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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취재수첩

[취재수첩] 선거구 개편, 농촌 지역구 축소로 이어지나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더불어민주당·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정의당)이 선거법 개정에 최근 합의했다. 내년 총선에 적용할 선거제 개편안을 마련한 것이다. 제시된 개편안은 꽤 복잡해서 정신을 차리고 살펴볼 필요가 있다. 총 의석수는 지금처럼 300석을 유지한다. 대신 지역구 의석을 253석에서 225석으로 줄이고 비례대표 의석은 47석에서 75석으로 늘린다. 핵심은 전국 정당득표율의 50%를 기준으로 의석수를 배분하는 준(準)연동형 비례대표제에 있다. 이를 적용하면 A당이 30%의 정당득표율을 얻을 경우 일단 전체 의석수 가운데 15%(45석)를 확보할 수 있다. 지역구 당선자가 10명이면 비례대표로 35명을 보전받고, 지역구 당선자가 40명이면 비례대표로 5명을 보전받는다. 현행 제도가 비례대표 의석(47석)에 대해서만 정당득표율을 적용하는 것과 차이가 있다. 이렇게 정당득표율의 50%를 각 당에 반영하면 남는 의석이 생긴다. 이 자리는 각 당이 차지한 지역구 의석수와 관계없이 전국 정당득표율에 비례해 다시 나눈다. 앞선 1차 배분에서 20석이 남았다면 A당은 전국 정당득표율(30%)에 따라 6석을 추가로 받게 된다. 여기까진 이해가 크게 어렵지 않다. 그런데 개정안은 지역주의 완화를 명분으로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가미했다. 전국을 6개 권역으로 나눠 비례대표 공천도 권역별로 하고 비례대표 의석도 각 당의 권역별 득표율에 따라 배분해야 한다. 여기에 석패율 제도까지 삽입된다. 권역별로 지역구 후보 2명까지는 비례대표로 동시 입후보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아깝게 낙선한 지역구 후보를 구제하기 위한 장치라고 한다. 이쯤 되니 찬반을 떠나 “선거제인지 함수식인지 도통 모르겠다”는 반응이 먼저 나온다. 오죽하면 ‘정치 9단’이란 별명을 가진 국회의원마저 “나 정도 머리를 가진 사람은 이해를 못하겠다”라고 했을까.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특정 정당에 대한 국민의 지지율이 의석수에 고스란히 반영된다는 게 장점이다. 그러나 ‘50% 연동’ ‘권역별’ ‘석패율’ 등이 복잡하게 얽혀 있어 유권자들은 “그래서 내 표는 누구에게로 가는 거야?”란 질문을 던지는 상황이다. 개편안대로 법 개정이 이뤄질지는 알 수 없다. 분명한 건 지역구 의석수를 축소하면 인구가 적은 농촌지역 선거구가 전면적으로 조정될 것이란 점이다. 농촌에서 그냥 받아들이긴 어렵다. 우리나라 농가인구는 전체인구의 4.7% 수준이다. ‘50% 연동’ 규정만 적용해도 농민을 대표할 7석의 권리는 있는 셈이다. 민의를 좀더 충실히 반영하려는 취지로 선거제를 개편한다면 국회에서 농업계를 대변할 스피커도 그쯤은 보장된다는 신호가 있어야 농민들이 고개를 끄덕일 것 같다. 홍경진 (농민신문 정경부 차장) hongkj@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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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칼럼

