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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취재수첩

[취재수첩] 익혀야 산다
“괜찮아. 덜 익혀 먹어도 안 죽어.” 며칠 전 친구들과 신년회를 겸한 술자리를 가졌다. 이날의 안주는 큰맘 먹고 선택한 한우고기. 핏기가 채 가시지도 않은 불판의 고기를 덥석 집어 먹는 친구를 보고 다른 친구가 “다 익거든 먹으라”며 핀잔을 주자 돌아온 대답이다. 머쓱해서 늘어놓은 변명이지만 틀린 말은 아니다. 한우고기는 덜 익혀도 맛있다. 겉만 익고 속엔 그대로 붉은 육즙이 남아 있는 ‘레어’만 고집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하지만 과일이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설익은 과일은 제맛을 반의반도 못 낸다. 겨울부터 봄이 제철인 만감류는 특히 그렇다. 이름에 ‘늦을 만(晩)’이 들어가는 것에서 알 수 있듯 만감류는 완전히 익혀서 수확하는 감귤이다. 노지감귤 수확이 끝날 즈음 본격적인 출하가 시작되는 <레드향> <한라봉> <천혜향> 등이 대표적이다. 감귤의 고장 제주에서는 요즘 이 과일을 두고 걱정 섞인 목소리가 많이 들린다. 경기침체, 수입 과일 증가 등으로 2019년산 노지감귤 가격이 생산비도 못 건질 만큼 부진을 면치 못하는 가운데 똑같은 상황이 만감류로까지 이어지지 않을까 염려하는 것이다. 현장에서는 지금의 위기를 극복하려면 가격안정장치 마련과 더불어 철저한 품질관리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공감을 얻고 있다. 고품질 만감류 생산은 적정 출하시기 준수에 달렸다. 재배환경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일반적으로 <한라봉>과 <천혜향>은 2~3월을 최적 수확기로 본다. 그러나 해마다 설을 앞두고 대목 특수를 노린 미숙과들이 슬그머니 고개를 내밀어 문제가 된다. 다 익지 않은 만감류는 산이 덜 빠져 신맛이 강하다. 이러한 미숙과를 맛본 소비자는 “만감류 맛이 예전만 못하네”란 부정적인 인식을 갖는다. 제주도농업기술원이 지난해 12월 부산에서 열린 대한민국과일산업대전에서 도시 소비자를 대상으로 감귤 구매기준을 설문조사한 결과 90.2%가 맛, 특히 85.4%가 높은 당도라고 응답했다. 맛만 좋다면 소비자들은 얼마든지 지갑을 여는 것이다. 지난해말 만난 한 청년농민도 “요즘 같은 불경기에도 고당도에 당산비가 적당한 고품질 감귤은 제값에 팔린다”고 말했다. 제주도는 만감류 품질관리를 위해 올해 처음으로 출하조절장려금 지원사업을 시행한다. 모두 6억원을 들여 3월 이후 고품질 만감류[<한라봉>은 당도 13브릭스(Brix) 이상, 산도 1% 이하, <천혜향>은 당도 12브릭스 이상, 산도 1% 이하]를 출하하는 농가에 1㎏당 500원을 보조하는 것이 골자다. 제주농협지역본부 관계자도 “외국산 오렌지가 3월 이후 물량이 늘어나긴 하나, 만감류는 이미 시장에서 프리미엄 과일로 여겨지기에 이들과는 수요 자체가 다르다”면서 “고품질 만감류를 꾸준히 공급하면 감귤류 전반의 이미지가 높아져 장기적으로 감귤산업이 발전하는 원동력이 될 수 있다”고 전했다. 감귤업계에선 수개월째 지속되고 있는 감귤류 가격부진의 고리를 만감류가 끊어주길 기대하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행정기관과 농협의 정책적인 뒷받침과 더불어 생산농가들의 자구노력이 필수다. 덜 익힌 쇠고기는 맛이 좋지만, 덜 익은 감귤은 감귤산업을 죽이는 독이 된다. 김재욱 (농민신문 전국사회부 기자) kjw89082@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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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의 뜰

[인문학의 뜰] 다산 정약용, 농사를 사랑했던 진정한 학자
