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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취재수첩

[취재수첩] “제발 속지 마세요”
1월 하순 오후 4시께 60대 부부가 경기 양평의 한 지역농협 객장에 들어섰다. 이들은 통화 중 상태인 휴대전화를 계속 만지작거리며 직원에게 2000만원을 현금으로 인출해달라고 요청했다. 직원은 마감이 임박한 시간에 불안해하며 고액을 출금하려는 고객을 보고 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임을 직감했다. 출금을 늦추며 다른 직원을 통해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 조사에서 부부는 “범인이 전화를 해 ‘당신네 딸이 친구의 사채보증을 섰는데, 이를 대신 갚지 않아 납치해 감금하고 있으니 원금과 이자 5300만원을 내놓지 않으면 가해를 하겠다’고 협박했다”고 밝혔다. 경찰 출동 후 회사에 있던 딸과 통화가 이뤄졌고, 사건은 금전적 피해 없이 마무리됐다. 이 농협은 지난해 11월에도 70대 노부부가 자녀를 납치했다고 연락해온 범인들에게 속아 정기예탁금을 중도해지, 현금 3000만원을 인출하려는 것을 미연에 인지해 예방한 바 있다. 보이스피싱 범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10월까지 보이스피싱 발생건수는 5만4973건으로 2017년 같은 기간 3만8293건에 비해 1만6680건(43.6%)이나 늘었다. 피해금액은 3340억원으로 1524억원(83.9%) 증가했다. 기자가 받는 보도자료 가운데 흔하게 접하는 것이 금융기관의 보이스피싱 예방사례와 해당 직원에 대한 경찰의 감사장 전달이다. 이제는 너무 많아서 기사로 쓰기도 부담스럽다. 그런데도 피해건수와 금액은 줄지 않고 되레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이는 보이스피싱 수법이 갈수록 지능화·다양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보이스피싱 수단은 전화·문자메시지(SMS)는 물론 카카오톡 등 온라인 메신저, 불법금융 사이트·앱 등으로 확대되고 있다. 특히 메신저에서 지인을 사칭해 금전을 편취하는 ‘메신저피싱’과 악성 앱 설치를 유도한 후 감염된 휴대전화로 은행 콜센터에 확인 전화를 걸면 보이스피싱 조직이 전화를 가로채 피해자를 속이는 ‘전화 가로채기’ 피해가 급증하고 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고령인구가 많은 농촌지역 주민들의 경우 앱 설치 등에 서툴러 주로 전화통화를 통한 고전적인 방법의 사기가 많다는 점이다. 내용도 대부분 자녀 납치가 주를 이룬다. 조금만 주의를 기울이면 피해를 막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몇몇 농협에서는 총회나 사업설명회 때 ‘보이스피싱 예방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보이스피싱 피해를 보지 않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농민 스스로 각별히 주의하는 것이다. 여기에 범죄조직에 대한 단속 강화와 진화하는 보이스피싱 사례 및 예방법에 대한 홍보가 이뤄진다면 사기범들의 설 자리는 그만큼 줄어들 것이다. 김은암 (전국사회부 선임기자) eunam@nongmin.com
김은암 이미지 김은암전국사회부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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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의 뜰

[인문학의 뜰] 쌀 한톨 한톨이 모두 농민의 땀방울인 것을
당나라 때 이신이 쓴 시 ‘민농’ 곡식 일궈 백성 살리는 농민 착취·외면하는 세태 꾸짖어 농업, 백성뿐 아닌 땅도 살려 환경파괴 점차 심해지는 오늘 ‘농자천하지대본’ 더욱 절실 지셴린(季羨林·1911~2009년)은 중국인들로부터 존경과 사랑을 받는 학자다. 베이징대학교 부총장을 지내면서 원자바오 총리 등 중국 지도자들의 멘토 역할을 했던 ‘나라의 스승’이다. 그가 <논어> <맹자> 등의 철학서를 비롯해 <사기> <시경> <당시> 등의 고전에서 148개의 구절을 뽑아 중국인들의 삶의 지침으로 제시했다. 한마디로 이야기하면 중국 고전의 소중한 가치를 드러내는 정신적 자산이라고 할 수 있다. 지셴린은 이 글들을 두고 “이를 다 외우면 경계가 한단계 더 올라간다. 문학 방면에 그치지 않는다”라고 하며 모든 사람들이 암기하기를 권했다. 이중에 농업의 소중한 가치와 농민들의 노고를 기리는 글도 당연히 실려 있다. 