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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취재수첩

[취재수첩] 양봉법을 제정해야 하는 이유
<꿀벌과 철학자>. 기자가 요즘 읽고 있는 책의 제목이다. 양봉분야를 담당하는 기자로서 가져야 할 상식에 도움이 될까 싶어 고른 책인데 내용이 제법 흥미롭다. 꿀벌의 독특한 생태도 그렇지만 무엇보다 산업적 측면으로만 바라봤던 꿀벌의 가치에 철학적인 시각을 더해준다는 점에서 새롭다. 올해는 그야말로 양봉의 수난시대였다. 봄철 저온현상으로 최대 밀원인 아카시아꽃이 많이 피지 않았다. 당장 아카시아꿀 수확량은 2017년의 20%에도 미치지 못했다. 9월까지 싸리꿀·감로꿀 등의 수확이 남아 있지만 전문가가 아니라도 올해 전체 꿀 수확량이 평년과 견줘 크게 떨어지리라는 점은 쉽게 예측할 수 있다. 다른 모든 가축과 마찬가지로 요즘은 폭염이 문제가 되고 있다. 더운 날씨에 등검은말벌이 기승을 부리며 꿀벌들을 공격하기 시작한 것이다. 10년 동안 근절되지 않고 고질병이 돼버린 낭충봉아부패병 역시 토종벌농가의 가슴을 멍들게 하고 있다. 병이 발생해도 살처분을 꺼리는 몇몇 농가 때문에 인근의 벌들이 모두 감염되곤 하지만, 이들을 탓하기도 어렵다. 살처분은 강제사항이 아니고, 올해부터 적용된 가축보험 특약은 아직 홍보가 덜 돼서다. 벌통을 태울 만한 동인이 없는 것이다. 다행히 몇가지 희소식도 들린다. 6월 정인화 민주평화당 의원과 7월 황주홍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장이 각각 ‘양봉산업의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안(양봉법)’을 대표발의했다. 또 낭충봉아부패병에 저항성을 가진 토종벌을 육성했다는 최근 소식도 너무나 반가웠다. 2019년이면 농가에 보급될 수 있을 것이라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뭔가 개운치 않다. 양봉산업을 바라보는 우리의 근본적인 시각이 고쳐지지 않고 있는 것 같아서다. 여전히 정책 수립의 긴급성은 규모를 우선시한다. 사육농가가 많고 시장이 클수록 중요한 축종으로 분류된다. 효율성 측면에서는 백번 옳다. 그렇지만 양봉산업의 가치는 농가수나 산업의 규모로만 평가돼서는 안된다. 아인슈타인이 남긴 것으로 전해지는 유명한 예언이 있지 않은가. ‘만약 지구상에서 꿀벌이 사라진다면, 인류는 그로부터 4년 후 멸망할 것이다. 꿀벌이 많아야 꽃가루도 더 많이 옮길 수 있고, 그래야 더 많은 동식물이 건재할 수 있으며, 그래야 인간도 생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꿀벌의 가치는 벌꿀과 양봉부산물로 먹고사는 사람의 수나 그 매출규모로 결정되지 않는다. 양봉법에 대한 더 큰 관심이 아쉬운 이유이기도 하다. 2013년 발의됐던 양봉법안이 2016년 제19대 국회 종료와 함께 자동폐기된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서라도 꿀벌에 대한 철학적 재평가가 필요한 시점이다. 김다정 기자 (농민신문 산업부 기자) kimdj@nongmin.com
김다정  이미지 김다정 농민신문 산업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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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의 숲

