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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취재수첩

[취재수첩] 출구 없는 고령층 ‘금융소외’
“그런 걸 뭐하러 배워. 필요한 거 있으면 자식들한테 시키면 되지.” 최근 농촌에서 만난 한 어르신의 이야기다. 인터넷뱅킹이나 모바일뱅킹 같은 건 할 줄도 모르고 앞으로도 할 생각이 없단다. 또 노인들을 대상으로 금융교육을 하는 한 단체의 직원은 이렇게 말했다. “솔직히 어르신들은 교육을 받고 싶어하지 않아요. 새로운 걸 배우는 것 자체를 두려워하고 힘들어하죠. 휴대폰으로 거래를 하면 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를 당하는 것 아니냐고 걱정하는 어르신들도 많고요.” 인터넷·모바일 뱅킹 등 디지털금융의 확산으로 고령층이 금융거래에 어려움을 겪는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60대의 모바일뱅킹 이용률은 18.7%, 70대 이상은 6.3%라는 통계치는 이제 새삼스러울 것도 없다. 문제는 이러한 현상이 점점 심화되고 있지만 해법은 마땅치 않다는 것이다. 특히 도시지역보다 고령화율이 높고 정보기술(IT) 인프라가 열악한 농촌에서는 해법을 찾기가 더 어렵다. 지난해 6월 개최된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회의에서는 고령화에 대응하기 위한 금융의 핵심과제로 금융교육이 선정됐다. 이처럼 세계적으로도 전문가들은 금융교육을 중요한 대책으로 제시하고 있지만, 위 사례처럼 노인들은 교육에 대한 의지나 열의가 높지 않아 보인다. 새로운 기술에 대한 두려움이 큰 데다 그동안 살아온 방식을 바꾸기가 쉽지 않은 까닭이다. 하지만 고령층과 디지털금융 사이의 간극은 점점 더 커질 수밖에 없으며, 그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고령층에게 돌아간다. 점포수가 줄면서 은행을 찾아가기는 더욱 어려워지고, 우대금리나 수수료 할인 같은 디지털금융의 혜택을 받지 못해 이중으로 피해를 보게 되는 것이다. 더 문제는 이러한 피해에 대해 인식조차 못하는 노인들이 많다는 점이다. 2018년 한국은행 조사에서 모바일뱅킹을 이용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로 60대 이상은 ‘들어본 적 없다’를 꼽았다. 상황이 이런데도 정부와 금융회사들은 문제의 심각성을 모르는 것인지, 아니면 외면하는 것인지 별다른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현재 고령층을 대상으로 한 금융교육은 대부분 도시지역 중심으로 이뤄지며 디지털금융보다는 금융사기나 은퇴설계 등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또 금융당국에서는 지난해말까지 고령층 디지털금융교육을 포함한 ‘금융교육 종합방안’을 내놓겠다고 했으나 해를 넘기도록 소식이 없다. 금융회사들은 ‘디지털 전환(DT)’에 사활을 걸면서 젊은 고객을 잡는 데만 혈안이 돼 있을 뿐이다. 그렇다면 시골에 혼자 살면서 모바일뱅킹엔 관심도 없고 필요성도 느끼지 못하는 고령층을 대상으로 어떻게 교육을 해야 할까? 그들이 간편하게 디지털금융을 이용하도록 하려면 어떤 서비스를 개발해야 할까? 디지털금융의 사각지대에 갇힌 노인들이 스스로 걸어나올 수 있도록 출구를 만들어줘야 할 때다. 누구나 언젠가는 그 사각지대에 갇힐 수밖에 없다는 점을 생각한다면 더이상 그들을 방치해서는 안된다. 김봉아 (농민신문 정경부 기자) bong@nongmin.com
김봉아 이미지 김봉아농민신문 정경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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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시론] 규제가 혁신의 속도를 따라갈 수 있을까
농식품분야 혁신·규제 대립 사례 많아 사회 급변…규제만 고집하면 뒤처져 요즘 창업계에서 가장 뜨거운 이슈 중 하나는 일명 ‘타다 금지법’이다. ‘타다’는 렌터카 기반의 차량 호출서비스로, 시작부터 택시업계의 거센 저항에 부딪혔다. 결국 검찰이 타다 관계자를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위반 혐의로 기소해 재판이 진행 중이다. 창업계는 미국의 ‘우버’나 동남아의 ‘그랩’ 같은 모빌리티(이동수단) 혁명과 사용자의 선택권·편의를 위해 타다서비스가 인정받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택시업계는 택시와 다를 바 없는 타다서비스가 택시면허를 무력화시킨다는 이유로 서비스 중단을 촉구하며 끝없는 대립을 이어가고 있다. 결국 검찰은 타다서비스 관련 회사를 기소하기에 이르렀고, 일부 국회의원들은 아예 법으로 타다서비스를 막아야 한다며 타다 금지법안을 발의하는 상황까지 일어났다. 