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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취재수첩

[취재수첩] 식용란선별포장업, 누구를 위한 대책인가
몇년 만에 대학 친구를 만났다. 이런저런 수다를 나누다 깜짝 놀랄 만한 이야기를 들었다. 달걀은 꼭 특정 농장에서 직거래한다는 것이다. “농장주가 블로그에 농장 이야기나 사육일지를 자주 올리고 소비자들과 원활히 소통하니까 믿고 먹을 수 있어. 주인이 직접 만든 사료만 먹이고 닭을 풀어놓고 키워서 그런지 유정란이 엄청 싱싱해.” 못 본 사이 두아이의 엄마가 된 친구는 ‘까다로운 소비자’로 변해 있었다. 가격과 양을 중시하던 모습은 사라지고 ‘안전성과 품질’을 따지는 주부가 된 것이다. 유별난 친구 이야기가 아니다. 지난해 달걀에서 살충제 성분이 검출된 사건 이후로 많은 소비자들이 달걀의 안전성에 민감하다. 친환경인증조차 못 믿게 되자 적극적인 소비자는 직접 어떻게 생산된 달걀인지 확인하고 사 먹고 있다. 이런 소비자를 안심시키고자 정부는 다양한 대책을 내놨다. 식용란선별포장업도 그중 하나다. 정부는 달걀의 위생관리 체계를 마련하고자 내년 4월25일부터 가정용 달걀은 식용란선별포장업 허가를 받은 곳에서만 선별·포장토록 할 방침이다. 얼핏 보면 좋은 제도다. 그러나 직거래 위주로 달걀을 팔아온 소농들은 생계가 끊길 수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기존 판로를 유지하려면 직접 식용란선별포장업 허가를 받거나 허가받은 유통상인을 통해 달걀을 판매해야 하는데 여건이 녹록지 않아서다. 우선 시설설비값으로 수억원이 들어가는 탓에 직접 허가받을 소규모 농가는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그렇다고 유통상인에게 넘기면 생산비도 건지기 어려운 실정이란 게 이들의 하소연이다. 방사 유정란을 생산하는 한 산란계농가는 “나만의 비법으로 제조한 사료만 먹여 키운 닭이라 현재 한알당 800원에 판매하는데 유통상인에게 팔면 300원도 못 받는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안전성 검사는 모두 통과했는데 단지 식용란선별포장업소를 거치지 않았다는 이유로 달걀을 팔 수 없게 된다면 그게 말이 되느냐”고 호소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뒤늦게 동물복지나 유기축산물 인증을 받은 농장에 한해 직거래로 가정용 달걀을 판매할 수 있도록 축산물위생관리법 시행규칙을 개정했다. 물론 식품안전관리인증기준(해썹·HACCP)도 충족해야 한다. 하지만 직거래 외에 대형마트나 급식에 달걀을 공급할 수 있는 길은 막아놨다. 게다가 인증이 없는 소농들에 대한 구제책은 아예 내놓지 않았다. 친구가 자랑한 농장을 찾아봤더니 인증을 받은 농장은 아니었다. 그래도 농장주가 닭들을 일일이 보살피며 친환경사료만 먹여 사육하고, 이 때문에 많은 소비자들이 그런 농장주를 신뢰하는 것 같았다. 그렇지만 이 농장도 내년 봄까지 동물복지나 유기축산물 인증을 받지 못하면 판로가 막히게 된다. 식용란선별포장업이 진정 누구를 위해 만든 안전대책인지 정부가 이제라도 살펴봐야 할 이유다. 윤슬기 (농민신문 산업부 기자) sgyoon@nongmin.com
윤슬기 이미지 윤슬기농민신문 산업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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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의 뜰

