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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취재수첩

[취재수첩] 유해환경시설로 속앓이하는 농민들
농산물의 품질과 안전성 확보를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이 농업환경이다. 특히 깨끗한 농업용수는 농산물 생산에서 빼놓을 수 없는 중요 요소다. 하지만 최근 들어 농경지가 오염물질에 노출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농경지 인접지역에 무분별하게 들어서고 있는 공장이 농민들을 불안하게 한다. 이같은 공장들이 오염물질이나 폐기물을 기준대로 처리하지 않는 데서 문제가 비롯된다. 폐수나 오염물질을 몰래 방출하다가 적발되는 사례가 끊이지 않고 있다. 최근 경북 봉화의 한 제련소가 폐수 배출·처리 시설 불법운영과 무허가 지하수 관정개발 등 6개 법률을 위반해 적발됐다. 지난해 12월부터 강 하류에서 카드뮴이 허용기준치보다 높게 검출되자 환경부가 점검에 나선 결과다. 이에 봉화군은 5월13일 해당 제련소에 조업정지 처분을 내렸다. 하지만 제련소는 이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냈다. 이 업체는 지난해에도 폐수를 규정대로 정화하지 않고 몰래 강으로 흘려보내다가 발각돼 조업정지 20일 처분을 받았던 전력이 있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자 제련소 인근 주민들과 농민들은 “제련소가 시간을 끌려고 행정소송을 했다”고 분노하고 있다. 일부 뿔난 주민들과 환경단체들은 제련소에 폐쇄조치를 내려달라고 환경부에 강력히 요구하고 나섰다. 지역농민들은 또 “제련소를 너무 관대하게 처벌하는 것이 아니냐”고 볼멘소리를 하고 있다. 지역주민의 건강과 생명을 위협하는 위법행위를 했는데도 솜방망이 처벌을 하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한편으로 농민들은 속앓이도 하고 있다. 지역에서 환경오염이 발생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 큰 손실이 발생할 수 있어서다. 폐수가 흘러든 농경지에서 생산한 농산물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 판로가 막힐 것이 뻔하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농민들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건강을 위해 농산물의 안전성을 중시하는 소비추세가 두드러지고 있어서다. 이 때문에 농민들은 그 어느 때보다 환경문제에 민감하게 대응하고 있다. 하지만 그 대응에 한계가 있어 농민들은 답답하기만 하다. 농민들은 “폐수가 무색무취한 데다 특별한 장비도 없어 감시를 제대로 하기 어렵다”며 답답해하고 있다. 게다가 요즘과 같은 영농철에는 몸이 고돼 제련소문제에 신경 쓸 겨를도 없어 애만 태우고 있는 실정이다. 곧 장마철이 시작된다. 홍수 때 폐수를 몰래 강으로 흘려보내다가 적발되는 사례가 연례행사처럼 발생한다. 농업환경을 지키기 위해선 철저한 관심과 관리가 필요하다. 환경부의 단속활동은 사후 약방문에 불과하다. 공장이 폐수를 무단방류하고 나서 단속하면 이미 때는 늦다. 정부·지방자치단체의 감시 기능 강화와 환경유해업체에 대한 엄격한 처벌 등이 시행될 때 농촌환경은 온전히 보전될 수 있고 농민들은 안심하고 농사를 지을 수 있다. 그런 날이 오길 기대해본다. 오현식 (농민신문 전국사회부 선임기자) hyun2001@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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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칼럼

조용헌의 주유천하 (119)집시와 히피에 대하여
