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오피니언

취재수첩

[취재수첩] 가락시장의 ‘진짜 위기’
농업계에서는 서울 가락동 농수산물도매시장을 향해 10년 가까이 똑같은 비판을 이어오고 있다. 유통환경은 하루가 멀다 하고 바뀌는데 ‘중앙 공영도매시장’인 가락시장은 제자리걸음만 반복한다는 것이다. 한 시장 관계자는 “거래제도를 두고 갈등도 불거졌으나 결국 도매법인과 중도매인 모두 경매에만 매달려왔다”며 “이러니저러니 해도 가장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해주는 방법이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실제로 가락시장 종사자 사이에서도 일부를 빼면 위기감을 찾아보기가 어렵다. 말로는 출하자의 권익보호과 농산물 유통발전을 내세우지만 아무도 기득권은 내려놓지 않는다. 당장 도매법인은 경매에 더 치중할 뿐 정가·수의매매 내실화에 별다른 관심이 없고, 중도매인 역시 매매참가인의 거래참여에 여전히 높은 벽을 세워두고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위기니 어쩌니 해도 여전히 가락시장이 농산물의 ‘기준가격’을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막강한 기능이 여전한데 위기가 와닿을 리 없다. 지금도 그날그날 매겨지는 경락값이 수급·소비 동향을 반영한 결과물이자 낙찰과 함께 누구에게나 공개되는 가장 투명한 유통정보로 받아들여진다. 그건 가락시장 바깥에서도 매한가지다. 전국 공영도매시장 가운데 가락시장은 품목별 경매시간이 가장 빠르다. 다른 도매시장에서는 가락시장 경락값을 확인한 다음 거래를 하는 게 일반적이다. 산지가 소비지와 직거래를 할 때도, 정부가 농산물 수급상황을 가늠할 때도 가락시장 경락값부터 들여다본다. 게다가 올해에만 가락시장 도매법인 두곳이 500억원을 훌쩍 넘기는 돈에 팔렸다. 경영진 입장에서야 기존처럼만 해도 회사가치를 키울 수 있으니 투자에 나설 이유가 없다. 거래물량 확대에만 힘써도 안정적인 수익이 보장되는 수수료사업자가 아닌가. 결국 정부가 나서 칼을 빼 들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가락시장 경락값만 기준가격으로 쓰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로컬푸드직매장 거래가격과 공공급식 납품가격까지 반영한 새로운 기준가격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한 농민단체 관계자는 “가락시장이 지닌 고유한 기능을 뺏는다는 의미”라며 “사실상 가락시장을 향한 경고신호로 읽힌다”고 풀이했다. 그뿐만이 아니다. 정산기구 설립으로 도매법인과 도매법인, 중도매인과 중도매인 사이의 경쟁도 강화할 방침이다. 정가·수의매매 내실화를 위한 제도개선 역시 박차를 가하겠다는 입장이다. 대부분의 정책이 올 연말께면 윤곽을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제도개선 작업에 참여 중인 한 전문가는 “지금껏 가락시장이 겪어보지 못한 혁신적인 변화가 곧 찾아올 것”이라며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면 도매법인과 중도매인 모두 도태가 불가피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가락시장도 스스로 변화를 준비해야 한다. 지금까지처럼 안주했다간 도매법인이든 중도매인이든 ‘진짜 위기’에 직면할지 모른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박현진 (농민신문 산업부 기자) jin@nongmin.com
박현진 이미지 박현진농민신문 산업부 기자
더보기

