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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취재수첩

[취재수첩] “생산자단체와 협의하세요”
“생산자단체인 대한한돈협회가 ‘가축전염병 예방법 개정안에 반대를 더는 하지 않겠다’고 했습니다.”(김현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조금 전 한돈협회에서 ‘이 법안에 찬성한다는 의견을 표시한 적이 전혀 없다’고 연락이 왔는데, 장관님 어떻게 된 겁니까?”(정점식 자유한국당 의원) 11월27일에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제11차 전체회의에서 벌어진 일이다. 농가들이 도저히 동의할 수 없는 내용의 법안에 주무부처 장관이 “동의를 받았다”고 공언하자, 여야 의원들은 믿기지 않는다는 듯 재차 되물었다. 장관은 “분명히 들었다”고 다시 답했다. 그러자 이 방송을 보고 있던 한돈협회가 곧바로 정점식 의원의 보좌관에게 전화를 걸어 “그런 적이 전혀 없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이 모든 과정이 TV와 온라인으로 생중계됐다. 농가들이 이 개정안에 반대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야생멧돼지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발생하기만 해도 주변 사육돼지를 살처분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기 때문이다. 농가들은 “야생멧돼지는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농장 밖에 있다”며 “야생멧돼지에서 ASF가 발생했다는 이유로 사육돼지를 묻는 게 말이 되느냐”고 지적하고 있다. 또한 해당 조문에는 야생멧돼지가 ‘있거나 있었던 장소’를 중심으로 살처분할 수 있도록 범위가 모호하게 규정돼 있어, 살처분 범위가 지방자치단체에 따라 광범위하게 설정될 우려도 있다. 이에 여상규 법사위원장은 “농가들이 반대하는 데 이유가 없지 않고, 조문도 매우 추상적이어서 명확하게 할 필요가 있다”며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에서 올라온 법안의 계류를 결정했다. 이같은 촌극은 일방적 방역정책의 실태를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ASF가 발생하기 전 농가들이 수차례 ‘잔반 급여 전면금지’를 요청했지만, 정부는 일부 재래 잔반농가의 급여만 금지하는 데 그쳤다. 결국 ASF가 발생한 이후 정부는 잔반 급여 전면중단에 들어갔다. 살처분 범위와 관련해서도 마찬가지다. 농가들은 “ASF 긴급행동지침(SOP)에 규정된 발생농장 3㎞ 이내까지로 살처분 범위를 설정해달라”고 요청했지만 정부는 이를 무시하고 오히려 세계에서 유례를 찾기 어려운 시·군단위 농장 살처분을 감행했다. 살처분 명령을 이행한 농가들은 재입식 기약이 없어 생계가 위태한 상황이다. 정부의 방역노력을 깎아내리려는 것이 아니다. 정책도입에 앞서 생산자단체와 충분한 협의가 있었다면 불필요한 오해와 피해를 줄일 수 있었다는 말이다. 최근 농식품부가 한돈협회 관계자를 불러 새로 수정한 가축전염병 예방법 조문에 대해 설명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아직 ASF 사태가 끝나지 않은 만큼 부족함을 보였던 다른 법령의 정비도 이어질 것이다. 부디 정부를 비롯한 법 입안자들이 법사위원장의 일갈을 오래 기억하길 바란다. “생산자단체도 불러서 의견을 듣고 반영하고, 또 그분들을 이해시킨 뒤 법안을 만드세요.” 박하늘 (농민신문 산업부 기자) sky@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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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칼럼

[詩心으로 보는 세상] 수선화를 노래함
