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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취재수첩

[취재수첩] 농작물재해보험 가입, 남의 일 아니다
“요즘 사과농가들에게 말 잘못 걸었다가는 큰일 납니다.” 4월 초순 무렵 갑자기 닥친 한파로 언피해를 본 농가 취재차 경남 거창 북부농협을 방문했을 때 한 직원이 조심스레 건넨 말이다. 그만큼 피해가 심각하다는 것이다. 거창군에 따르면 사과 꽃눈의 한계온도는 영하 2.7℃. 하지만 4월8일 새벽, 기온이 영하 7.5℃까지 내려가자 과수농가들은 무방비 상태에서 큰 피해를 봤다. 농가를 찾아가는 길 양쪽으로 펼쳐진 사과밭에는 하얀 꽃들이 만발해 아름다운 듯 보였지만, 들어가보니 있어야 할 벌과 나비는 보이지 않고 암술과 수술들은 시커멓게 타들어가 있었다. 사과꽃은 대여섯개가 무리 지어 피고 처음 나오는 1번 꽃(중심화)에 달리는 과일이 가장 크고 상태가 좋은데, 당시 이 1~2번 꽃들이 대부분 언피해를 봤으니 올가을 작황은 안 봐도 짐작이 갔다. 이럴 때 필요한 것이 농작물재해보험이다. 요즘같이 기상이변이 자주 일어나면 재해를 피해갈 재간이 없다. 특히 ‘하늘과 동업하는 일’인 농업은 더더욱 그렇다. 북부농협 지역 내 650여농가 중에서 농작물재해보험을 든 농가는 544농가로 84% 수준. 하지만 특약사항인 ‘봄동상해’에 가입한 농가는 28농가, 5.1%에 불과하다. 지난 20여년간 봄철 언피해가 거의 없어서다. 일어나지 않을 것으로 생각하고 꼼꼼히 챙기지 못한 농민들에게 뼈 아픈 대목이다. 하지만 특약에 들었다 해도 이번에는 제대로 보상받기가 애매하게 됐다. 보상은 상품성이 아니라 착과량에 따라 결정되기 때문. 즉 ‘평년에 열매 100개가 달렸는데, 올해 상품성이 없더라도 100개가 열리면 피해가 없는 것’으로 된다. 보상을 받으려면 갯수를 줄여야 하는데 보상 때문에 달린 열매를 따낼 수도 없는 노릇이다. 이에 농민들은 “피해율 산정은 언피해가 온 시점에서 1번 꽃의 상태에 따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NH농협손해보험 관계자는 피해율 산정기준에 대해 “올해 같은 기상이변이 생소하기 때문에 생긴 일”이라며 “향후 피해율 산정방식에 대해 관계기관과 깊게 고민해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거창군 관계자는 “농민들이 자부담 20% 정도인 보험에는 가입하지 않고 피해가 발생하면 정부만 바라보는 것도 옳지 않다”고 불편한 속내를 내비쳤다. 보험은 예금이나 적금과는 다르다. 보상받을 일이 생기지 않으면 손해봤다고 생각할 것이 아니라 다행으로 여겨야 하지 않을까. 이제 계절을 무시한 한파와 폭설 등 이상기후는 더이상 ‘이상한’ 기후가 아니다. 농가·보험회사·관계기관이 서로 신뢰를 회복해 협력하고, 만일의 사태에 적극 대비해야 할 시점이다. 김도웅 (농민신문 전국사회부 차장기자) pachino8@nongmin.com
김도웅 이미지 김도웅농민신문 전국사회부 차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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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농민포럼] 청년이 돌아오는 농업을 기대하며
좋은 일자리 창출은 ‘시대적 과제’ 농신보 제도 개선…창농 활성화 기대 지금 우리 사회가 직면한 가장 큰 과제는 일자리 창출이다. 그중에서도 청년창업을 어떻게 유도할 것인지가 관건이다. 청년들이 좋은 일자리를 확보하는 것이 어려워 결혼을 기피하는 현상마저 나타나고 있다. 이는 인구감소로 이어지고 있다. 인구절벽의 문제는 우리 사회의 가장 위협적인 요소다. 그만큼 좋은 일자리 창출은 시대적 과제다. 농업부문에서도 청년 창업농을 활성화해야 한다. 고령농이 은퇴하면서 유능한 경영인력이 부족한 실정이다. 특히 4차산업혁명이 진행되면서 농업도 스마트팜 시대로 접어들고 있어 더욱 그러하다. 지식기반의 농업이 활성화함에 따라 유능한 젊은이들이 농업에서 좋은 일자리를 얻을 수 있고, 삶의 가치를 느낄 수 있는 시대가 열렸다. 세계적인 투자가 짐 로저스가 젊은이들에게 “농업에 뛰어들라”고 강조한 것도 이러한 배경 때문일 것이다. 농업이 좋은 일자리라고 보는 것이다. 그렇지만 농업으로 창업(창농)하는 일은 만만한 과제가 아니다. 기술만 갖고 있다고 되지 않는다. 창농 초기단계에는 담보능력이 부족해 필요한 자금을 대출받기가 쉽지 않다. 