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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취재수첩

[취재수첩] 꽁꽁 언 농심 못 녹이는 ‘농작물재해보험’
요즘 ‘농사는 하늘이 돕지 않으면 안된다’는 말을 실감한다. 날씨 변덕이 유난히 심해서다. 올봄에는 낮 기온이 여름처럼 올라가다 밤 기온이 갑자기 영하로 떨어지고 서리가 내리는 날도 잦았다. 실제 4월4~6일, 24~25일 두차례에 걸쳐 전국 대부분의 지역에서 최저기온이 영하로 내려갔다. 5월 초순에도 경북도 내 일부 시·군은 영하로 떨어지는 이상 한파(?)로 몸살을 앓았다. 이같은 갑작스러운 이상기온에 농작물이 배겨날 리 없다. 특히 꽃 피는 시기에 있던 배·사과·자두·복숭아·살구 나무의 피해가 컸다. 꽃이 수정하기도 전에 얼어 시들거나 떨어져버렸다. 밭작물도 예외는 아니었다. 파릇파릇 자라던 감자 새싹은 영하의 날씨를 견디지 못하고 거무스름하게 변하다가 말라 죽었다. 본밭에 옮겨 심은 고추는 뿌리가 내리기도 전에 저온과 서리 피해를 봐 많은 농가가 말라 죽은 고추를 뽑아내고 보식하느라 한바탕 홍역을 치렀다. 최근에는 2차 피해까지 나타나 농촌현장에선 농민들의 장탄식이 여기저기서 흘러나오고 있다. 이맘때면 무성하게 자랐어야 할 과수의 나뭇잎은 동전 500원짜리 크기밖에 되지 않을 정도로 생육이 부진해 농민들이 애를 태우고 있다. 사과 주산지인 경북 봉화·의성·청송 지역은 세차례나 기온이 영하로 떨어져 결실이 크게 불량한 것은 물론 나무가 말라 죽는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또한 배 주산지인 상주에서는 열매솎기할 게 없을 정도로 빈 가지가 수두룩하다. 간혹 달린 열매도 언피해를 봐 배꼽 부분이 불에 그슬린 것처럼 거뭇거뭇해 정상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낮은 상황이다. 경북 경산·영천 지역의 복숭아·자두도 열매솎기를 못할 만큼 결실률이 평년 수준을 훨씬 밑돌고 있다. 피해를 본 농민들이 그나마 기댈 수 있는 농작물재해보험도 미덥지가 않다. 과수의 경우 열매가 달려 있으면 일단 보상에서 제외되기 때문이다. 언피해를 본 과일은 비정형과가 될 확률이 높고 상품성이 떨어져 헐값에 처분할 수밖에 없지만 보험약관에선 이를 고려하지 않고 있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나무가 시름시름 말라 죽는 경우다. 나무가 언피해로 죽어가고 있지만 맘대로 베지도 못한다. 현실과 동떨어진 보험약관 때문에 함부로 손을 댈 수 없다. 보상받으려면 나무가 말라 죽은 사실이 입증돼야 하기 때문에 그때까지 마냥 기다려야 한다. 한번의 자연재해에 1년 농사가 물거품이 되는 것이 농촌의 현실이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 도입된 것이 농작물재해보험이다. 하지만 피해를 본 농민에게 믿음을 주지 못한다면 농작물재해보험의 존재 가치는 의심받게 된다. 농민들이 좀더 안심하고 영농에 집중할 수 있도록 자연재해 대비책과 농작물재해보험 등을 이번 기회에 손질해야 한다. 올봄 이상기후는 더 늦기 전에 제도를 개선하라는 계시를 준 셈이다. 오현식 (농민신문 전국사회부 선임기자) hyun2001@nongmin.com