[인문학의 뜰] 겨울꽃 동백
동백나무, 초봄에 꽃 남아도 겨울의 시작과 함께 피어나고 계절 끝자락에 저무는 ‘겨울꽃’ 한·중·일서 다양하게 불렸지만 ‘동백(冬柏)’은 우리나라만이 예부터 불러온 고유의 이름 오랜만에 펑펑 쏟아진 첫눈도 경험했고 이제 꽃구경이 가장 어려운 시기인 겨울이다. 영하의 기온에선 꽃잎처럼 연한 조직들은 견디기 어려워 겨울은 꽃이 없는 계절이지만 이름에 겨울꽃임을 공포하고 있는 나무가 있는데 바로 동백(冬柏)나무다. 세상에는 수백종류의 다양한 빛깔과 크기, 꽃잎을 가진 화려한 동백 품종들이 존재하지만 내게는 이 땅의 붉은 동백이 가장 마음을 흔든다. 반질반질 진한 초록빛과의 대비, 적절하게 벌어져 단정한 꽃잎 사이로 보이는 샛노란 수술은 시선의 마침표를 찍으며 곱디 곱다. 한걸음 떨어져 바라보면 기품 있는 수피에 지난해 맺은 열매들이 동글동글하게 씨앗을 매달고 있는 모습이 보태져 즐거워진다. 동백나무를 두고 맨 처음 가졌던 궁금증은 ‘봄에 꽃이 피는데 왜 겨울나무가 됐을까?’였다. 전북 고창 선운사를 비롯해 그간 보았던 동백나무는 이른 봄까지 꽃구경이 가능하니 말이다. 그러던 중 운이 좋았던 12월의 어느 날. 거문도의 바닷가에서 그 꽃잎 위로 흩날리는 흰 눈송이가 올라앉은 천상의 모습을 만나고 난 후부터는 가장 오래 기억되는 겨울풍경의 하나가 됐다. 그렇게 겨울이 시작되는 시점에 피어난 동백꽃은 겨우내 조금씩 올라와 이 나무가 자랄 수 있는 가장 북쪽 끝쯤에 와서는 송창식의 ‘선운사’란 노래 가사처럼 그 선연한 붉은 꽃송이들을 눈물처럼 후두둑 떨어뜨리고는 겨울을 마감하는 것이다. 온전하게 겨울을 사유하니 겨울꽃이 맞다. 나 같은 의문점을 가진 사람이 있었는지, 이 나무에는 춘백(春栢)이라는 별칭도 있다. 나무 공부를 조금 더 하며 생긴 두번째 궁금증은 <본초강목>을 비롯한 <양화소록>이나 <임원경제지>와 같은 옛 문헌에선 동백을 두고 산다(山茶)라고 부르는데 어떤 이름이 더 먼저 쓰인 것인지, 동백과 다른 산다라는 나무가 있는지 명확하지 않다는 점이었다. 결론부터 말하면 두 이름의 나무는 같은 것이고, 이 두 이름 말고도 이웃나라들 사이에는 혼동돼 쓰이는 많은 이름들이 있는데 ‘동백’이란 이름만은 예부터 불러오던 우리나라만의 이름이라는 것이다. 동백나무를 두고 일본에서는 스바끼라고 부르며 한자로는 춘(椿)으로 쓴다. 재미난 것은 같은 한자 ‘椿’이 일본에서는 동백나무 ‘춘’이지만, 우리나라 옥편에는 참죽나무 혹은 가죽나무 ‘춘’이라는 점이다. 이런 혼동 속에서 나타난 에피소드가 유명한 오페라인 <라트라비아타>다. 이 오페라는 처음 우리나라에 <춘희(椿姬)>라는 제목으로 소개됐다. 주인공 비올레타가 동백꽃을 달고 나와 일본에서 ‘동백나무 아가씨’란 뜻으로 붙인 제목이다. 일본 사람들이 쓴 ‘椿姬’라는 한자를 우리나라에서도 그대로 가져와 썼는데, 그러다보니 ‘춘희’를 우리나라 식으로 풀이하면 동백나무 아가씨가 아닌 ‘참죽나무 아가씨’가 되고 마는 것이다. 참죽나무의 꽃은 아름답고 화려하다고 말하기 어렵다. 우리나라에서 동백나무를 두고 이는 혼란이 하나 더 있다. 김유정의 <동백꽃>, 정선아리랑의 ‘싸리골 올동백이 다 떨어지네’ 등에 나오는 동백인데 이는 우리가 아는 붉은 동백이 아니라 이른 봄에 피는 샛노란 꽃을 가진 생강나무다. 식물학적으로는 무관한 생강나무를 그리 부른 이유는 쓰임새 때문이다. 예전 동백나무는 씨앗에서 기름을 짜는 중요한 자원이었다. 하지만 추워서 동백나무를 키울 수 없는 경기도와 강원도 이북에서는 역시 기름을 짜는데 긴요했던 생강나무를 산동백·올동백 등으로 불렀던 것이다. 역시 전혀 다른 쪽동백나무에 동백이란 두 글자가 붙은 연유도 같다. 난 왜 이렇게 이름에 집착할까! 