[생각의 숲] 내게 무해한 사람
최은영 작가의 소설집 <내게 무해한 사람>에 나오는 단편소설 <601, 602>는 주공아파트 6층에 나란히 사는 주영이와 효진이 이야기이다. 주영은 생일도, 키도, 몸무게도 비슷한 경북 칠곡에서 올라온 효진이와 친하다. 공부도 잘하고 재주도, 인기도 많은 효진이는 비밀이 있다. 다섯살 많은 오빠 기준에게 맞고 산다. 일년에 열두번 제사를 지내는 효진이 부모는 여자는 공부할 필요 없이 시집만 잘 가면 된다고 생각하며 오빠의 폭력을 방관한다. 주영이는 맞벌이 부모의 외동딸이다. 엄마는 시댁에서 아들을 낳으라는 압력을 받고 산다. 딸만 둘이던 작은엄마가 7년 만에 아들을 낳자, 엄마는 심지어 임신을 위해 직장을 그만둔다. 오빠의 폭력을 들킨 효진은 주영에게 비밀을 당부한다. 기준은 주영을 투명인간 취급하며 효진을 점점 심하게 때린다. 기준이 효진을 죽일 듯이 때리는 걸 본 주영은 효진의 부모에게 알리지만 상관 말라고 한다. 주영은 급기야 기준이 좋아하는 로봇들을 부숴버린다. 그때야 폭력은 멈춘다. 집에 돌아와 사실을 말하자 엄마는 남의 일에 상관 말라 하고, 심지어 주영이 부순 고가의 로봇값을 물어준다. 그 후로 주영은 효진과 놀 수 없게 되고, 효진이 칠곡으로 내려가면서 헤어진다. 주영의 엄마는 결국 아들을 낳고 주영은 행복을 꿈꾼다. 이 세상은 힘의 논리가 지배한다. 가족·친구 사이에도 힘의 차이는 당연하다. 부모가 자녀보다 힘이 있고, 형·언니가 동생보다 강하다. 선생님이 제자보다 세고, 상사가 부하직원보다 위다. 아무리 가까운 친구 사이도 51대49의 힘의 불균형은 존재한다. 대화에는 그 힘이 실리고, 그 힘은 언어의 옷을 입은 채 폭력이 된다. 하지만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폭력을 감추기도 한다. 때로는 남이라는 이유로 폭력을 못 본 척한다. 분명한 것은 우리는 지금도 누군가의 폭력에 시달리고 있다. 그럼에도 우리는 그들이 내게 무해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가즈오 이시구로의 장편소설 <남아 있는 나날>은 충직한 영국인 집사 스티븐스가 60년 만에 떠나는 첫 여행을 그린 작품이다. 20세기 중반, 영국사회에서 주인에게 충성하는 집사들의 인생이 드러난다. 어쩔 수 없는 계층사회에서 벌어지는 복종관계가 심지어 아름답고 정당하게 그려진다. 그들 사이에도 힘은 있지만 집사의 충성은 결코 힘 때문이 아니다. 그들의 충성은 주인의 품격과 배려에서 나오는 것이다. 집사는 결국 주인에게서 자유를 얻지만 그의 충성은 진심에서 나온 것이었다. 기업 총수의 이른바 ‘갑질’을 다룬 뉴스는 이제 대중에게 익숙하다. 완력에 의한 성폭력은 진실 공방으로 바뀌었다. 자녀를 때리고 죽이는 일조차 충격을 주지 못한다. 도대체 내게 무해한 사람은 누구이고, 내게 해로운 사람은 누구일까? 내가 삼자가 되면 상관없는 일이 되고, 내가 당사자가 되면 해로운 일이 되는 것일까? 어쩌면 지금도 나의 방관으로 인해 누군가는 고통받고 있다. 김재원 (KBS 아나운서)
김재원  이미지 김재원 KBS 아나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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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의 뜰

[인문학의 뜰] 우리를 무섭게 하는 것들