조용헌의 주유천하 (108)지리산의 오행사찰(五行寺刹)
지상 가장 강력한 기운인 번개 지리산 천왕봉에 내리꽂히면 중심부 위치한 법계사 거친 뒤 동서남북 자리한 사찰로 전달 수화목금토 형상 지닌 5개 절 각각의 오행이 서로 상생 상극 지리산이 세계적인 명산에 해당한다는 사실을 나이 50이 넘어서야 알게 됐다. 남의 나라 산만 좋은 줄 알고 있다가, 조국의 산이 좋다는 사실을 알게 되기까지는 수업료가 필요했다. 역시 밖을 돌아봐야 안을 안다. 우선 지리산은 둘레가 길다. 꼬불꼬불 마을 길을 따라서 한바퀴 돌려면 그 거리가 700~800리는 되는 것 같다. 한눈에 파악이 안될 정도로 넓은 것이다. 산이나 사람이나 한눈에 파악되면 재미가 적은 법이다. 파도 파도 계속 밑천이 떨어지지 않고 나오는 산이 지리산이다. 산의 높이도 적당히 높다. 2500m가 넘어가면 사람 살기가 어렵다. 히말라야의 4000~5000m 설산은 보기에는 좋지만 인간이 살기는 어렵다. 이에 비해 지리산은 1000m가 조금 넘는 봉우리가 수두룩하다. 또 골짜기마다 물도 좋다. 다 약수 아닌가. 먹을 것도 많다. 육산(肉山)이라 그렇다. 옛 사람들은 지리산을 식산(食山)이라 불렀다. 속세에서 쫓기던 사람들이 지리산에 오면 굶어 죽지 않았다. 약초가 널려 있고 산짐승들도 적당히 많았다. 인삼 빼고는 다 있다는 산 아닌가! 지리산의 서쪽에는 전남 구례가 있다. 이른 봄에는 산수유가 노랗게 핀다. 이른 봄의 정취를 알려주는 게 산수유다. 이게 몸에 좋은 열매다. 구례에는 이름난 명천(名泉)이 많은데, 이들 샘물 속에 산수유 뿌리가 뻗어 있어서 장수하는 사람이 많다는 이야기가 있다. 나이가 들면 물 좋은 데 가서 살아야 한다. 산수유철이 지나면 찻잎을 딸 때가 온다. 지리산 남쪽 경남 하동 화개는 녹차로 유명하다. 화개 골짜기를 스멀스멀 타고 들어온 섬진강 물안개가 찻잎에 자양분을 준다. 찻잎은 안개와 이슬을 먹어야 고급이다. 지리산 남쪽 화개가 차(茶)라고 한다면, 북쪽에는 뭐가 있는가? 옻나무다. 지리산 북쪽 함양 마천 쪽에는 옻나무가 많다. 손발이 찰 때 옻닭이 최고 아닌가. 옻칠이야말로 수백년이 지나도 나무를 썩지 않게 만들어주는 최고의 ‘페인트’다. 스님들 밥그릇인 발우는 옻을 먹여야 명품이 된다. 지리산 동쪽이 산청이다. 산청에는 뭐가 있는가. 곶감이다. 여기 곶감이 달고‘개미(감칠맛을 뜻하는 전남 방언)’가 있다. 옛날 사랑방에 장작불 때 놓고 둘러앉아 먹었던 최고의 음식이 산청곶감이다. 지리산에는 동서남북과 가운데에 사찰이 있다. 동쪽에는 대원사가 있고, 서쪽에는 화엄사가 있다. 북쪽에는 실상사가 있고, 한가운데에는 법계사(法界寺)가 있다. 남쪽에는 쌍계사가 있는 줄 알았더니만 지리산 전문가에 의하면 진주 다솔사(현 주소지는 사천시 곤명면에 속하나 예전엔 진주에 포함됨)를 지리산의 남방 사찰로 본다. 지리산에 사찰을 창건한 연기조사(緣起祖師)는 3개의 사찰을 세웠다고 전해진다. 서쪽의 화엄사, 천왕봉 밑의 법계사, 그리고 동쪽의 대원사이다. 연기조사가 세운 3개의 절에는 각기 석탑이 있다. 화엄사에는 네마리의 사자가 삼신할머니를 옹립하고 있는 형상의 사사자석탑(四獅子石塔)이 있고, 법계사에도 역시 석탑이 있고, 대원사에도 오래된 석탑이 있다. 고승들이 석탑을 세우는 자리는 터의 기운이 너무 센 지점이거나 아니면 너무 약한 지점이다. 비보용(裨補用)인 것이다. 센 터에 석탑을 세우면 터의 기운을 눌러주고 약한 지점에 세우면 기운을 보강해주는 작용을 한다. 지리산 도사들의 주장에 의하면 지리산에 번개가 치면 그 기운이 가장 높은 봉우리인 천왕봉에 꽂힌다고 한다. 