내가 공부한 식물분류학에서 다루는 일의 하나가 그 식물종의 실체를 정확히 밝혀내고 그에 따른 적절한 이름을 붙여주는 일이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한 식물(혹은 사물)의 본질에 다가서기도 전에 잘못된 이름의 한계에 갇혀 생기는 오류에 대한 염려 때문이 아닐까 싶다. 이런 일을 정리해나간다고 해서 유명한 학술지에 논문을 쓰고 평가받을 수도 없지만, 그래도 각 분야의 전문가들은 자신이 가장 잘 아는 분야에서 모호한 일들을 하나씩 하나씩 선명하게 만들어주는 일을 함께 해야 하는 의무가 있다고 본다. 이유미는… ▲국립수목원장(산림청 개청 47년 이래 첫 여성 고위공무원) ▲저서 <우리 나무 백가지> <한국의 야생화> <광릉 숲에서 보내는 편지> <내 마음의 나무 여행> 등 다수
이유미 이미지 이유미국립수목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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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의 숲

[생각의 숲] 원망하지 말고, 멀리 바라보라
스스로를 원망하는 사람들이 있다. 자신의 처지나 운명까지 원망한다. 그래서 앞으로 나가지 못하는 이들이 있다. 원망과 아쉬움은 나쁜 게 아니지만, 그것 때문에 멈춰 서거나 돌아서는 것은 나쁘다. 술을 평가하다보면 늘 냉혹해진다. 특히 평점을 매기는 술 품평회를 하다보면 격려와 호평이 들어갈 틈이 없다. 문제점을 찾고 약점을 잡게 된다. 결국 무결점에 가까운, 지나치게 달지 않고, 지나치게 쓰지 않고, 균형감이 있는 술을 최고로 뽑게 된다. 평가를 하다보면 야박해지는 건 어쩔 수 없다. 그런데 이런 관점을 일상에 적용하면 곤란한 문제가 생긴다. 모든 일과 사람에 대해서 결점을 찾으려 들면 사람은 까칠해지고 생은 우울해진다. 열가지 중에서 한가지의 장점을 봐주는 이가 있다면, 열가지 중에 한가지 단점을 보는 이들이 있다. 때로 비판이 힘이 되기도 하지만, 비난과 구분되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 우리 술을 외국 술과 비교하면서 문제투성이라고 비판하는 견해가 있다. 막걸리는 왜 페트병에 담길까? 그러니까 고급화가 어렵지! 일본 청주는 8가지 유형으로 분류하고, 맥주는 100가지가 넘는 스타일이 있는데 우리 술은 아무런 구분표가 없어! 막걸리 축제장에 가보면 진종일 뽕짝 노래를 트는데, 젊은 사람들이 가겠어? 이렇게 비판하는 소리가 들린다. 잘못된 점은 백가지도 찾아낼 수 있다. 연륜의 짧음과 경험부족에서 오는 일일지라도 그것을 따뜻하게 봐주지 않는다. 유치원 아이가 유치하듯이 모든 시작은 유치하다. 일제강점기 시절에 우리 술은 격하의 대상이 됐고, 전쟁기와 궁핍했던 시절에는 사치품에 지나지 않았다. 1960년대 원조 밀가루가 주원료로 등장하면서 우리 술은 영혼마저 잃어버렸다. 1990년엔 술의 원료 규제가 풀려 쌀을 사용하게 되면서 비로소 안동소주·한산소곡주·진도홍주 등 지역을 기반으로 전승돼왔던 술들이 다시 햇살 속으로 나왔다. 우리 것을 뒤돌아볼 수 있고 다시 이어갈 수 있게 됐다. 그리고 30년이 흘렀다. 30년, 한 세대가 흘렀으니 긴 세월처럼 보이지만 산업혁명기부터 달려온 맥주나 위스키나 와인에 견주면 결코 긴 시간이 아니다. 일본에서도 단절되지 않고 300년을 이어온 양조장을 흔히 볼 수 있다. 연륜이 짧다보니 우리 술은 안정감이 부족하고 유치함을 벗어나지 못했다. 나는 술을 배우기 시작하는 젊은 친구들에게 종종 이렇게 말한다. 황무지를 보고 아버지를 원망하지 마라. ‘왜 아버지는 저 땅을 개간하지 않았나요’라고 원망하지 마라. 황무지가 있기에 너희가 일할 수 있고 기회가 있다. 청년이 여의도에 새 건물을 지을 수는 없다. 포장된 길에는 씨앗을 뿌릴 수 없다. 거친 땅에 씨앗을 뿌려야 싹을 틔울 수 있다. 우리 술은 황무지와 같다. 원망하지 말고 멀리 바라보고, 이제 시작해도 된다. 허시명 (막걸리학교장)