돌연 새가 사람 습격하는 내용 영국 유명 소설 ‘새’의 섬뜩함 알 수 없는 것에 대한 공포 때문 우리가 직면한 폭염·기후 문제 발생 원인 헤아리기 어렵더라도 작은 것부터 꼼꼼히 되짚어봐야 ‘12월3일 하룻밤 새 바람이 매서워지더니 계절은 어느덧 겨울로 접어들었다.’ 히치콕의 영화와 동명의 원작으로도 유명한 영국 소설가 다프네 뒤 모리에의 소설 <새>의 첫문장이다. 다른 해보다 유난히 빨리 온 겨울, 어느 날 느닷없이 닥쳐온 매서운 추위, ‘북극권의 기류 이상’일 거라고 막연히 짐작해보는 기상변화 속에서 평소와는 다른 새들의 움직임이 감지된다. 평화롭게 들판 위를 날고, 나뭇가지 위에서 휴식을 취하고, 조용히 무리 지어 바다를 향해 날아가던 새들이 갑자기 사람을 공격하기 시작한다. 한두마리의 얘기가 아니다. 세상의 모든 새들이 세상의 모든 사람들을 무차별적으로 공격하기 시작한 것이다. 새들은 집 안에 숨은 사람들을 향해 부리로 문을 쪼고, 온몸을 던져 유리창을 깨고, 자기 몸이 불에 타는 것도 상관하지 않고 굴뚝으로 날아든다. 그러는 동안 새의 사체 위에 또 다른 새의 사체가 쌓이고, 그 사체들이 무더기져 거대한 무덤이 돼가지만, 그래도 새들은 멈추지 않는다. 맹렬하게 날아들어 쪼고 할퀴고 움켜쥐고, 자기 몸을 던진다. 이 소설이 무서운 건 새들이 갑자기 왜 그러는지 이유를 알 수 없어서이기도 하다. 새들은 그냥 어느 날 갑자기 달라졌다. 기후변화 때문일 거라고 막연히 짐작해보기는 하지만, 정말로 그래서일까? 소설이 끝날 때까지도 원인은 밝혀지지 않고 새들의 공격도 멈추지 않는다. 절박해진 주인공이 소설의 말미에 이런 생각을 하는 장면이 나온다. ‘대체 놈들의 저 작은 머릿속에, 저 베어낼 듯 날카로운 부리 속에, 또 저 매서운 눈길 속에 몇백만년 세월의 기억이 담겨 있기에, 지금 마치 기계처럼 철저히 계산된 행동으로 저렇게 인간을 파괴하려는 본능이 솟구친 것일까.’ 무지막지한 더위를 잠시라도 잊기 위해 독서를 한다면 기왕이면 완전히 몰입해서 읽을 수 있는 책을 고르는 게 좋을 것이다. 내게는 이 작가의 책이 늘 그렇다. 고딕 소설의 대가이면서 로맨스 작가이기도 하고 대중소설 작가라고도 평해졌다. 그것이 어떤 소설이든 이 작가의 소설들에 일관되게 흐르는 것은 ‘알 수 없는 것에 대한 공포’다. 세상에 이유를 알 수 없는 일처럼 무서운 일은 없을 것이다. 세상의 모든 일에는 원인이 있는 것 같지만, 그래야 할 것 같지만, 사실 세상의 많은 일들에는 뚜렷한 원인이란 게 없어 보인다. 너무 많은 원인이 복잡하게 얽혀 있어 그중의 어느 하나도 가장 중대한 원인일 수 없다고 말하는 게 더 옳을지도 모르겠다. 올해의 더위만 해도 그렇다. 대체 왜 이렇게 더운 걸까. 히말라야 기류 때문이란다. 그건 무슨 소린가. 왜 느닷없이. 그렇다면 내년에는 어떨까. 또 후년에는 어떻게 되는 걸까. 그리고 또 이 와중에도 드는 절박한 궁금증. 전기요금 누진제는 어떻게 되는 걸까. 소설에는 이런 대사도 나온다. ‘그래, 오늘 밤쯤이면 이 나라 최고의 브레인이라는 사람들이 뭔가 궁리를 짜내겠지.’ 또 이런 대사도 나온다. ‘당연히 미국이 나서주겠죠. 미국은 언제나 우방이었잖아요.’ 그러나 이어지는 장면은 이렇다. 방송마저 중단돼버린 라디오를 끄며 주인공이 하는 말이다. ‘이제 뉴스는 없을 거야. 우리끼리 헤쳐나가야 해.’ 혹독하다 못해 무서운 여름을 겪고 있다. 길거리에는 ‘폭염은 재난입니다’라고 지방자치단체에서 붙여놓은 플래카드도 보인다. 그래도 다행인 건 어쨌든 가을이 오기는 할 것이라는 사실이다. 어쨌든 오기는 오지 않겠는가. 그러나 내년이면 여름도 다시 올 것이다. 환경문제를 순식간에 해결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로 여겨진다. 