천왕봉에 떨어진 번개의 에너지는 법계사로 다시 전해진다. 당구의 ‘쓰리쿠션’과 같다. 법계사는 해발 1450m의 높이에 있다. 한강 이남에서는 가장 높은 지점에 자리 잡은 사찰이다. 그러니까 이름도 법계(法界)이다. 신성한 공간이란 뜻이다. 법계사에 전달된 번개의 기운은 다시 한번 반사돼 문창대 바위로 떨어진다. 하늘의 문창성(文昌星) 기운이 뭉쳐 있는 곳이 문창대이다. 문장과 학문을 상징하는 별이다. 천왕봉에서 법계사로 떨어진 번개의 기운은 동서남북 네군데의 사찰을 돌아다니면서 기운을 전달해준다. 번개는 지상에서 가장 강력한 기운이다. 서양에서도 ‘토르’라고 해서 번개를 망치로 상징한다. 이처럼 지리산의 다섯군데 사찰이 수화목금토의 형상으로 존재하고, 이 오행이 서로 상생 상극한다는 이론체계를 수립한 인물이 누구일까. 진주 다솔사는 사천만을 통해 배를 타고 해로로 접근할 수 있는 절이었다. 물류의 거점이기도 해 풍요로운 절이었다고 여겨진다. 그래서 조선시대 반체제 승려들의 비밀결사 조직인 당취(黨聚)들의 아지트였다. 다솔사 인근에는 서봉사(瑞鳳寺)라는 절이 있었는데, 다솔사에는 무술을 좋아하는 무승(武僧)들이 거처했고, 서봉사엔 학문과 이론을 좋아하는 문승(文僧)들이 머물렀다. 서봉사 문승들이 지리산 오행사찰 이론을 만들어냈다고 한다. 조용헌은… ▲강호동양학자, 불교학자 ▲건국대 문화콘텐츠학과 석좌교수 ▲저서 <조용헌의 동양학 강의> <500년 내력의 명문가 이야기> <조용헌의 휴휴명당> 등 다수
조용헌 이미지 조용헌건국대 문화콘텐츠학과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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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칼럼

[詩心으로 보는 세상] 쟁기질 연습
쟁기는 밭을 가는 쟁기와 논을 가는 쟁기가 따로 있다. 밭을 가는 쟁기는 ‘깍쟁기’라고 했다. 혓바닥같이 넓적하다. 밭갈이는 물이 없기 때문에 쟁기질이 조금 수월했다. 논에 보리를 갈 때의 쟁기질은 우선 벼를 베어내고 드문드문 논을 갈아엎기 때문에 웬만한 사람들도 쉽게 쟁기질을 할 수 있다. 보리를 갈지 않은 논도 가을에 갈아엎었는데, 가을 논갈이를 추경이라 했다. 가을과 겨울 동안 햇살과 바람을 마음껏 쐬게 해서 땅의 힘을 길러주었던 것이다. 봄이 되면 가을갈이 해놓은 논에다가 지난가을 베어 말린 풀을 작두로 썰어 뿌리고 논을 다시 갈아엎었다. 춘경이다. 그리고 모내기를 할 때 물을 잡아넣고 논을 또 한번 갈아엎어 단단한 흙덩이를 부숴 써레질로 논바닥을 고른 다음 모를 심었다. 우리 동네에서 쟁기질을 가장 잘하는 사람은 재홍이네 아버지와 명렬이 당숙이었다. 명렬이 당숙은 말이 많은 분으로 소문이 나 있었는데, 쟁기질을 할 때만은 논둑에 있는 사람도 들리지 않을 정도의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조심조심 소를 잘 다루었다. 쟁기를 잡은 당숙 앞에서는 어떤 소도 순한 소가 돼 고분고분해졌다. 재홍이 아버지도 무논에서 쟁기질을 하고 논 밖으로 나올 때까지 옷에 흙탕물 하나 튀지 않았다. 소를 모는 “이랴 자랴” 하는 소리가 거의 들리지 않을 정도로 소를 다정다감하게 잘 다뤘다. 우리 동네에서 요란하게 쟁기질을 한 사람은 한수 형님이었다. 형님이 쟁기질을 하는 날이면 온 동네가 쩌렁쩌렁 울렸다. 형님이 논을 다 갈고 밖으로 나올 때 보면 얼굴이 흙범벅이었다. 사람들이 웃었다. 그러면 형님은 멋쩍게 웃으며 소 탓을 했다. 논 갈고 나온 형님 얼굴을 생각하면 지금도 웃음이 나온다. 