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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취재수첩

[취재수첩] 유독 혹독했던 강원도의 겨울
“오늘 하루 동안요? 허허, 만원어치나 팔았으려나요.” 2월의 어느 늦은 오후, 강원 화천산천어축제장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다 얼음낚시터 한편에 마련된 먹거리 부스에서 잠시 발길을 멈췄다. 오랜만에 온 손님인 양 주인이 반색했다. 산천어살을 활용해 만들었다는 어묵이 보였다. 뜨끈한 국물부터 목구멍으로 밀어넣으며 별생각 없이 매출액을 물었던 기자는 ‘만원’이라는 답에 자못 숙연해졌다. 그 순간 부스 앞 얼음낚시터에 붙은 빨간색 글씨의 ‘출입금지’ 안내판이 유난히 도드라져 보였다. 축제 주최 측은 겨울철 이상고온과 철 모르는 폭우로 두차례나 개막일을 미뤘지만 결국 개장 하루 만에 안전상의 이유로 얼음낚시터 운영을 중단했다. 관광객 감소로 제때 방류되지 못한 산천어는 20t 이상 남았고, 팔지 못한 지역농산물엔 먼지가 내려앉았다. 인근의 한 숙박업소 주인은 “방 18개를 운영 중인데 축제 기간 중 어떤 날엔 딱 한가족 자고 갔다”며 고개를 떨궜다. 물론 푸근한 날씨 탓에 ‘얼음 없는’ 얼음축제가 진행된 게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그러나 올겨울은 아프리카돼지열병(ASF) 확산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 사태까지 겹쳐 유독 뼈아팠다. 인제 빙어축제, 평창 송어축제도 조기폐막·일정변경 등 우여곡절을 겪으며 분루를 삼켰다. 강원도 내 난제는 비단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해 동해안 일대를 덮친 화마로 삶의 터전을 잃은 이재민들과 태풍 ‘미탁’으로 침수피해를 본 이재민들은 여전히 임시조립주택에서 지내고 있다. 또 국방개혁 2.0으로 군 위수지역이 해제된 데 이어 주둔부대까지 해체 수순을 밟고 있는 화천·인제 등 도내 접경지역들은 초상집 분위기다. 부대가 해체되면 군납으로 유지되던 지역농산물 판로가 대거 막힐 뿐 아니라 경기 역시 얼어붙을 것이 자명해서다. 참다못한 지역주민 1000여명이 최근 청와대 앞에서 상복을 입고 상여를 둘러멘 채 시린 겨울에 맞섰지만 달라진 건 없다. 여기에 지난해부터 뚝 떨어진 감자값은 소비부진의 긴 터널 속에 재고량이 1만5800t까지 치솟아 농민을 울리고 있다. 어느 결에 우수(雨水)가 지나고 곳곳에서 봄을 맞이하는 소리가 들린다. 유독 혹독했던 강원도의 이번 겨울도 조금씩 기억의 뒤안길로 사라져갈 것이다. 그러나 지난 1년간 누구보다 열심히 농사지으며 지역축제가 열리기만을 손꼽아온 농민들, 일상으로 온전히 복귀하지 못한 이재민들, 수십년간 국가안보를 위해 희생을 감내해온 접경지 주민들의 고통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봄의 향연에 취해 이들의 눈물을 결코 잊어선 안된다. 재기 의욕을 갖도록 각자의 자리에서 세심한 지원대책을 가지고 이들을 보듬어 안아야 할 때다. 강원도 전역에서 누구나 기쁘게 가슴 펴고 맞을 수 있는 ‘진짜 봄’이 오길 소망한다. 김윤호 (농민신문 전국사회부 기자) fact@nongmin.com
김윤호 이미지 김윤호농민신문 전국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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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산책

[경제산책] 텃밭에 봄이 오는 소리