허시명 이미지 허시명막걸리학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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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사설] 밀 수매비축제 부활, 국산 밀 회생 전기 삼아야
2017년산 재고 처리에 숨통 트일 듯 품질 고급화로 소비 저변 확대 필요 밀 수매비축제가 부활된다고 한다. 농림축산식품부는 2019년부터 밀 수매비축제를 도입해 연간 1만t 안팎의 밀을 사들일 방침이다. 농산물 수매비축제는 정부가 수급조절과 가격안정을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 해당 품목을 사들여 비축하는 제도다.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농안법)에 근거를 두고 운영되는 제도로 현재 콩·마늘·고추를 대상으로 실시하고 있다. 여기에 밀이 추가된다는 뜻이다. 1984년 밀 정부 수매가 중단된 지 35년 만이다. 최근 국내 밀산업은 재고과다 등으로 위기에 처한 상황이다. 2017년산 재고 1만5000t이 아직 남은 데다 2018년산이 2만1000t가량 생산된 상태다. 올해 밀은 재배면적이 6600㏊로 지난해보다 28.9% 줄어 생산량이 40% 이상 줄기는 했지만, 계약재배 물량감소 등으로 소비처를 찾기는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이대로 두면 재고가 더 쌓일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게 우리밀생산자단체들의 주장이다. 밀은 연간 1인당 32.4㎏를 소비해 쌀에 이은 제2의 주식으로 불린다. 그러나 2017년 기준 밀 자급률은 1.7% 수준에 불과하며 올해엔 더 떨어질 공산이 크다. 농식품부는 그동안 식량자급률 목표치를 설정할 때마다 밀 자급률 목표를 제시해왔다. 2011년엔 2015년까지 10%, 2016년엔 2020년까지 5.1%를 목표치로 발표했다. 올해는 2022년까지 9.9%의 자급률을 달성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목표치만 있고 달성방안은 없다는 비판이 끊이질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수매비축제 시행은 국내 밀 산업에 숨통을 트는 조치로 평가할 만하다. 밀 농가와 우리밀생산자단체들도 환영하는 분위기다. 특히 밀 수매비축제는 2017년산 재고처리에 그치지 않고 매년 시행될 예정이다. 이는 앞으로 농식품부가 직접 밀 수급관리와 밀산업 육성에 나선다는 뜻으로 의미가 작지 않다. 특히 수매비축제는 시가매입·시가방출이 원칙인 공공비축제와 달리 정부가 원하는 가격에 매입해서 특정가격에 판매할 수 있어 밀 생산기반 확충에도 도움을 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수매비축제 부활로 밀산업에 성장 발판이 마련된 만큼 밀 생산농가들도 품질 고급화와 밀 가공제품 개발 확대로 국산 밀의 소비 저변을 넓히는 데 주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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