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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취재수첩

[취재수첩] 혐오시설, 지역주민과 소통·공감대 형성이 먼저
전형적인 농촌마을인 충북 청주시 청원구 북이면 주민들은 요즘 걱정이 많다. 폐기물 소각시설 탓에 주거환경이 날로 악화되고 있어서다. 북이면에는 하루 최대 452.6t의 폐기물을 처리할 수 있는 소각업체 두곳이 있다. 이중 한곳은 최근 99.8t의 기존 시설을 폐쇄하는 대신 그보다 처리 용량이 5배 가까이나 큰 480t 규모로 증설을 추진하고 있다. 주민들은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지금도 아침이면 주변에 분진이 새까맣게 쌓이고 날려 문을 못 열 정도인데, 시설을 증설하면 불편함과 고통이 더 커질 게 뻔하다는 이유에서다. 소각장 주변 주민들은 지난 20년 가까운 기간 동안 암환자가 눈에 띄게 느는 등 환경피해가 심각하다고 주장해왔다. 실제 청원구에 따르면 지난해말 기준 북이면의 재가 암환자는 45명으로, 청원구 전체 암환자의 21%를 넘는다. 사정이 이렇자 북이면과 인접한 증평군 주민들 역시 연일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증평군이 북이면의 소각시설과 불과 1.8㎞밖에 떨어져 있지 않아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탓이다. 국내 유기농 1번지인 인근 괴산군의 신기리도 시끄럽다. 한 의료폐기물 처리업체가 소각시설 건립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엔 환경당국이 이 시설에 대해 ‘적합’ 통보까지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다보니 주민은 말할 것도 없고 괴산군, 괴산군의회, 지역구 국회의원까지 나서서 반대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옥천군에서는 동물화장장 설치 문제로 주민과 사업주 사이에 마찰이 일고 있다. 한 외지인이 지난여름 이원면 평계리의 막국수 식당을 매입한 뒤 동물 화장·납골 시설로 변경하고 화장장 운영을 준비 중이다. 이에 주민들은 ‘뒤통수를 맞은 격’이라며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당시 주민들은 돈 많이 벌어서 리모델링하는 줄만 알았다고 한다. 주민들은 군청을 항의 방문한 데 이어, 이원면 곳곳에 현수막을 매달아 반대 여론을 조성하고 있다. 이는 비단 충북지역만의 얘기가 아니다. 전국의 농촌 곳곳이 환경오염 우려가 있는 시설 설치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다. 그런데도 정부와 상당수 지방자치단체는 ‘법적 하자만 없으면 막기 어렵다’는 이유를 내세워 미적지근하게 대응하고 있다는 게 현장의 시각이다. 소각시설과 같은 혐오시설의 필요성은 누구나 다 안다. 그렇지만 지역주민의 기본권과 생존권을 침해할 우려가 큰 것도 부인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지금처럼 ‘내 뒷마당만은 안된다’는 주장을 지역이기주의라고 몰아붙이며 무분별하게 혐오시설을 짓는 것은 더이상 안된다. 지역주민과의 소통과 공감대 형성이 우선돼야 한다는 얘기다. 이를 위한 정부와 지자체의 역할도 강화돼야 한다. 김태억 (농민신문 전국사회부 선임기자) eok1128@nongmin.com
김태억 이미지 김태억농민신문 전국사회부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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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의 뜰

