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 대세 라이브 커머스…농협은 지금 ‘방송 중’
입력 : 2021-08-30 00:00
수정 : 2021-08-30 23:21

코로나로 비대면 소비 활성화

방송 전용 스튜디오 만드는 등 전국 각지 농협 속속 뛰어들어

채팅 통한 질문에 자세한 답변 “좋은 농축산물 고맙다” 호응

일부 타방송 과대광고 등 물의

 

농축산물 실물을 눈으로 보고 고르는 시대는 지났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비대면 소비가 활성화하면서 농축산물 소비 무대도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이동했다. 다양한 온라인 쇼핑채널 가운데서도 가장 두드러지는 성장세를 보인 것은 단연 ‘라이브 커머스(실시간 상거래)’다. 각 지방자치단체와 농협지역본부·지역농협·농민들은 이 신유통채널을 활용해 소비자와 실시간 소통하며 새로운 판로를 개척하고 있다. 농축산물 유통시장에 그야말로 지각변동이 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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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덕문 NH농협은행 충북영업본부장(왼쪽부터), 최한교 충주농협 조합장, 안진우 영동농협〃, 염기동 충북농협지역본부장, 가수 설하윤, 김성태 제천 백운농협 조합장(농협중앙회 이사), 이규보 충북인삼농협 조합장, 권오춘 수안보농협〃, 김영준 전국금융산업노조 NH농협지부 충북지역본부 위원장 등이 라이브 커머스(실시간 상거래)에 앞서 특설무대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산지에서도 라이브 커머스가 대세=24일 오후 3시 농협하나로유통 경기 수원유통센터에 작은 방송국이 문을 열었다. 경기농협지역본부(본부장 정용왕)가 라이브 커머스를 통해 지역 특산물 판매행사를 진행한 것. 온라인 방송창을 통해 보이는 매대 위에는 이천산 복숭아, 여주산 고구마 등 지역 농산물이 가지런히 놓여 신선함을 뽐내고 있었다.

진행자가 인사멘트를 하자 온라인 방송창에는 수백명의 소비자가 순식간에 접속했다. 이들은 마치 매대 앞에서 물건을 고르는 것처럼 “호박고구마냐? 밤고구마냐?” 같은 상품에 대한 질문부터 “좋은 농산물을 판매해줘 고맙다”는 인사까지 여러 이야기를 채팅창에 쏟아냈다. 진행자와 소비자가 대화하며 약 한시간 동안 진행된 방송은 1만914명의 눈길을 사로잡으며 702건의 구매건수를 달성했다. 첫 라이브 커머스 행사를 성공적으로 끝낸 경기농협은 9월에도 쌀·배 등 농산물을 같은 방식으로 판매할 계획이다. 정용왕 본부장은 “변화하는 유통환경에 맞춰 다양한 농산물 마케팅을 전개하겠다”고 밝혔다.

충북농협지역본부(본부장 염기동)는 올 6월 음성·맹동 농협과 함께 진행한 수박 판매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모두 8회에 걸쳐 라이브 커머스를 실시했다. 이밖에 충주시농협조합공동사업법인과 제천하늘뜨레조합공동사업법인 또한 라이브 커머스로 지역 농축산물 판로 개척에 힘을 보태고 있다.

경북농협지역본부(본부장 김춘안)는 올 3월 비대면 마케팅을 통한 농산물 유통채널을 확립하고자 라이브 커머스에 직접 뛰어들었다. 성주 참외를 시작으로 울릉 산나물, 경주 체리, 김천 자두 등 라이브 커머스를 통한 지역 농특산물의 홍보·판매를 진행하고 있다.

제주농협조합공동사업법인(대표 고성만)의 경우 6월 제주시 삼도일동에 라이브 커머스 방송 전용 스튜디오인 ‘제주농협 온라인 지역센터’를 개관, 화요일(오전 11시)과 목요일(오후 4시) 매주 2회 방송을 송출하고 있다.

충남도에선 서부여농협(조합장 오영환)이 부여군의 지원을 받아 5월12일 농협몰에서 수박 라이브 커머스를 진행해 1000통을 판매했다. 보령축협(조합장 윤세중)은 5월25일과 29일 두차례에 걸쳐 네이버쇼핑 라이브를 통해 한우고기 1000세트를 팔았다. 충남세종농협은 아산 선도농협(조합장 박종호)과 함께 9월2일 네이버쇼핑 라이브에서 선도농협이 생산하는 <선장김치>에 대해 라이브 커머스를 진행한다. 이외에도 전남도는 지난해부터 네이버쇼핑 라이브 남도장터를 통해 도내에서 생산한 농특산물을 라이브 커머스로 판매하고 있다. 지난해엔 모두 34회 진행했으며, 올해는 100회 방송을 목표로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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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영환 경기 이천 장호원농협 조합장(오른쪽)이 경기농협지역본부가 진행한 라이브 커머스(실시간 상거래)에 출연해 ‘햇사레 복숭아’를 홍보하고 있다.

◆실시간 소통으로 고객만족…과대·허위 광고는 지양해야=라이브 커머스의 가장 큰 매력은 다른 온라인 쇼핑채널과 달리 판매자·소비자의 실시간 의사소통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소비자가 채팅창에서 실시간으로 질문하고, 이를 읽은 판매자는 즉각 답변한다. 이런 덕에 소비자의 만족도가 높다. 소비자 김민지씨(35·경기 부천)는 “방송을 보다가 언제 수확한 것인지 물으면 즉각 답변을 주기 때문에 궁금증이 해결된다”며 “과육을 보여달라는 요청도 바로 들어줘 구매 여부를 결정할 때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농산물 생산지의 현장감을 소비자에게 생생하게 전달할 수 있다는 점도 강점이다. 가령 과수원에서 직접 복숭아를 수확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그 자리에서 시식을 한다거나, 지역축제에서 특산물을 판매하며 축제 분위기까지 전달하는 등 오프라인 판매장에선 느낄 수 없는 생동감을 전하는 것이다. 이는 소비자의 구매욕구를 자극하기 때문에 판매 활성화에도 큰 역할을 한다.

이처럼 라이브 커머스가 소비자와 판매자 모두 만족시키며 농산물 유통시장에서 급부상하고 있지만 그만큼 부작용도 뒤따른다. 우선 과대·허위 광고가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신유통채널이다 보니 구체적인 법적 기준이 마련돼 있지 않아 불법행위를 규제하는 데 한계가 있다.

실제로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최근 117개 라이브 커머스 방송에서 부당광고 21건을 적발하고 ‘식품 등의 표시·광고에 관한 법률’에 따라 게시물 삭제와 행정처분 등의 조치를 취했다. 위반내용은 도라지배즙이 면역력에 효과적이라거나 과채류·해조류로 만든 효소식품이 다이어트에 도움이 된다는 식의 검증되지 않은 정보들이다.

제주에서 농산물 라이브 커머스 방송을 진행하는 쇼호스트 류준영씨(33)는 “업계 관계자들이 상품에 대한 진정성을 잃어서는 안된다”면서 “비대면 문화 확산으로 라이브 커머스 시장이 성장하고, 많은 판매자가 경쟁에 뛰어들다 보니 일회성 할인행사와 자극적인 방송 연출이 많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수원=최문희, 청주=유재경, 제주=심재웅, 안동=김동욱, 홍성=서륜, 무안=이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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