영농 진입 초기에는 토지·자금 등 기반 확보에 어려움이 많아 젊고 유능한 예비 농민들이 창업도 하기 전에 포기하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보조 지원을 확대하는 것은 오히려 더 많은 부작용만 초래하게 된다. 농업부문 창농 활성화와 농업 혁신성장을 위해서는 농림수산업자신용보증기금(이하 농신보)의 역할이 중요하다. 기술과 영농 능력의 지식가치를 평가해 지원해주는 역할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농지 등 재산적 기반이 아닌, 사람의 능력과 지식을 보고 지원하는 것이 혁신성장을 더 빠르게 유도한다는 것은 역사가 보여주고 있다. 이런 점에서 필자는 그동안 농신보에 대한 아쉬움이 많았다. 너무 재산적 기반을 바탕으로 신용보증을 하고 있다고 느껴왔다. 농업분야 창업의 어려움을 덜어주기 위해 정부는 4월 관계부처 합동으로 농신보 제도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농신보가 농업 혁신성장이라는 산업육성의 역할을 강화하도록 했다. 먼저 젊은 창농에 대해서는 보다 유리한 보증조건을 마련했다. 농신보의 보증비율을 높이고, 보증한도도 3억원으로 확대했다. 지원 대상인 농민의 범위가 지나치게 좁게 한정돼 새롭게 성장하는 농촌융복합사업자·곤충사업자 등에 대한 지원이 불가능하던 문제도 개선했다. 스마트팜 등 농업의 첨단화로 투자비가 상승하는 것도 감안해 예외보증 한도를 70억원까지 상향했다. 또 젊고 유능한 인재가 유입될 수 있도록 40세 미만의 농업계 전문학교를 졸업한 사람이 스마트팜을 추진할 경우 보증비율을 85%에서 90%로 상향했다. 그렇지만 농신보 제도 개선은 혁신성장만을 추구하지는 않았다. 영세소농과도 함께하는 금융이 될 수 있도록 제도기반도 마련했다. 농신보의 전액 보증한도를 3000만원으로 상향해 소농의 금융부담을 덜어줬다. 성실한 실패자의 재기를 위한 특례 보증제도도 도입해 따뜻한 금융을 도모했다. 농업에는 기상재해와 풍·흉작에 따른 극심한 가격 변동 등 예측할 수 없는 위험요인이 많은데, 이런 위험에 처한 농가의 재기를 지원하는 제도를 마련한 것도 의미가 크다. 이번 농신보 제도 개선은 농어업부문의 신규창업을 촉진하고, 첨단농업 발전 등 혁신성장을 이끌 것으로 기대된다. 청년들이 농업으로 돌아와서 우리 농업이 경제의 큰 축으로 자리 잡기를 기대해본다. 이는 우리 농업이 한단계 더 발전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황의식 (한국농촌경제연구원)
황의식 이미지 황의식한국농촌경제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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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의 숲

[생각의 숲] 관내분실
한국과학문학상을 수상한 김초엽의 공상과학소설 <관내분실>에는 미래시대 새로운 도서관이 나온다. 이른바 마인드(정신) 도서관. 죽은 사람의 기억을 도서관 아카이브(기록 보관소)에 데이터 형태로 업로드하는 곳이다. 육체는 죽어도 그 사람의 영혼은 영원히 살 수 있다는 기대 아래 마인드를 홀로그램으로 띄워 생전 모습과 대화한다. 겉으로는 대화에 반응하지만 실제로는 과거 기억에 근거하여 죽은 사람의 반응을 가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사람들은 추모를 위해 도서관을 찾고 도서관에서는 마인드에게 건넬 수 있는 꽃이나 음식을 모방한 데이터를 판다. 주인공 지민은 엄마와 사이가 안 좋았지만 임신을 하면서 엄마가 보고 싶어 마인드 도서관을 찾는다. 그러나 엄마의 마인드는 분명 도서관 내에는 남아 있지만 이용객이 접속할 수 없는 상태, 즉 관내분실이다. 관내분실은 도서관에서 대출 가능한 도서라고 확인되지만 책을 찾을 수 없는 상태를 말한다. 누군가 엄마의 데이터를 접속할 수 없도록 만든 것이다. 김중혁의 장편소설 <당신의 그림자는 월요일>에는 새로운 미래 직업이 등장한다. 의뢰인이 감추고 싶은 비밀의 흔적을 없애주는 사람, 딜리터(deleter)다. 대부분의 의뢰인은 자신이 죽은 이후 자신의 비밀스러운 흔적을 제거해줄 것을 주문한다. 딜리팅 전문 탐정 구동치는 고객들의 주문을 충실하게 이행하지만 그에게도 업무상 비밀이 있다. 의뢰인의 주문대로 세상 속에 남아 있는 비밀은 확실히 삭제하지만 그 비밀을 탐정사무실 서랍 속에 보관한다. 