산책길에서 만나는 한겨울의 초목을 볼 때 나도 모르게 감탄한다. 여린 생명들이 엄살을 부리지 않고 묵묵히 혹한을 견뎌내는 것에서 문득 성자의 숭고함이 겹쳐 보이는 까닭이다. 식물의 세계는 고요와 인고로 이뤄진 듯 보이지만 식물의 생리를 안다면 그게 얼마나 피상적인 관찰인가를 금세 알 수 있다. 일러스트=이은영 식물은 한번 뿌리를 내린 장소를 떠나지 못하는 숙명의 존재다. 스스로는 한걸음도 움직일 수 없음, 그 절대적 부동성에 갇혀서도 그 숙명에 맞서 싸우는 불굴의 용기를 포기하지 않는다. “그토록 평화롭고 다소곳해서 모든 것이 인고요, 침묵이요, 복종이요, 묵상으로 보이는 이 식물의 세계는, 그러나 사실은 숙명에 대한 저항이 가장 강렬하고 집요하게 펼쳐지는 곳(모리스 마테를링크)”이다. 주변 환경에 맞선 식물의 투쟁, 그 불굴의 의지와 그 늠름함은 감탄이 절로 나올 만큼 놀랍다. 수선화는 제주도와 한반도 남부 지방에서 자라는 여러해살이 식물이다. 12월에서 이듬해 3월까지 꽃을 피우는데, 개화시기가 겨울에 겹치는 까닭에 설중화(雪中花)라고 불리기도 한다. 내가 ‘수선화’라는 가곡을 즐겨 부르는 것은 연약한 존재의 의지와 늠름함을 예찬하는 노래인 까닭이다. 김동명이 “그대는 차디찬 의지의 날개로 / 끝없는 고독의 위를 날으는 애달픈 마음”이라고 쓴 가사에 김동진이 곡을 붙여 노래를 만들었다. ‘수선화’는 겨울의 서늘함과 함께 작은 존재를 향한 애달픔을 담은 노래인데, 그 곡조가 무겁고 비장하다. 수선화가 절대적 부동성에 사로잡힌 가여운 넋이고, 찬 바람에 쓸쓸히 웃는 적막한 얼굴로 치르는 숙명과의 싸움이 처연한 까닭이다. 그런 까닭에 수선화는 “신의 창작집 속에서 가장 아름답게 빛나는 불멸의 소곡”이라는 찬사를 받는다. 수선화는 여리고 나약한 존재가 아니라 죽음을 떨치고 거듭 소생하는 불멸의 꽃이고, 부칠 곳 없는 정열을 가슴에 깊이 품은 존재다. 수선화는 뿌리로는 수액을 만들어 줄기로 올리고, 향일성인 줄기는 하늘로 솟구치기를 멈추지 않는다. 아울러 수선화는 혹한을 견디면서 줄기에 품은 꽃의 광채를 밖으로 밀어낸다. 식물이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 과정은 지난한 일이다. 시인은 수선화의 의지와 절개를 꺾지 않는 꿋꿋함에 감탄하고, 혹한에도 꽃을 피우는 생존력에 대한 경외감을 감추지 않고 “나의 적은 애인”이라고 불렀을 테다. 장석주 (시인)
장석주 이미지 장석주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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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농민포럼] 발해인들처럼 돼지고기로 추위를 이기자
ASF, 100년간 사람 감염 ‘전무’ 연말모임 다양한 메뉴로 즐기길 한 고고학자에 따르면 발해인은 돼지고기를 즐겨 먹었다고 한다. 추운 지역이라 돼지 사육이 쉽지 않았음에도 돼지고기를 좋아했던 이유는 겨울을 나는 데 필요한 열량을 얻기 위해서였다. 사실 돼지고기 사랑은 발해인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는 우리의 이야기다. 2018년 기준 우리 국민 1인당 육류 소비량은 53.9㎏이고, 그중 돼지고기는 27㎏으로 절반을 차지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삼겹살·불고기·돈가스·갈비찜·순대·족발 등 다양한 요리로 돼지고기를 즐겨 먹었다. 그러나 국내에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발생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최근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본부가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10월 돼지고기 소비량’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같은 달보다 소비를 줄였다’는 응답이 45.4%였다. 그 이유로는 ‘안전성이 의심돼서’라는 답변이 70.3%로 가장 많았다. 이러한 소비위축은 돼지고기가격에 영향을 주게 됐고, ASF보다 소비위축이 더 무섭다는 말도 나왔다. 돼지고기의 안전성을 걱정하는 소비자들을 보는 필자의 마음은 누구보다 무겁다. ASF에 걸린 돼지고기가 우리 밥상에 오를 가능성은 거의 없다. 우리나라는 축산물이력제 중 돼지이력관리를 통해 사육농가와 돼지고기 유통에 대한 거래단계별 정보를 기록·관리하고 있다. 일단 ASF가 발병하면 해당 농가의 돼지는 물론 주변의 돼지도 모두 살처분한다. 질병 발생신고 날짜 이전에 출하하거나 도축한 돼지가 있으면 이력을 추적해 전량폐기한다. 도축과정에서도 검역관이 검사해 최종적으로 합격판정을 내린 안전한 돼지고기만 유통한다. 투명한 생산과정과 엄격한 품질관리를 거친 돼지고기만 시중에 유통될 수 있는 것이다.  사람이 ASF 바이러스에 감염될 확률이 없다는 것은 국내외 과학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ASF 바이러스는 돼지과 동물의 특정 세포에서만 증식할 수 있으며 사람 세포에서는 살 수 없다. 