연재칼럼

조용헌의 주유천하 (128)소설가와 칼럼니스트
둘 다 붓으로 먹고살지만 본질적 차이 짧고 긴 데 있어 칼럼가, 참깨 압축기 넣어 엑기스만 뽑는 ‘참기름장수’ 소설가, 이야기를 엿가락 늘리듯 최대한 늘리는 ‘엿장수’와 같아 1980년대 초반. 대학 다닐 때 어떤 점쟁이 할머니를 찾아간 적이 있다. 하는 일마다 안 풀렸던 어떤 선배를 따라 전주의 어느 허름한 동네 골목길을 이리 꺾고 저리 꺾어서 그 점쟁이 할머니 집의 양철 대문을 열고 들어갔다. 불그스름하게 옻칠한 밥상 위에다가 엽전 8개를 던져서 점괘를 보는 방식이었다. 하도 엽전을 많이 던져서 그랬는지 그 밥상은 군데군데 옻칠이 벗겨져 나무의 속살이 드러난 상태였다. 그 벗겨진 옻칠을 보면서 ‘참으로 많은 사람들이 인생 안 풀려서 여기 와 점을 쳤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이 할머니가 그 선배의 점괘는 간단히 이야기하면서 객으로 따라간 필자의 점괘를 장황하게 이야기 하는 게 아닌가! 그 요지는 ‘붓으로 먹고살겠다’는 것이었다. “학생은 붓으로 먹고살겠어. 붓도 아주 큰 붓이여. 큰 붓을 든 수염이 허연 노인이 등 뒤에 서 계시는구만. 나중에 잘되면 내 손자 좀 잘 봐줘.” 붓도 붓 나름이다. 그때는 그 할머니 점괘를 흘려들었다. 40대 초반부터 신문에 칼럼 쓰는 직업을 갖게 됐다. 칼럼 써서 먹고 사는 팔자가 됐으니 그때 그 할머니 말이 적중한 셈이다. 기왕에 붓으로 먹고살 것 같으면 소설 써서 먹고사는 게 더 낫지 않은가 하는 생각을 가끔 해본다. 칼럼니스트보다는 소설가가 훨씬 폼도 나고 족보가 있는 직업이라는 느낌을 가지고 있다. 소설가는 제자백가(諸子百家)의 한 문파가 아닌가. 소설가는 2000년이 넘는 역사적 전통을 지닌 가(家)인 것이다. 칼럼은 여기에 비하면 역사적 전통이 짧은 100~200년이다. 칼럼은 하찮게 여기고 소설은 귀하게 여기는 ‘소귀(貴) 칼천(賤)’의 사고방식을 갖고 그동안 몇몇 소설가들을 만나봤다. 여러가지 이야기를 나눠보고 술밥을 먹어보니까 같은 붓이라도 차이가 있다는 점을 파악하게 됐다. 소설은 모필(毛筆)이고 칼럼은 철필(鐵筆)이라는 차이점이다. 털로 만든 필과 쇠로 만든 필의 차이라고나 할까. 문필가가 나온다는 문필봉만 하더라도 그 끝자락이 바위로 뾰쪽하게 돼 있으면 예리한 논객이 나오고, 그 끝이 바위가 아닌 흙으로 덮여 있으면 문장가가 나온다. 그러나 예리하다고 좋은 것만은 아니다. 문필봉이 너무 예리한 모양새로 돼 있으면 직언·직필로 일관하다가 유배가거나 사약을 받는 수가 있다. 화가가 배출된다는 화필봉(畵筆峰)도 있다. 초상화를 잘 그렸던 월전(月田) 장우성(張遇聖·1912~2005년) 화백은 본인 회고록에 “선대 묘를 화필봉에 써서 내가 화가의 길로 들어섰다”고 써놓았다. 화필봉은 봉우리 끝이 약간 비스듬하거나 뉘어진 형태이다. 화가는 붓으로 물감을 찍어서 종이에 발라야 하니까 붓이 뉘어질 수밖에 없다. 화가가 유배 가는 수는 적다. 칼럼가와 소설가의 본질적 차이는 짧고 긴 데 있다고 본다. 칼럼가가 참기름 장수라고 한다면 소설가는 엿장수(?)인 셈이다. 칼럼은 신문 지면에 기껏해야 원고지 10매 안팎의 글을 쓴다. 이에 비해 소설가는 원고지 수백, 수천매 분량의 글을 쓴다. 호흡이 다르다. 칼럼이 단거리 선수라면 소설가는 마라톤 선수다. 소설가 조정래는 10권 이상의 대하소설을 3개나 썼다. <태백산맥> <아리랑> <한강>이다. 10권짜리 대하소설의 원고량은 200자 원고지로 1만매 이상이다. 이건 마라톤이 아니고 무엇인가. 반대로 칼럼가는 압축을 잘하는 게 능력이다. 간단하고 쉽게 쓰는 게 미덕이다. 칼럼의 첫 문장부터 단칼에 조지고 들어가야 한다. 잽을 던지면 안된다. 만나자마자 라이트훅을 던져야 한다. 이게 칼럼가의 문체다. 마치 시장에서 참깨를 압축기에다 넣고 프레스로 누르듯이, 압축해서 군더더기 다 빼고 남은 엑기스만 내놓아야 시장에서 팔린다. 서론은 생략하고 결론부터 말해야 한다. 만연체로 나가면 밥 굶는다. 이야기하는 화법도 두괄식으로 변모해간다. 반면 소설가는 엿장수가 엿가락 늘리듯이 늘려야 한다. 그래야 원고지 매수를 채울 것 아닌가. 엿장수와 참기름장수가 조우하면 어떻게 되는가. 참기름장수가 자꾸만 엿장수 말을 중간에 자르는 현상이 나타난다. “결론만 이야기하시오.” “당신은 왜 남의 말을 그렇게 자르고 그래!” 별로 관계가 원만하지 않다고 본다. 소설가는 좀 내성적인 스타일이 많고, 칼럼가는 성질 급한 양인 체질이 맞는 것 같다. 둘 다 붓으로 먹고 산다는 점에서는 동업자다. 조용헌은… ▲강호동양학자, 불교학자 ▲건국대 문화콘텐츠학과 석좌교수 ▲저서 <조용헌의 동양학 강의> <500년 내력의 명문가 이야기> <조용헌의 휴휴명당> 등 다수
조용헌 이미지 조용헌강호동양학자, 불교학자
더보기