마당 가을 국화엔 새싹 돋아 나무들 가지도 하늘 찌르고 매화꽃 봉오리는 터질 것 같아 둑에선 벌써 개구리가 합창 동식물의 지구온난화 경고 지구가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이미 입춘이 지나 2월 중순이다. 마당 주변과 텃밭에 있는 화초나 나무들의 가지치기 작업을 할 때다. 마치 봄·여름·환절기·가을·겨울이 오는 식으로 오행(五行)이 번갈아 작용하듯, 그리고 밤과 낮이라는 음양(陰陽) 역시 번갈아 변하듯, 그렇게 철이 지나고 세월이 흐른다. 농부철학자 윤구병 선생의 말처럼 이런 식으로 철의 흐름을 제대로 느끼고 깨칠 때 사람도 철이 든다. 그러나 불행히도 요즘은 시장이나 슈퍼마켓에 ‘철없는’ 과일과 채소가 일년 내내 나와 이를 먹는 사람들도 철이 잘 들지 않는 경향이 있다. 반면 그 옛날 어른들은 이런 식의 철들기를 수십년 반복한 결과 대체로 노인이 되면 마을의 구심이 되곤 했다. 사람들은 정월대보름이나 추석 때 마을 어르신들을 모시고 맛있는 음식을 나누며 덕담을 듣기도 했다. 우주의 ‘철’이 지나서일까. 이제는 ‘철’도 모르며 ‘철’에 대한 가치 부여도 없다. 대량생산·대량소비·대량폐기의 시스템 속에 24시간 노동과 소비가 돌아간다. 노인들은 기껏해야 이 철없는 시스템 속의 노인 ‘알바’ 노동력 내지 더이상 ‘쓸모없는’ 존재로 전락한 지 오래다. 서글프다. 하지만 텃밭에만 가면 이 서글픔도 사라진다. 우선 마당 가장자리에 피었다 진 국화꽃 줄기들을 잘라준다. 가을 국화는 늦가을까지 한달 이상 예쁜 꽃을 피웠다. 그렇게 은은한 향기를 마당 전체에 나눠주다 겨울이 오자 사그라지고 말았다. 이미 푸석푸석해진 줄기를 잘라주면서 벌써 아래쪽엔 파릇파릇 새싹이 돋는 것을 본다. 그렇다. 국화는 죽지 않았다. 다만 추운 겨울을 이기기 위해 온몸을 움츠리고 저 깊은 땅속 기운과 접촉하고 있었다. 그래서 뿌리만큼은 팔팔하게 살아 있었다. 이제부터는 온 힘을 다해 봄과 여름 동안 땅과 물의 기운을 끌어올려 수많은 잎들을 푸르게 길러내 가을엔 향기로운 꽃을 피울 것이다. 세그루의 감나무 역시 줄기는 꺼칠꺼칠한 노인의 피부지만 가지마다 새싹이 오를 것이다. 그런데 감나무와 대추나무는 다른 나무들에 비해 가장 늦게 싹을 틔운다. 왜 그런지는 몰라도 벌써 노란 꽃봉오리를 내밀려 준비하는 산수유와는 지극히 대조적이다. 만물엔 제각기 나름의 속도와 리듬이 있는 법이겠지. 귀한 뽕잎차와 오디까지 선물해주는 뽕나무 역시 너무 잘 자라 가지를 치지 않으면 도장지(웃자란 가지)가 하늘을 찌른다. 나무에게 “미안해, 이발시켜주는 거야”라고 말하며 가지를 과감하게 쳐준다. 나무가 “아이고, 시원해”라고 답하는 듯하다. 뽕나무 옆의 장미 한그루도 너무 튀어나온 것만 잘라준다. 원래 5월에 활짝 피는 장미꽃이 지난해엔 10월에도 한두송이 핀 것을 봤다. 신기하고 반가웠지만, 지구온난화 효과라 생각하니 인류의 미래가 걱정되기도 했다. 노란 잎을 화려하게 피운 뒤 구수한 은행을 남기고 겨울을 맞은 은행나무도 이발을 한다. 전북 전주 한옥마을에 있는 ‘아들 낳은 은행나무’처럼 우리 집 은행도 암놈이 ‘아들’을 낳았다. 물론 다른 순이 터서 가지 하나가 하늘 위로 치솟은 것일 뿐. 사람과 달리 은행나무는 암놈은 암놈이지 수놈을 낳지는 않을 터. 그런데 뭐니 뭐니 해도 우리 텃밭의 최고는 매화나무다. 벌써 매화꽃 봉오리가 터지려 한다. 참 신기하다. 홍매화와 청매화는 색깔이 다른데 벌써 그 싹에서부터 개성이 나온다. 6월의 매실은 색깔이 초록으로 같다. 이것도 신기하다. 열매만 봐서는 홍매화인지 청매화인지 모른다. 사람도 어떤 사람인지 섣불리 판단하지 말라는 경고로 보인다. 이렇게 텃밭 가지치기를 하는데 아래쪽 둑에서 개구리들 합창이 들린다. 아직 경칩은 남았는데 개구리들이 벌써 봄을 즐기다니. 합창 소리에 기분이 좋지만 한편으로는 지구온난화를 경고하는 듯해서 서글퍼지기도 한다. 이렇게 우리 텃밭에서조차 봄기운, 사철(오행)의 흐름과 함께 삶의 기쁨이 느껴진다. 