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위성, 전자광학카메라로 재배면적 정밀 조사…수급 예측 ‘손바닥 안’
[한걸음 더] 농업위성 2025년 발사 예정…기대감 고조
농업위성에 대한 농업계의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농업위성은 농작물 작황 파악 등을 목적으로 쏘아 올리는 대한민국 최초의 위성으로, 정부가 2025년 발사를 목표로 하고 있다. 농업위성이 발사돼 정상 작동하면 농작물의 재배면적, 병해충 발생 상황 등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게 된다. 농산물 수급 조절에도 활용할 수 있어 농업 생산·유통 혁신의 촉매제 역할을 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농업위성이 어떻게 준비되고 있는지, 어떤 방식으로 운영될 것인지 등을 자세히 짚어본다.
정부, 차세대중형위성 개발
1·2단계 걸쳐 5기 완성 목표
우주과학 연구·재해 대응 등 공공분야 수요 대응 목적
농업용 포함…공익성 인정
고화질 촬영 … 성능 우수
한번에 가로폭 120㎞ 담아 공간해상도도 높아 ‘선명’
재방문주기 1일로 짧아 농작물 작황 분석에 적합
병해충·수급관리 활용 기대
시·군 단위 면적 산정 가능 병해충 확산세 등 관측 수월
농산물 생산 조절 쉬워질 듯 과학적 맞춤정보 수집 전망
◆정부, 차세대중형위성 개발에 박차…농업위성 포함돼=정부는 2015년부터 차세대중형위성 개발에 착수해 1·2단계에 걸쳐 5기의 중형위성을 개발·발사한다는 계획이다. 공공분야의 위성 수요에 대응하고 국내 위성산업 저변 확대를 위한 조치다.
1단계에 개발되는 1∼2호기는 정밀지상관측과 재난·재해에 대응할 수 있는 정보 수집을 맡은 ‘국토위성’이다. 국내 독자기술로 개발한 ‘차세대중형위성 1호’는 이미 개발이 완료돼 지난 3월 카자흐스탄에서 발사, 운영에 돌입한 상태다.
2단계에서는 모두 3기의 중형위성이 개발된다. 이 중 3호기는 우주과학 연구를 맡는 ‘우주과학위성’, 5호기는 수자원 관리를 맡는 ‘수자원위성’이다.
농업계의 주목을 받는 건 4호기인 ‘농업위성’이다. 2025년에 발사 예정인데, 발사에 성공하면 우리나라 최초의 농업위성이 된다.
◆해외 위성으로 국내 농업 이용 한계…농업위성 개발 계기=우리나라는 그동안 다른 나라의 위성이 촬영한 한반도 영상을 제공받아 사용했다. 그러나 미국과 유럽 등의 위성은 촬영주기를 뜻하는 재방문주기가 2∼16일로 길어 시의성이 떨어졌다. 여기에 해외에서 촬영한 것인 만큼 위성이 촬영한 영상을 받아 보는 데 3∼5일이 추가로 소요됐다.
영상의 화질과 직결되는 공간해상도도 6.5∼30m 로 화질도 좋지 않았다. 위성영상은 작은 점 단위의 사진이 모여 전체를 그리는데, ‘공간해상도 30m’는 실제 토지면적 30m×30m가 점 하나의 크기라는 뜻이다.
이 때문에 해외 위성을 국내 농업에 활용하기엔 한계가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한반도만을 고정적으로 촬영하는 농업위성 개발에 착수한 이유다.
국내에서도 위성 개발을 원하는 산업분야가 많아 경쟁이 치열했다. 그럼에도 다른 산업과 비교해 높은 공익성을 인정받아 농업분야 촬영을 전담하는 농업위성을 쏘아 올릴 수 있게 됐다. 농촌진흥청과 산림청이 농업위성 개발과 관련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협업하고 있다.
◆고화질 전자광학카메라 탑재…촬영주기도 짧아=농업위성에는 고화질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전자광학카메라가 탑재돼 있다.
전자광학카메라의 관측폭은 120㎞다. 관측폭은 한번 촬영할 때 담을 수 있는 가로폭을 의미한다. 관측폭이 너무 좁으면 한반도 전체를 촬영하는 데 긴 시간이 소요돼 시시각각 변하는 작물의 생육상태를 파악하기 쉽지 않다. 한반도의 가로 길이가 540㎞라는 점을 감안할 때 5번의 촬영만으로 한반도 전체를 담아낼 수 있는 셈이다. 공간해상도도 5m로 기존에 해외 위성에서 제공받던 영상보다 훨씬 더 선명하고 정확하다.