[인문학의 뜰] 불안과 맞서는 방식
일본 옛 리얼리티쇼 ‘덴파쇼넨’ 불황 속 사회혼란 반영해 인기 거창한 사회적 공포 아니더라도 삶은 관계의 균열로 늘 불안정 중요한 건 불안을 부정 않고 순하게 다스리는 법 배우는 것 만일 당신이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맨몸으로 광장에 서 있게 된다면 어떤 기분일까? 물어보나 마나 한 질문이다. 어떤 단어를 동원한다고 하더라도 그 참담함을 다 표현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바꿔 물어서, 만일 당신이 맨몸으로 광장에 서 있는 사람을 바라보는 입장이라면 그 기분은 어떤 것일지. 일본 TV에서 방영된 리얼리티쇼에 관한 이야기다. 1998년에 방영된 <덴파쇼넨>이라는 제목의 프로그램인데, 맨몸으로 방 안에 갇혀 생활하는 한 연예인의 모습을 1년 넘게 보여줬다. 이 연예인에게 주어진 임무는 잡지의 경품퀴즈를 풀어서 그 경품으로만 생활하는 것이었다. 먹을 것과 입을 것 같은 생활용품도 마찬가지였다. 1년 넘게 그런 생활을 하는 동안 옷이 경품으로 당첨된 적이 없어 주인공은 프로그램 내내 알몸이었다. 주인공은 주요 부위만 화면처리가 된 모습으로 먹고 자고, 퀴즈에 당첨되면 미친 듯이 춤도 춘다. 이 프로그램이 예능이라는 것에 주목하길 바란다. 더군다나 이 주인공은 자신의 모습이 방영되는 중이라는 것도 몰랐다. 이 남자의 극한에 가까운 리얼생존기는 시청자들의 웃음으로 소비됐다. 남의 나라 TV쇼를 갖고, 게다가 그 쇼를 당시에 보지도 않은 사람으로서 이렇다저렇다 비평을 할 입장은 아니다. 그러나 당시 엄청난 시청률을 기록했다는 이 쇼의 시청자가 아니어서 오히려 할 수 있는 말이 있을지 모르겠다. 쇼를 보면서 한번이라도 같이 웃어본 입장이 아니어서, 중독된 시선이 아니어서 말이다. 이런 극단적인 TV쇼가 존재할 수 있는 이유를 단순하게는 관음증 정도로 풀이할 수도 있겠지만, 더 사회적인 이유가 존재한다는 분석도 있다. 당시의 일본 경제가 몇십년 동안이나 이어지던 호황을 지나 기나긴 불황기로 접어들었다는 사실이다. 미래에 대한 불안은 보상이 필요했고, 그로 말미암아 경품으로만 생활하는 허황된 삶마저 풍자로 받아들이게 했다는 것이다. 광장에서 벗고 서 있는 사람을 혼자 본다면 분명히 죄스러운 일이겠지만 모두가 함께 보는 순간 그건 그냥 퍼포먼스가 된다. 그러나 다시 뒤집어 생각하면 그 퍼포먼스에는 보이는 그 단 한사람만이 아니라 보고 있는 다수의 사람들도 동참하고 있는 셈이다. 이 프로그램이 놀라운 이유는 아마도 여기에 있을 것이다. 화면 안의 한사람만이 아닌 화면 밖 모든 사람들의 불안을 동시에 담고 있으니 말이다. 불안에 대한 이야기를 이처럼 잘할 수 있나 싶은 영화도 있다. 세상의 종말이 가깝다고 믿는 주인공이 자기 집에 대피소를 만들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 <테이크 쉘터>라는 영화다. 영화에서는 종말이라고 말하고 있지만, 실은 영화의 배경인 미국 사회의 구조적 불안에 대한 비틀기라는 평이 있다. 아무튼 주인공의 공포는 불안에서 온다. 그 불안에 공감해주는 사람이 없어서 홀로 맞서야 하는 주인공의 공포감은 처절하게 다가온다. 나는, 아니 우리는 어디까지 안전한가? 알 수 없는 것들에 대한 불안만이 아니다. 어쩌면 알고 싶지 않은 것, 알려고 하지 않는 것들에 대한 불안이 더 클지도 모르겠다. 불안과 공포를 다룬 문학작품들도 많다. 실은 모든 작품이 그러할 터인데, 거창하게 사회적인 문제를 이야기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우리의 삶이란 것이 늘 관계의 미세한 균열을 겪으며 살아갈 수밖에 없고 문학이란 그런 삶을 다루는 것이기 때문이다. 