‘나는 자연인이다’ 프로그램 산에서 자급자족하는 삶 조명 사회생활 시달리는 중년 남성에 대리만족과 안도감 선사 서양의 집시 또는 히피와 비슷 동양에선 ‘도가(道家)’와 통해 <나는 자연인이다>라는 텔레비전 프로그램이 있다. 부도나서 돈 한푼 없고, 아니면 병에 걸려 거의 죽게 됐거나, 파탄 난 인생들이 산에 들어가 사는 내용이다. 가진 것 하나 없이 맨몸으로 산에 들어갔지만 죽지 않고 살아 있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더러는 도시생활이 싫어 입산한 경우도 있다. 마당에는 닭이나 염소를 키우고, 뒷산에 올라가 약초도 캐고, 도라지 캐 계곡물에 씻어 먹는 장면도 나온다. 화덕에 장작으로 불 지펴놓고 그 위에다 계곡에서 잡은 민물고기와 채소 몇가지 넣은 냄비를 올려놓고 끓이는 장면. 여자들보다는 남자들, 특히 중장년층 남자들이 이 프로그램을 좋아하는 것 같다. ‘돈 없어도 저렇게 살 수 있구나!’를 눈으로 보는 셈이다. 중장년 남자들은 사회생활에 시달리면서 돈·조직, 그리고 인간관계망으로부터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는다. <나는 자연인이다>를 보면서 돈·조직·부양의무로부터의 탈출이 불가능한 것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확인하는 셈이다. 이걸 눈으로 보기만 해도 삶을 짓누르는 무게감으로부터 약간이나마 해방감을 얻는다. 직접 실천하지는 못해도 최소한의 대리만족을 얻는 것이다. ‘아, 이게 가능하구나!’다. 대리만족과 함께 안도감을 준다는 의미에서 이 프로는 중년 남자의 강박감을 치료해주는 정신치료 프로그램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나는 자연인이다>는 한국판 ‘집시’ 내지는 ‘히피’ 프로그램이 아닐까. 집시와 히피를 꼭 나쁘게만 볼 일도 아니다. 문명이 고도화되면 나타나는 현상이다. 너무 ‘와꾸(틀)’에 짜인 사회는 정신병을 양산한다. 어딘가에 비상구 하나는 있어야 한다. 동양에서는 그게 도가(道家)였다. 도가는 산으로 튄 사람들이다. 세간에서 한몫 챙겨서 산으로 튀면 더 좋다. 빈손으로 가면 고생하니까. 그러나 한몫 챙길 상황이 안되면 무조건 산으로 튀는 것도 방법이다. ‘궁즉통’이기 때문이다. 한·중·일의 산세는 물이 있고, 수목이 우거지고, 농사도 지을 수 있고, 약초도 있고, 동물도 있다. 산에서 최소한의 자급자족이 되는 환경이다. 여기에서 도가가 탄생한 것이다. 동양 전통 산수화는 거의 이런 도가적 환경을 동경하면서 그린 그림이다. 계곡·바위·소나무·구름·초당이 등장하지 않던가! 몽골에 가보니 일상생활이 집시적인 삶이다. 소와 염소 떼 데리고 풀 있는 곳을 찾아 텐트를 짊어지고 계속 이동하는 삶이다. 유목민의 삶이라는 게 집시의 삶이다. 서양문명의 종가인 그리스에 가보니 산이 너무 척박했다. 비가 잘 안 오고 나무도 별로 없는 황량한 산이다. 먹을 것도 없다. 이런 데서는 산에 살기 어렵다. 산에서 숨어 살 수가 없는 셈이다. 그 대신 그리스는 배 타고 이 섬 저 섬을 돌아다니면서 생계를 해결하는 해적질이 더 맞는 환경이었다. 20세기부터 아시아가 산업기지화되면서 무협지의 개방파는 씨가 말랐고, 유럽도 문명이 너무 고도화되면서 여백이 없어졌다. 남미대륙이 집시와 히피들이 돌아다니기에 좋은 환경이다. 아직 물가가 싸고, 대륙이 넓어 돌아다닐 만하고, 아직 자연풍광이 남아 있고, 상대적으로 남미는 낙천적 인생관이 지배하는 대륙이기 때문이다. 한국인으로서 2년반 동안 남미를 집시들과 함께 돌아다니면서 생활해본 노동효 작가가 쓴 <남미히피로드>가 읽어볼 만하다. 돈 없이 남미를 돌아다니려면 악기를 하나 다루거나, 아니면 접시돌리기나 외발자전거 타는 묘기를 익히거나, 혹은 반지나 팔찌 같은 수공예품을 만들어 길거리에서 팔아야 한다. 자급자족 기술이다. 숙박비도 하룻밤 자는 데 5000원 미만인 곳도 있는 모양이다. 이 책에 의하면 유럽 집시의 원조는 루마니아라고 한다. 1000년쯤 전에 인도 서북부 라자스탄지역 유랑민들, 로마니라고 부르던 족속들이 메소포타미아를 넘어 루마니아로 들어왔다고 한다. 처음에 유럽인들은 이들을 이집트사람으로 오해했다. 