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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취재수첩

[취재수첩] 농민이라는 자부심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을 보면 주인공 마리아가 아이들과 함께 ‘도레미송’을 부르는 장면이 나온다. 음악을 모르던 아이들에게 ‘도레미송’으로 음계를 재미있게 가르치는 모습 뒤로 아름답고 웅장한 알프스산맥이 펼쳐진다. 놀랍게도 무려 반세기 전에 만들어진 영화 속 풍경은 지금도 그대로다. 우리 속담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말이 무색하다. 저절로 얻어진 것은 물론 아니다. 농촌에 살면서 아름다운 자연환경을 지키는 것을 숙명으로 삼는 농민들이 있기 때문이다. 올 5월 대산농촌재단(이사장 오교철)이 주최한 ‘미래가 있는 농촌, 지속가능한 농업’ 유럽 연수를 열흘간 동행 취재하며 독일·스위스·오스트리아의 농촌을 둘러봤다. 이곳에서 만난 유럽의 농민들은 한결같이 농민이라는 자부심이 있었다. “농민은 아름다운 문화경관을 지키고, 국토를 보전합니다. 적정한 값에 건강한 식량을 공급하고, 인간뿐 아니라 모든 생명체의 생존기반인 환경을 깨끗하게 지키는 것이 농민의 사명입니다.” 알프스산맥의 품에 둘러싸인 작은 농촌마을인 오스트리아 엘마우 마을에서 만난 낙농가 한스 쉴트의 말이다. 농민의 역할이 무엇인지 묻자 뚝딱 이같은 답변이 돌아왔다. 그러면서 농민으로 사는 것에 만족하느냐는 질문에는 “할 수 있다면 계속해서 농민으로 살기를 바란다”고 고민 없이 답했다. 한스 쉴트는 소 12마리를 키우며 우유를 생산하는 평범한 농민이다. 유럽의 농업을 연구해온 황석중 전 농촌진흥청 연구관은 “유럽에서는 농업가치에 대해 이해하고, 농업이라는 직업을 자랑스러워하는 농민을 만나는 게 드문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유럽 농민의 높은 직업적 자부심과 그 배경에는 농업정책이 있다. 농업·농촌 그리고 농민을 존중하는 정책에 화답해 농민도 농업이라는 직업에 자긍심을 갖는 것이다. 우리 농민들의 생각은 어떠할까. 안타깝게도 농업에 종사하는 데 자부심을 느끼는 농민은 계속 줄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매년 발표하는 ‘농업·농촌에 대한 국민의식 조사’ 결과에 따르면 농민의 직업만족도는 2011년 27.5%에서 2012년 25%로 떨어졌고, 2017년엔 급기야 17.6%를 기록했다. 자신의 직업에 만족하는 농민이 5명 중 1명도 되지 않는 셈이다. 농업가치가 주목받으며 깨끗하고 아름다운 농촌, 건강하고 안전한 농산물에 대한 국민적 수요가 늘고 있다. 이에 따라 농민의 의무도 무거워지고 있는 게 사실이다. 그만큼 우리 정부도 농민들을 제대로 대우하고 직업적 자부심을 북돋워줘야 한다. 농민이라는 자부심을 갖고 보람을 느끼며 일하는 농민들이 많아지는 내일을 기대해본다. 함규원 (농민신문 정경부 기자) one@nongmin.com
함규원  이미지 함규원 농민신문 정경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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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명칼럼

