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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취재수첩

[취재수첩] 농산물값 올라 ‘설 물가 비상’이라는 언론
또 농산물값만 탓했다. 지난 설을 코앞에 두고 명절 물가를 다룬 몇몇 언론 얘기다. 으레 ‘농산물값이 껑충 올라 가계부담도 커졌다’는 식이었다. 어떤 방송사는 “농산물값 때문에 설 물가가 비상”이란 진단까지 내놨다. 명절마다 이런 기사를 접한다면 소비자는 농산물값이 정말 문제인 것처럼 받아들이기 쉽다. 자연스레 장을 보러 나가더라도 선뜻 농산물을 사는 것이 망설여진다. 날로 뚜렷해지는 농산물 소비부진을 언론까지 부추기는 꼴이다. 그러니 농가는 속이 탄다. 안 그래도 한파 탓에 예년보다 작황이 나쁘고 생산비는 늘어난 형편이다. ‘엎친 데 덮친 격’이 따로 없다. 애당초 ‘농산물값이 크게 올랐다’란 식의 표현부터 옳지 않다. 일부 언론에서 가격이 뛴 품목으로 꼽은 애호박·파프리카·풋고추·오이 등만 살펴봐도 그렇다. 보도가 쏟아지자 농림축산식품부는 서울 가락동 농수산물도매시장에서의 품목별 1월 하순 평균가격을 평년과 비교한 자료를 내놨다. 이 자료에 따르면 애호박(20개들이)은 2.2%, 파프리카(5㎏들이)는 10.4% 값이 올랐다. 하지만 풋고추(10㎏들이)는 9.1%, <백다다기> 오이(100개들이)는 23.2% 경락가가 오히려 떨어졌다. 이들 품목마다 50~100% 가격이 ‘급등’했다고 호들갑을 떨었던 언론보도와는 영 딴판인 셈이다. 원인은 가격비교 시점에 있다. 야단법석인 언론들은 1월 하순 평균가격을 평년이 아니라 2017년 12월 하순 평균가격과 견줬다. 1월 중순부터 잦은 한파로 채소류 출하량이 전반적으로 줄었으니 경락가 차이가 크게 벌어질 수밖에 없다. 더구나 설 대목장에 막 들어선 때였다. 경락가가 오른 배경설명이 얄팍했다는 문제도 있다. 특히 농가의 어려움을 전한 언론은 드물었다. 전라·경상·제주도까지 기온이 영하권에서 맴돌아 난방비 부담이 커졌다거나, 최저임금 상승으로 인건비가 만만찮다는 이야기는 기사에서 찾기 어려웠다. 가락시장 채소류 경매사들도 이같은 언론 탓에 곤욕을 치렀다. 인터뷰 요청이 와서 차근차근 얘기를 해줘도 일부만 딱 잘라 보도했기 때문이다. 기사가 나간 다음 이곳저곳에서 쏟아진 항의전화에 시달렸단다. 뿔이 난 건 출하주도 마찬가지다. 경매장에서 만난 한 농민은 “오이농사를 20년 넘게 지었어도 올해만큼 어려운 적이 없었다”며 “신문·방송을 보는 소비자들은 명절 때마다 농민들이 떼돈 번다고 여길 것”이라고 쓴웃음을 지었다. 농산물은 공산품보다 가격변수도 많고 등락폭도 크다. 그런데도 대다수 언론은 농산물이 올랐을 때만 관심을 둔다. 왜 오르고 떨어졌는지 톺아보는 일은 더 드물다. 언제까지 이런 ‘빈틈투성이’ 기사에 농민은 속을 태워야 하는 걸까. 박현진 (농민신문 산업부 기자)
박현진  이미지 박현진 산업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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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의 뜰

[인문학의 뜰] 전문가에게 일을 맡겨야 하는 이유