이집션(Egyptian)이라고 부르다가 앞의 ‘E’가 떨어지고 집시언(Gyptian)으로 불리었다. 이게 현재의 집시(Gypsy)가 됐다는 것이다. 히피는 미국 중산층 백인 자식들에서 비롯되었다. 보호받고 크다 보면 방랑을 하고 싶은 욕구가 생기고, 이게 1960년대 월남전과 맞붙으면서 히피라는 하나의 시대조류를 형성하게 됐다는 설명이다. 한국도 도시생활을 청산하고 산 밑으로 들어가 사는 인구가 증가하고 있다. 집시문화를 연구해볼 타이밍이 도래했다고 본다. 조용헌은… ▲강호동양학자, 불교학자 ▲건국대 문화콘텐츠학과 석좌교수 ▲저서 <조용헌의 동양학 강의> <500년 내력의 명문가 이야기> <조용헌의 휴휴명당> 등 다수
조용헌 이미지 조용헌강호동양학자, 불교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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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시론] 우리나라 농업정책의 목표는
농정당국 장기 관점에서 정책 설계 관련 부처는 국익 최우선으로 해야 요즘 우리나라 농업정책을 보면 장기적인 목표 없이 어떤 일이 발생했을 때 수습하는 일에만 급급하다는 인상을 받곤 한다. 곡물자급률문제만 봐도 그렇다. 정부는 우리 곡물자급률이 선진국과 비교해 턱없이 낮은 수준이라는 점을 우려하며 식량안보를 강화하고자 노력해왔다. 25%에도 미치지 못하는 곡물자급률을 높이고자 일본의 농업정책을 본떠 식량자주율(국내 생산분에 해외에서 안정적으로 조달 가능한 물량을 합한 비율)이라는 용어를 언급하며 해외 농업개발에 박차를 가하기도 했다. 하지만 거창한 목표만 내걸었을 뿐 뚜렷한 성과는 없는 게 현실이다. 농산물 수급안정문제도 마찬가지다. 여름만 되면 고랭지채소의 과잉생산문제가 불거지고, 보조금을 통해 밭에서 농작물을 갈아엎는 일을 흔히 마주하게 된다. 반면 작황이 좋지 않아 가격이 뛰면 소비자를 위한다는 명목으로 급히 외국에서 농산물을 수입, 농가들의 수익창출 기회를 아예 없애버리는 일도 다반사다. 생산이 모자라면 국민 식생활에서 조금 줄이도록 홍보하고, 사전에 재배면적을 조절해 과잉생산을 막는 것이 정부가 할 일이다. 혹 풍작으로 특정 농작물이 과잉생산되면 소비촉진을 유도하는 것이 정부 일이다. 일부 언론도 자극적인 내용만 뽑아서 보도함으로써 소비자에게 혼란을 주고 있다. 최근 삼겹살가격이 30% 올랐다는 기사가 많이 나왔다. 근거를 찾아봤더니 2002년 이래 돼지고기 가격이 가장 낮았던 2018년 12월을 기준으로 30%나 올랐다고 호들갑을 떤 것이었다. 축산정책도 장기적인 관점의 대책을 찾기 어렵다. 가축전염병문제를 살펴보자. 구제역(FMD)·조류인플루엔자(AI)·아프리카돼지열병(ASF) 등 제1종 법정전염병은 정부 차원에서 책임지고 관리하게 돼 있다. 지난해 8월 중국에서 ASF가 발생한 후 불과 9개월 만에 중국 전역으로 퍼져 전체 돼지 사육마릿수의 약 25%에 이르는 1억마리가 설처분됐다. ASF는 백신도 치료약도 없고 걸리면 100% 폐사되는 무서운 질병이다. ASF는 베트남·캄보디아를 넘어 북한까지 확산하고 있다. 지금은 ASF 방역에 총력을 기울여야 할 때다. 양돈 선진국이 모여 있는 유럽에선 벨기에의 야생멧돼지에서 ASF 바이러스가 발견되자 유럽연합(EU) 차원에서 방역을 펼쳤다. 그 결과 ASF가 벨기에 일부 지역에서만 발생하는 데 그치는 성과를 거뒀다. 2011년 국내 구제역 사태 때 330만마리 이상의 가축을 살처분했다. 이런 트라우마가 있는 축산농가나 생산자단체는 정부에 적극적인 방역대책을 촉구해왔다. 북한까지 전파된 ASF를 막고자 비무장지대(DMZ) 부근의 야생멧돼지 사살을 허용하고, 잔반 급여를 법적으로 금지해달라고 꾸준히 요청해왔다. 하지만 환경부는 ‘야생멧돼지는 환경보호를 위해 살처분할 수 없다’거나 ‘잔반 급여는 국내에서 남은 음식물의 10~15%를 처리하는 편한 방법’이라는 몽니를 부리고 있다. 기가 막힐 노릇이다. 그나마 최근 정부가 유엔군사령부와 협의해 군사분계선 남쪽 밑으로 넘어오는 멧돼지를 사살하도록 협조를 구했다고 하니 다행스러운 일이다. 