이지훈의 경제이야기 (33)조세의 귀착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사업주 타격 줄이기 위해 오른 임금 일부 세금으로 지원 납세자도 부담 나눠 지는 것 최저임금, 모든 국민의 문제 진지하게 생각하고 토론해야 ‘최저임금 핑계로 줄줄이 오른다 …. 소비자가 봉인가!’ 어느 뉴스 기사 제목이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치킨집이 그동안 받지 않던 배달료를 받고, 식당이 밥값을 올리는 등 서민 물가에 주름이 지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을 감당하기 힘든 영세 자영업자들이 할 수 없이 가격을 올리기 때문이다. 어떻게 보면 소비자들이 식당 주인이 져야 할 부담 일부를 나눠 진다고도 볼 수 있다. 내년 최저임금이 다시 10.9% 오른 8350원으로 결정되면서 이같은 움직임은 가속화할 수 있다. 그렇다면 정부는 이런 현상을 예견하지 못한 것일까? 그렇지 않다. 잘 알고 있었다. 최저임금은 최저임금위원회라는 고용노동부 소속 위원회가 정한다. 최근 이 위원회의 전 공익위원(전문가 그룹) 중 한분의 설명을 들었다. 그는 “최저임금 부담을 사용자가 100% 짊어지는 것은 최악이라고 본다”면서 “소비자가 그 부담을 물가 상승이란 형태로 나눠 지는 것은 완충 방안의 하나”라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최저임금제에 따른 사업주의 타격을 줄이기 위해 오른 임금의 일부를 세금으로 지원하기 시작했는데(근로자 1인당 13만원), 이는 최저임금 인상의 부담을 세금을 내는 국민 모두가 나눠 지는 것이라 볼 수 있다. 결국 근로자에게 임금을 올려줘야 할 사람은 사업주이지만, 그 부담은 사업주에게만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는 소비자와 납세자에게도 돌아가는 것이다. 이와 비슷한 문제를 다루는 경제학분야가 ‘조세의 귀착(tax incidence)’이다. 쉽게 말해 정부가 세금을 부과할 경우 그 부담을 실제로 누가 지는지를 규명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아이스크림에 세금을 매긴다고 하자. 한가지 방법은 판매자에게 세금을 내게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편의점 주인이 아이스크림을 한개 팔 때마다 정부에 100원씩 세금을 내는 식이다. 이때 세금 부담은 판매자에게만 돌아갈까? 아니다. 왜냐하면 세금 부담은 판매자의 비용을 올리는 셈이므로 판매자는 공급을 줄이려 할 것이고, 그 결과로 아이스크림가격이 상승할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아이스크림 구매자는 예전보다 비싼 아이스크림가격을 지불하는 형태로 세금 부담의 고통을 나눠 지게 된다. 아이스크림 판매자는 가격이 오르긴 하지만, 오른 가격보다 많은 돈을 세금으로 내야 해(그 이유는 설명이 좀 복잡하므로 생략한다) 역시 손에 쥐는 돈은 예전보다 줄어든다. 정리해보자. 판매자가 세금 전액을 정부에 납부하는 건 맞지만, 실질적으로는 구매자와 판매자가 공동으로 세금을 부담하는 셈이다. 그렇다면 정부가 아이스크림 판매자가 아니라 구매자에게 세금을 부과하는 경우는 어떻게 될까? 예를 들어 소비자가 아이스크림을 하나 살 때마다 정부에 100원씩 세금을 내는 식으로 말이다. 이 경우에도 세금을 정부에 납부하는 것은 구매자이지만, 실질적으로는 판매자도 세금을 일부 부담하게 된다. 왜냐하면 소비자들이 세금을 내게 되면 아무래도 아이스크림을 사 먹으려는 구매 의향, 다시 말해 수요가 줄어들게 되고, 그 결과로 아이스크림가격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이 경우 판매자는 같은 아이스크림을 팔고도 적은 돈을 손에 쥐게 되고, 결과적으로 세금 부담을 나눠 지는 셈이다. 결국 판매자에게 부과되는 세금이나 구매자에게 부과되는 세금이나, 판매자와 구매자가 세금을 나눠 부담한다는 점에서는 마찬가지라는 놀라운 결론에 이르게 된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은 ‘법적으로 누가 세금을 부담하도록 하는가’와 ‘실제로 누가 세 부담을 짊어지는가’는 다른 문제라는 것이다. 최저임금 문제도 비슷하다. 사업주나 근로자만의 문제가 아니라 모든 국민의 문제다. 남의 집 불구경이 아니라 그 수준을 어떻게 정하고 부담을 어떻게 나눠야 할지 진지하게 생각하고 토론해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지훈은… ▲서울대 경제학과 및 동 대학원 졸업 ▲한양대 경제학 박사 ▲현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 ▲저서 <혼창통> <단(單)> <현대카드 이야기> 등 다수