높은 직위를 가졌다고 다른 분야에 훈수 두면 일 진행하는 데 걸림돌 돼 스스로 겸손하게 몸을 낮춰 전문가 적재적소에 배치하고 의견 두루 경청해야 바람직 <논어> ‘자로’ 편에 보면 공자와 제자 번지(樊遲)의 대화가 나온다. 번지가 곡식 농사짓는 법을 가르쳐달라고 하자 공자가 대답했다. “나는 경험 많은 농부만 못하다.” 번지가 다시 채소 기르는 법을 가르쳐달라고 하자, 공자는 “나는 경험 많은 채소농사꾼만 못하다”고 대답했다. 번지가 나가자 공자가 말했다. “소인이구나, 번지여. 윗사람이 예를 좋아하면 백성들이 공경하지 않을 수 없고, 윗사람이 의를 좋아하면 백성들이 복종하지 않을 수 없고, 윗사람이 신의를 잘 지키면 백성들이 진실되게 행하지 않을 수 없다. 이렇게 되면 사방의 백성들이 아이들을 둘러업고 모여들 것인데, 곡식 기르는 법은 어디에 쓰겠는가?” 번지는 공자의 제자 중에서 조금 어리석은 편에 속하는 젊은 제자다. 어리석은 만큼 스승의 가르침을 잘 이해하지 못했고, 아직 젊었기에 배움의 핵심이 어디에 있는지 몰랐을 수도 있다. 공자는 평생을 학문과 올바른 정치에 중점을 둔 선비의 길을 공부했고 제자들을 가르쳤다. 선비의 근본인 인의예지 공부를 하는데도 시간이 모자라는데 농사짓는 데 관심을 두는 제자가 안타까웠을 것이다. 물론 백성을 아끼고 사랑했던 공자가 농사일이나 농민을 폄하했던 것은 아니다. 단지 각자 맡은 직분에 따라 해야 할 공부가 다른 것을 깨닫지 못하는 제자를 강하게 질책했던 것이다. 오늘날의 관점에서 보면, 이 대화에서는 직업의 전문성을 인정해야 한다는 가르침을 얻을 수 있다. 아무리 학식이 높은 사람이라고 해도 다른 직업의 일에 대해서는 잘 알 수 없을뿐더러 함부로 나서서도 안된다. 만약 높은 지위에 있다고 해서 잘 알지도 못하는 일에 함부로 나서고 이것저것 관여한다면 탁상공론이 될 뿐 아니라 일을 망치는 지름길이 되고 만다. <맹자> ‘양혜왕 하(梁惠王 下)’에도 비슷한 이야기가 실려 있다. 맹자가 제나라 선왕에게 충고했던 말이다. “큰 집을 지으려면 반드시 도목수(都木手)에게 큰 목재를 구해오게 해야 합니다. 도목수가 큰 목재를 구해오면 왕께서는 기뻐하시며 자기 일을 잘 해낼 수 있는 사람으로 여길 것입니다. 그런데 장인(匠人)들이 그것을 깎아서 작게 만들면 왕께서는 화를 내시며 자기 일도 제대로 감당하지 못하는 사람으로 여길 것입니다. 어릴 때 무엇인가를 배우면 장성해서는 그것을 행하고자 합니다. 그런데 왕께서 ‘잠시 네가 배운 것을 버리고 나를 따르라’고 한다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지금 여기에 다듬지 않은 옥이 있다고 합시다. 비록 백만금의 가치를 지녔다고 해도 옥공(玉工)에게 그것을 쪼고 다듬게 해야 합니다. 그런데 나라를 다스리는 일에 왕께서 ‘잠시 네가 배운 것을 버리고 나를 따르라’고 한다면, 옥공에게 옥을 쪼고 다듬는 일을 가르치는 것과 무엇이 다르겠습니까?” 공자는 선비의 일에 대해서 말했지만 여기서는 나라의 최고 지도자인 왕의 예를 들었다. 왕이 나라를 다스릴 때도 천하의 현명한 사람을 불러들여 적재적소에 일을 맡겨야 한다. 정작 훌륭한 사람을 초빙해놓고도 왕이 자기 마음대로 나라를 다스린다면, 마치 장인이 나무를 지나치게 깎아서 쓸모없이 만드는 것과 같다는 비유다. 아무리 귀한 옥이라고 해도 그것을 제대로 다듬을 수 있는 옥공이 손을 대야만 옥의 가치를 제대로 살릴 수 있다. 만약 왕이 그 일에 대해 이리저리 관여하고 지시한다면 옥은 제대로 다듬어지지 못하고 결국 일은 망치고 만다. 