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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취재수첩

[취재수첩] 미래세대에 떠넘긴 부담
“공무원들이 뭐라고 하는지 아세요? 농업에 미칠 피해가 없는데 대책을 왜 세워야 하냐고 합니다. 그러면서 피해가 있으면 가지고 오라는 말까지 합디다.” 세계무역기구(WTO) 개발도상국 지위포기 결정이 내려진 직후 만난 농민단체 관계자의 말이다. 그는 “개도국 지위포기 결정을 앞두고 정부가 농민단체를 불러 몇차례 간담회를 진행했지만 형식적인 절차에 불과했다”면서 “정부가 농업에 피해가 없다고 판단하는데 실질적인 대책이 나올 수 있겠느냐”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농업에 피해가 없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반문했다. 그렇다면 정말 피해가 없을까. 정부의 계산에는 현재만 있고 미래는 없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새로운 협상이 시작돼 타결되기 전까지 기존 협상을 통해 이미 확보한 특혜는 변동 없이 지속적으로 유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말의 행간을 잘 읽어보면 새로운 협상이 타결되는 미래에는 더는 특혜를 누릴 수 없다는 뜻이다. 언젠가 닥칠 미래협상에서는 농업이 직격탄을 맞게 될 것이다. 개도국 지위포기 결정의 피해는 고스란히 청년농 등 미래세대의 몫이다. 정부는 당장 눈앞에 닥친 미국의 압박을 피하겠다고 미래세대에게 부담을 떠넘겨버린 것이다.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을 청년농에게 안겨주고 정부는 무엇을 얻었을까. 개도국 지위포기 결정으로 이익을 보는 건 산업계라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은 수입 자동차에 고율관세를 부과하는 ‘무역확장법 232조’ 적용 대상 국가를 13일 발표(현지시각)할 예정이다. 개도국 지위포기 결정으로 우리나라는 대상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높다. 자동차업계 등의 손을 들어주고자 농업의 발전 가능성을 믿고 뛰어든 청년들에게 피해를 전가하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당장 농업에 미칠 피해는 없다”고 선을 그은 정부는 개도국 지위포기 결정의 의미를 축소하는 데만 급급한 모양새다. 개도국 지위포기 결정 이후 언론사들의 보도가 쏟아지자 기재부는 즉각 해명자료를 통해 “이번 정부의 결정은 개도국 지위를 포기한 게 아니라 미래 WTO 협상에 한해 개도국 특혜를 주장하지 않기로 한 것”이라고 밝혔다. ‘포기’라는 표현을 사용하지 말라는 취지였다. 개도국 지위를 내려놓지만 ‘포기’는 아니라는 궤변을 받아들일 농민은 없을 것이다. 이제 문제해결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 해명보다는 미래세대를 위한 중장기적인 정책대안이 필요하다. 개도국 지위포기 결정이 이미 던져진 주사위라면 우리 농업의 체질을 개선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홍남기 부총리는 “미래협상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 영향에 대비할 시간과 여력은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농업의 미래가 걸린 문제에 시간을 헛되이 보내지 않도록 과감하게 재정을 투자해야 한다. 지금 제대로 대응하지 않으면 미래에 더 큰 비용을 치르게 될지 모른다. 함규원 (농민신문 정경부 기자) one@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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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시론] 농업을 바라보는 정부의 시각이 바뀌어야