농사짓는 조선 후기 실학자로 농업의 참된 의미·가치 알아 농정 문제점 임금에게 말하고 편한 농사와 이익·지위 높이는 편농·후농·상농 방책까지 제시 핵심은 바로 ‘농자천하지대본’ 다산 정약용(茶山 丁若鏞)은 조선 후기의 실학자로 <여유당전서>라는 500여권의 지적유산을 남겼다. 최고의 학자였지만 그는 농업을 사랑했고 스스로 농사짓는 것을 좋아했던 인물이었다. 단지 학문이나 이론이 아닌 농사의 진정한 의미와 그 가치를 알았던 것이다. 그가 험한 귀양지에서 두아들에게 부친 편지를 보면 농사에 대한 그의 진정성을 알 수 있다. “만약 내가 몇년만 사면돼 돌아갈 수 있다면 너희들로 하여금 능히 몸가짐을 삼가고 행실에 힘쓰게 하며, 효제(孝悌)를 숭상하고 화목하게 지내게 하며, 경사(經史)를 연구하고 시례(詩禮)를 담론하게 할 것이다. 서가에 3000~4000권의 책을 꽂아두고, 양식은 1년쯤 버틸 수 있도록 하고, 밭에 뽕과 마, 채소와 과실, 각종 화훼와 약초를 심되 반듯하고 고르게 심어 기르며 기뻐할 것이다.” 제자 윤혜관에게 해준 말은 더 절실하고 구체적이다. “조정에서 벼슬하는 사람을 일러 ‘사(士)’라 하고, 들에서 밭 가는 사람을 ‘농(農)’이라고 한다. 귀족의 후예라고 해도 먼 지방에서 몇해를 지내고 나면 벼슬길이 마침내 끊긴다. 오직 농사를 지어야만 노인을 봉양하고 어린 것들을 기를 수 있다. 하지만 농사일은 천하에 이문이 박한 것이다. 게다가 근래에는 토지에 부과되는 세금이 날로 무거워져서 농사를 많이 지으면 지을수록 더 낭패를 보게 된다. 모름지기 원포(園圃)로 보충해야 이를 유지할 수 있다.” 농사는 단순히 농부가 짓는 것이 아니라 양반이나 귀족 등 지체 높은 사람들도 어려움에 닥치면 생계를 위해 지어야 하는 인륜의 기본이라는 것이다. 게다가 그는 박한 이문과 높은 세금 등 그 당시 농업의 문제점을 거론하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원포, 즉 과일과 채소 농사를 권하고 있다. 농업에 대한 그의 진심은 임금에게 ‘농정(農政)을 논하는 소’를 올린 데서 절정을 이룬다. “신은 농업에는 세가지 같지 않은 것이 있다고 여깁니다. 높기로는 선비가 으뜸이고, 이익으로는 장사가 으뜸이며, 편안하기로는 장인이 으뜸입니다. 대체로 사람들은 낮은 것은 부끄러워하고, 해로운 것은 기피하며, 수고로운 것은 모두가 꺼리는데, 농업에는 이 세가지가 다른 일들과 같지 않습니다. 이 세가지를 제거하지 않으면 날마다 매를 때리며 권면해도 백성에게 통하지 않습니다. 농업의 이치는 매우 정밀한 것인데 거칠고 경솔하게 하니 이 때문에 수고는 많아도 이익이 적으며, 점차 신분이 낮아지고, 이로 인해 더욱 거칠고 경솔하게 되니 서로 반복하면서 농정이 점점 더 소홀해집니다.” 다산은 농업이 발전하지 못하고 사람들이 꺼리는 이유 세가지를 들고 있다. 즉, 일이 힘들고 이익이 적으며 사회적 신분이 낮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를 해소하기 위한 방책을 올리는데, 바로 편농(便農)·후농(厚農)·상농(上農)이다. 편농은 농사일이 편해야 한다는 것이고, 후농은 이익을 높이는 것이며, 상농은 농민의 신분을 높이는 것이다. 그러면서 각각 세부적인 방안을 이야기하고 있어 새겨볼 만하다. 먼저 편농을 위해서는 과학적인 영농방법과 농기구의 현대화가 필요하다. 그리고 농사에 핵심이 되는 수리(水利)가 정비돼야 한다. 각 지역의 지형적 특성에 따라 원활하고 안정되게 물을 공급할 수 있는 여건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후농을 위한 방편은 농업정책의 개선과 도량형의 통일이다. 각 지방관아의 수령들과 관리들이 백성을 속여 수탈하는 것을 막고, 무엇보다도 알기 어렵고 복잡한 제도를 간결하게 해 농민들이 정당한 대가를 받을 수 있어야 한다. 상농은 농민의 지위를 향상시키는 것이다. 농민을 위한 과거를 시행하고, 농민을 노비처럼 여기는 양역법(良役法)을 개선해야 한다. 또한 임금이 직접 농사를 짓는 행사인 친경(親耕)을 정기적으로 시행함으로써 농민의 자긍심을 높이고 사회적 인식을 바꿔야 한다. 물론 오늘날은 다산의 시대와는 다르며, 다산의 주장을 그대로 적용할 수는 없다. 하지만 농사의 진정한 의미를 깨우치는 다산의 정신을 우리 모두가 공감하고, 특히 사회지도층 인사들이 농업을 귀하게 여기는 인식의 기반이 조성돼야 하겠다. 다산의 주장을 한마디로 말하면 바로 ‘농자천하지대본(農者天下之大本)’이다. 조윤제는… ▲인문고전연구가 ▲저서 <이천년의 공부> <천년의 내공> <말공부> <인문으로 통찰하고 감성으로 통합하라> <내가 고전을 공부하는 이유> 등 다수