먼저 <삼국지>에 나오는 ‘국이민위본 민이식위천(國以民爲本 民以食爲天)’이라는 구절이 있다. ‘나라는 백성을 근본으로 여기고 백성은 먹는 것을 하늘처럼 여긴다’는 뜻으로, 삼국시대 오나라의 마지막 황제인 손호(孫皓)가 폭정을 저지르자 명재상 육개(陸凱)가 올린 상소문에 있는 글이다. 나라의 근본이 곧 백성이므로 지켜줘야 하며, 그 백성을 먹여 살리는 것이 식량이므로 농업을 소중히 지켜야 한다는 것이다. 또 한가지는 당나라 이신(李紳)이 쓴 ‘민농(憫農)’, 즉 ‘가엾은 농부’라는 당시(唐詩)에 있는 구절 ‘수지반중찬 입립개신고(誰知盤中餐 粒粒皆辛苦)’다. 착취당하는 농민들의 애환을 노래한 시로, ‘누가 알리오, 상 위의 쌀 한톨 한톨이 모두 농민의 땀방울인 것을’이라는 뜻이다. 얼마 전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의 다섯살배기 외손녀가 중국어로 암송하는 동영상이 국제적으로 큰 화제가 됐던 바로 그 시다. 시는 두수로 되어 있는데 그 전문을 소개한다. 春種一粒粟(춘종일립속) 봄에 한알 곡식 뿌려서 秋收萬顆子(추수만과자) 가을이면 만알 곡식 거두네 四海無閑田(사해무한전) 세상에는 노는 땅 한뼘 없지만 農夫猶餓死(농부유아사) 농부는 되레 굶주려 죽는구나 鋤禾日當午(서화일당오) 한낮 무더위에 김을 매니 汗滴禾下土(한적화하토) 땀방울이 후두둑 땅을 적시네 誰知盤中餐(수지반중찬) 누가 알리오 상 위의 쌀 粒粒皆辛苦(입립개신고) 한톨 한톨이 모두 농민의 땀방울인 것을 이신은 백거이·원진 등과 함께 시를 통해 사회적 폐단과 민생의 질고를 고발하는 신악부운동(新樂府運動)을 주도했던 인물이었다. 단순히 예술적·서정적 표현에 치중하던 현실도피적인 시풍에 반대하며 현실을 비판하고 풍자하는 시를 발표함으로써 당시 권세가들로부터 큰 미움을 받기도 했다. 이신은 신제악부(新題樂府) 20편을 지어 신악부운동을 선도하였으나 현재는 소실돼 없고, 위의 시 ‘민농’이 대표작이다. 시는 먼저 한알의 곡식으로부터 만배의 수확을 얻는 농업의 놀라운 생산성을 말하고 있다. 하지만 지주에게 거의 모든 수확이 돌아가고, 농민들에게는 생계를 이어나가기도 힘든 소작료가 주어질 뿐이다. 일년 내내 혼신의 힘을 기울여 곡식을 거두지만, 정작 그것을 먹는 사람들은 농민들의 수고에 감사의 마음은커녕 관심조차 없는 세태를 꾸짖고 있는 것이다. 지셴린은 진정한 농업의 가치와 농민들의 노고를 잊지 말라는 의미에서 위의 구절을 정했을 것이다. 옛날과는 달리 먹을 것이 풍족해 농업과 농민에 대한 관심이 더더욱 줄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농업이 천하의 가장 큰 근본(農者天下之大本·농자천하지대본)’이라는 말은 단순히 옛 시대에 한정된 시대착오적인 구호는 아니다. 환경파괴와 자연훼손이 심각한 오늘날 더욱 절실한 말일 것이다. <주역>의 삼재사상(三才思想)은 하늘과 땅과 사람을 천하의 근본으로 삼는다. 그 사람의 일 중에서 가장 큰 근본이 되는 것은 바로 농업이다. 농업의 가치란 단순히 식량을 생산하는 일에 그치는 것이 아니다. 하늘의 도움을 받아 땅을 살리고 키워나가는 일, 어찌 큰 근본이 아니겠는가? 조윤제는… ▲인문고전연구가 ▲저서 <천년의 내공> <말공부> <인문으로 통찰하고 감성으로 통합하라> <내가 고전을 공부하는 이유> 등 다수
조윤제 이미지 조윤제인문고전연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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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의 숲

[생각의 숲] 살아야겠다
‘살아야겠다’라는 짧은 다짐은 흔한 말이 아니다. 위중한 질병에 걸려 생명의 끈을 부여잡고 싶거나 안전을 위협받는 상황에 몰렸을 때, 혹은 인생의 바닥을 경험하며 재기의 꿈을 불태울 때나 떠올릴 법한 말이다. 누군가의 인생은 이 말을 한번도 떠올리지 않았을 정도로 평탄했을 것이며, 누군가는 이 말을 수없이 외쳤어도 삶을 부여잡지 못한 경우도 있을 것이다. 김탁환의 장편소설 <살아야겠다>는 2015년 메르스 사태의 악몽을 그려내고 있다. 넘치는 기사를 통해 파편처럼 알고 있던 사실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살아야겠다>는 림프종에 걸렸던 치과의사 김석주, 방송국 수습기자 이첫꽃송이, 물류창고에서 일하는 여성 가장 길동화가 메르스에 감염되고, 투병하고, 감금되고, 사회에서 분투하는 이야기다. 아무 잘못이 없는데도 허술한 방역체계 탓에 메르스를 앓았던 그들은 극심한 고통의 시간을 보낸다. 완치돼 병원을 나서고도 메르스는 그들에게 주홍글씨가 됐다. 심지어 마지막으로 메르스에 걸린 환자는 전염력이 전혀 없는데도 불구하고 격리병실에 감금된 채 필요한 림프종 치료를 받지 못한다. 우리는 그들을 피해자이자 잠재적 가해자로 몰아가고 있었다. 대만 작가 린이한(林奕含)의 <팡스치의 첫사랑 낙원> 역시 실화를 바탕으로 한 소설이다. 10대 소녀 팡스치와 류이팅은 ‘영혼의 쌍둥이’라고 불리는 소꿉친구다. 