네덜란드 시장개방 대처 교훈 삼아 장기 안목으로 발전기틀 마련해야 네덜란드는 튤립 하면 떠오르는 나라다. 오늘날 튤립은 물론이고 각종 화훼를 개발·재배하고 수출하는 네덜란드지만 튤립에 관한 아픈 기억이 있다. 조선왕조가 병자호란에 전전긍긍하던 1636~1637년 지구 반대편 네덜란드에선 ‘튤립거품(Tulip Bubble)’이 터졌다. 몇몇 튤립 애호가 사이에서 이뤄지던 튤립 거래에 서민이 가세하면서 튤립 모근의 가격이 치솟는 투기광풍이 불었다. 튤립 모근 하나에 집 한채가 오갈 정도였다. 그러나 거품이 빠지면서 사회는 큰 혼란을 겪었고 황금기를 구가하던 경제는 결정적인 타격을 입었다. 역사상 최초의 거품경제 붕괴였다. 이후 세계경제의 주도권은 영국으로 넘어갔다. 당시 거시경제에 대한 안목이 없던 네덜란드의 위정자들이 손쓸 수 없는 일이기도 했다. 그러나 네덜란드는 일찍 싹틔운 자본주의적 시장경제와 개방적인 중계무역을 통해 얻은 경제적 기반을 굳건히 지켜왔다. 금융·서비스업, 유통업·농업에 집중하면서 강자의 자리를 놓치지 않고 있다. 네덜란드의 농업경쟁력은 미국 다음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가 농업의 미래를 이야기할 때 네덜란드를 말하는 이유다. 더욱이 네덜란드는 농산물시장을 개방하면서 오히려 농업경쟁력이 높아진 나라라는 점에서 부러움의 대상이 되곤 한다. 우리나라는 지속적인 농산물시장의 개방압력에 시달리고 있으며 그때마다 피동적으로 대처해왔다. 이런 방식이 앞으로도 가능할까? 올 7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미국 무역대표부(USTR)에 “발전된 국가가 세계무역기구(WTO)에서 개발도상국 지위에 따른 혜택을 받지 못하도록 모든 수단을 강구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그는 무역분쟁 중이던 중국을 타깃으로 삼으면서도 “멕시코·한국·터키도 개도국 지위를 주장한다”며 우리나라를 콕 집었다.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진 격이지만 올 것이 왔다는 느낌이다. 정부는 미국의 압력에 더 버티기 어렵다고 판단한 걸까? 아니면 농업이 무너져도 어쩔 수 없다는 걸까? 최근 정부는 WTO에서 농업분야의 개도국 지위를 포기한다는 결정을 내렸다. 예외적으로 인정받았던 농업분야에서의 높은 관세와 보조금 등을 차기 농업협상 타결 직후엔 선진국 수준으로 내려놔야 한다. 정부는 당장 큰 피해는 없을 거라고 장담하지만, 곧이들리지 않는다. 향후 정부가 내놓을 대책에 눈과 귀가 쏠린다. 다만 혈세로 보조금을 늘리거나 대기업의 손목을 비틀어 농어촌상생협력기금을 조성하는 방식은 곤란하다. 임기응변식 처방과 단기적 접근방식은 한계에 직면했다. 이 대목에서 네덜란드 정부의 역할을 살펴보자. 네덜란드 정부는 1951년부터 유럽공동체(EC) 창립에 앞장섰다. 이로써 거대 유럽시장을 농산물 공급처로 확보할 수 있었고, 축산물과 화훼 생산물의 절반을 수출하는 전형적인 수출농업국가로 변신했다. 특히 미국 등에서 과잉생산된 곡물을 값싸게 수입해 양돈산업과 양계산업을 획기적으로 발전시켰다. 시장개방을 과감하게 받아들여 농업발전의 기틀을 마련한 셈이다. 장기계획에도 소홀함이 없다. 네덜란드 정부는 2011년 미래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선도산업(Top Sector) 9개 분야를 선정했다. 여기에 농식품(Agro-food)분야를 포함시켰다. 선도산업의 생산가치가 연 12%씩 성장하고 있다고 한다. 쌀농사 등 주곡 생산을 포기하기 어려운 우리나라의 현실에서 네덜란드 농업정책을 그대로 답습할 수는 없겠지만 분명 시사점이 존재한다. 현 단계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농업을 바라보는 정부의 긍정적 사고와 장기적 안목이다. 정부의 생각이 바뀌어야 행동도 바뀔 것이기 때문이다. 유리온실에서 재배한 네덜란드산 토마토의 경쟁력이 스페인산 토마토를 앞지른 것과 같은 일까지 바라진 않더라도, 최소한 실정과 오판으로 호란(胡亂)을 자처했던 역사적 교훈을 되풀이해선 안되지 않겠는가. 윤배경 (법무법인 율현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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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의눈

[전문가의 눈] 김장김치 담그기에 나서자!