연재칼럼

[詩心으로 보는 세상] 새들의 노래 소리를 들어라
말복까지 지나 여름은 곧 파장이다. 밤의 어둠 속에서 풀벌레 소리가 드높아지는데, 풀벌레 소리는 작은 은종들이 울리며 심장을 슬프게 두드리는 듯하다. 새벽 창가에 와서 지저귀는 까치와 직박구리들의 생기가 넘치는 소리에 잠이 깬다. 석양 무렵 키 큰 해바라기 그림자가 드리워질 때 ‘아아, 여름이 곧 끝나겠구나’ 한다. 여름이 끝날 때면 기분이 쓸쓸해진다. 잃어버린 사랑이 그렇듯이, 이 여름은 가고 다시 돌아오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낮엔 단골로 다니는 동네 카페에 나가서 필리프 J. 뒤부아와 엘리즈 루소가 함께 쓴 <새들에 관한 짧은 철학>을 읽었다. 바람둥이 새들, 거위나 백조같이 일부일처제에 대한 신념이 확고한 새들, 대륙과 바다를 가로질러 몇만㎞를 이동하는 철새들, 사랑꾼 제비갈매기, 지적 능력이 남다른 까마귀. 새들의 알려지지 않은 생태에 대한 조류학자와 철학자가 펼치는 시시콜콜한 이야기는 흥미로웠다. 새들이 움직일 때는 위험이 뒤따른다. 새들은 어느 한순간도 안전이 담보되지 않은 삶을 산다. 이 연약한 것들, 자연의 취약한 존재들은 포식자들의 표적이 되지만 그렇다고 비겁하게 숨어 지내지는 않는다. 호기심이 넘치는 새들은 늘 활달하게 움직이며 새 둥지나 먹잇감을 얻기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새로운 모험에 나선다. 내가 어린 시절을 보낸 시골에서 흔한 새들은 참새·제비·까치·동박새·물총새·까마귀·뻐꾹새·종달새·꿩 따위들이다. <새들에 관한 짧은 철학>에 나오는 지느러미발도요새와 흰눈썹물떼새들은 그 이름조차 생경한 새들이다. 이 세상에는 내가 알지 못하는 새들이 얼마나 많이 존재하는지! 새들은 언제 행복할까? 나는 단 한번도 새들이 자연 속에서 의기소침해진 광경을 본 적이 없다. 새들은 활강할 때나 구애를 할 때나 휴식을 취할 때나 저마다의 방식으로 평온하고 충만한 순간을 누리는 것으로 보인다. 새들은 1억5000만년 전에 지구에 나타났다. 몽골 고비사막에도, 아마존의 열대우림에도, 호주의 유칼립투스숲에도, 제주도의 사려니숲에도 저마다 깃들어 사는 새들은 먹잇감을 구하고, 털갈이를 하며, 짝짓기를 하며 번식한다. 새들은 늙거나 골골거리는 상태로 수명을 연장하는 법이 없다. 자연 속에서 짧은 최후를 맞고 덧없이 사라진다. 새들은 과거를 되돌아보지 않고, 미래를 설계하지 않는다. 오직 현재에 충실하고, 그 삶의 조건을 온몸으로 받아들이며 존재할 뿐이다. 장석주 (시인)
장석주 이미지 장석주시인
더보기

