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식량의 날’ 인터뷰] “매년 300만명분 식량 원조…한국은 ‘빛나는 사례’”
‘10월16일 세계 식량의 날’ 인터뷰 윤선희 유엔세계식량계획(WFP) 한국사무소장
2018년부터 쌀 5만t씩 인도
품질 우수…다양한 메뉴 활용 “생명 살리는 장치” 극찬 나와
세계 기아종식 함께 해냈으면
10월16일은 유엔(UN·국제연합)이 정한 ‘세계 식량의 날’이다. 1년 전 이맘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세계는 식량위기 공포감으로 가득했다. 때마침 유엔세계식량계획(WFP)이 노벨위원회로부터 제120회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호명돼 식량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환기시켰다. WFP 한국사무소를 7월부터 이끌고 있는 윤선희 소장(46)을 14일 만나 대한민국 식량 원조의 의미와 기아 종식의 필요성을 들었다.
– WFP 한국사무소장으로 부임한 지 석달이 다 돼간다.
▶올 7월22일 첫 근무를 시작했다. 한국에서 태어났지만 부모님을 따라 여섯살 때 말라위로 이주해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학부·대학원까지 마쳤다. 졸업 후 맥킨지앤드컴퍼니 한국지사에서 3년 정도 일한 후 2002년 외교부 국제기구초급전문가(JPO)로 선발되면서 2003년 WFP에 합류했다. 전임 임형준 소장이 JPO 1년 선배다. WFP 본부가 있는 이탈리아 로마에서도 근무해봤지만 최근 6년 반을 수단·남수단 등 최일선 현장에서 보냈다. 오랜 외국생활 속에서도 내 정체성은 언제나 한국에 있었다. 솔직히 영어가 편하지만 어릴 적 집에선 한국말만 써야 해 한국말도 웬만큼 한다. 남편이 영국인이지만 내 국적은 여전히 대한민국이다. 내후년이면 WFP에 들어온 지 20년이 되는 시점에 한국사무소를 맡게 돼 영광이다.
– 벼 수확이 한창이다. 한국 농민이 땀 흘려 생산한 올해산 쌀 일부도 언젠가 전세계 식량위기국에 나가게 된다.
▶2018년부터 대한민국은 매년 5만t의 쌀을 WFP를 통해 식량위기에 처한 아프리카·중동 4개국에 지원했다. 올해는 장기간 내전을 겪는 시리아를 비롯해 아시아 최초로 라오스에도 보낸다. 한국 농민들이 이들 6개국 300만명을 먹여 살리는 것이다. 한국 이야기는 WFP 본부에서도 ‘빛나는 사례(Shining Example)’다. 2004년 한국인으론 처음으로 WFP 본부에 있었는데 로마에서조차 ‘대한민국(ROK)’과 ‘북한(DPRK)’을 구분하지 못했다. 1964년부터 20년간 WFP로부터 식량 원조를 받았던 한국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이 된 것은 물론, 올해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으로 공식 격상됐다. 아프리카에서 40년 가까이 살다보니 가난의 대물림을 끊어내는 게 얼마나 힘든지 잘 안다. 한국의 경험과 성과는 정말 중요하다.
– 한국 쌀 수혜국의 반응은 어떤가.
▶가장 크게 호평하는 게 품질과 정확성이다. 재배·저장 기술이 좋아선지 쌀 자체가 너무나 좋고 또 한치의 어김 없이 정확히 인도된다. 대규모 난민 캠프가 있는 케냐사무소장에게서 마침 오늘 오전 이메일을 받았다. 한국 쌀은 ‘라이프 세이버(Life Saver·생명을 살리는 장치)’라는 것이다. 코로나19로 캠프 지원금이 절반으로 줄어든 상황에서 한국 쌀의 의미가 더욱더 각별해졌다는 극찬이었다. 또 찰기가 있다보니 어린이용 죽 같은 다양한 메뉴로 활용할 수도 있다. 나쁜 점이 단 하나도 없다.
– 식량 원조와 관련해 희망사항이 있다면.
▶쌀 지원은 한국 정부의 대표 인도적 지원사업이다. WFP의 긴급 구호에 매우 크게 기여한다. 한국은 최근 공적개발원조(ODA)도 한다. 한국 쌀로 생명을 구하고(Saving Life) 한국 농업기술로 미래도 바꾸는 것이다(Changing Life). WFP와 대한민국이 세계 기아종식(Zero Hunger·제로 헝거)을 함께 달성하길 희망한다.
– 북한 식량상황을 묻지 않을 수 없다.
▶올 3월 평양에 있는 국제기구 중 마지막으로 WFP 북한사무소장이 나왔다. 현지 직원이 일부 있지만 이동 제한이 심해 농업현장을 둘러보기 힘든 상황이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는 6월 올해 북한 식량부족분을 86만t으로 전망했다. WFP 자체 프로그램으로 모니터링한 결과 수혜자 가운데 충분히 식량 섭취를 하는 비율이 떨어지고 식단의 다양성이 줄어든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하지만 WFP 북한사무소는 문을 닫지 않았고 코로나19 방역조치가 완화되는 대로 사업을 재개할 것이다.
김소영 기자, 사진=이희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