맹자는 왕이 훌륭한 신하들의 말을 귀담아듣지 않고 자기 마음대로 지시한다면, 옥공의 일을 모르는 사람이 옥을 다듬는 일에 관여하는 것처럼 결국 일을 망치고 말 것이라고 경고한다.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는 말이 있다. 높은 자리에 오르면 그 자리가 주는 명성과 권위가 자리에 합당한 사람으로 만들어준다는 것이다. 하지만 한가지 전제가 있다. 반드시 스스로 겸손하게 낮출 수 있어야 한다. 지위와 권세에 도취해 전문가의 소리에 귀를 닫고 자기주장만 내세운다면 ‘명성과실(名聲過實)’, 즉 명성은 있으나 실속이 없는 사람이 되고 만다. 조윤제는… ▲인문고전연구가 ▲저서 <천년의 내공> <말공부> <인문으로 통찰하고 감성으로 통합하라> <내가 고전을 공부하는 이유> 등 다수
조윤제 이미지 조윤제인문고전연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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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의 숲

[생각의 숲] 병도 복이 될 수 있다
두달 전 돌발성 난청 판정을 받았다. 휴대전화 소리가 약하게 들리고 큰소리가 나면 귀에 통증이 느껴져 이비인후과에 갔더니 전문의가 내린 병명이다. 특히 왼쪽 귀의 청력이 약하단다. 주로 한쪽 귀에 발생하는데, 과로와 스트레스가 원인인 경우가 대부분이란다. 귀는 뇌와 연결이 돼 있어 혹시 치매와 연관이 있는지 물어보니 담당 의사는 너무나 담담하게 말했다. “그럴 수 있죠. 난청이면 상대의 말귀를 잘 못 알아들으니 소통이 안되고, 주변 사람들과 소통이 잘 안되면 고립되고…. 난청환자가 치매에 걸릴 확률이 정상인보다 높은 편입니다.” 그 말에 갑자기 천둥과 벼락이 치고 가슴엔 비수가 꽂히는 듯한 충격을 받았다. 머릿속에서는 치매환자가 돼 요양병동에 고독하게 누워있는 내 모습이 그려져 공포감이 엄습했다. 과로와 스트레스가 원인이란 말에 그동안 내 몸을 안 돌보고 과로를 한 자신에 대한 한심함, 그리고 내게 스트레스를 준 사람들에 대한 원망으로 눈물이 흘렀다. ‘내가 정상적 인지력을 갖고 살 수 있는 시간이 얼마나 남았을까’란 두려움도 엄습했다. 인터넷을 뒤져 이 병에 관한 자료를 찾아보니 ‘완치가 어렵다’는 내용뿐이라 더욱 절망적이었다. 의사도 혈행개선제만 처방해줬다. 비극의 주인공이 돼 스트레스를 받았더니 청력이 더 떨어지고 소리나 자극에 더욱 예민해진 듯했다. 그런데 주변에 내 병명을 털어놓으니 주변에서 구원의 손길을 보냈다. 용한 의사나 명약을 추천해준 것이 아니라 ‘위로’의 말이었다. “눈이 나빠지면 안경 쓰고, 치아가 나빠지면 임플란트하듯 안 들리면 보청기 끼면 되잖아요. 나이 들면 어느 기관이든 고장 나는 거예요.” “사실 나도 오른쪽 귀가 안 들려요. 그래도 뭐 별 탈 없이 살아요. 한쪽 귀로도 충분해요.” “늙어서 귀가 나빠지는 건 자연의 이치야. 나쁜 이야기나 너에 대한 욕을 듣지 말라는 거지. 오히려 더 마음 편히 살 수 있어. 받아들여.” 그런 조언을 들은 후 마음의 평화를 찾았다. 병이나 노화는 싸운다고 극복되는 것이 아니다. 일단 받아들인 후에 치료법을 찾거나 상황에 적응하는 유연성도 필요하다. 심지어 난청이 도움이 되기도 한다. 