오현식 이미지 오현식 농민신문 전국사회부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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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칼럼

조용헌의 주유천하 (167)임진왜란과 최풍헌, 진묵대사, 송구봉
각각 선가·불가·유가 대표 인물 민초들 선견지명·도력 높다 여겨 최풍헌, 전쟁 예상 해 피난처 확보 진묵대사, 왜장이 절하고 피해 가 송구봉, 노론 핵심 김장생 스승 ‘임진왜란을 최풍헌(崔風憲)이 맡았으면 사흘이면 해결했을 것이고, 진묵(震默)이 맡았더라면 석달 안에 해결했을 것이고, 송구봉(宋龜峰)이었으면 여덟달 안에 평정했을 것이다.’ 이 말은 강증산의 이야기다. 최풍헌은 선가(仙家·道家)의 인물이다. 진묵은 불가의 고승이고, 송구봉은 유가를 대표하는 인물이다. 선가의 도력이 제일 높다는 인식이 반영된 것이다. 구한말에 살았던 강증산이 유·불·선 3교를 보던 개인적인 시각이기도 하겠지만, 뒤집어보면 당시를 살았던 민초들이 보편적으로 가지고 있던 시각을 반영한 것이 아닌가 싶다. 최풍헌은 누구인가? 미지의 인물이다. 공식적인 역사서에는 전혀 등장하지 않는다. 당시 전라도 일대 민초들 사이에서만 회자됐던 것 같다. 우선 풍헌(風憲)이라는 이름부터 보자. ‘풍헌’은 그냥 이름으로 볼 수도 있지만, 또 다른 관점은 이름이 아니라 직책명으로도 볼 수 있다. 조선조에 동네의 ‘이장’ 정도 되는 직책을 풍헌이라고 불렀다. 조선조 지방의 벼슬자리를 보면 현감·군수·부사·목사의 직책은 한양 정부에서 파견한 관리다. 지방관의 장 자리만 중앙에서 파견하고, 그 아래 자리는 모두 지역에서 충당하는 시스템이었다. 사또만 과거에 합격한 고시 출신 자리고 나머지는 모두 지방자치적으로 충당하는 자리였다. 좌수(座首)·별감(別監)·풍헌(風憲) 같은 자리가 여기에 해당한다. 좌수는 그 지역의 양반 집안 출신 중에서 인품이 있다고 여겨지는 인물이 여론에 의하여 천거된다. 요즘으로 치면 도의회·시의회 의장쯤 된다. 사또를 견제하는 역할도 한다. 현감이나 군수·부사도 좌수 눈치를 봐야 한다. 지역 사족(士族)이 많았던 영남에서는 좌수의 힘이 셌다. 반면에 호남에서 좌수는 별로 힘이 없었다. 재지사족이 적었던 탓이다. 경북 안동 같은 곳에서는 정승·판서를 한 사람도 좌수를 하려고 했을 정도이지만, 호남에서의 좌수는 그냥 들러리 정도 역할만 했다. 풍헌은 이장 정도의 자리이니까 좌수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낮은 자리다. 지역사회에서 분쟁조정 역할을 맡았다. 최풍헌은 임진왜란이 일어날 것을 미리 알아 인근의 지리산 골짜기에다가 여러 사람이 먹을 수 있는 식량을 비축해놓고 거처도 마련해놓았다는 것이다. 그래서 난리가 나자 바로 산으로 피신해서 주변 사람들이 안전하게 생명을 보전할 수 있었다고 전해진다. 선견지명과 대책이다. 조선조에 발생한 전쟁에서 국가가 민초들을 보호해준 사례가 없다. 그러니 위험을 미리 감지하는 선견지명의 능력이야말로 민초들이 가장 갈망하는 신통력이자 도술이었다. 전남 고흥 사람인 최풍헌은 그런 신통력을 가진 인물로 민중들 사이에서 회자됐던 것 같다. 근래에 고흥의 향토사학자 송철환씨의 글을 보니 고흥에 있는 두방산(斗傍山)이 지리산(地理山)으로도 불렸다고 한다. 전남 구례, 경남 하동·산청·함양에 걸쳐 있는 지리산과 같은 발음이다. 두방산 정상 부근에는 쌍석굴이라는 2개의 석굴이 있는데, 이곳에서 최풍헌이 도를 닦았다는 전설이 전해진다. 