류이팅은 어느 날 경찰의 전화를 받고 팡스치가 자살을 시도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우연히 팡스치의 일기장을 통해 알게 된 지난 5년이 재구성된다. 팡스치는 자신도 함께 좋아했던 문학 선생 리궈화에게 5년 동안 성폭행을 당해온 것이다. 작가 린이한은 이 책을 출간한 지 두달 만에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유족들은 작가가 자신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이 작품을 썼다고 주장하며 가해자로 유명 문학 강사를 지목했다. 하지만 그는 부인했고, 세상은 그들에게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고 여겼다. 현실에서도 2차 피해는 계속되고 있다. 메르스의 공포는 사라졌지만 메르스를 앓았던 사람들은 환자였음을 숨긴 채 숨죽이며 살아가고 있다. 유가족들은 미안함과 죄책감에 시달린다. 우리가 그들을 단지 피해자가 아니라 가해자의 자리에도 놓았기 때문이다. 스포츠 선수들의 성폭력 피해 또한 세상을 시끄럽게 하지만 아직 피해자의 아픔은 여전하다. 심지어 어떤 변호사는 피해자의 이름을 딴 법을 만들어 오래도록 기억하자고 주장한다. 그들의 아픔이 아물지 않는 건 우리가 가해자의 이름이 아닌 피해자의 이름을 외치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피해자는 자신이 기억되는 것은 원하지 않는다. 단지 그들은 살아야겠다는 일념으로 미래를 포기하고, 견뎌내고, 폭로한 것이다. 우리는 메르스 피해자의 고통도, 성폭력 피해자의 아픔도 알지 못한다. 하지만 살아야겠다고 외치던 그들의 간절함만큼은 헤아릴 수 있다. 전염병은 끝나도, 성폭력은 끝나도, 살아야겠다고 다짐하는 피해자의 삶은 지금도 계속된다. 김재원 (KBS 아나운서)
김재원 이미지 김재원KBS 아나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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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사설] 청년창업농 육성책, ‘용두사미’ 되지 말아야
청년농, 고령화한 농촌의 성장동력 경영컨설팅 등 철저한 사후관리를 정부가 고령화된 농촌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청년인력 유치에 온 힘을 쏟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청년창업농 영농정착지원’과 ‘청촌공간’사업이다. 청년창업농 지원사업은 영농초기 청년농의 생활안정을 돕고 창농을 활성화하기 위해 지난해 처음 시작했다. 대상자로 선발되면 1년차는 매월 100만원, 2년차는 90만원, 3년차는 80만원씩 영농정착금을 지원받는다. 농촌의 유휴시설을 활용해 청년 등에게 창업공간으로 제공하는 청촌공간사업도 올해 새로 시작했다. 농림축산식품부와 농협은 청촌공간 한곳당 리모델링비와 임차료, 기계설비 구입비 등으로 최대 3억원을 지원한다. 올해 안에 20곳, 2023년까지 전국에 100곳을 조성할 계획이다. 농촌 고령화율(2018년 기준 42.9% 추정)은 전국 평균의 3배 수준에 달할 만큼 심각하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2028년에는 농촌 고령화율이 52.3%에 달해 성장동력이 끊길 것으로 예측했다. 이러한 때 청년창업농 지원사업은 농촌회생을 위한 정책으로 큰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 사업을 통해 지난해 1600명에 이어 올해도 1600명의 젊은이가 농촌에서 꿈을 펼치게 된다. 청년창업농 지원사업은 고령화된 농촌을 회생시킬 대책으로, 새 정부 들어 돋보이는 대표적인 농업정책이다. 마침 청년 실업이 극심해 유능한 젊은이들을 농촌으로 끌어들일 타이밍도 좋다. 하지만 자칫 청년창업농 지원과 청촌공간사업이 의욕만 앞세우다 용두사미식 정책이 되지 않을까 우려되는 부분도 없지 않다. 초기 지원정책도 중요하지만 이를 키워나가는 사후관리가 더욱 중요하기 때문이다. 사회적 협동조합·기업 등과 같이 정부 지원이 끊기고 나면 자생력을 잃고 사라지는 예가 적지 않아서다. 성공은 또 다른 성공을 낳는다. 청년창업농의 성공사례는 더 많은 도시 청년들을 농촌으로 불러 모으는 촉매제 역할을 할 것이다. 정부는 도시의 청년인력이 농촌에서 꿈을 펼치고, 농촌회생에도 주도적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치밀하게 관리해야 한다. 이를 위해 초기 운영자금 지원 못지않게 유통·영농 정보 제공, 기술 지도, 경영컨설팅 등 사후관리에도 모든 역량을 집중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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