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57.7㎏ 역대 최저
집밥 늘었지만 외식 급감
지난해 국민 1인당 쌀 소비량이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집밥 수요가 커지면서 쌀 소비량 감소 추세도 둔화하지 않겠느냐는 예상이 있었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결과는 달랐다. 오히려 코로나19 사태의 여파로 가구뿐 아니라 사업체 부문 쌀 소비량마저 큰 폭으로 감소했다.
통계청이 1월28일 발표한 ‘2020년 양곡소비량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가구 부문의 1인당 쌀 소비량은 57.7㎏으로 2019년(59.2㎏)보다 2.5% 감소했다. 역대 최저치이며, 1990년 소비량(119.6㎏)의 절반 수준이다. 가구 부문 쌀 소비량은 쌀로 직접 밥을 지어 먹는 것과 외식은 포함하고, 가정간편식(HMR)·배달음식 등을 통한 쌀 소비는 포함하지 않는다.
국민들의 식습관이 서구화되면서 가구 부문 쌀 소비량은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 다만 지난해엔 코로나19로 집밥 수요가 늘어나면서 쌀 소비량이 2019년 수준에서 유지되거나 줄더라도 크게 줄지 않을 것이라는 낙관론이 나왔다. 하지만 예상은 빗나갔다. 집밥 수요가 늘긴 했지만 ‘사회적 거리 두기’에 따라 외식 소비가 크게 줄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김종인 한국농촌경제연구원 곡물관측팀장은 “외식 소비 일부가 가정 소비로 전환됐을 뿐 국민들이 쌀 소비량 절대치를 늘린 것은 아니다”면서 “식습관 변화에 따른 쌀 소비 감소 추세는 진행형”이라고 설명했다.
가구 부문뿐 아니라 사업체 부문 소비량도 12.6%나 감소했다. 코로나19 여파로 해석된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행사·축제·경조사가 취소 또는 축소되면서 떡과 탁주 제조가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떡류와 탁주·약주 제조업의 쌀 소비량은 2019년보다 각각 9.8%, 12.4% 줄었다. 또 학교급식 축소로 도시락 및 식사용 조리식품 제조업에서도 쌀 소비량이 1.4% 줄었다. 다만 즉석밥 등 기타 식사용 가공처리 조리식품 제조업에선 4.6% 늘었다.
양석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