구한말까지 최풍헌이 선견지명으로 임란을 대비했던 일화가 전라도 일대에 널리 퍼져 있었던 모양이다. 진묵대사도 불교계의 주류에 있었던 인물은 아니다. 그렇지만 그는 도력이 대단히 높았던 인물로 회자된다. 임진왜란 때 전라도를 통과하던 일본의 왜장 밑에 천기를 보는 술사가 있었다. 진군하기에 앞서 하늘의 천기를 보니까 30리 앞쯤에 있는 산에서 상서로운 기운이 하늘로 뻗치고 있었다. 서기가 뻗치는 것은 대도인이 머무르고 있다는 징표이다. 그때 진묵대사가 전북 완주군의 서방산(西方山) 봉서사(鳳棲寺)에 머무르고 있었다. 그래서 왜장이 봉서사 쪽을 향해 3번 절을 올리고 서방산을 돌아서 북쪽으로 올라갔다는 전설이 전해진다. 삼례(三禮)라는 지명의 유래로 알고 있다. 조선 후기 250년간 정권을 장악했던 당파는 노론이고, 이 노론의 학자들을 양성한 인물이 충남 논산시 연산면에 살았던 광산 김씨 사계 김장생이다. 사계 김장생이 13~14세 무렵부터 찾아가 인생과 학문을 배웠던 스승이 바로 송구봉이다. 유가 인물 중에서는 미래를 내다보는 도력이 가장 높았던 이로 여겨졌다. 옛날이나 지금이나 도력의 핵심은 미래를 내다보는 능력이다. 조용헌은… ▲강호동양학자·불교학자 ▲저서 <조용헌의 동양학 강의> <500년 내력의 명문가 이야기> <조용헌의 휴휴명당> 등 다수
조용헌 이미지 조용헌강호동양학자·불교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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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칼럼

[詩心으로 보는 세상] 스무살 어머니의 만주여행
한 어머니가 있었다. 한국전쟁이 끝난 다음해 어머니는 혼자 아이를 낳았다. 전쟁통에 만난 남자는 아이가 태어날 무렵 돌아오지 않았다. 살기 어려운 그 시절, 어머니는 배 안의 아이를 몇번 지우려 했지만 아이는 끝내 태어났다. 아이가 젖에 매달릴 때 어머니는 혼자 중얼거렸다. 그 쓴 금계랍을 두번이나 마셨는데…. 말귀를 튼 뒤 아이는 몇번이나 그 말을 들었는지 모른다. 초등학교에 입학할 무렵 아이는 호적이 없었다. 급히 호적을 만드는데 어머니는 아이의 생일을 알지 못했다. 동사무소 직원에게 어머니는 아이의 생일을 ‘추석 지나고 첫서리 내린 날 저녁, 밥숟가락을 놓은 뒤’라고 얘기했다. 직원이 아이의 생일을 10월15일로 유추해냈고 그날이 아이의 생일이 됐다. 학교에 입학하고 2년쯤 뒤, 어머니가 10촉 알전구 불빛 아래서 들려준 이야기는 아이가 살아가는 데 큰 힘이 됐다. 일러스트=이은영 네 외가는 전남 장흥군 유치면 오복리구나. 외할머니는 매일 새벽 4시 마을 뒤 당샘에 가서 정화수를 길어와 비손을 했지. 만주에 나가 있는 지아비와 두아들을 무사하게 해주세요. 어느 날 당샘에서 물을 길어 일어서는데 눈앞에 수박만 한 불 두덩이가 빛나는 것을 보았지. 호랑이였구나. 외할머니는 놀라지 않고 조심조심 뒷걸음질하며 ‘산신령님 산신령님 우리 지아비와 두아들 무사하게 해주세요’라고 기원했지. 그날 외할머니는 무사히 돌아왔구나. 하루는 외할머니가 닭 두마리를 주며 장에 가서 돈을 사오라 하셨구나. 마을 언니와 영산포 장에 가서 닭을 팔았지. 언니가 기차역 구경 가자 하더구나. 증기기관차가 폭포 같은 김을 뿜으며 칙칙폭폭 소리를 내는데 장관이었단다. 그때 옆 사람이 저 기차를 타면 만주 봉천까지 간다고 했지. 봉천에 아버지와 오빠들이 살고 있다고 외할머니는 늘 내게 말하셨지. 닭 판 돈으로 봉천행 기차표를 샀구나. 2박3일에 걸쳐 봉천에 갔지. 