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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취재수첩

[취재수첩] 빌려줄 때까지만 친절하면 그만인가
2월초, 경기 연천군농업기계임대사업소에서 수리비를 과하게 청구했다며 농민 이찬복씨가 기자를 찾아왔다. 당시 그는 임대농기계 수리비 지급을 요구하는 연천군과 법정 싸움을 하던 중이었다(본지 2020년 2월28일 14면 보도). 그가 법정에서 주로 문제를 삼은 건 불투명한 수리과정과 일부 농기계 부품의 부풀려진 단가였지만, 농기계 사고가 났을 때 임대사업소의 대응에도 부족한 점이 많다고 지적했다. 대표적인 문제가 사고 당일 드러난 임대사업소의 허술한 비상연락체계였다. 2018년 7월 주말 이틀간 임대사업소 서부지소에서 트랙터를 빌린 그는 임차 첫날 트랙터가 전복되는 사고를 겪었다. 그런데 주말 내내 임대사업소와 제대로 된 연락을 할 수 없었다고 토로했다. 농기계를 빌려줄 때 농기계가 훼손된 경우 임의로 수리하지 말 것을 강조하며 바로 연락 할 것을 당부하던 태도와는 딴판이었다는 것이다. 적절한 대처요령을 몰랐던 이씨는 결국 임의로 트랙터를 바로 세우고 시동을 걸어 트랙터 작동 여부를 확인하는 등 혼자 수습할 수밖에 없었다. 주말에 농기계를 쓰도록 빌려주고 있다면, 만약의 상황을 대비해 농민이 임대사업소에 곧바로 연락을 취할 수 있는 체계가 마련돼야 했다. 임대사업소간 원활하지 못한 정보교류도 아쉬움으로 남는다. 연천군은 농민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농업기계임대사업소를 연천본소와 서부지소 두곳으로 나눠 운영하고 있다. 이씨는 사고 발생 직후 농기계를 빌린 서부지소와 연락이 닿지 않자 본소로 연락을 취해 사정을 얘기했다. 하지만 본소 직원은 그에게 “서부지소에서 대여한 농기계이니 서부지소로 연락하라”는 답만 줄 뿐이었다. 본소와 지소가 농기계 대여현황을 상호 교류하지 않고 있어, 이씨가 어떤 기종의 농기계를 빌렸는지조차 모르는 상황이었다. 서부지소와는 사고가 발생한 주말이 지나고 나서야 연락이 닿았다. 임대사업소가 이씨에게 수리비를 청구하는 과정에서도 어처구니없는 실수가 발생했다. 처음 임대사업소가 이씨에게 보낸 공문에는 그가 지불해야 할 자부담금 280만원이 289만원으로 기재돼 있었다. 이 오류를 잡아내 정정을 요청한 사람은 바로 이씨였다. 그가 견적서를 자세히 뜯어보고 다시 계산을 하지 않았다면 내지 않아도 될 추가금액을 냈을 것이다. 게다가 정정된 자부담금에 대한 안내는 사과 한마디 없이 다시 공문 형태로 그에게 발송돼 왔다. 이번 사건은 농기계 수리비를 둘러싼 농민과 지자체간 갈등처럼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임대농기계 사고 이후 발생한 임대사업소의 미숙한 대처도 한몫하고 있었다. 이씨는 얼마 전 연천군이 소송을 취하하기로 했다고 기자에게 알려왔다. 그는 지방자치단체가 농민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을 취하해준 것만으로도 만족한다고 털어놨다. 이제 이 사건은 수면 아래로 가라앉겠지만, 이번 사건이 남긴 과제들은 적지 않다. 좋은 취지로 운영되는 농기계임대사업소가 진정 농민들을 위한 사업이 되려면 임대 후 생기는 다양한 문제에 체계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시스템 마련이 필요해 보인다. 오은정 (농민신문 산업부 기자) onjung@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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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칼럼