일단 가족들도 내가 불쌍한지 더욱 친절해진 것 같고 가끔은 작게 들리는 소리가 내게 속삭여주는 듯한 느낌도 받는다. 굳이 대꾸하기 싫은 말은 알아듣고도 짐짓 안 들린 척한다. 특히 남편이 심부름을 시킬 때 그렇다. 무엇보다 겸허해지고 감사한 마음이 커졌다. 문이 닫히면 창문을 열면 되고, 신 레몬을 받으면 설탕과 물을 넣어 새콤달콤한 레모네이드를 만들면 된다. 가끔은 청력이 회복되기도 한다는데 만약 그렇더라도 주변에는 안 알려줄 생각이다. 공포와 받아들임을 거쳐 찾은 평온함, 그리고 주변의 따뜻한 관심을 더 즐기고 싶어서다. 유인경 (방송인)
유인경  이미지 유인경 방송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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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사설] 우리 농축산물 구매 충성도를 높이려면
도시민들의 우리 농축산물 구매 충성도가 낮아지고 있다. 농업·농촌의 공익적 가치와 중요성을 높게 평가하면서도 농산물 구입은 실리적으로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본지가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농업·농촌에 대한 국민의식 조사’ 10년 치를 분석해보니 이런 경향은 더욱 뚜렷했다. 도시민들은 ‘농산물시장 개방이 확대되면 어떤 기준으로 농산물을 구입할지’ 묻는 질문에 2006년 조사에서는 36%가 ‘외국산이 싸도 국산 농산물을 구입하겠다’고 응답했으나 2017년엔 24.2%만 답했다. 비싸도 국산 농산물을 사겠다는 비율이 10여년 만에 10%포인트 이상 떨어졌다. 신토불이(身土不二)를 앞세워 우리농산물을 애용해달라고 소비자들의 애국심에 호소하기가 점점 어려워진 셈이다. 도시민들의 국산 농산물 충성도 저하는 우리 농업에 우호적인 환경이 악화되고 있다는 의미다. 국내시장에서도 우리농산물이 외국산 농산물과 무한경쟁해 살아남아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따라서 농가들은 생산한 농산물이 소비자들에게 선택받도록 하는 데 힘써야 한다. 무엇보다 안전성과 신선도 등 외국산 농산물과 차별화가 가능한 품질관리에 집중해야 한다. 농산물 소비 트렌드 변화를 반영한 생산·유통 체계의 전환도 중요하다. 대과 중심에서 중·소과로 소비 흐름이 바뀌고 있는 만큼 이를 농산물 생산에 반영해나가야 한다. 연령별·계층별 맞춤형 마케팅도 확대해야 한다. 농경연의 2017년 국민의식 조사에서 40세 미만의 경우 ‘가격이 비싸도 우리농산물을 구입하겠다’는 의견이 18.2%로 60세 이상의 30%에 비해 훨씬 낮았다. 가성비(價性比·가격 대비 성능)를 중시하는 젊은층의 소비 경향을 반영한 마케팅을 늘려야 하는 이유다. 1인가구 증가로 간편화·소형화 추세에 대한 대응도 필요하다. 도시민들의 농업·농촌에 대한 애정이 우리농산물 구매확대로 이어지도록 농업계가 먼저 힘써야 한다. 우리농산물 구매 충성도는 이런 농업계의 노력을 소비자들이 인정할 때 자연스럽게 높아질 것이다. 개방화 시대를 맞아 소비자를 중시하는 농업이야말로 우리 농업계가 살길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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