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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취재수첩

[취재수첩] 그들은 몰랐다
두달 전, ‘최대 원금 100% 손실’을 본 해외 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파생결합증권(DLS) 투자자들이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의 한 강당에 모였다. 키코(KIKO)사태 피해자들이 동병상련의 처지에서 대응방안을 조언해주기 위해 마련한 자리였다. 10년 전 일어난 키코사태는 은행의 불완전판매로 투자자들이 막대한 손실을 봤다는 점에서 DLF·DLS 사태와 비슷하다. DLS와 DLF는 해외금리에 연동된 파생결합상품으로, 만기 때까지 금리가 일정 수준에 머물면 연 3.5~4%의 수익률을 보장한다. 반면 금리가 일정 수준 아래로 내려가면 손실이 발생하기 시작하고, 최악의 경우 원금을 모두 잃는다. DLS는 증권사에서 판매했고, DLF는 시중은행에서 ‘DLS에 투자하는 사모펀드’ 형태로 판매했다. 이날 참석자의 절반은 기자였고, 20%가량만 DLF·DLS 피해자였다. 한눈에 보기에도 근심 가득한 얼굴의 피해자들은 질의응답시간이 돼도 좀처럼 말문을 열지 않았다. 그 와중에 가방으로 얼굴을 가리고 강당을 빠져나가는 피해자가 눈에 띄었다. 그를 붙잡고 조심스럽게 물었다. 처음엔 “부끄럽다”며 답변을 사양하던 피해자는 결국 “생각하면 할수록 이건 사기라는 생각이 든다”고 울먹였다. 그는 “우리 같은 할머니들이 뭘 물어볼 수 있겠느냐”며 “그냥 막막할 뿐”이라고 했다. 그들은 소극적인 것이 아니라 항변할 방법조차 몰랐던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금융감독원의 ‘DLF 중간 검사결과 발표’를 보면 이 상품에 투자한 절반 이상이 60대 이상의 고령자였다. 어떤 이는 퇴직금을 쏟아부었고, 어떤 이는 평생 모은 돈을 투자했다. 그들은 ‘짧은 만기’에 ‘안정적인 수익률’을 보장한다는 은행 직원의 말을 철석같이 믿었다고 했다. 설마 은행에서, 예·적금 같은 안전상품이 아닌 고위험상품을, 노후자금을 들고 온 노인에게 판매할 줄은 몰랐다는 것이다. DLS·DLF는 수익폭보다 손실폭이 훨씬 큰 고위험상품이다. 가입자와 판매사가 똑같은 위험을 지고 있다고 할 수 없다. 실제 상품을 판매한 시중은행 2곳은 수백억원의 수수료를 챙겼다. 물론 은행들이 고수익·고위험 상품을 팔 수는 있다. 그래도 충분한 설명 없이 적절하지 않은 이에게 판매한 것은 문제의 소지가 있다. 취재 초기 일부 PB들로부터 “우리도 이 상품에 대해 잘 모르고 판매했다”는 이야기를 듣고선 선뜻 믿기지 않았다. 그렇지만 금감원 조사 결과 이 말은 사실이었다. 금감원에 따르면 한 시중은행은 본점 차원에서 판매직원들에게 상품의 위험성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았다. 상품의 구조가 복잡해 전문가도 제대로 모르는 상품을 고령의 피해자들이 어떻게 위험성까지 파악하고 가입했겠는가. 원승연 금감원 부원장은 “이 사태의 본질은 정보의 비대칭성이라는 기울어진 운동장이 초래한 참사”라고 했다. 규칙을 충분히 숙지하고 있지 않은 사람에게 불리한 게임을 제시하는 건 정상적인 판매일까, 불완전판매일까? 규칙을 ‘알고 있었던’ 판매사들의 대승적 결단을 기대한다. 김서진 (농민신문 정경부 기자) dazzle@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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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칼럼

조용헌의 주유천하 (136)장작불을 때면서 깨달은 철학