조용헌의 주유천하 (159)1인 기업가
자기 정체성 설명해주는 단어 혼자서 모든 일 해야 하지만 자유로운 시간 운용이 장점 대척점에 있는 길이 ‘정치’ 다중연합가에게나 어울려 나는 ‘1인 기업가’라는 말을 좋아한다. 나 스스로 1인 기업가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자기 정체성을 설명해주는 단어이기도 하다. 자기 정체성을 깨달으면 안분지족이 된다. 지분(知分), 즉 자기 분수를 알면 그다음에는 지족(知足)이 되고, 지족이 되면 지지(知止: 그칠 줄 안다)가 된다. 그만큼 자신의 정체성을 아는 것이 중요하다. 1인 기업가의 애로는 혼자서 모든 일을 처리해야 한다는 점이다. 우선 글을 쓰는 일이 그렇다. 누가 대신 써주는 게 아니다. 그것도 원고 마감 기한에 맞춰 써줘야 한다. 마감을 넘기면 프로가 아니다. 글이라고 다 글이 되는가? 독자들이 읽고 재미를 느껴야 한다. 재미없는 글을 쓰면 장사가 안된다. 재미있는 글을 쓰려면 끊임없이 발굴을 하고 글감을 찾아다니고 탐색해야 한다. 때로는 비행기 타고 외국의 명산대천과 도사들을 만나러 가기도 해야 한다. 돈·시간·정력을 투자할 수밖에 없다. 원고료와 강연료의 교섭(협상)도 자신이 직접 해야 한다. 유교적 전통이 남아 있는 한국 사회에서 문필가가 직접 돈 이야기를 한다는 것은 불편한 부분이기도 하다. 스타일 구겨지기 십상이다. 그렇지만 돈 이야기를 해야 한다. 비서·조수·제자가 있는 사람들은 이런 껄끄러운 부분을 대신해주니 부럽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이런 사람이 없다. 무조건 혼자 해야 한다. 전화 받는 일도 그렇다. 때로는 받기 피곤한 전화도 있다. 이럴 때 누군가 대신해서 전화를 받아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든다. 그러나 역시 이것도 내가 직접 받는다. 1인 기업가의 숙명이다. 불쾌한 생각이 들 때는 비서를 통해서만 연락을 주고받는 오너를 볼 때다. 오너 자신이 직접 전화를 하지 않는다. 무조건 아랫사람 시켜서 전화를 걸게 하고, 나를 상대하게 한다. 오너의 아랫사람들하고 자주 통화를 하다보면 드는 생각이 ‘나도 아랫사람이 돼버렸구나’ 하는 깨달음이다. 그래서 요즘 하는 생각은 오너 자신이 직접 통화하지 않는 인간관계는 다 끊어버려야겠다는 독한 마음이다. ‘내 팔 내가 흔들고 사는 것이다. 내 팔자에 떼돈 벌 일도 없는데 무슨 부귀영화를 보겠다고 이런 시시콜콜한 전화까지 일일이 상대하고 받아야 한단 말인가! 도사 되려면 자기 꼴리는 대로 사는 맛이 좀 있어야지!’ 1인 기업가의 최대 장점은 무엇인가? 프리덤(자유)이다. 세계적인 종교학자 미르체아 엘리아데가 명저 <요가>를 쓰면서 부제로 단 단어가 바로 ‘Immortality and Freedom’이다. ‘불멸과 자유’에 해당한다. 내가 불멸까지는 언감생심이지만 자유는 어떻게 해서든지 얻어야 할 것 아닌가! 그렇다면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으로 얽혀 있는 사회에서 자유가 과연 가능할 것인가. 우선 1인 기업가는 시간이 비교적 자유롭다. 꼭 필요한 약속이 아니면 잡지 않을 자유가 있다. 동창회, 계모임, 정치 모임, 동호회 모임, 결혼식에는 거의 참석하지 않고, 상갓집은 가끔 간다. 운전면허증도 없다. 운전을 못하니 불편한 점도 있지만, 자유도 있다. 어디 쓸데없는 데는 잘 가지 않게 된다. 담배도 피우지 않는다. 내 팔자에 그러잖아도 불이 많이 들어 있는데, 입에다가 또 불을 지피는 일은 사주에 맞지 않다고 생각해서다. 주식(증권)도 하지 않는다. 