재방문주기는 1일로 짧은 편이다. 재방문주기가 짧아야 매일매일 생육이 달라지는 농작물의 작황 분석에 용이하다. 산불 등 재해에도 즉각 대응이 가능해진다.
나상일 농진청 국립농업과학원 기후변화평가과 연구사는 “농업부문에는 자주, 넓게 찍는 위성이 필요하다”며 “농업위성은 농업의 특성에 최적화한 사양을 갖출 예정”이라고 말했다.
◆영상 판독을 위한 프로그램 필요…현재 11작목 판독 가능=농업위성은 태양에 반사되는 전자기에너지를 이용해 영상을 찍고, 이 영상은 고도의 판독프로그램이 있어야 농업부문에 활용이 가능하다.
한창 생육기의 초록색 잎은 전자기에너지의 색깔 스펙트럼에서 초록색, 병해충이 발생한 작물은 붉은색과 갈색을 반사한다.
초록색을 반사하면 작물의 생육상태를 ‘건강’으로, 붉은색·갈색을 반사하면 ‘병해충에 걸린 상태’로 인지하게끔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이다.
영상을 해석하는 프로그램은 작물별 특성을 고려해 제각각 만들어야 한다. 벼의 병해충 발생 여부를 알려면 해당 시기의 ‘건강한 벼의 색’ 데이터를 기본적으로 축적한 후에 ‘도열병·벼멸구가 발생했을 때 벼의 색’과 같은 정보가 추가돼야 한다.
각 작물마다 식생 분포와 발생 병해충이 달라 영상 판독기술 정립에 오랜 시간이 소요되는데, 우리나라는 해외에서 받은 영상을 토대로 판독 능력을 축적해왔다. 현재 벼·배추·마늘·양파·밀·보리 등 11개 작목에 대한 위성정보 판독이 가능하다.
◆병해충 발생 현황 파악, 수급 조절에도 활용=농업위성의 영상을 분석하면 농작물 병해충의 발생 현황과 확산 속도까지 알 수 있어 신속한 방제가 가능해진다. 태풍·장마 등 자연재해가 발생했을 때 농작물 피해면적도 정확한 단위로 파악할 수 있다.
기존에는 육안으로 파악하거나 표본조사를 통해 유추했던 시·군 단위 농작물 재배면적을 전수 조사할 수도 있다.
예컨대, 마늘과 양파의 경우 12월∼다음해 1월에 찍은 비닐멀칭 영상과 3∼4월에 찍은 재배지 영상으로 재배면적을 산정할 수 있게 된다.
정확한 재배면적과 그해의 병해충 발생 현황을 파악하면 농산물 수급 조절도 어렵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주기적으로 반복되는 배추·대파 등 노지채소류 가격의 급등락을 막는 데 도움이 될 것이란 기대감이 크다. 국가 농업정책과 지역 단위 현장 의사결정을 위한 과학적 맞춤형정보 생산도 가능할 전망이다.
◆농진청, 전담기구 설립해 활용도 높인다=농진청은 ‘농업위성정보활용센터(이하 센터)’를 2023년까지 설립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올해부터 2023년까지 220억원의 예산을 투입하기로 했다. 올초 2명의 전담 직원을 배치한 데 이어 올해 안에 센터 설립을 위한 상설조직도 만든다는 복안이다.
센터는 농업위성 영상을 수집·분석한 뒤, 농업부문에 활용토록 정보를 제공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 또 수집된 위성영상을 활용해 북한을 포함한 한반도 전체의 작황 변동 예측기술을 개발할 예정이다. 기후변화 대응에도 위성영상을 활용하고, 종합적인 영농 솔루션 개발·제공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김서진 (산업부 기자)
※차세대중형위성
정부가 1·2단계에 걸쳐 야심 차게 추진하는 위성 개발사업이다. 1단계는 500㎏급 표준형 위성 플랫폼을 확보하고 정밀지상관측용 중형위성 2기를 독자 개발하는 게 목표다. 2단계는 1단계 사업으로 확보된 500㎏급 표준 플랫폼 기술을 활용해 농업위성 등 중형위성 3기를 국산화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