조윤제 이미지 조윤제인문고전연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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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농민포럼] 산림도 경영이 필요하다
기후변화로 산림 공익성 더욱 주목 산주 지원 위한 공익형 직불제 절실 기후변화와 미세먼지 증가 등으로 인류의 삶은 산업화 이후 가장 큰 위협을 받고 있다. 이에 대한 대처방안 가운데 산림을 건강하게 가꾸고 지키는 일은 그 무엇보다도 중요한 일이다. 온도를 조절하고 미세먼지를 흡착하는 산림의 기능은 이미 많은 연구에서 보고된 바 있다. 따라서 연간 2000만명이 넘는 등산인구가 숲을 찾는 지금, 이렇게 소중한 산림을 지키고 가꾸는 일에 국민 모두가 동참해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 국토면적은 약 1000만㏊다. 이 가운데 약 640만㏊가 산림이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0여개 회원국(산림면적 비율은 국가 전체면적의 평균 30%) 가운데 핀란드·스웨덴·일본 다음으로 산림면적 비율이 높다. 우리나라 산림 가운데 67%인 약 430만㏊는 210만여명의 산주가 소유한 사유림이다. 나머지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소유의 국유림과 공유림이다. 산림의 축적(재적)은 1㏊당 142.1㎥로 OECD 평균(121.4㎥)을 웃돌지만, 독일(315㎥)에 비해서는 낮은 수준이다. 특히 임업선진국들은 산림을 체계적으로 관리해 숲속에 쓸모 있는 나무가 많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독일의 경우 수백년 된 참나무 몇그루를 생산하면 그 가치가 벤츠 승용차 한대와 맞먹는다는 얘기도 있다. 우리나라는 산림녹화엔 성공했지만 산림의 자원화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그렇다보니 벌초나 성묘를 위해 숲에 진입하려면 상당한 어려움을 겪게 된다. 숲 가꾸기 정책의 일관성 부족으로 숲이 너무 우거져 앞으로 헤쳐나가기가 힘들 지경이다. 심지어 삼밭이나 대나무밭처럼 울밀해서 비바람이나 폭설이 내리면 활처럼 휘기도 하고 부러지기도 한다. 지금부터라도 체계적으로 솎아베기(숲 가꾸기)를 해 양질의 목재를 생산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현재 국산 목재의 자급률은 20% 미만이다. 산림의 가치 중 목재·석재·버섯류 등 산림에서 직접적으로 얻을 수 있는 임산물 총생산액은 연간 약 9조원이다. 이에 비해 대기정화, 수원 함양, 토사유출 방지, 산림휴양 등 공익적 가치는 약 126조원에 이른다. 대부분의 산주는 산림을 경영하고 싶어도 정보가 부족해 그냥 소유만 하고 있을 뿐이다. 어쩌다 도로를 내거나 집을 짓고 싶어도 산림의 공익성 때문에 제약이 많아 중도에 포기하는 등 자신의 숲으로부터 별다른 혜택을 누리지 못하며, 재산권 행사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산주들의 이러한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산림의 공익형 직불제를 조속히 도입해 산주들의 권리행사 제한에 대한 반대급부 차원의 지원을 서둘러야 한다. 