않을까?

또 다른 질문이다. 청와대 조직도를 보면 국방분야를 핵심으로 하는 국가안보실은 대통령비서실과 같은 위상이다. 반면 농업분야를 맡고 있는 농해수비서관은 경제수석 밑에 있고 경제수석은 다시 정책실장 밑에 있다. 이런 조직도를 통해 표현되는 바는 ‘농업정책은 경제정책에 종속돼 있다’는 것이다. 국방정책은 그렇지 않다.

그러나 과연 이런 조직도가 맞는 것일까? 말로는 식량안보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조직체계는 왜 이럴까? 정말 국민 생존과 안전을 생각한다면 최소한 ‘농업·먹거리 수석’을 둬서 농업정책을 경제정책과 대등하게 다뤄야 하지 않을까? 그래야만 경제관료들이 농업예산과 농업정책에 과도하게 개입하는 것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질문들이 필요한 이유는 위기가 다가오는데도 그에 대한 진지한 인식을 찾아보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이상기후로 전세계 곡물시장이 들썩이고 있지만 정치권에서 그에 대한 위기의식을 느끼기는 어렵다.

이번 대통령선거 과정을 보면서 답답했던 것은 말로는 ‘기후위기’ ‘식량안보’를 강조하면서도 근본적이고 깊이 있는 인식의 전환을 볼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구성을 봐도 마찬가지이다. 농업·농촌 현장을 아는 사람이 인수위에서 잘 보이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진행되는 구체적인 정책 논의는 실효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결국 우선순위에서 밀리기 쉽다. 그러면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지금 상황이라면 당선인이 약속했던 농업예산 증액조차 과연 실현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설령 그 약속이 지켜진다고 한들 그 정도 수준의 예산 증액으로 21%까지 떨어진 곡물자급률을 끌어올릴 수 있을까? 농사지을 땅이 확보되고, 농민들이 농사지을 맛이 나고, 사람들이 농촌으로 유입되고, 새로운 농민들이 등장할 수 있을까?

여기에 대해 회의적인 것이 솔직한 심정이다. 그런 점에서 농업정책을 국방정책 수준의 위상으로 끌어올리자는 논의를 제안한다. 위기의 시대에는 ‘발상의 대전환’을 통해 새로운 기준을 세우는 것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기준을 바탕으로 예산도, 정부조직도 다시 논의해야 한다.

하승수 (공익법률센터 농본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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