김장이 본격적으로 이뤄질 시기다. 서울·경기지역에서 영남·호남까지 빠르면 11월, 늦으면 12월에 보통 김장을 한다. 김장에 사용되는 주요 채소류는 배추·무·건고추·마늘 등이 꼽힌다. 이 가운데 비중이 높은 가을작기 배추·무는 9~10월 세차례 태풍으로 유실면적이 증가했고, 작황도 부진해 생산량이 평년보다 각각 21%, 18% 감소할 것으로 예상한다. 생산량 감소의 영향으로 김장철 배추·무 가격은 평년보다 높고, 김장 수요도 줄어들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본부의 소비자패널 조사 결과 김장을 줄이겠다고 응답한 소비자는 전체의 30%에 달했다. 늘리겠다는 답변(15%)보다 두배 높았다. 김장을 줄이겠다는 이유로는 ‘가족수가 줄거나 김치 소비량이 줄어서(외식 증가 등)’가 48%로 비중이 가장 컸다. 다음으로는 ‘김장비용이 많이 들 것 같아서’가 18%로 조사됐다. 올해와 같이 채소류 가격이 높아지면 김장을 줄이는 소비자가 많은 편이지만, 근본적으로는 가정에서 김치를 먹는 양이 감소해 김장을 줄이는 소비자 비중이 더 컸다. 이러한 김장 수요의 감소뿐만 아니라 농촌고령화, 김치 수입증가 등으로 가을작기 배추·무 재배면적은 2000~2018년 연평균 각각 1%, 5% 감소해왔다. 올해는 가을배추 1만968㏊, 가을무 5344㏊로 역대 최저 수준을 보였다. 반면 김치 수입량은 2018년 역대 최고치인 29만t이었고, 올해(1~10월) 김치의 누적 수입량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 많은 25만t으로 집계됐다. 가을작기 배추·무의 국내 생산여건이 점점 나빠지는 상황에서 김장철 소비자의 김장규모도 줄어드니 생산농가의 어려움은 가중될 수밖에 없다. 가구소비자의 김장 참여를 유도해 가을작기 배추·무 소비를 촉진하고, 산지의 생산기반을 유지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한 이유다. 당장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추석 이전까지 배추가격은 평년보다 낮게 형성됐다. 배추 생산농가의 소득은 감소했고 수확을 포기한 농가도 많았다. 추석(9월 상순) 이후에는 태풍과 집중호우로 가격이 평년보다 높지만, 생육부진으로 수확할 수 있는 배추가 많지 않다보니 농가마다 생육회복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예년보다 많은 생산비용을 투입하는 것은 당연하다. 비록 배추·무 가격이 평년보다 높을지라도 생산농가의 어려움을 헤아려 김장을 최소한 줄이지 않거나 김치 담그기에 한번 참여해보는 게 어떨까? 물론 생산농가도 품질 좋은 배추·무, 절임배추를 생산해 공급함으로써 소비자들이 요구하는 부분이 무엇인지 계속 고민해나가야 할 것이다. 최근 편리성을 이유로 절임배추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는 만큼 절임에 사용되는 신선배추의 품질을 보장해야 한다. 염도나 맛 등 소비자들로부터 제기되는 불만사항에도 더 귀 기울여 상품성을 개선할 필요도 있다. 생산자·소비자 모두 만족하는 김장철이 되길 기대해본다. 한은수 (한국농촌경제연구원·농업관측본부 엽근채소관측팀장)
한은수 이미지 한은수한국농촌경제연구원·농업관측본부 엽근채소관측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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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사설] 어처구니없는 살처분돼지 침출수 유출사고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국내에서 처음 발생(9월17일)한 지 두달이 지난 가운데 최근의 살처분돼지 침출수 유출사고는 현재의 ASF 방역정책을 되짚어보게 한다. 10일 경기 연천에서 살처분돼지의 침출수가 유출돼 인근 하천으로 흘러들면서 악취·수질오염 등을 일으킨 이 사고는 언론보도로 파장이 커졌다. 12일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브리핑을 통해 “(매몰해야 할) 물량이 많은 데다 현장준비와 살처분돼지의 이동과정에서 시간이 소요되다보니 이런 현상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이 말을 풀이하자면 “(연천군 내 돼지 전체를 살처분하는 과정에서) 빨리 살처분하는 데 집중하느라 저장용기·매몰지 준비 등을 제대로 못했고, 이로 인해 돼지사체를 노지에 쌓아뒀는데 시간이 흐르면서 침출수가 유출됐다”는 것이다. 이번 사고는 환경오염은 물론 회복 중인 돼지고기 소비를 다시 위축시키는 등 파장을 끼치고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방역 차원에서 구멍이 생겼다는 게 문제다. 만약 야적한 살처분돼지 가운데 감염된 사체가 포함돼 있었다면 여기서 나온 침출수를 통해 ASF가 확산하는 원인이 될 수 있다. 또 접근이 쉬운 조류나 쥐·파리 등의 야생동물을 매개로 전파될 개연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번 사고의 1차 원인은 지방자치단체가 저장용기·매몰지 준비를 제대로 하지 않은 데 있다. 하지만 근본적인 원인은 시·군단위의 일괄 살처분조치에 있다. 방역당국의 명령에 따라 경기 파주·김포·연천, 인천 강화 등의 지자체는 지역 내 돼지를 전부 수매 또는 살처분했다. 13일 기준 연천군 16만4281마리를 포함 4개 시·군에서 살처분된 돼지는 모두 36만4000여마리에 이른다. ASF의 차단방역을 철저히 하면서 이번 같은 황당한 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하려면 기본원칙에 충실해야 한다. 그 첫번째가 ASF 긴급행동지침(SOP) 규정에 따라 발생농장에서 반경 500m 또는 3㎞ 이내 농장의 돼지만 살처분이 이뤄져야 한다. 아울러 ASF를 퍼뜨리는 매개체인 접경지역의 야생멧돼지 제거에 속도를 내야 한다. 또한 대대적인 살처분·수매 등으로 위기에 몰린 양돈농가에 대한 합리적 보상책 마련에도 적극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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