이지훈 이미지 이지훈세종대 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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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명칼럼

[김창길 칼럼] 지방소멸 위기, 농촌활력이 답이다
일본·프랑스 등 농촌활성화에 총력 해외정책 분석해 국내 적용 필요 2014년 일본 열도를 뜨겁게 달군 보고서가 하나 나왔다. 2040년이면 일본 지방자치단체 가운데 절반 정도가 도시기능을 상실한다는 내용을 담은 마스다 보고서가 그것이다. 지방소멸은 이제 일본만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나라 역시 2020년이 되면 농촌마을 10곳 중 한곳은 20가구 미만의 과소마을이 될 것이라는 충격적인 전망 보고서까지 나왔다. 일본보다 더 빠른 속도의 인구감소를 우려해야 할 상황이 된 것이다. 통계청의 ‘2015 농림어업총조사’에 의하면 과소화가 가장 심각한 지역은 전북으로, 전국 전체 과소화마을(1270가구) 중 40.6%(515가구)가 전북에 몰려 있다. 전남과 경남·경북·충북이 그 뒤를 이었다. 농가인구 중 65세 이상 고령인구 비율은 2000년 14.7%에서 2015년 38.4%로 높아졌다. 이는 우리나라 전체 고령인구 비율(13.2%)보다 3배 가까이 높은 수준이다. 지금처럼 농촌인구 감소와 고령화 추세가 지속된다면 우리 농촌마을은 공동체로서 제 기능을 상실할 것이다. 실제 농촌에 가임여성(20~39세) 인구수를 65세 이상 노인인구수로 나눈 ‘인구소멸지수(마스다 지표)’를 적용하면 228개의 기초자치단체 중 84곳이 앞으로 30년 안에 사라질 것으로 전망됐다. 우리보다 앞서 농촌인구 감소와 초고령화를 겪은 일본 등은 이들 문제를 극복하려는 다양한 정책들을 국가 차원에서 펼치고 있다. 일본은 2014년 대도시와 지방도시·농촌을 유기적으로 연결해 농촌문제를 풀어가는 ‘지방창생법’을 제정했다. 지방창생전략의 기본방향은 마을과 사람, 일자리 창출을 선순환 구조로 만드는 것이다. 일자리가 사람을 부르고, 사람이 다시 일자리를 부르는 구조를 만들어 지역 활력을 이끈다는 전략이다. 2015년부터 본격 시행되고 있는 지방창생전략은 아직까지 뚜렷한 성과를 거두고 있지는 않지만 의미 있는 시도로 평가받고 있다. 프랑스는 국토평등위원회(CGET) 산하에 농촌을 위한 부처공동위원회(CIR)를 두고 다양한 정책들을 시행하고 있다. 특히 농촌인구 감소지역을 농촌발전 취약지역으로 보고 ‘농촌재활성지구’로 선정해 다양한 세제혜택을 주고 있다. 스위스는 연방헌법에 ‘지속가능한 공익형 농업’이라는 조항을 삽입하고 소득보전 중심의 농정에서 탈피했다. 그 대신 공익형 직불제를 도입해 지속가능한 농업을 실현하고 있다. 농촌지역의 과소화가 진행되고 있는 우리나라는 일본의 지방창생전략과 프랑스 CIR의 농촌정책, 스위스가 도입한 공익형 직불제 등을 꼼꼼히 살펴보고, 이들 정책으로부터 시사점을 찾아 국내에 적용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현재 정부는 지방소멸을 막기 위해 범부처와 지자체간 협력체제를 구축하고 다양한 정책들을 펼치고 있다. 과소화마을 비율이 가장 높은 전북은 2016년 ‘농촌지역 과소화 대응 태스크포스(TF)’를 만들어 대응하고 있다. 다른 지자체들도 출산장려금제도 도입 등 지자체별 여건에 맞는 장·단기 대책을 수립해 추진하고 있다. 