가족, 사랑하는 사람, 혹은 경쟁자, 혹은 전혀 알지도 못하는 누군가와 늘 부딪치고 스치며 살아가야 하는 삶에 대해, 그 균열에 대해, 좋은 영화 좋은 문학은 냉정하다 못해 차갑게 이야기한다. 영화나 소설은 결국 꾸며낸 이야기일 텐데, 이 꾸며낸 이야기가 리얼리티라 이름 붙인 쇼보다 더 사실적인 이유다. 불안하지 않은 미래는 없다. 현재도 없을 것 같다. 한숨이 나오지만 어쩌겠는가. 불안을 부정하는 것보다는 그것을 순하게 다스리는 법을 배우는 것이 더 중요할지 모르겠다. 김인숙은… ▲소설가 ▲저서 <모든 빛깔들의 밤> <소현> <안녕, 엘레나> <제국의 뒷길을 걷다> 등 다수
김인숙 이미지 김인숙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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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의 숲

[생각의 숲] 세월의 매듭, 절기의 술
세월이 너무 빨리 간다. 벌써 정월대보름이 지났다. 세월에 매듭이라도 만들어 붙잡아두고 싶다. 아마도 옛사람들이 만든 명절과 절기는 흘러가는 날을 잡기 위한 ‘세월의 매듭’ 같은 게 아니었을까? 명절과 절기에 마시는 술이 있다. 설날에 마시는 도소주는 우리가 아는 소주가 아니다. 섣달그믐에 집 안 우물에 약재를 우려뒀다가 설날 아침에 그 약재를 청주에 넣어 달인 뒤에 온 가족이 함께 마셨다. 이때 아이들이 먼저 마시고 어른은 나이를 빨리 먹은 벌로 나중에 마신다. 가족의 건강을 기원하고 일체감을 느끼기 위한 음료였다. 귀밝이술은 정월 보름 아침밥을 먹기 전에 데우지 않고 차게 마신다. 그러면 한해 동안 귀가 밝아지고 즐거운 소식을 듣는다고 하니, 그 술을 피할 이유가 없다. 땅콩이나 호두 같은 부럼이 있으니 달리 안주를 준비할 필요도 없다. 정월에 빚는 술로 한양의 삼해주가 있었다. 정월 첫 해일(亥日·십이지 가운데 가장 끝에 오는 날)에 밑술을, 두번째 해일에 덧술을, 세번째 해일에 재덧술을 해서 늦봄에 마셨다. 빚는 날이 정해져 있는 것에는 생을 무료하게 살지 않게 하려는 계책이 들어 있었다. 음력 삼월 삼짇날에는 진달래화전을 부치고 진달래술을 맛본다. 유상곡수 포석정에 둘러앉아 부정한 것을 물리치는 의식을 치르며 술 한잔을 했던 게 이날이기도 하다. 양력 4월5일경 하늘이 차츰 맑아진다는 청명에는 청명주를 즐기고, 1년 중 양기가 가장 센 날이라는 음력 5월5일 단오에는 창포주와 삼오주를 즐겼다. 삼오주도 삼해주처럼 십이간지의 말날(午日)에 맞춰 빚었다. 1670년대에 작성된 조리서 <음식디미방>에는 삼오주 제조법이 나오는데, 단오에 즐기라고 했다. 유월 유두에 술을 마시며 하루를 즐기는 풍습이 유두음이다. 이날에는 어떤 술을 즐기느냐보다는 술을 마시는 행위를 중시했다. 유둣날에 동쪽으로 흐르는 물에 머리를 감아 부정한 것을 씻어내는데, 남쪽 지방에서는 농사의 한 매듭을 지었다는 의미에서 써레를 씻어두고 농주를 마셨다. 칠월 백중은 노비들이 호미씻이하고 농주인 막걸리로 하루를 즐겼다. 요사이는 유월이면 매실이 많이 나는 전남 광양에서는 매실주를, 복분자가 나는 전북 고창에서는 복분자주를 빚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포도 수확기에는 충북 영동이나 경북 영천에서 축제를 하고 포도주를 빚는 행사를 한다. 여름에는 과하주를 빚어 술이 상할 염려 없이 즐겼고, 단맛이 도는 점주나 이화주를 빚어 즐겼다. 추석에는 햅쌀로 신도주를 빚어 송편과 함께 준비했다. 음력 9월9일 중양절에는 고향을 그리는 사람들이 높은 언덕에 올라 고향 쪽을 바라보며 국화주를 나눴다. 이제 와 다시 명절 세시주를 불러보는 것은, 제철음식에 어울리는 술문화가 있다는 것을 새겨보기 위함이다. 비록 혼밥과 혼술이 유행하는 핵가족 시대에 살고 있지만, 세시음식과 세시주가 무의미해진 것은 아니다. 세시주가 전통을 재해석한 외식 음식과 선물로 재해석돼도 좋을 것이다. 그럼 술에 취해 세월도 천천히 흘러가지 않을까? 허시명 (막걸리학교장)