이처럼 혁신과 규제가 대립하는 사례는 농식품분야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2017년 맥주 정기배송서비스를 시작했던 한 창업기업은 주세법 관련 규정에 따라 1차로 사업을 중단했다. 주류 고시 개정으로 주류가 음식에 ‘부수한’ 형태인 경우에만 배달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이후 개정된 고시에 맞게 음식의 비중을 높이는 방식으로 사업형태를 변경했다. 그러나 모호한 규정 때문에 법령에는 규정되지 않은 사유로 행정지도를 받았고 결국 배송사업을 완전히 접었다. 위 사례에서 보듯 혁신과 규제는 반비례 관계에 있다. 혁신을 강조하면 규제는 후퇴하고, 규제를 내세우면 혁신이 밀려날 수밖에 없다. 그렇지만 혁신과 규제 어느 하나 소홀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사실 전혀 말이 되지 않는 규제는 드물다. 타다 규제 사례는 렌터카로 무분별한 유상 운송행위가 이뤄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주류배송 규제 사례는 미성년자들이 주류에 쉽게 접근할 수 없도록 하기 위해 시작됐다. 혁신을 위해 무분별하게 규제를 풀면 또 다른 특혜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혁신과 규제의 속도나 방법이다. 우리 사회에선 규제가 혁신의 속도에 현저하게 뒤처지는 상황이 종종 발생한다. 세상은 눈이 돌아갈 정도로 변하고 있는데 과거의 규제를 고집하며 복지부동하는 것은 초반부터 훌쩍 뒤처진 마라토너와 같다. 결국 레이스를 포기하게 될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일정 기간 규제를 면제해주는 ‘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도입된 공유주방 사례는 환영할 만한 일이다. 공유주방은 영업에 필요한 조리시설을 갖춘 1개의 주방을 2명 이상의 영업자가 함께 쓸 수 있게 허용한 공간이다. 현행법상 1개 주방에는 사업자 1명만 영업할 수 있다. 사실 법률가 입장에서 ‘식품위생법’이 존재하는 한 공유주방이 합법화될 가능성이 없다고 생각했던 필자도 아직 혁신을 쫓아가지 못하는 것 같아 반성하고 있다. 규제 방법과 관련된 문제로는 종업원이 위법행위를 저질렀을 때 법인과 그 대표까지 처벌하는 양벌규정이 있다. 물론 대부분 벌금형에 그치지만 이 또한 엄연한 형벌의 일종이기에 기업을 운영하는 입장에선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 주위에서 사소한 일로 양벌규정에 의한 벌금형을 받는 사례를 자주 목격한다. 양벌규정을 대폭 정비하지 않는 한 규제 혁신은 쉽지 않다. 아산나눔재단에서 발간한 ‘2019 스타트업코리아’ 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누적투자 상위 100대 창업기업 가운데 31%는 국내에서 해당 사업모델이 금지돼 사업을 시작할 수 없거나 제한적으로만 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무것도 시작할 수 없는 환경 속에서 창의적인 기업이 나올 리 만무하다. 규제가 혁신의 속도를 따라가기 쉽지 않겠지만 적어도 규제 때문에 꿈조차 꿀 수 없는 세상이 돼선 안될 것이다. 최재욱 (농업기술실용화재단 사업지원팀장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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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농민포럼] 명절 선물은 우리 농축산물로
예부터 우리나라는 정월 초하루가 되면 집으로 세배 오는 사람들에게 떡국이나 전·강정·식혜·약과 같은 세찬(歲饌)을 대접했다. 또한 친척과 친한 이웃 사이에서는 복을 기원하는 인사를 하며 쌀이나 고기·달걀 등 먹을거리 선물을 주고받았다. 시대가 흘렀어도 먹을거리에 마음을 담아 정을 나누는 우리네 풍속은 현재진행형이다. 설이 다가오면서 선물용이나 제수용으로 농축산물을 구매하는 소비자들이 부쩍 늘었고, 인터넷이나 모바일을 기반으로 한 유통업계에서도 농축산물을 위시한 다양한 선물세트를 구성해 명절 특수 잡기에 나서고 있다. 그렇다면 설 무렵 주로 소비되는 농축산물은 무엇일까. 농촌진흥청이 지난해 소비자패널 930명을 대상으로 설에 구매할 예정인 농식품을 온라인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과일·축산물·가공농식품의 구매 비중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중 명절 과일로는 사과(응답자의 38%)·배(28%)·감귤(18%) 순으로 구매의향이 높게 나타났고, 축산물의 경우 국내산 쇠고기(41.2%)와 국내산 돼지고기(32.8%)를 구매하겠다는 의견이 많았다. 가공농식품 중에서는 김·햄·참기름(8.5%)과 한과(8.5%)·홍삼(6.3%)·견과류(4.6%) 등을 선물용으로 구매할 계획이라고 응답한 사람이 많았다. 