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젖소와 함께한 하루…먹기 싫던 우유가 좋아졌어요”
입력 : 2017-12-04 00:00
수정 : 2018-03-02 16:09

낙농체험을 가다…경기 이천 와우목장

고소한 자연 보약 ‘우유’ 싫어하는 아이들 위해 가까워지는 계기 만들어

젖소 젖 짜기 체험부터 송아지 우유 먹이기 아이스크림·치즈 만들기 등

직접 경험하고 배우면서 우유와 거리감 좁히는 시간 돼
 


“우유는 맛없어요”라고 말하는 아이들을 보면 어른들은 안타깝다. 몸에 좋은 온갖 쓴 것들에 비해 우유는 고소하고 담백한, 보기 드문 완전식품이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이 사실을 깨닫게 하려면 우유와 친하게 만들어주는 것이 먼저다. 그 방법 중 하나가 낙농체험이다. 젖소를 만지고 신선한 우유를 맛보고 직접 유제품을 만들어보는 시간은 우유와의 거리감을 한층 좁혀준다.

 

“여러분, 쑥쑥이가 목욕을 마치고 저기 오고 있어요.”

‘쑥쑥이’의 위력은 대단했다. 여기가 어딘지, 뭐 하는 곳인지 따위엔 아랑곳 않고 뛰어다니고, 웃고 떠들던 아이들이 일제히 동작을 멈췄다. 커다란 풍체며 여유로운 걸음걸이, 긴 속눈썹 아래로 비치는 맑은 눈망울까지 …. 여태 실제로 본 적 없던 생명체의 자태에 마음을 빼앗긴 것이다. 찰나의 정적을 깨고 한 아이가 외쳤다. “젖소다, 젖소!”

그렇다. 여기는 쑥쑥이와 같은 젖소들이 나고 자라는 경기 이천의 와우목장이다. 첫눈이 소복이 쌓인 초겨울날, 낙농체험을 하기 위해 모인 20여명의 어린이들이 가장 먼저 쑥쑥이를 만난 것이다.

 

 

“쑥쑥이는 태어난 지 7년 됐지만, 사람 나이로 치면 70세 할머니나 다름없어요. 그동안 6마리의 송아지를 낳았는데 지금도 배 속에 아기 소를 품고 있답니다. 우리 친구들 모두 젖소의 젖이 우유로 만들어지는 것은 알고 있지요? 쑥쑥이의 젖에서 나오는 우유는 하루에 32ℓ나 돼요. 여러분이 먹는 200㎖짜리 우유를 160개나 만들 수 있는 양이랍니다.”

체험지도사의 설명을 들은 아이들이 이번에는 쑥쑥이를 향해 경이로운 눈빛을 보낸다. 녀석의 축 처진 배와 젖이 그렇게 많은 것을 품고 있다는 사실에 놀란 게 분명하다.

쑥쑥이에 대해 어느 정도 알았으니 이번에는 쑥쑥이를 만져볼 차례. 젖 짜기 체험시간이다. 젖소 주위로 우르르 몰려든 아이들이 한두명씩 젖을 잡아보더니 하나같이 “따뜻해”라며 해맑게 웃는다. 사람보다 2℃ 정도 높은 젖소의 체온이 아이들의 손에 그대로 전해졌기 때문이리라. 태어나 처음 느껴보는 촉각에 아이들의 눈에서 초롱초롱 빛이 났다. 어른 엄지손가락보다 좀더 길고 두꺼운 젖소의 젖꼭지는 한손으로 잡고 살짝만 눌러도 하얀 원유를 찍 뿜어낸다.

“쑥쑥이 몸에서 흰우유가 줄줄 나오는 게 신기해요. 원래 맛없다고 우유를 잘 안 먹었는데 앞으론 쑥쑥이를 생각해서라도 많이 마셔야 할 것 같아요.”

쑥쑥이의 배에 손을 얹고 온기를 느끼던 손연서양(11·여주시 가남읍)이 배시시 웃으며 말했다.

 

송아지에게 우유를 먹이는 어린이의 모습이 제법 의젓하다.


