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훈의 경제이야기 (81)코로나19 경제학
입력 : 2020-07-29 00:00
수정 : 2020-07-28 13:19

코로나의 ‘부정적 외부효과’로

개인 감염에 따른 사회적 비용 사적 비용의 3.5배 달해

경제학적인 관점에서도 마스크 착용 등 통제 필요
 


미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가장 많은 지역 중 하나가 플로리다다. 이곳 드산티스 주지사는 방역보다는 경제활동 재개를 강조함으로써 사태를 키웠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그는 체육관을 폐쇄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는데 그 이유가 재미있다. 운동을 하면 건강해지고 코로나19로 인해 치명적인 상태에 빠질 위험도 줄어든다는 것이다. 그의 이 말 역시 거센 비판을 불렀다. 어떤 점 때문일까? 우선 건강한 사람도 얼마든지 코로나19에 감염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할 수 있다. 또한 체육관에는 젊고 건강한 사람만 있는 게 아니다.

그러나 이보다 훨씬 근본적인 이유가 있다. 체육관 문을 닫자고 하는 진짜 이유는 운동하는 사람 본인이 아니라 그들로 인해 감염될 수 있는 다른 사람들을 보호하기 위해서다. 그들이 체육관에서 코로나19에 감염된 후 건강의 힘으로 이겨냈다 할지라도 그들은 가족과 친구·직장동료 등 다른 사람들을 얼마든지 감염시킬 수 있다. 이런 경우를 무엇이라고 하는가? 딩동, 그렇다. ‘부정적 외부효과’다. 누군가의 행위가 제삼자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만 그럼에도 보상이 이뤄지지 않는 경우를 말한다.

사람들은 체육관에 갈지 말지를 결정할 때 개인의 관점에서 득(得)과 실(失)을 저울질한다. 운동을 해서 건강해지는 것이 득이고, 돈과 시간이 든다는 점이 실이다. 물론 사람들은 체육관에 감으로써 자신이 전염병에 걸릴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점 역시 실로 간주할 것이다.

그렇다면 자율에 맡기면 된다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 개인의 판단에 맡길 경우 사람들은 한가지 중요한 것을 고려하지 않는다. 즉 자신이 전염병의 전파자가 돼 다른 사람들을 감염시킬 수 있다는 점은 고려하지 않는다(테레사 수녀처럼 이타심으로 가득 찬 사람이라면 다를 수 있다. 그러나 경제학에서 상정하는 일반적인 개인은 그렇지 않다).

내가 체육관에 가는 행위가 제삼자에게 부정적인 영향(즉 나로 인한 감염)을 미치지만, 그에 대한 보상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점에서 부정적 외부효과의 전형적인 사례에 해당한다. 이런 경우 사람들은 사회적으로 바람직한 수준보다 더 많이 체육관에 가게 돼 사회구성원들의 행복 총량을 떨어뜨린다.

안톤 코리넥 미국 버지니아대학교 교수의 최근 연구에 따르면 미국에서 누군가 코로나19에 감염된 경우 개인 관점에서 비용(사적 비용)은 1인당 8만달러로 추정됐다. 사람들이 죽음을 피하기 위해 에어백 등의 장치에 얼마를 지불하느냐를 통해 목숨의 가치를 추정하고, 코로나19에 감염될 경우의 치명률을 함께 감안해 추정했다. 그런데 내 감염이 제삼자를 감염시키는 경우까지 감안하면 비용이 달라진다. 이를 사회적 비용이라 하는데, 코리넥 교수의 추정에 따르면 28만6000달러에 달해 사적 비용 8만달러의 3.5배에 이른다. 이같은 사적 비용과 사회적 비용 사이의 큰 격차는 왜 전염병 통제를 개인의 판단에만 맡겨둘 수 없는지 잘 보여준다고 논문은 결론지었다.

미국에서 코로나19 확산세가 진정되기는커녕 오히려 가속화되는 이유 중 하나는 코로나19 대책에 대한 논란이 이념 논쟁으로 비화한 데 있다. 많은 나라가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하고 있는데 미국은 아직도 마스크를 써야 하느냐 마느냐를 놓고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개인의 자유를 중시하는 이들이 강제적인 마스크 착용이나 공공장소 폐쇄가 선택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는 이념의 문제이기 이전에 과학(과학으로서의 경제학)의 문제라고 볼 수 있다. 내 마스크는 당신을 보호해주고, 당신의 마스크는 나를 보호해준다. 전염병이 만연할 때 체육관에 가거나 마스크를 쓰지 않는 행위는 오염물질을 몰래 강에 배출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개인 입장에서는 비용이 아닐지 몰라도 사회적으로는 큰 비용이기 때문이다. 어느 경제학원론 교과서를 봐도 등장하는 상식인데 미국 지도자들이 이 점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는 점은 불행이다.

선택의 자유는 중요하고 시장의 자율 조정 기능 역시 중요하다. 하지만 시장을 중시하는 경제학자들도 시장이 만능은 아니고, 시장에만 맡겨서는 안될 때가 있다는 점을 인정한다. 바로 코로나19처럼 외부효과가 존재할 때다.

이지훈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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