기차 삯이 1원, 내 나이 스무살이었지. 어머니의 얘기를 들으며 어머니가 얼마나 행복해하는지 아이는 알 수 있었다. 어머니가 세상 떠난 뒤 아이는 혼자 만주 봉천에 찾아갔다. 세상에서 제일 큰 코리아타운, 골목골목에 불 켜고 사는 조선 사람들의 모습을 보며 어머니 얼굴을 떠올렸다. 스무살 조선 처녀가 아버지를 찾아 떠난 만주여행. 아이에게 그 이야기는 어머니가 물려준 가장 위대한 생의 선물이었다. 아이는 세상의 어떤 낯선 거리에 가도 두려움이 없었는데 그곳 하늘에 뜬 별들 속에 스무살 어머니의 웃는 얼굴이 반짝였기 때문이다. 곽재구 (시인 순천대 교수)
곽재구 이미지 곽재구 시인 순천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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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사설] 축산냄새 규제, 지자체마다 제각각…통일해야
축산냄새 규제와 관련해 지방자치단체마다 서로 다른 법을 적용해 양돈농가들이 혼란을 겪고 있다. 양돈농가가 악취배출기준을 똑같이 위반해도 해당 지자체가 어느 법을 적용하느냐에 따라 행정처분의 수위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경남 하동군은 최근 악취배출기준을 초과한 지역 내 양돈농가에 ‘가축분뇨의 관리 및 이용에 관한 법률(가축분뇨법)’을 적용해 1개월간의 사용중지 명령을 내렸다. 경남 김해시도 지난해 8월 양돈농가 2곳에 대해 이같은 행정명령을 내린 바 있다. 가축분뇨법은 축산냄새와 관련해 시장·군수 등이 농가에 시설개선 명령을 내릴 수 있고, 이를 위반한 농가에는 사용중지 명령을 내릴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하동과 김해를 제외한 대부분의 지자체에서는 농가가 악취배출기준을 위반했을 때 가축분뇨법이 아닌 ‘악취방지법’을 적용하고 있다. 악취방지법은 특별자치시장 및 시장·군수 등이 농가들에 악취허용기준 이하로 내려가도록 조치를 권고할 수 있고, 권고사항을 이행하지 않는 농가에는 악취저감 조치를 명령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이를 위반할 경우 세차례에 걸쳐 과태료를 부과하고, 사용중지 처분은 예외적인 경우로 제한하고 있다. 만일 앞의 하동군 농가에 해당 지자체가 악취방지법을 적용해 행정처분을 내렸다면 사용중지 명령보다 훨씬 가벼운 과태료 부과에 그쳤을 것이란 의미다. 양돈농가들은 “축산냄새 문제는 악취방지법에 따라 처리할 수 있음에도 지자체가 가축분뇨법을 적용한 것은 과도하다”며 반발하고 있다. 따라서 이번 기회에 악취방지법과 가축분뇨법으로 나눠져 있는 축산냄새 관련 규정을 일원화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상황이 이럴진대 주무부처인 환경부가 지자체마다 다른 법 적용을 묵인하는 것은 직무유기가 아닐 수 없다. 환경부는 악취방지법과 가축분뇨법으로 나눠진 축산냄새 관련 규정을 악취방지법으로 일원화해 더이상 과도한 행정처분으로 피해를 보는 양돈농가가 없도록 해야 한다. 아무리 취지가 좋은 법이라도 사는 곳에 따라 적용이 달라진다면 승복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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