허시명 이미지 허시명막걸리학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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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사설] 남북경협 대금 최적지급 수단은 쌀 등 현물
남북교류 재개 앞당길 대안 ‘주목’ 쌀 공급과잉 문제 해소에 큰 도움 제2차 북·미 정상회담 논의과정에서 금강산관광, 개성공단 가동 등 남북 경제협력(이하 남북경협)사업 재개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27~28일 베트남에서 열리는 이번 정상회담에서 북한 측의 비핵화 진전과 대북제재 완화를 통한 경제적 지원이 교환될 것이라는 예상이 많아서다. 문재인 대통령도 19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나눈 전화통화에서 “북한의 비핵화 조치를 견인하기 위한 (미국의) 상응조치로서 한국의 역할을 활용해달라”며 남북경협 등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농업계에서 남북경협 재개에 큰 기대를 거는 것은 개성공단 북측 근로자 임금이나 금강산관광 대금을 쌀 등 현물로 지급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현재 남북경협사업은 지난해 9월 평양정상회담 이후 서로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지만 미국과 유엔(UN)의 대북제재에 막혀 실질적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우회적인 대북제재 완화수단으로 남북경협에 소요되는 비용을 쌀 등 현물로 지급하는 방안이 힘을 얻고 있는 이유다. 정부는 이를 공식적으로 부인하고 있지만 정치권 등에선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19일 기자간담회에서 “금강산관광은 ‘벌크 캐시(대량 현금)’가 안 들어가면 제재 대상이 아니라서 재개하기 쉬운 편”이라고 말해 현물 지원 가능성을 시사했다. 여당의 대외협력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현권 민주당 의원(비례대표)도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북측 근로자 임금을 쌀로 지급하면 대북제재와 관계없이 개성공단 재개가 가능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미국과 유엔의 대북제재가 완전히 풀릴 때까지만이라도 남북경협 비용을 쌀로 지급하는 방안이 하루빨리 이뤄지길 바란다. 김 의원에 따르면 개성공단 근로자 임금을 쌀로 지급할 경우 연간 11만2000~19만t이 소요된다. 금강산관광 비용도 연간 500억원(1998~2008년 기준)이 넘는 금액이어서 국내 쌀 공급과잉 문제 해결에도 숨통이 트일 전망이다. 남북경협 대금을 쌀로 지급할 경우 유엔의 대북제재 위반 논란을 피하면서 식량이 부족한 북한 주민들에게도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다. 쌀이 북한의 비핵화를 이끌어낼 지렛대 역할을 하고, 남북경협 재개를 앞당기는 촉매제가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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