이같은 노력이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민관합동위원회인 ‘농어업인 삶의 질 향상 및 농어촌지역개발위원회’에 실질적이고 구체화된 권한을 확대 부여하고 지원체계도 강화해야 한다. 더불어 지방분권과 자치 강화를 위한 지역의 거버넌스(협력체계)를 새로 만들고, 지역 특성에 맞는 주민 공동체와 조직도 육성해야 한다. 이제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 지방소멸의 위기를 극복하고 우리 농촌과 지방을 활력이 넘치는 공간으로 다시 만들기 위해선 정부·지자체 등 모든 주체들이 지혜를 모아 함께 노력해야 할 것이다. 김창길 (한국농촌경제연구원장)
김창길  이미지 김창길 한국농촌경제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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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사설] 최저임금, 농업계 의견 반영한 보완책 마련해야
2년간 큰 폭 인상 농업계 타격 농가 요구 더이상 외면 말아야 2019년 최저임금이 시간당 8350원으로 올해보다 10.9% 오른다. 최저임금위원회는 14일 제15차 전원회의에서 내년도 최저임금을 이같이 결정했다. 최저임금은 2년 연속 두자릿수 인상을 기록하면서 처음으로 시간당 8000원대에 접어들었다. 최저임금위가 의결한 2019년 최저임금이 8월5일까지 고용노동부 장관 고시로 확정되면 내년 1월1일부터 적용된다. 사용자 측 위원이 전원 불참한 가운데 최저임금 인상안이 가결되면서 후폭풍은 거세다. 사용자 측과 노동자 측 모두 반발하기 때문이다. 특히 소상공인과 중소기업들은 “받아들일 수 없다”며 반발 수위를 높이고 있다. 노동계는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률이 낮아 대통령 공약인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원 달성’이 어려워졌다고 주장한다. 농업부문에도 파장이 클 것으로 보인다. 최저임금이 2년에 걸쳐 30% 가까이 올라 농가 경영부담 가중이 불가피해졌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설문조사에 따르면 농가의 74%가 16.4% 오른 2018년 최저임금이 농업경영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답한 바 있다. 무엇보다 최저임금위 논의과정에 농업계 의견 반영을 줄기차게 촉구했으나 실제로는 전혀 고려되지 않은 점도 문제다. 농업계는 최저임금을 업종별·지역별로 차등화해 적용하고,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포함된 숙박비·식비 등의 현물 지급도 인정해달라고 요구해왔다. 최저임금 인상이 아니어도 농민들은 해마다 어려워지는 살림살이에 허덕이고 있다. 농업소득은 수년째 1000만원을 맴돌고, 농가소득은 도시근로자가구소득의 63% 수준에 불과해 도농간 소득격차는 심화하고 있다. 잦은 기상이변으로 매년 자연재해와 사투를 벌이지만 농산물값은 불안정하고, 수입 농축산물은 점점 더 국내시장을 잠식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 최저임금 부담까지 늘어날 형국이니 농가 사이에선 “농사를 포기해야 할 판”이라는 아우성이 나온다. 곳곳에서 불만과 비판이 나오자 정부가 후속 대책을 준비 중이라고 한다. 또 노동자 측이나 사용자 측에서 노동부 장관에게 이의를 제기하면, 노동부 장관은 최저임금위에 재심의를 요청할 수 있다고 한다. 어느 쪽이든 이번에야말로 농업계의 의견을 외면하지 말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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