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편입 지원자수 증가 추세…올 1학기에만 2683명
귀농·귀촌 인구, 양적 성장…전문 교육 수요 크게 늘어
“농업교육 전반에 대한 국가적 지원·관심 필요” 목소리
금융업에 종사하다 은퇴한 김삼기씨(55)는 귀농·귀촌을 결심하고 2015년 한국방송통신대학교 농학과에 진학했다. 서울에서 나고 자라 농업·농촌을 직접 경험해볼 기회가 많지 않았기에 농업 전반을 체계적으로 배우고 싶어서였다. 김씨는 “방송대의 특성상 도시 출신이나 직장인이 많은 편인데, 직접 이야기를 나눠보면 귀농·귀촌 의향을 가지고 농학과에 왔다는 사람들이 상당히 많다”고 말했다.
방송대 농학과의 지원자수가 귀농·귀촌 열기에 힘입어 꾸준히 늘고 있다. 방송대에 따르면 올 1학기 농학과 신·편입생 모집에 2683명이 지원했다. 컴퓨터과학과·환경보건학과·간호학과 등이 속한 자연과학대학에서 가장 많은 인원이 몰린 것이다.
농학과 신·편입생 지원자수는 2014년 2936명에서 2015년 3195명을 기록하며 3000명대로 진입했다. 2965명으로 잠시 주춤했던 2016년을 제외하면 2017년 3360명, 지난해 3618명으로 계속 늘고 있다. 다른 학과와 비교하면 농학과의 강세가 더욱 두드러진다. 환경보건학과 지원자수는 2014년 6000명대에서 지난해 4000명대로, 간호학과 지원자수는 같은 기간 4000명대에서 2000명대로 뚝 떨어졌고, 컴퓨터과학과는 3000명대를 유지하고 있다.
이같은 추세를 반영해 방송대는 올해부터 농학과 모집 정원을 대폭 늘리기로 했다. 방송대 관계자는 “최근 3년간 농학과 편입생 평균 경쟁률이 2.43대 1에 이른다”면서 “농학과의 인기가 높다보니 아깝게 진학 기회를 놓치는 학생들이 많아 올해 1학기부터 3학년 편입생 정원을 1500명 증원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귀농·귀촌 인구가 양적으로 성장하고 인적 구성이 다양화되면서 전문적인 교육에 대한 수요가 크게 늘고 있다고 진단한다. <농민신문>이 최근 개최한 ‘전국 농학계대학 학장 및 교수 간담회’에서 이석하 서울대학교 농업생명과학대학장은 “시대가 변화하는 만큼 융복합기술까지 포괄하는 교육을 제공해야 한다”고 했고, 허태웅 한국농수산대학 총장은 “농사기술뿐 아니라 경영도 가르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단순히 영농기술을 습득하는 차원을 넘어서는 교육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방송대 농학과의 인기비결도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커리큘럼에 있다. 실습 중심으로 이뤄지는 다른 농업기관의 교육과 달리 이론적인 부분까지 세세하게 배울 수 있어 학생들의 만족도가 높다. 차근차근 전문성을 쌓기에는 안성맞춤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해 농학과 신입생으로 입학한 청년농 김태욱씨(36)는 “농업도 전문성을 가져야 하는 시대라고 생각한다”면서 “학사학위를 취득하고 나면 대학원 진학도 고려해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대안적 삶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창출된 새로운 직업군에 도전하고자 농학과의 문을 두드리는 이들도 많다. 산림치유프로그램을 개발·지도하는 산림치유지도사가 대표적이다. 산림치유지도사 자격증은 산림청장이 발급하는 국가자격증으로, 시험에 응시하려면 일정 자격요건을 갖춰야 한다. 농학과 학사학위 취득도 그중 하나다.
김태성 방송대 자연과학대학 농학과장은 “미래에 대한 진지한 고민 아래 농업에서 제2의 인생을 설계하려는 이들이 늘고 있다”며 “농업교육 전반에 대한 국가적인 지원과 관심이 필요한 때”라고 강조했다.
함규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