환경문제와 뒤얽혀 있는 기후문제도 그렇다. 원인을 알든 모르든 지구를 갑자기 어떻게 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래도 작은 것부터, 사소한 것부터 생각하고, 다시 생각해보고, 처음부터 생각해볼 일이기는 하다. 그것도 아주 심각하게, 결연히. 소설의 대사처럼 ‘우리끼리’ ‘우리가’ 헤쳐나가야 할 일일지도 모르니. 김인숙은… ▲소설가 ▲저서 <모든 빛깔들의 밤> <소현> <안녕, 엘레나> <제국의 뒷길을 걷다> 등 다수
김인숙 이미지 김인숙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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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사설] 신임 농식품부 장관이 풀어야 할 과제들
농정공백 추슬러 정상추진 시급 현장서 답 찾겠다는 초심 유지를 이개호 농림축산식품부 신임 장관이 13일 취임했다. 3월 중순 전임 장관 이임식 후 151일 만이다. 이 장관은 취임사에서 “새로운 시대정신에 걸맞은 미래농정을 추진하겠다”며 후계인력 육성, 직불제 개편 등 다섯가지 전략을 제시했다. 농산물 제값 받기 같은 당면 현안에 대한 네가지 해결 구상도 밝혔다. 앞서 이 장관은 10일 청와대에서 임명장을 받자마자 취임식도 미룬 채 경남 거창의 폭염피해 현장으로 달려가 피해 현황을 둘러보고 농가를 위로하는 등 농정추진 의지를 드러냈다. 특히 이 장관은 청문회 과정에서 농정현안의 핵심을 잘 파악하고 적극적인 해결 의지를 밝혀 농업계 안팎에서 국회와 중앙·지방 정부를 두루 섭렵한 농정전문가답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이 장관 앞에 놓인 현실은 결코 녹록지 않다. 5개월의 농정수장 공백기간에 쌓인 현안들이 많기 때문이다. 이 장관은 먼저 농정체계를 추스르는 일부터 해야 한다. 농정수장 공백사태가 길어지면서 추진동력을 잃거나 정책 우선순위에서 밀려난 정책들을 바로잡아 농정을 정상궤도로 진입시켜야 한다는 뜻이다. 농업예산 감액편성 방침이나 획일적인 지역별·업종별 최저임금 적용, 농·축협과 산림조합, 수협 준조합원의 비과세혜택 축소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 현안은 농업분야에 상당한 영향력을 미치는 정책들로 반드시 바로잡아야 하지만 농식품부 단독으로 해결할 수 없는 사안이기도 하다. 그만큼 농식품부 장관의 역할이 클 수 밖에 없다는 뜻이다. 또 하나 농업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기존 농정 틀을 바꿔야 한다는 농업계의 요구도 신임 장관이 새겨야 한다. 대통령 공약사항인 농어업·농어촌 특별위원회를 설치하는 일이 첫걸음이 될 것이다. 이 장관은 이미 청문회 과정에서 농업예산 확보 등 농정현안에 뚜렷한 소신을 밝힌 바 있어 농업계의 기대감은 높다. 이 장관은 국회의원 시절 농어촌상생기금을 도입하고, ‘청탁금지법(김영란법)’ 개정에 앞장서 이를 실현한 경험을 갖고 있다. 여기에 취임사에서 밝혔듯 모든 정책을 농민 눈으로 바라보고 시간 날 때마다 현장을 방문해 답을 찾겠다는 초심을 이어간다면 농업과 농촌은 크게 달라질 수 있을 것이다. 이개호 장관의 활약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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