주식 시세판에 빨간불이 켜져도 흥분되고 파란불이 켜져도 분노가 치솟는다. 1인 기업가의 취미는 하루에 1시간 반 동안 하는 산책, 집에서 혼자 전기 포트에 물을 끓여 마시는 보이차 서너잔이다. 요가 매트에서 요가 자세 3~4가지 하면서 몸을 푸는 것 정도. 1인 기업가라는 말을 처음 배우게 된 계기는 공병호씨 때문이다. 이 양반이 10여년 전쯤 이 말을 해서 ‘참 좋은 말이다’ 하고 받아들였다. 이번에 공병호씨가 한 정당의 공천관리위원장을 맡아 좋은 꼴 못 봤다. 정치는 ‘다중연합가(多衆聯合家)’의 길이다. 1인 기업가의 대척점에 있는 길이다. 왜 1인 기업가가 다중연합가의 그라운드로 옮겨 가서 실속도 없이 망신만 떠는가? 공천권은 국회의원 배지를 달아주는 권력이다. 한국 사회에서 모든 사람이 가지고 싶어하는 배지가 국회의원 배지다. 이 배지 권력을 외부에서 영입한 1인 기업가에게 통째로 넘겨줄 줄 알았단 말인가. 너무나 순진한 생각이다. 근래에 정당 공천권을 행사하다가 피를 본 사람이 한두명이 아니었다. 그의 이번 시행착오를 보면서 타산지석의 교훈을 얻게 된다. 조용헌은… ▲강호동양학자·불교학자 ▲저서 <조용헌의 동양학 강의> <500년 내력의 명문가 이야기> <조용헌의 휴휴명당> 등 다수
조용헌 이미지 조용헌강호동양학자·불교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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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칼럼

[詩心으로 보는 세상] 망덕포구 가는 길
전남 구례 문척에서 경남 하동으로 가는 섬진강 길입니다. 산수유꽃·벚꽃이 지천으로 피었습니다. 살구꽃·자두꽃도 그림이군요. 마음 어두울 때 내게 이 길만 한 보약이 없습니다. 강물 위 어른거리는 꽃 그림자. 이화중선의 판소리 춘향가를 듣습니다. 일러스트=이은영 눈을 감고 듣고 있으면 세상의 맑은 꽃잎들, 마음 안 바람에 날립니다. 최고의 소리꾼이었으면서 늘 흰 무명 치마저고리 입고 무대에 올랐다지요. 이리 오너라 앞태를 보자 저리 가거라 뒤태를 보자. 봄꽃 만개한 섬진강의 모습, 순정한 사랑에 빠진 젊은 조선 연인의 모습 그대로입니다. 앞을 봐도 곱고 뒤를 봐도 사랑스러운 강. 길 걷다 한번 업어주고 싶은 강. 44세. 강제징집된 공연단에 섞여 일본 공연을 하던 이화중선은 사가현의 밤바다에 몸을 날려 한송이 백련이 됐지요. 봄날 섬진강은 이화중선의 사랑가 가락을 그대로 닮았습니다. 스무살 첫 도보여행이 생각나는군요. 보름 동안 걷고 또 걸었지요. 강물로 밥 짓고 된장국 끓이고 달빛 속에서 헤르만 헤세를 읽고 달빛으로 시를 적었습니다. 석달 뒤 입대했습니다. 훈련소에서 중위 계급장의 소대장이 입대 각오를 발표하라 했지요. 섬진강 도보여행 이야기를 했습니다. 이 강처럼 맑고 아름다운 삶의 시를 쓰겠다고 얘기했지요. 소대장 책상 아래에 머리를 넣고 엉덩이만 내놓은 채 M1소총 개머리판으로 몇대를 맞았는지 모르겠습니다. 사회 물 덜 빠진 그런 정신으로 어떻게 북괴와 맞서 싸울 수 있겠는가? 군인정신 투철한 청년 장교. 그도 이제 칠십 줄 다가서겠군요. 황학. 미워하지 않습니다. 세월이 그랬으니까요. 하동을 지나 광양 망덕(望德)포구에 이릅니다. 섬진강이 사랑가 한 자락을 마치고 남해를 만나는 포구. 시인 윤동주는 이 마을에 동무 하나 두었지요. 정병욱에게 자신이 직접 쓴 시집 원고를 건넸고 원고는 이 집 마루 아래 땅속 항아리에 담겨 해방을 맞습니다. 그 덕에 오늘 우리가 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를 읽을 수 있게 됐지요. 김소월과 백석, 윤동주의 시집. 우리 근대문학의 3대 정신이라 할 수 있지요. 섬진강의 맨 끝, 덕을 바라보는 포구에서 윤동주의 시집이 태어난 것이 내겐 예사롭지 않습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많이 힘듭니다. 그동안 인간의 삶이 참 무례했습니다. 문명과 개발이라는 명목으로 환경과 서식지를 무한 파괴했지요. 자신의 욕심만을 채우기 위해 부동산 투기에 매달린 사람들 지천입니다. 아파하고 반성하고 새로운 꿈을 꿔야 할 시간, 망덕 앞바다에 펼쳐져 있습니다. 곽재구 (시인·순천대 교수)