봄이 되면 사람들이 겨울 동안 몸이 굳을 대로 굳은 소를 데리고 나와 쟁기질 연습을 시킨다. 겨울 동안 소가 쟁기질을 잊어버렸을 수도 있고, 겨울 동안 자란 소에게 쟁기질을 새로 가르치는 것이다. 쟁기질 연습을 하는 날이면 동네 사람들이 밭 가에 줄지어 앉아 소가 쟁기를 끌고 훌훌 뛰는 것을 재미나게 구경했다. 올해 이장 경섭이가 트랙터를 사서 옛날 소가 쟁기질 연습하던 그 밭에서 부릉부릉 밭 가는 연습을 한다. 혼자 끙끙거리며 밭을 깊게도 갈고 얕게도 갈아 고르며 쟁기질, 아니 ‘트랙터질’을 하고 있다. 몇번 왔다갔다 이리저리 다시 왔다갔다 하더니, 밭을 그럴듯하게 갈아 골라놓았다. 소 길들이기보다 쉬운 일인지 어려운 일인지 모르겠다. 김용택 (시인)
김용택 이미지 김용택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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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사설] ‘일석사조’ 효과 기대되는 아침간편식 지원사업
건강증진·쌀 소비촉진 등 효과 아침급식사업으로 제도화해야 농림축산식품부가 올 2학기부터 일부 초등학교에서 ‘아침간편식 지원 시범사업’을 시행한다. 간편식으로는 삼각김밥·주먹밥·떡 등을 고려 중인데, 효과가 좋으면 유아에서 청소년까지 확대하는 것을 검토한다고 한다. 그동안 서울시와 경기도가 비슷한 사업을 한 적은 있지만 중앙정부 차원에서는 사실상 처음이어서 주목된다. 아침간편식 지원사업이 기대를 모으는 것은 학생들의 만족도가 높고 건강증진과 쌀 소비촉진 등 부수적인 효과가 많아서다. 실제 서울시가 2009년 9~12월 7개 자치구의 총 8개 학교(470명)에서 ‘아침밥클럽 시범사업’을 실시한 결과 학생의 81%가 ‘만족한다’고 응답했다. 더불어 학생들의 심리적 안정감이나 신체적 건강이 개선되는 것도 확인할 수 있었다고 한다. 아침밥을 먹으면 학습능력이 향상된다는 것은 이미 여러 연구에서 검증된 바 있다. 아침간편식 확대로 쌀 소비가 늘어나는 것은 말해 무엇하겠는가. 아침밥이 이처럼 중요한데도 아침식사 결식률은 초등학생 10%, 중·고등학생은 34.6%에 달한다. 이른 아침에 입맛이 없기도 하고, 등교하기 바쁜 것이 그 이유일 것이다. 아침간편식은 이런 점을 감안해 등교 후 학생들이 선호하는 가공식품 형태로 제공하는 것이어서 효과가 기대된다. 아침간편식 지원사업을 제도화하려는 움직임도 있다. 위성곤 더불어민주당 의원(제주 서귀포)이 지난해 5월 발의한 ‘식생활교육지원법 개정안’이 그것이다. 개정안에는 지방자치단체가 학생들에게 아침간편식을 제공할 경우 국가에서 재정적·행정적 지원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지만 아직 국회에 계류 중이다. 농식품부의 이번 아침간편식 지원 시범사업은 아침급식의 단초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수많은 아침밥 먹기 캠페인보다 학생들의 취향에 맞춰 아침밥을 직접 제공하는 것이 백배 효과적이다. 아침간편식 지원사업이 제도적으로 추진될 수 있도록 관련법 개정이 하루빨리 이뤄지길 기대한다. 더불어 내년에 교육부까지 가세해 본사업으로 전환하고 사업규모를 더욱 확대하기 바란다. 청소년기의 올바른 식습관 형성은 평생의 건강을 보장한다. 아침간편식 지원사업이 그 시발점임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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