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턴가 기상이변(이상기상)이 이상하게 느껴지지 않는 시대가 돼버렸다. 올해만 해도 유난히 따뜻했던 지난겨울로 인해 매미나방이 창궐하면서 전국의 산림을 파괴하고 있으며, 충북 충주와 제천을 중심으로 시작된 과수 화상병이 사과나무와 배나무 등에 막대한 피해를 주고 있다.
일반적으로 기후는 30년을 기준으로 이상 여부를 따진다. 이상기상은 대체로 30년에 한번 발생할 정도의 확률로 일어나는 셈이다. 그런데 2016년과 2019년은 지난 30년 중 제일 더운 것도 아닌, 현대적인 기상관측이 시작된 이래 가장 그리고 두번째로 더운 해였다고 한다. 올해는 그 기록을 다시 쓸 수 있다고 하니 기상이변이 와도 너무 자주 오고 있다.
국립농업과학원에 따르면 다양한 기상 인자를 포함할 때 우리나라는 매년 10회 정도의 기상이변이 발생하며 발생빈도도 해마다 급격히 늘어나는 추세다.
기상이변은 엘니뇨와 라니냐처럼 3~4년마다 비주기적으로 발생하는 해수면의 온도와 해류의 변화에 큰 원인이 있다. 그러나 기상이변의 빈도와 강도가 높아지는 현상은 대기 중 온실가스 증가, 산업화와 도시화에 따른 숲의 파괴로 인한 지구온난화에 근본적인 원인이 있다.
기상이변은 농작물과 임산물의 스트레스와 병해충 취약성을 높여 생산량과 품질을 저하시킨다. 더불어 아열대성 해충과 산불·산사태로 인한 임산물 피해 증가, 가축 전염병 및 폐사 증가, 유제품 생산량 감소 및 수자원 관리에 대한 취약성 증가로 우리 국민의 식량안보가 위협당하고 있다. 또한 이상기상은 야외 노동이 많은 농림업 종사자의 건강과 안전마저 위협하고 있다.
이상기상의 발생을 막거나 피할 수 있는 현실적인 방법은 없다. 그렇다고 이상기상이 반드시 재해로 직결되는 것은 아니다. 기상이변으로 인한 재해의 발생과 그 규모는 이상기상의 빈도와 강도뿐 아니라 이에 대처하는 우리의 취약성에 의해 결정된다. 따라서 기후변화를 야기하는 근본적인 원인에 대한 장기적인 해결도 필요하지만, 기상이변의 모든 요인을 종합한 정확도 높은 장기적인 예보 기술 개발이 필요하다.
또한 다양한 영농현장에 대한 구체적인 위험을 개별 농가의 상황에 맞춰 경보를 내리고, 대처방안을 제안하는 농가 맞춤형 기상위험 조기 경보시스템의 전국적인 확대도 절실하다. 둘 이상의 기상요소가 동시에 작용하는 복합재해에 대한 고려도 필수적이다.
따라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힘을 합쳐 각 지역의 기상이변 대응 현황을 조사하고, 이를 기반으로 지자체의 농산업 구조 특성에 맞도록 지역의 기후 경쟁력을 증진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김현석 (서울대 교수·국가농림기상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