아궁이 속 활활 타는 불 보면 인생 걱정거리 떨칠 수 있어 불 잘 때기 위해선 내공 필요 나뭇가지 크기 등 고려해야 필자도 글 쓰면서 쌓인 피로 시골집에서 불 때면서 해소 인생은 근심·걱정을 등에다 한짐 지고 천릿길을 걷는 것과 같다. 이놈의 근심·걱정은 언제나 멈출 수 있을까. 근심을 떨치는 방법 중 하나는 불을 때는 것이다. 아궁이에다가 장작을 넣고 활활 타는 불을 바라보는 방법이다. 벌겋게 타는 불을 바라보는 것은 깊은 의미가 있다. 걱정거리를 태워주기 때문이다. 걱정이 마음속에서 떠오르면 저 활활 타는 불 속에다 던져버린다. 계속해서 던진다. 또 생각나면 던지고, 또 나오면 또 던지고. 불은 다 태워버리는 속성을 지니고 있다는 게 참으로 신기한 일이다. 유를 무로 만들 수 있는 성능을 불이 가지고 있는 셈이다. 걱정거리가 무거워서 아궁이에 던질 수가 없으면 저 아궁이 속의 장작불로 내 가슴을 지져버린다. 장작불로 지져버리는데 안 탈 수가 있겠는가. 불이 가지고 있는 근심·걱정 말소의 기능에 인류는 고대부터 주목했다. 바로 불을 숭배하는 조로아스터교다. 일명 배화교(拜火敎)다. 불교·기독교보다 오래된 종교가 배화교다. 적어도 5000년 이상은 된 것 같다. 고대에는 이란의 모든 국토가 배화교였다. 지금은 이슬람으로 바뀌었지만 이란에 갔을 때 물어 물어서 수소문해보니까 테헤란에는 배화교 교당이 하나 남아 있었다. 여기에서는 오직 불이 타는 커다란 화로가 법당 가운데에 모셔져 있었다. 800년 동안 법당 화로에 불이 꺼진 적이 없다고 한다. 말이 필요 없다. 불만 바라보면 된다. 1~2시간 보기도 하지만 걱정이 많으면 5~6시간도 바라보면 좋다고 한다. 불을 장시간 바라보면 마음이 저절로 밝아진다. 국내에서 장작불로 도자기를 굽는 도공들도 가마에 불을 땔 때는 4~5일을 계속 안 쉬고 땐다. 장시간 가마 속의 불을 바라보면 나중에는 황홀경에 빠진다는 이야기를 들은 바도 있다. 그렇게 힘든 육체노동을 하면서도 가끔 이렇게 불을 오래 때면 그 쌓인 스트레스가 녹는 것이다. 요즘 한국에는 아궁이가 없어졌고, 장작불을 땔 일이 없어져서 더 스트레스가 쌓이는 게 아닌지 모르겠다. 필자에게는 전남 장성의 축령산 자락에 황토로 지은 휴휴산방(休休山房)이라는 글방이 있다. 한달에 2~3번씩 여기서 머물며 온돌방 아궁이에 불을 땐다. 자궁(子宮) 다음에 중요한 궁(宮)이 바로 아궁(亞宮)이라고 생각한다. 자궁은 자식을 잉태하는 궁이지만, 아궁은 추위를 견디고 등짝에 축적된 피로와 머리에 쌓인 근심을 풀어주는 궁이니까. 이 어찌 중요한 궁이 아닌가. 한민족은 뜨끈한 온돌방과 아궁이를 통해서 인생의 온갖 시름과 쓴맛을 견뎌왔다. 이거 없었으면 어떻게 그 고난을 견뎠겠는가! 도시사람이 처음에 아궁이에서 장작불을 때려면 어렵다. 이것도 내공과 수업료가 필요한 분야다. 내공이 없으면 불을 붙이기가 어렵고 중간에 불이 꺼져버린다. 장작으로 아궁이에 불을 지필 때는 먼저 작은 나뭇가지를 아래에다 깔아야 한다. 그리고 그 위에다가 큰 나무를 올려놓는다. 밑바닥에 큰 나무를 깔면 불붙이기가 힘들다. 작은 나뭇가지가 많아야 불이 쉽게 붙는다. 작은 나뭇가지는 위가 아니고 아래에 있는 게 좋다. 작은 가지에 불을 붙이면 이 화력으로 위에 있는 큰 장작에 옮겨 붙는다. 위에도 작은 가지가 있으면 불에 힘이 없다. 화력이 나오려면 역시 큰 장작에 불이 붙는 게 좋다. 세상에는 큰 놈들만 있으면 불이 붙지 않는다. 작은 민초들이 많아야 불이 붙는 이치와 같다. 장작이 너무 크거나 울퉁불퉁 거칠면 도끼맛을 봐야 한다. 도끼로 쪼개거나 다듬어놓아야 불 때기가 좋다. 사람도 너무 거칠거나 자기 잘난 대로 행동하면 사회라는 도끼의 맛을 볼 수밖에 없다. 모난 돌이 정을 맞는다고 역시 이와 같은 이치가 아니겠는가. 불을 잘 때려면 아궁이의 장작을 너무 자주 휘저어도 안된다. 잘 타도록 하려면 가만히 놓아둬야지, 자꾸 불이 붙은 장작을 이리저리 옮기면 불이 꺼진다. 불이 어느 정도 붙은 장작을 가만히 놓아두는 것도 기다림의 미학이다. 들쑤시지 말아야 한다. 그러고는 다른 일을 보다가도 가끔 아궁이 안을 들여다봐야 한다. 잘 타고 있는지를 점검해야 한다. 인생사에서는 점검이 필요한 경우도 많다. 필자는 글을 쓰면서 쌓인 피로를 시골집 아궁이 앞에 쪼그리고 앉아 장작불을 때면서 푼다. 그리고 걱정이 있으면 그 시뻘겋게 타는 불을 바라보면서 근심덩어리를 아궁이 속에 던지는 연습을 많이 한다. 장작으로 뜨겁게 달궈놓은 온돌방에 등짝을 대고 하룻밤 자고 나면 몸이 개운해진다. 한국 사람이라면 이걸 마다할 사람은 없을 것 같다. 조용헌은… ▲강호동양학자, 불교학자 ▲건국대 문화콘텐츠학과 석좌교수 ▲저서 <조용헌의 동양학 강의> <500년 내력의 명문가 이야기> <조용헌의 휴휴명당> 등 다수