선물용으로 구매하는 농식품의 양에 대해서는 예년 설과 동일한 수준으로 구매하겠다(49%)는 대답과 중저가 제품을 구매하거나 수량을 줄이겠다(48%)고 응답한 비율이 비슷하게 나타났다. 명절 선물용 농식품은 친인척(64%)에게 선물한다는 응답이 가장 높았고, 직장동료(19%)·친구(9.5%)·은사(5%) 순으로 조사됐다. 소비자들의 다양한 기호를 충족하고자 명절 선물도 진화를 거듭하고 있지만 아무래도 명절에는 따뜻한 정을 나누며 훈훈한 감동을 느낄 수 있는 선물이 어울린다. 물론 합리적인 가격에 실용적인 것, 선물을 주는 사람과 받는 사람이 부담 없고 만족스러운 것이라야 좋다. 아직 명절 선물로 고민하고 있다면 우리 농축산물로 만든 가공제품은 어떨까. 1·2인가구가 증가하면서 포장단위도 소포장으로 줄었고, 간편한 섭취는 물론 장기보관까지 할 수 있는 제품들이 많다. 게다가 생산한 농민의 뚝심과 정성까지 깃들어 있어 명절 선물로 손색없다. 그 가운데서 농진청이 지정한 ‘대한민국 최고농업기술명인’은 물론 미래 농업인재로 양성 중인 청년농, 작지만 강한 농민인 ‘강소농(强小農)’이 생산한 상품은 고품질일 뿐만 아니라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돋보여 소비자들이 눈여겨볼 만하다. 명절 선물로 준비한 우리 농축산물은 명절기간 동안 가족들의 입맛을 돋워주며 이야기꽃을 피우는 매개체가 될 것이다. 맛난 먹을거리를 즐기면서 우리 농축산물에 관한 이야기를 풀어내다보면 가족간 대화는 물 흐르듯 이어지기 마련이다. 모름지기 명절 성찬 앞에서 얼굴 찌푸리는 사람 없고 마음이 열리지 않을 이유가 없다. 이번 설에는 우리 농축산물을 선물하며 명절의 의미를 되새겨보길 바란다. 김상남 (농촌진흥청 농촌지원국장)
김상남 이미지 김상남농촌진흥청 농촌지원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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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사설] 설 대목 농산물 원산지 단속 철저히 해야
원산지표시 위반 전년보다 늘어 상시감시 강화·중대범죄로 처벌 민족 대명절인 설이 일주일도 채 안 남았다. 명절 분위기는 재래시장 등에서 먼저 느껴진다. 제수용품이나 선물을 고르기 위한 사람들로 평소보다 북적이기 때문이다. 명절 수요가 몰리는 것을 틈타 쇠고기·돼지고기를 비롯해 곶감·고사리·도라지 등 성수품의 원산지표시 위반이 느는 것도 이때다. 원산지 둔갑판매는 우리 농축산물의 설 자리를 잃게 하고, 신뢰까지 떨어뜨려 근절해야 한다. 설을 앞두고 대대적인 원산지표시 실태를 점검하고 단속을 강화해야 하는 이유다. 원산지표시 위반은 비단 설 대목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고 상시적인 문제다.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농관원) 등에 따르면 2019년 한해 동안 원산지 거짓표시, 미표시, 표시방법 위반 등으로 적발된 업소가 4004곳에 달한다. 2018년 3917곳, 2017년 3951곳보다도 더 늘어났다. 이는 농축산물 원산지표시제가 도입(1993년)된 지 30년이 다 돼가는데도 좀체 나아지고 있지 않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지난해 원산지표시 위반이 많은 품목은 배추김치 1105건(39.4%), 돼지고기 974건(34.7%), 콩 523건(18.6%), 쇠고기 516건(18.4%), 닭고기 206건(7.3%) 순이다. 이 순위는 2018년에도 마찬가지였다. 최근에는 무값이 크게 오르자 외국산 신선무와 깍두기 수입이 폭증해 원산지 거짓표시 가능성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단속에 걸린 원산지표시 위반은 ‘빙산의 일각’이라는 말이 심심찮게 나온다. 농관원을 비롯해 지방자치단체 등의 한정된 인력으로 수많은 음식점과 유통업체를 모두 단속하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원산지표시 위반 수법이 갈수록 지능화하고 교묘해져 적발하기도 쉽지 않다. 이에 일회성 단속을 지양하고, 소비자단체 등과 연대한 상시감시활동을 강화해야 한다. 또 수입이 급증한 특정 품목에 대한 기획단속은 물론 과학적인 단속기법 개발이 필요하다. 원산지표시 위반자에 대한 처벌강화도 요구된다. 법상으로 처벌수위가 높아지긴 했지만, 실제론 수십 또는 수백만원의 ‘솜방망이’ 처벌에 그치는 것이 대부분이다. 상인들에게 불법행위를 통해 얻은 이익보다 더 큰 불이익을 줘야 원산지 거짓표시를 줄일 수 있다. 원산지 둔갑판매는 관용을 베풀 수 있는 생계형 범죄가 아니라 고의적인 중대범죄로 처벌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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