사설

[사설] 쌀 목표가격 결정 지연 …농민은 안중에도 없나
공익형 직불제 개편과 별도 처리해 생산비·물가상승률 등 반영해야 “도대체 쌀 목표가격은 언제 결정되나요? 국회와 정부는 뭐하고 있는지 모르겠네요.” 쌀 목표가격과 관련, 요즘 농촌현장에서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는 농민들의 볼멘소리다. 늦어도 3~4월엔 정산이 끝나던 쌀 변동직불금을 2019년산 햅쌀 수확기를 앞둔 현재까지 받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2018년산 쌀의 변동직불금을 지급하려면 2018~2022년산 쌀에 적용할 새로운 목표가격이 결정돼야 하는데, 아직까지도 감감무소식이다. 기존 목표가격인 쌀 80㎏ 한가마당 18만8000원은 2013~2017년산 쌀에 적용돼 끝났다. 새로운 쌀 목표가격은 늦어도 2018년산 수확기 쌀값이 정해진 올해 1월25일까지는 결정했어야 한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는 2월 임시국회에서 목표가격을 쌀 80㎏ 한가마당 20만6000~22만6000원 사이에서 정하기로 합의한 바 있지만, 이후 별다른 진전이 없다. 쌀 목표가격을 설정하려면 ‘농업소득의 보전에 관한 법률’을 개정해야 하는데, 정부와 여당이 목표가격과 공익형 직불제 개편문제를 연계해 처리하길 희망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공익형 직불제에 필요한 재정규모를 농업계는 3조원 내외로 주장하는 데 반해 기획재정부는 잠정적으로 1조8000억원 정도를 제시해 협의에 난항을 겪고 있다. 게다가 선거제도 개편 등에 따른 국회 파행으로 쌀 목표가격 결정은 기약 없이 뒤로 밀리고 있는 것이다. 이런 과정에서 애꿎은 농민들만 피해를 보고 있다. 목표가격을 참고해 새해 재배면적 조절 등 영농계획을 세우는데, 이미 그런 기회를 놓쳤다. 기다리던 변동직불금이 나오지 않아 영농자금 융통에 불편을 겪어야 했음은 말해 무엇하겠는가. 더 큰 문제는 농민들의 상실감이다. 많은 농민이 “국회와 정부가 농민들의 사정은 안중에도 없는 것 같다”고 말한다. 그렇지 않아도 농업계는 현정부 들어서도 정부 전체 예산에서 차지하는 농업예산 비중이 3.1%(2019년 기준)에 그치는 등 농업홀대가 계속되자 실망이 적지 않다. 이제 더이상 미뤄서는 안된다. 쌀 목표가격과 공익형 직불제 개편을 분리해서라도 목표가격을 하루빨리 결정해야 한다. 새로운 쌀 목표가격 수준이 생산비와 물가상승률을 반영해 결정돼야 함은 물론이다. 국회가 정쟁에 휘말려 농민들을 실망시키는 일이 이번으로 끝나길 바란다.
사설 이미지
더보기

정보광장

지상복덕방

공모전·사고 알림



매거진

전원생활 표지 매거진 전원생활
어린이동산 표지 매거진 어린이동산
디지털농업 표지 매거진 디지털농업
월간축산 표지 매거진 월간축산
맨 위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