농업·농촌 관련 현안 상당수는 농림축산식품부라는 단일 부처에만 해당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행정안전부·보건복지부·환경부·기획재정부 등 다양한 부처가 머리를 맞대지 않으면 풀기 어려운 문제가 오히려 더 많다. 하지만 때때로 정부의 일 처리를 보면 농민과 국민보다는 각자 자기가 속한 부처의 이익을 추구한다는 생각이 든다. 소위 ‘부처 이기주의’다. 이제는 우리나라 농업정책도 바뀌어야 한다. 농정당국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농업정책을 설계·수행하고, 관련 부처 역시 자신의 부처가 아닌 국익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정책을 이끌어야 한다. 김유용 (서울대 식품·동물생명공학부 교수)
김유용 이미지 김유용서울대 식품·동물생명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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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사설] 농가간 소득격차 11배, 저소득 농가에 더 많은 관심을
공익형 직불제 도입과 더불어 영세농에 인센티브 등 배려를 농촌은 도시에 비해 소득격차가 덜 심할 것으로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이는 큰 착각이라는 것이 여실히 드러났다. 김광림 자유한국당 의원(경북 안동)을 통해 본지가 입수한 통계청의 ‘농가소득 5분위별 평균소득’ 자료에 의해서다. 이에 따르면 지난해 소득 하위 농가 20%에 해당하는 1분위의 연간소득은 928만2000원에 불과했다. 반면 상위 20%(5분위)의 농가소득은 1억309만4000원이나 돼 최하위와의 소득격차가 무려 11.1배나 났다. 농가소득 5분위 배율은 상위 20%(5분위)의 소득을 하위 20%(1분위)의 소득으로 나눈 것으로, 빈부격차 정도를 나타낸다. 도시가구의 소득 5분위 배율이 5.8배에 그친다는 점을 감안하면 농촌의 소득 양극화가 얼마나 심한지 알 수 있다. 지난해 농가 평균소득이 4206만6000원을 기록해 사상 처음으로 4000만원대에 진입했지만, 영세농들에겐 ‘남의 집 잔치’였던 셈이다. 더구나 1분위 농가의 소득은 2017년(975만7000원)보다 되레 47만5000원이나 줄었다. 농가소득 양극화는 ‘규모화’를 강조한 현행 농업정책에선 당연한 결과이기도 하다. 실제 경지규모 10㏊ 이상 농가의 농업보조금 평균 수급액은 2006년 468만원에서 2015년 1041만원으로 573만원이나 증가했지만, 경지규모 0.5㏊ 미만은 같은 기간 25만원에서 27만원으로 겨우 2만원 늘었다. 농가경쟁력을 높여 주는 시설현대화 사업자금 등도 대부분 경영규모가 큰 농가 위주로 지원된다. 소규모 영세농은 계속 소외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제라도 저소득 농가를 위한 소득안정 대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문재인정부는 소득주도성장정책을 강조하고 있는데, 농촌에선 영세농에게 좀더 관심을 가져야 한다. 대농과 소농간 직불금 수령 격차를 줄이는 공익형 직불제 도입과 함께 규모화·현대화가 힘든 농가에게 일정 사업에 대해선 인센티브를 제공해 정책 수혜효과를 높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단체산행을 할 때 후미엔 노련한 경험자를 배치하는 경우가 많은데, 체력이 약한 사람들을 도와 낙오를 방지하기 위함이다. 우리 농업에도 산행에서처럼 소득 최하위 농가를 포용하고 돕는 정책이 절실하다. 농민들도 정부 대책에만 안주하지 말고 농산물 품질차별화 등 자립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농가소득 5분위별 평균소득 자료가 영세농을 위한 농정을 확대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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