그는 남의 비밀을 지워버리는 동시에 지켜주기도 하는 이중적인 정체성을 지닌다. 누구에게나 잊고 싶은 자취와 흔적은 있기 마련이다. 유명인들이 인터넷에 떠도는 부정적인 흔적을 지우고 싶은 것은 잊힐 권리를 논의하기에 앞서 어쩌면 당연한 욕구일 것이다. 하지만 잊고 싶은 기억은 오래 기억되고, 잊지 말아야 할 기억은 쉽게 잊고 마는 게 인간의 심리가 아닐까? 두 작가가 내세운 미래 설정은 죽은 후에 나의 비밀을 지우고 싶은 욕구와 가까운 사람이 죽으면 그 기억을 지키고 싶은 욕구가 충돌한다. 가까운 미래에 있을 법한 일이다. 개인의 문제는 개인의 선택에 맡긴다지만 우리가 모두 함께 기억해야 할 일들은 절대 지워져서는 안된다. 심지어 관내분실조차 허용할 수 없다. 오래된 역사 속 희생은 차치하고라도 근현대사에 얼룩처럼 남아 있는 자국들은 잊을 수도 없고, 잊혀서도 안된다. 희생자 유족들은 평생을 품고 사는 아픈 기억의 책임을 대중이라는 이유로 면제받을 수는 없다. 5·18 희생자들, 4·19 희생자들, 제주 4·3 희생자들, 3·1 독립운동까지. 그들의 희생이 오늘을 만들었다. 심지어 세월호나 대구 지하철 가스폭발 등 크고 작은 사건·사고로 희생 당한 이들의 넋 또한 결코 잊어선 안된다. 하지만 이미 일부는 그 기억이 관내분실된 것 같아 5월을 보내는 마음이 더 쓸쓸하다. 김재원 (KBS 아나운서)
김재원  이미지 김재원 KBS 아나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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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사설] 농·축협 명예조합원 제도 도입 준비에 만전을
정관례 개정해 제도 도입 움직임 설립인가 기준 변경도 뒤따라야 지역 농·축협에 명예조합원 제도가 도입될 전망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최근 이런 내용의 지역 농·축협 및 품목별·업종별 조합 정관례 개정고시안을 행정예고했다. 은퇴한 고령조합원에게 준조합원의 한 종류인 명예조합원 자격을 부여해 조합에서 제공하는 각종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이때 명예조합원은 준조합원이지만 조합에서 정하는 기준에 따라 가입자격과 혜택이 달라진다. 정부가 명예조합원 제도를 도입하려고 하는 것은 농촌의 급속한 고령화와 관련이 깊다. 통계청이 4월 내놓은 2017 농림어업조사 결과에 따르면 농가인구 가운데 65세 이상 고령인구 비율은 42.5%로, 전국 고령인구 비율(13.8%)보다 3배 이상 높다. 그런데 현행 농협법에서는 조합원 자격을 농사짓는 농민으로 한정하고 권리와 의무도 조합원 중심으로 부여한다. 고령으로 농사에서 은퇴하면 곧바로 조합원 자격을 상실한다는 의미다. 고령조합원 대부분이 현물출자나 사업이용을 통해 지역 농·축협을 만들고 발전시킨 역할을 해 ‘내 조합’이란 인식이 강한데, 은퇴와 함께 자격이 없어진다고 하니 쉽게 받아들이지 못한다. 일부에서는 조합 탈퇴를 통보받은 은퇴농이 반발하고, 조합원 자격을 유지하려고 은퇴를 미룬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명예조합원 제도는 현행 조합원 자격 요건과 현실과의 괴리를 상당 부분 없앨 것으로 보인다. 우려와 문제가 없는 건 아니다. 그간 지역 농·축협에서 명예조합원제 도입을 촉구한 것은 고령화에 따른 조합원 감소로 조합 설립인가 기준을 맞출 수 없는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도도 있었다. 고령 은퇴농이 명예조합원으로 조합원 자격을 유지하면 조합의 안정적인 운영이 가능하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하지만 명예조합원에게 준조합원 자격을 부여하게 되면 이 문제는 여전히 미해결 과제로 남는다. 명예조합원 제도가 제대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조합 설립인가 기준 변경 등 후속 조치도 필요하단 얘기다. 법이 아닌 정관례 개정으로 제도를 도입할 경우 일부 조합에서 기존 조합원의 반발을 우려해 도입을 망설일 가능성도 있다. 정부는 제도 도입 전 현장 여론을 수렴해 미비점을 보완하는 등 준비에 만전을 기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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