조용헌 이미지 조용헌강호동양학자, 불교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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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명칼럼

[이정환 칼럼] 호랑이에게 물려가도 정신만 차리면
개도국 졸업할 수밖에 없다면 가격리스크 완충제도 도입을 세계무역기구(WTO)에서 개발도상국 지위 여부는 ‘자기선언’ 방식에 따라 각국이 스스로 결정한다. 우리나라는 이 규정을 통해 개도국 지위를 적용받아왔다. 그렇지만 미국이 올 2월 개도국 지위를 결정하는 4가지 기준을 제시했고, 뒤이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 기준에 해당하는 나라는 10월23일까지 개도국 지위포기를 약속하라고 요구했다. 이 느닷없는 소식에 우리 농업계는 엄청난 타격을 받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휩싸였다. 그러나 호랑이에게 물려가도 정신만 차리면 살 수 있다는 옛말이 있듯이 정확히 상황을 파악하고 현명하게 이 기회를 활용해야 한다. 우선 1995년 발효된 WTO 농업협정에 따라 모든 회원국은 관세·보조금 감축 등을 이행한 후 현재 그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상태다. 그러므로 우리나라가 지금 개도국 졸업을 선언하더라도 아무런 변화가 일어나지 않는다. 새로운 농업협상이 타결되고 우리나라가 선진국 규정을 적용한 협정에 서명해야 비로소 개도국 졸업선언의 효력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그런데 새로운 농업협상이 시작되려면 개도국 규정개편을 포함한 WTO 개혁에 대한 합의가 이뤄져야 하는데 현재로선 그렇게 될 가능성이 거의 없다. 미국은 18년이나 끌어온 WTO 도하개발아젠다(DDA) 협상이 개도국문제에 막혀 폐기된 상황이므로 중국 등이 개도국 지위를 포기해야 WTO 협상에 돌아오겠다는 입장이지만, 해당 국가들이 이를 받아들이려 하지 않기때문이다. WTO 개혁에 실패하면 새로운 농업협상이 없으므로 이번 선언에도 불구하고 개도국 지위를 졸업할 기회 자체가 없을 것이다. ‘미·중이 전격적으로 WTO 개혁에 합의하고 농업협상이 일사천리로 진행될 수도 있지 않은가’란 반론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그런 상황이 벌어진다 해도 이미 개도국 중 가장 선두에 서 있는 우리나라가 새롭게 합의될 기준에 따라 현재와 같은 개도국 지위를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는 건 무리다. 물론 개도국 규정개혁 없이 새로운 농업협상이 타결되는 예상 밖의 상황을 완전히 배제할 순 없다. 그 경우에는 우리나라가 개도국 지위를 유지할 수도 있을 텐데 이번 선언으로 졸업할 수밖에 없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건 10년 이상 후 미래의 일이 될 가능성이 크고, 그땐 52개국과 맺은 자유무역협정(FTA)에 의해 이미 대부분의 농산물 관세가 철폐된 상태일 것이므로 개도국 지위의 효과는 크지 않을 것이다. 결국 개도국 졸업선언의 실질적 비용은 없거나 적고 불확실하다고 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차기 농업협상에서는 식량안보에 필수적인 소수 품목을 제외하고 개도국 지위를 적용하지 않을 것’을 적절한 시점에 선언하는 것이 국가적으로 바람직하다고 판단된다. 