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은 저온창고, 재즈 흐르는 ‘문화공간’으로 변신
입력 : 2018-11-19 00:00
수정 : 2018-11-18 15:40
방랑싸롱 주인장 장재영씨.

촌樂,거듭나다 (20)방랑싸롱

전북 순창에 반한 귀촌인 장재영씨, 지역 알릴 방법 고민하다 ‘재즈’ 떠올려

페스티벌 개최…활기찬 마을로 탈바꿈 “순창엔 고추장만 있는 게 아냐”

 

고즈넉한 전북 순창군 순창읍 교성리를 진득한 재즈 선율로 물들이는 곳이 있다. 2일 저온창고를 카페로 개조해 문을 연 ‘방랑싸롱’이 바로 그곳. 정확히 말해 이날 문을 연 것은 방랑싸롱 ‘시즌2’다. 시즌1은 2년 전 마을의 한 한옥 게스트하우스에서 시작됐다.

카페 주인장은 귀촌인 장재영씨(43). 장씨는 2년 전만 하더라도 서울에서 여행사에 다녔다. 어릴 적부터 해외여행을 즐겼고, 언젠가는 외국에 나가 살 생각마저 했었다. 이런 장씨의 방랑벽을 멎게 한 곳이 순창이었다.

“2016년 국내 가이드 일을 하다 순창에 오게 됐어요. 여유롭고 편안한 분위기에 단숨에 빠졌죠. 가이드로서 순창을 널리 알릴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던 차에 한 게스트하우스 주인이 방 한칸을 카페로 꾸려보지 않겠느냐고 권하더라고요. 이 공간을 거점으로 재밌는 일들을 벌일 수 있을 것 같아 수락했어요.”

오래된 저온창고를 독특한 인테리 어로 개조한 ‘방랑싸롱 시즌2’ 외관.

그렇게 방랑싸롱 시즌1이 문을 열었다. 처음엔 관광객은커녕 주민들에게도 새 공간은 낯설었다. 레게머리를 한 장씨의 외모도, 수제맥주와 아메리카노뿐인 메뉴도 그랬다. 반전은 장씨가 지난해 5월 ‘보보순창’이라는 재즈페스티벌을 열면서 벌어졌다.

“여행을 자주 다니면서 사람들을 끄는 건 콘텐츠라는 사실을 알게 됐어요. 콘텐츠를 고민하다 재즈를 떠올렸어요. 고즈넉한 시골풍경과 재즈가 잘 어울릴 것 같았거든요. 지인을 통해 재즈음악가를 섭외했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로 홍보도 열심히 했죠.”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2박3일 동안 300여명이 이곳을 찾은 것. 그뿐만 아니라 전북문화관광재단으로부터 지원금을 받아 지난해 10월에 다시 연 재즈페스티벌은 500여명의 관광객을 불러들였다. 이후 여행작가 강연회, 벼룩시장, 소규모 공연 등도 틈틈이 열었다. 카페는 여행자들 사이에서 유명해졌고, 마을엔 활기가 돌기 시작했다.

카페를 찾는 주민도 늘었다. 마을 어른들은 장씨의 기대 이상으로 재즈 음악을 즐겼다. 무엇보다 젊은 감각으로 꾸며진 카페는 마을 청년들의 아지트로 떠올랐다. 카페 단골이라는 한 주민은 다음과 같이 전했다.

“전엔 마을 청년들이 한데 모일 기회가 없었는데 이 공간이 구심점이 됐어요. 젊은 사람끼리 자주 모이니 마을을 개선할 신선한 아이디어도 싹트더라고요. 요 몇해 사이 마을에 체험농장이 많이 는 이유도 젊은이들이 자주 모였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다양한 일을 벌이기에 공간이 비좁게 느껴질 무렵 장씨 눈에 다른 장소가 들어왔다. 주인 없는 장류만 가득한 오래된 저온창고였다. 장씨는 이곳을 카페로 탈바꿈시켰다. 널찍한 무대와 관객이 무대를 내려다볼 수 있는 다락을 만들고 페인트칠이 벗겨진 환풍기며 두꺼운 덧문 등은 그대로 뒀다. 그랬더니 독특한 인테리어가 됐다. 장씨는 이곳에서 지금껏 해온 재즈페스티벌과 각종 행사를 이어가는 한편 지역 예술가가 마음껏 공연과 전시를 할 수 있도록 공간을 내줄 생각이다.

“예전엔 제가 여행을 했다면 요새는 여행자를 끌어들이는 일을 하고 있어요. 이 일이 무척 즐거워요. 앞으로도 순창에 재밌는 콘텐츠를 많이 만들어서 사람들을 불러모을 거예요. 고추장 말고도 순창에 무언가 있다는 걸 보여줘야죠.”

순창=양석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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