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물자급률 22.5% ‘세계 최하위’…경지면적도 ‘뚝뚝’
입력 : 2020-06-17 00:00
수정 : 2020-06-30 18:46

 

통계로 본 세계 속 ‘한국농업’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식량안보가 국제적 이슈로 떠오른 지금, 우리 국민의 먹거리를 책임지는 농업의 현실은 씁쓸하기만 하다. 곡물자급률은 내내 세계 최하위를 맴돌고, 외국산의 위협으로 농축산물 무역적자는 세계 최상위를 달린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최근 내놓은 ‘통계로 본 세계 속의 한국농업’을 통해 우리 농업의 현실을 톺아본다.



세계 22개국·유럽연합 평균 100.8%에 달해

2017년 국토면적 대비 경지 비중은 고작 16.1%

◆곡물자급률 꼴찌 제자리=농경연은 유엔식량농업기구(FAO) 산하 농산물시장정보시스템(AMIS)의 데이터베이스 자료를 토대로 세계 22개국과 유럽연합(EU)의 최근 3개년(2016~2018년) 평균 곡물자급률을 산출했다. 우리나라의 평균 곡물자급률은 22.5%에 불과했다. 사우디아라비아 다음으로 최하위다. 우리나라의 곡물자급률은 세계 꼴찌 수준임에도 줄곧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2013~2015년 평균 23.8%였던 곡물자급률은 2015~2017년 평균 23%로 떨어졌다.

대부분 국가의 곡물자급률도 조금씩 하락세를 보였지만 식량안보의 벽은 건재했다. 조사 대상 국가의 평균 곡물자급률은 100.8%에 달했다. 특히 우크라이나와 호주의 평균 곡물자급률은 각각 302.8%, 251.7%로 최상위 수준을 자랑했다. 캐나다(177.4%)와 미국(124.7%) 역시 세계 평균을 크게 웃돌았다. 이웃나라 중국은 98.9%를 기록했다. 일본은 26.7%에 그쳤지만 우리나라보다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식량안보에 빨간불이 켜진 가운데 우리나라 경지면적은 야금야금 줄고 있다. 농경연이 FAO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2017년 기준 한국 국토면적 대비 경지면적의 비중은 16.1%다. 2012년 17.3%에서 2014년 16.9%, 2016년 16.4%로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농축산물 무역적자 4위


◆농축산물 무역수지 악화=우리나라는 세계에서 농축산물 무역적자가 네번째로 큰 국가라는 오명을 쓰게 됐다. 농경연이 유엔(UN·국제연합)의 세관통계 자료인 유엔 컴트레이드(UN Comtrade)를 분석한 결과 2018년 기준 한국 농축산물 무역수지 적자규모는 203억4900만달러로 나타났다. 2017년 181억300만달러보다 22억4600만달러 늘었다. 이에 따라 농축산물 무역수지 하위 국가 6위에서 4위로 이름을 올렸다.

농축산물 무역수지 적자규모가 가장 큰 나라는 일본(554억5100만달러)으로 집계됐다. 중국(504억4800만달러)과 영국(348억5900만달러)이 그 뒤를 이었다.

자유무역협정(FTA) 확대로 시장 개방이 가속하면서 우리나라는 농축산물 무역수지 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만큼 한국으로 방대한 양의 외국산 농축산물이 밀려들었다는 뜻이다.

품목별 수입 현황을 살펴보면 과일의 증가세가 두드러진다. 특히 2018년 기준 키위 수입액은 9064만달러로 전년보다 38.8% 늘었다. 오렌지 수입액도 증가 추세다. 2018년 수입액은 전년 대비 13% 증가한 2억5082만달러로, 세계 오렌지 수입액의 4.4% 수준이다. 오렌지 수입액의 93.2%는 미국산이 차지했다. 포도 수입액 역시 1억7189만달러로 2017년보다 14.2% 증가했다.
 

농업보조금 규모도 축소 

2018년 23억700만 달러 전년보다 23.1%나 줄어

◆농업보조금 규모는 퇴보=우리 농업이 설 자리를 잃어가는 가운데 농업보조금 규모는 오히려 축소된 것으로 나타났다. 농경연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데이터베이스 자료를 바탕으로 산출한 결과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우리나라의 농업보조금은 23억700만달러로 전년보다 23.1% 감소했다. 농업총생산액 437억8900만달러 대비 5.3%에 불과하다. 2013~2015년 3%를 전전하던 농업보조금 비중이 2016년 5.4%, 2017년 7.2%까지 상승했다가 다시 주저앉은 것이다. 같은 기간 일본의 농업보조금 지출규모는 0.2% 줄어든 71억5900만달러를 기록했다. 미국과 호주의 농업보조금 지출규모는 전년 대비 각각 35.7%, 26.9% 증가했다.

다른 나라와 견줘봤을 때 우리나라의 농업보조금 비중은 초라한 수준이다. 2018년 기준 OECD 가입국의 평균 농업보조금 비중은 11.9%다. 노르웨이와 스위스는 각각 52.7%, 39.5%에 달한다. 미국과 일본 역시 각각 9.1%, 8.7%로 우리나라보다 농업보조금 비중이 높다.

한두봉 고려대학교 식품자원경제학과 교수는 “세계화로 돈만 있으면 다른 나라에서 먹거리를 사올 수 있다는 생각이 팽배해지면서 농업은 점차 소외됐다”며 “그러나 코로나19 사태로 식량위기가 대두한 만큼 농업의 가치를 재조명하고, 농업예산과 농업보조금 확대를 통해 농업의 지속가능성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혜 기자 hybrid@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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