하지만 동시에 동식물들이 인간에게 전해주는 지구온난화 메시지를 곰곰이 생각해보면 과연 인류가 얼마나 오랫동안 이런 식(대량생산·대량소비·대량폐기)으로 살 수 있을지, 지구가 이런 삶의 방식을 얼마나 오래 버틸 수 있을지 적잖이 걱정된다. 그래도 봄은 봄이니 봄의 향기도 즐기고 봄의 소리도 즐기자! 강수돌은 … ▲서울대학교 경영학과 졸업 ▲독일 브레멘대학교 경영학 박사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 ▲현 고려대학교 융합경영학부 교수 ▲저서 <행복한 살림살이 경제학> <영화관에 간 경영학자> <중독의 시대> 등 다수
강수돌 이미지 강수돌고려대학교 융합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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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문에서

[독립문에서] 남의 살 먹는 자의 도리와 전염병
결국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대한 위기경보가 ‘경계’에서 최고 단계인 ‘심각’으로 격상됐다. 확진자가 늘어나면서 한국인, 좀더 정확하게는 한국을 경유해서 오는 사람들의 입국을 금지하는 나라들도 늘었다. 또 입국 후 관리를 시행하거나, 방문에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국가로 한국을 지정하는 나라들도 늘고 있다. 불과 얼마 전 중국을 대상으로 했던 모든 조치들이 한국으로 확대되는 중이니, 역시 한치 앞을 내다보기가 어려운 것이 사람의 일인 모양이다. 어느새 내가 쏜 화살이 내게 돌아오는 형국이다. 이왕 지나간 일을 반성하는 김에 한가지 다시 생각해봤으면 하는 것은 코로나19 사태 확산 초기에 중국의 음식문화에 쏟아졌던 비난이다. 박쥐가 인간과 동물 사이의 감염을 매개하는 숙주로 알려지면서 박쥐를 먹는 중국인들에 대한 비난이 쏟아졌다. 이후 바이러스의 유전자검사를 해보니 아마도 몸에 좋다고 알려진 천산갑이 매개가 됐을 가능성이 높다는 소식이 알려졌다. 하지만 천산갑 역시 멸종위기의 동물이라 중국인에 대한 비난은 그치지 않았고, 곧 한국 내 중국인들에게로까지 이어졌다. 지금의 코로나19와는 상관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서울 대림동 중국인거리의 위생 상태며 남다른 식문화가 비난의 대상이 된 것이다. 사실 바이러스 때문이 아니더라도 야생동물과 멸종동물을 가리지 않고 먹어대며 개발을 명분으로 숲과 강, 야생동물들의 서식지를 파괴하는 인간의 행위들은 더이상 계속되면 안되는 게 분명하다. 하지만 특정한 지역을 지목해서 비난하는 사람들의 마음속에는 나는 떳떳하다는 생각이 있을 것이다. 야만적인 식문화와 나는 별개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허나 요즘 한창 유행하는 크릴새우에서 뽑아낸 기름이 홈쇼핑에서 인기를 끄는 걸 보면 세상일이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혈중 콜레스테롤을 줄여주고 중성지방을 녹여내며 뱃살을 빼준다는 효능을 비롯해 거의 만병통치약으로 알려진 크릴오일은 일반적인 의미의 혐오식품은 아니며, 먹으면서 죄책감을 느끼는 사람도 많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과거에 비해 개체수가 20% 정도만 남았다는 크릴새우는 사실 고래·물개·펭귄들이 새끼 번식과 생육에 꼭 필요로 하는 먹이다. 그나마 남은 크릴새우를 인간이 싹쓸이하면서 기후온난화로 영향을 받고 있는 남극의 동물들은 멸종위기에 몰리고 있다. 박쥐 먹는 사람만 비난하기 어려운 이유다. 지난해 아프리카돼지열병(ASF)과 올해 코로나19를 겪으면서 이런 전염병 사태를 막고 지구를 구하기 위해 채식을 하자는 이야기가 많다. 