산주들은 정부가 지원하는 각종 과세제도를 활용할 필요가 있다. 이제라도 산림경영계획을 편성해 소득세·양도세·증여세 등에서 세제혜택을 받고, 종합토지세 과세에서도 별도로 분리과세를 적용받기 바란다. 이를 위해서는 임야 소재지 시·군 산림과 또는 산림조합에 가서 산림경영컨설팅을 받거나, 산림조합에서 산림의 대리경영 계약(시간·노동력·정보가 부족한 산주를 위한 정부지원제도)을 체결해야 할 것이다. 지구는 온난화로 인해 폭설·가뭄·산불 등 엄청난 자연재해에 시달리고 있다. 대기에는 이산화탄소·메탄·이산화질소 등 다양한 가스들이 증가하는 등 지구에 경고등이 울리고 있다. 이제 산림을 가꾸고 목재를 포함한 화석연료의 사용을 모든 국민이 스스로 줄이는 지혜를 발휘해 지구온난화, 생물다양성 감소, 미세먼지 증가 같은 후유증에 대처해야 한다. 숲의 날숨은 인간의 들숨이요, 인간의 날숨은 숲의 들숨이다. 김병구 (전 산림조합중앙회 상임감사 농학박사)
김병구 이미지 김병구전 산림조합중앙회 상임감사 농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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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사설] PLS 전면시행 1년…‘연착륙’ 만족 아직 이르다
경영비 압박·약제 부족 등 문제 여전 정부, 농민 입장 고려한 대책 내놔야 농약허용물질목록관리제도(PLS)가 지난해 1월1일 전면시행에 들어간 이후 1년이 지났다. PLS는 작물별로 등록된 농약만 일정 기준 안에서 사용하도록 하는 제도로, 시행 전부터 논란이 적지 않았다. 허용약제가 농작물 가짓수와 병해충 종류만큼 다양하지 않다는 것이 주요 이유였다. 일부 등록약제 가격이 평소 사용하던 약제보다 비싸고, 토양잔류와 드론 등 항공방제에 따른 비의도적인 오염피해 등도 농가의 불만과 우려를 샀었다. 이런 가운데 농림축산식품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농촌진흥청·산림청은 20일 보도자료를 통해 “PLS 시행 이후 국내 농산물의 안전성이 향상됐다”고 자평했다. 국내 생산·유통된 농산물의 부적합률이 1.3%로 2018년 1.4%에 비해 0.1%포인트 감소했고, 농약 출하량도 2018년 같은 기간에 비해 8.6% 줄었다고 홍보했다. 정부 발표대로 PLS가 연착륙하고 있다면 고무적인 일이다. 하지만 이 기회에 PLS에 적응하기 위해 현장에서 겪고 있는 농가의 고충도 함께 점검해야 한다. 농가들은 “아직도 일부 등록약제는 규정대로 사용해도 효과가 적고, 섞어짓기 등 다양한 재배조건에서 공통으로 사용할 수 있는 농약이 부족하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드론 등 항공방제가 늘면서 경계지의 다른 작물에 약제가 흩날려 발생하는 농약잔류문제도 여전히 불안하다. 미국선녀벌레 등 등록약제가 없는 외래병해충의 피해도 마찬가지다. 이에 대해 정부는 아직 이렇다 할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농약 비산으로 인한 분쟁을 해결하기 위해 조정기구를 마련하는 것도 농가는 한시가 급한데 정부는 아직 준비 중에 있다고 한다. 제도 시행 초기라서 완벽한 대비책을 갖추지 못했다는 점을 모르는 바 아니다. 다만 관계당국이 PLS가 조기에 연착륙하고 있다고 홍보하는 것에 비해 현장의 애로에 대해서는 고민을 덜하고 있는 것 같아 아쉽다.  PLS는 일본(2006)·유럽연합(EU, 2008)·대만(2008) 등에서 이미 시행 중인 것으로, 농산물의 안전성을 높이기 위해 필요하다. 농민들도 이 제도가 우리농산물의 신뢰성을 한단계 높이는 안전장치가 될 수 있다고 믿기에 일부 불편에도 불구하고 적응에 노력하고 있다. PLS 시행 1년을 맞아 정부가 현장농민의 시각에서 미비점 발굴과 대책 마련에 좀더 적극적으로 나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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