단,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어떤 식으로든 개도국 졸업이 이뤄질 경우 우리나라 농업에 충격을 줄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고, 이에 대한 농가의 두려움이 매우 크다는 점이다. 따라서 개도국 졸업 때 생길지도 모르는 충격에 대비한 보험장치가 필요하다. 미국의 가격손실보상제도(PLC)와 같이 농업의 가격리스크를 완충하는 가격변동대응직불제를 도입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인 대책이라고 생각한다. 농업계도 이러한 요구를 하는 것이 개도국 졸업약속에 반대하는 것보다 훨씬 실익이 있는 현명한 선택이라고 판단된다. 지금이 1930년대 이래 미국 농정의 중심을 이뤄온 가격리스크 완충장치를 우리 농업에도 도입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정환 (GS&J 인스티튜트 이사장) 본란의 내용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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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사설] 농가소득 향상에 농협·조합원·지자체 함께하길
농가소득을 높이고 있는 농·축협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본지는 그 비결을 찾고, 다른 농·축협들이 벤치마킹할 수 있도록 농협미래경영연구소와 공동으로 ‘2018년 농가소득 증대 우수사무소’를 선정한 바 있다. 이어 4월17일부터 ‘농가소득 향상 우수 농·축협을 가다’란 기획코너를 15회에 걸쳐 보도했다. 본지에 소개된 농·축협들의 특징은 조합 차원에서 새로운 농법과 신품종을 도입해 보급하거나 로컬푸드매장 개설을 통해 조합원들의 판로확보에 앞장선다는 것이다. 명맥만 유지하던 공동선별출하회를 활성화하고, 상품성을 높여 농가소득을 높이는 곳도 있다. 유채·메밀꽃 등 경관작물을 이용해 지역축제를 열고 외식사업으로 연결해 농가소득을 높이는 사례도 눈에 띈다. 정부의 논 타작물재배 지원사업(쌀 생산조정제)에 맞춰 논콩 재배를 적극 장려해 지역의 주요 소득작목으로 발전시킨 곳도 있다. 모두 ‘조합원의 소득향상’이란 목표달성을 위해 깊게 고민하고, 조합원들도 이에 동의하고 적극 참여했기에 가능한 결과들이다. 농협미래경영연구소가 5월2일~6월7일 농·축협 조합장 94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농·축협의 가장 중요한 역할(복수응답)로 꼽힌 항목도 ‘농가소득 증대(43.9%)’였다. 일부 본질에 빗나간 행태로 비난을 받는 조합도 있지만, 대부분의 농·축협이 오늘도 농가소득 향상방안을 찾기 위해 고민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차원에서 본지의 ‘농가소득 향상 우수 농·축협을 가다’란 기획코너가 유용한 벤치마킹 자료로 활용되길 바란다. 농가소득 향상은 농·축협 일방의 노력만으론 한계가 있다. 조합원이 믿고 조합사업에 적극 동참할 때 더욱 탄력을 받는다. ‘우리 농협’이란 마음으로 농산물 출하는 물론 농자재 구입 때 조합을 전이용하는 것이 그 첫걸음이다. 일부 지방자치단체의 경우 로컬푸드사업 등에서 농·축협을 배제하는 일이 있는데, 이는 신중해야 한다. 농가 조직관리와 유통인프라가 풍부한 농·축협을 농정의 파트너로 삼고 추진해야 시너지효과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농가소득 향상 등에 벤치마킹할 만한 우수 농·축협이 많이 나오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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