물속에서만 사는 생물이 육지에서 서식할 수 없는 것처럼 세포의 환경이 달라 살 수 없는 것이다. ASF는 지난 100년간 50개국에서 발병했지만 사람 감염보고는 단 한건도 없다. 저온환경에 강한 ASF 바이러스는 고온에는 약해 70℃ 이상에서 30분간 가열하면 완전히 사멸된다. 우리는 그동안 돼지고기를 늘 익혀서 먹어왔다는 점을 기억하자. 돼지고기 섭취로 인한 ASF 감염을 우려하는 것과 하늘이 무너질까 걱정하는 것이 무엇이 다를까 싶다. 돼지고기는 막연한 불안감으로 멀리하기에 너무나 맛있고 훌륭한 단백질 공급원이다. 또한 면역력을 높이는 데 필요한 알부민 성분과 비타민B1을 많이 함유하고 있어 체력증진과 질병예방에 효과적이다. 장수인들이 많다는 일본 오키나와 주민들의 돼지고기 섭취량은 일본 본토보다 무려 10배가량 많다고 하니 건강을 위해서도 돼지고기를 가까이하는 것이 좋다.  ASF는 10월9일 경기 연천을 끝으로 두달간 추가발생하지 않고 있다. 양돈산업을 지키기 위한 정부와 농가의 필사적인 노력 덕분이다. 이토록 힘들게 ASF를 막아내는 이유는 양돈산업이 국가 중요산업이자 식량안보와 직결돼 있기 때문이다. 근거 없는 걱정과 불안으로 양돈농가가 이중고를 겪지 않도록 소비자들이 현명한 판단을 해주길 당부한다.   날씨가 하루가 다르게 쌀쌀해진다. 추위를 이겨내기 위해 돼지고기를 먹었다는 발해인들처럼 올겨울에는 돼지고기를 자주 즐겨보면 어떨까. 잦아지는 연말모임 메뉴로 삼겹살도 좋고 족발·돈가스도 좋다. 이를 통해 양돈농가도 따뜻한 겨울을 날 수 있길 진심으로 바라본다. 양창범 (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장)
양창범  이미지 양창범 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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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사설] 겨울채소농가 집회, 정책당국 심각하게 여겨야
제주 월동채소와 전남 대파 농가 대표 200여명이 4일 오후 서울 가락동 농수산물도매시장에서 ‘수입 농산물 저지! 수입 농산물 검역강화 촉구! 전국 생산자 결의대회’를 개최했다. 겨울무·당근·양배추 등 품목별 생산자연합회와 지역농협(애월·성산일출봉·고산·대정 농협)으로 구성된 ‘수입 농산물 저지 제주농민 비상대책위원회’가 주최한 이날 대회엔 강원도고랭지채소연합회·한국농업유통법인중앙연합회·전남대파생산자협의회 등도 가세했다. 수확·출하 작업이 한창인 시기에, 그것도 엽근채류 가격이 비교적 안정적인 상황에서 농민들이 상경집회를 연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그런 만큼 그 배경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올해 제주는 유례없는 가을장마와 세번의 잇따른 가을태풍으로 당근·무·양배추·브로콜리 등의 파종작업만 두세차례 넘게 한끝에 수확기를 맞았다. 폐작에 가까운 소출에 망연자실한 농민들은 가격이 웬만큼 받쳐줘 늘어난 생산비라도 건졌으면 하는 바람이 컸다. 하지만 수입업자들은 수급공백에 따른 가격상승을 노리고 수입에 적극 나서면서 수입 농산물이 가락시장에까지 풀리는 사태가 발생했다. 11월 한달 동안 양배추 수입량은 5743t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약 7배 늘었고, 신선무는 지난해 같은 기간의 82배인 1966t이 들어오는 등 수입이 본격화됐다. 당근은 이미 국내 소비량의 50% 이상을 중국산이 잠식한 상태다. 농민들은 이날 “농산물가격이 계속 하락, 내년에 어떤 작물을 심어야 할지 불안하다”면서 잠깐 물량이 부족하다고 무분별하게 수입하는 것은 안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특히 우리 농업은 물론 국민건강을 위해서도 수입 농산물에 대한 안전성검사 등을 대폭 강화, 형식적이 아닌 실효성 있는 검역을 촉구했다. 비대위가 이날 가락시장 내 6개 도매법인과 맺으려던 ‘수입 농산물 취급자제 상생협약’은 불발됐다. 농협가락공판장을 뺀 나머지 도매법인들이 협약체결에 난색을 보여서다. “수입 농산물이 농민들을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다”며 위기감을 호소하는 농민들의 요구에 정책당국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아울러 도매법인·중도매인 등 유통주체들도 본연의 역할에 보다 더 충실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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