귀담아듣고 새겨봐야 할 중요한 제안이다. 하지만 그저 식당에서, 홈쇼핑에서 채식을 주문하는 생활의 변화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먹기 위해서는 남의 수고로움에 빚지게 되며 많은 경우 남의 살을 먹게 되는 만큼 먹는 자의 도리를 잊어서는 안되는 것이다.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몸에 좋다고 먹는 많은 것들은 박쥐탕과 같이 낯선 모습을 하기보다는 오히려 유리병에 약처럼 담겨서 오거나, 보기 좋은 한 접시 요리로 오는 경우가 더 많기 때문이다. 백영경 (제주대 사회학과 교수)
백영경 이미지 백영경제주대 사회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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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사설] 경지면적 또다시 최저치 경신…이대론 안된다
19년 새 경지 31만㏊ 감소 ‘위기’ 식량안보 흔들…농지전용 막아야 통계청의 ‘2019년 경지면적 조사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경지(논밭)면적은 158만1000㏊로, 2018년 159만6000㏊보다 1만5000㏊ 감소했다. 경지면적은 2010년 171만5000㏊에서 해마다 감소해 9년 동안 7.8%인 13만4000㏊가 줄어들었다. 특히 주요 식량인 쌀 생산을 담당하는 논 면적 감소율이 더욱 커 심각하다. 논 면적은 지난해 83만㏊로 9년 전인 2010년 98만4000㏊보다 15.7%인 15만4000㏊ 감소했다. 지난해 경지면적 감소는 건물건축(6600㏊), 유휴지(3400㏊), 공공시설 조성(2700㏊) 등이 주요 원인이다. 경지면적 감소를 우려하는 것은 쌀·보리 등 식량 생산기반이 그만큼 무너지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매년 농지를 다른 용도로 전용하며 야금야금 갉아먹고 있다. 국내 식량자급률은 2018년 기준 46.7%에 그치고 있다. 새만금 간척지만 해도 그렇다. 애초 이곳은 100% 농지로 활용할 예정이었다. 1980년 저온피해에 따른 유례없는 흉작으로 식량자급률이 1975년 79.1%에서 69.6%로 급락하자 심각한 위기를 느껴서다. 하지만 새만금 간척지는 2007년 토지이용계획에서 농지활용 비중이 72%로 줄어든 데 이어, 이명박정부 들어서는 30%까지 쪼그라들었다. ‘가랑비에 옷 젖는다’는 말이 있다. 매년 경지면적 감소가 누적되면 유사시 식량 생산기지로 되돌리기 힘들다. 실제 경지면적은 2000년(188만8700㏊)에 비하면 19년 새 30만7700㏊나 감소했다. 이제 농지전용을 더이상 허용하지 않거나 엄격한 규정을 적용해 최소화해야 한다. 전용이 불가피하다면 새만금 간척지의 농지활용 비중을 현행(30%)보다 높이는 것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곡물자급률(사료용 포함) 목표치를 2018년 21.7%에서 2022년 27.3%로 높여 잡고 있다. 소도 비빌 언덕이 있어야 비빈다. 이렇게 매년 경지면적이 감소하는 상태에서 농식품부의 곡물자급률 달성은 요원한 목표로 끝날 수 있다. 도시화·산업화의 필요에 따라 농지전용이 어쩔 수 없다고 어물쩍 넘어가선 안된다. 아무리 배가 고프더라도 다음해 농사지을 씨앗은 남겨둬야 하는 법이다. 농식품부는 농지전용 허가 때 농민단체와 전문가 위원회 협의를 거치는 등의 엄격한 절차를 통해 경지면적 감소를 더이상 좌시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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