곽재구 이미지 곽재구시인·순천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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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사설] 농기계 임대료 인하 지자체 늘어…법적 근거 마련을
영농철을 맞아 전국 지방자치단체마다 일손 부족 등으로 고충을 겪는 농가를 위해 농기계 임대료를 인하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지만, 상위법의 제한규정으로 시행에 어려움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농촌에서 일하는 외국인 근로자 비중은 해마다 높아지고 있지만, 올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입국을 포기하는 근로자가 늘면서 인력 구하기가 더욱 어려운 실정이다. 이에 많은 지자체에서 농가의 경영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속속 농기계 임대료 인하에 나서고 있다. 전남 나주시는 7월말까지 시 사업소가 보유한 농기계에 대해 무료로 임대에 나서겠다고 26일 밝혔다. 같은 날 경남 거창군도 농기계 임대료를 4월부터 3개월간 임대 첫날 하루에 한해 전액 면제하기로 했다. 이에 앞서 전남 장성군은 22일부터 7월31일까지 임대료 전액 감면에 들어갔다. 장성군은 3월1일부터 21일까지의 임대료도 소급 적용해 환급할 방침이다. 농가의 어려움을 덜고자 농기계 임대료 감면을 검토 중인 지자체가 늘고 있지만, 상위법 제한규정에 묶여 실제 인하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1월부터 새롭게 적용된 ‘농업기계화촉진법’ 시행규칙에는 ‘임대료 조정을 15% 이내’로만 규정하고 있어 그 이상은 불가능한 상황이다. 다행히 농림축산식품부는 26일 임대료 조정 비율을 4월부터 7월까지 현행 15%에서 50% 이내로 완화한다고 밝혔지만 당초 전액 감면을 계획했던 지자체들은 난감해하고 있다. 지자체가 임의로 임대료를 인하할 경우 기부행위로 인정돼 선거법 위반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농기계 임대사업은 농기계를 자체적으로 사기 어려운 고령농·영세농 등의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려는 데 그 목적이 있다. 따라서 요즘 같은 사회적 재난 상황에서 지자체가 농기계 임대료 인하에 나서는 것은 당연하다. 이를 미비한 제도가 발목 잡아선 안된다. 따라서 정부는 비상 상황에서는 지자체가 농기계 임대료를 탄력적으로 운용할 수 있도록 관련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 임대료 감액률에 대한 차액 일부를 농협에서 지자체 협력사업으로 지원하는 방안도 한번 검토해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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