쑥쑥이와 아쉬운 작별을 고하고 다음으로 향한 곳은 귀여운 송아지들이 있는 축사. 아이들이 우유 주기 체험을 하러온 걸 알기라도 한 듯 3~6개월 된 송아지들이 울타리 쪽으로 죄 모여들었다. 어린이 두명씩 송아지 한마리에게 우유통에 달린 젖꼭지를 물려주자 ‘쭙쭙’ 소리를 내며 정신없이 먹어치운다. 그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며 우유통을 꼭 들어주는 아이들의 모습이 꽤 의젓하다. 뒤이어 우유를 뗀 송아지들에게 건초를 줄 때도 고사리손을 놀릴 틈 없이 바삐 움직였다.

야외에서 진행된 오전체험 후 오후에는 실내 체험이 시작됐다. 우유 아이스크림 만들기가 그 첫 순서. 흰우유와 얼음·소금·초콜릿가루만으로 아이스크림을 만든다는 게 믿기지 않는지 심드렁하던 아이들이 체험지도사의 시범을 보자 엉덩이를 들썩거리기 시작했다.

과학원리를 이용한 초간단 아이스크림 만들기 방법은 이렇다. 큰 그릇에 우유와 얼음을 넣고 섞으면 주위의 열을 빼앗는 흡열반응이 일어나 온도가 영하 20℃까지 내려간다. 이때 큰 그릇 위에 스테인리스스틸 그릇을 올린 후 우유와 초콜릿가루를 넣고 힘차게 저으면 액체가 고체로 변한다. 신통방통하게 만든 아이스크림의 맛은 시중에 파는 것만큼 부드럽고 달콤하다.

아이들이 아이스크림에 정신이 팔린 사이 사탕을 상품으로 건 체험지도사의 막간 OX 퀴즈가 이어졌다.

“여러분, 우유를 마시면 몸이 튼튼해지는 건 다들 알고 있죠? 그럼 우유를 먹으면 머리도 좋아질까요?”

질문이 떨어지기 무섭게 아이들 전부 확신에 찬 표정으로 팔로 X자를 만들기 시작했다. 정답은 ‘O’. 당황한 아이들이 웅성거렸다.

“우유에는 114가지의 영양소가 들어 있어요. 그 영양소들은 여러분의 뇌가 원활하게 활동하도록 해주고 지능발달에도 도움을 줘요. 앞으로 우유 많이 마셔야겠죠?”

“네~” 하고 우렁차게 대답한 아이들은 이어진 문제에도 줄줄이 오답을 쏟아냈다. ‘우유에는 비만을 예방하는 요소가 들어 있다’ ‘우유를 마시면 속이 안 좋은 사람도 우유를 조금씩 꾸준히 마시면 소화능력을 기를 수 있다’ 등등. 이러한 사실을 거의 모르던 아이들은 이 시간에 우유 공부를 톡톡히 했다.

 


대미를 장식하는 스트링치즈 만들기는 아이들에게 인기 있는 체험이다. 살균한 원유를 응고시켜 만든 치즈 커드를 좍좍 늘려보고, 고기처럼 쫄깃하고 고소한 치즈를 바로 맛볼 수 있기 때문이다. 우유를 안 좋아한다는 아이들도 치즈는 오물오물 잘 먹었다.

“치즈 100g을 만들려면 우유 1㎏이 필요해요. 그만큼 치즈에는 많은 양의 우유와 그 우유에 든 영양소가 똘똘 뭉쳐 있는 셈이지요. 우유를 싫어하는 친구들은 대신 치즈를 먹어도 튼튼해질 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마세요.”

우유와 유제품을 많이 먹고 더 건강해지기로 체험지도사와 약속한 아이들. 이 친구들에게 이제 우유는 그냥 우유가 아닐지 모르겠다. 쑥쑥이의 체온부터 직접 만들어본 아이스크림·치즈의 맛까지 잊지 못할 추억이 하얀 우유 위에 동동 떠다닐 테니 말이다. 

이천=하지혜 기자, 사진=김도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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