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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취재수첩

[취재수첩] 설 대목장에 되새겨보는 최고가 농가의 비결
“특별히 보여줄 게 없는데….” ‘가락시장 최고가 비결’ 대상 농가를 섭외할 때면 어김없이 듣는 얘기다. 초기엔 농가들이 너무 겸손한 것 아닌가, 비결을 공개하기 싫은 게 아닌가라는 생각을 갖기도 했다. 그 어느 시장보다 규모가 크고, 경쟁이 치열한 서울 가락동 농수산물도매시장에서 최고가를 받을 정도면 남다른 비기가 있을 것이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그런데 취재 횟수가 늘수록 농가들의 반응이 이해되기 시작했다. 실제 내로라하는 농가들이 말하는 비결이라는 게 두눈이 번쩍 뜨일 정도의 내용은 아니었다. 오히려 꼼꼼한 토양관리, 시의적절한 방제와 관수, 꾸준한 출하 등 일반 농가들도 모를 리 없는 기초적 사항에 가까웠다. 그럼에도 이들이 최고가를 받는 이유를 곱씹어보니 이런 결론을 얻을 수 있었다. 남들은 알면서도 실천하지 않는 것들을 이들은 묵묵히 실천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이들이 공통으로 강조하는 최고가 비결은 바로 ‘타협 없는 선별’이다. 최고가 농가 대부분이 선별만큼은 남의 손을 빌리지 않았다. 나아가 시장이 요구하는 기준 이상으로 엄격한 잣대를 들이댔다. 어떤 때는 선별에 대한 특별한 사명감마저 느껴질 정도였다. 한 과수농가는 “값을 결정짓는 데 선별이 농법 이상으로 중요한 요소”라고 힘줘 말하기도 했다. 또 다른 농가는 “선별을 대충 하면 값이 떨어지는 것은 당연하다”며 “문제 있는 상품을 출하해놓고 왜 값이 좋지 않느냐고 따져 묻기 전에 다른 출하자들의 상품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 농가는 실제 시장을 자주 드나들며 다른 농가들의 선별상태를 살펴보고 개선해나간 것이 최고값을 받는 데 큰 도움이 됐다고 설명했다. 농민들이 손꼽아 기다리는 설 대목장을 앞두고 최고가 농가를 논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최근 시장 관계자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과거에 비해 개선되기는 했지만 이때다 싶어 품위가 현저히 떨어지거나 속박이 상품을 내보내는 농가들이 여전히 존재한다. 한 경매사는 “잠깐 이득을 얻는다 한들 대목장이 끝나면 중도매인들이 해당 출하자의 물건은 쳐다도 보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또 “그런 상품을 선물로 받은 소비자들도 명절 이후엔 그 품목을 사려고 하지 않기 때문에 잃는 게 훨씬 많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애써 기른 농산물인 만큼 제값을 받겠다는 것, 아니 받는 것은 모든 농가가 바라는 바다. 그러나 좋은 물건을 생산하고 철저히 선별해 제값을 받는 것과 상품성이 떨어지는 물건을 눈속임 포장으로 운 좋게 높은 값을 받는 것이 불러올 결과는 천지 차이일 수밖에 없다. 혹시라도 이번 설 대목장에 후자의 경우를 노리는 이가 있다면 최고가 농가들의 비결과 시장의 목소리를 귀담아듣길 바란다. 김난 (농민신문 산업부 기자) kimnan@nongmin.com
김난 이미지 김난농민신문 산업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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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시론] 우리나라 축산정책 이제는 바뀌어야
규제 우선 정책은 현장과 괴리 있어 정부, 농업계·학계 등과 소통 나서길 2019년 기해년(己亥年) 새해가 밝았다. 풍요와 복을 상징하는 황금돼지의 해다. 그러나 밝은 새해의 시작과는 달리 축산업을 둘러싼 여건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을 비롯한 가축전염병문제가 대표적이다. 2017년 8월 중국 선양에서 발생한 ASF는 기세가 꺾일 줄 모르고 중국 전역으로 퍼지고 있다. 이웃나라 일본에서도 2017년 8월부터 돼지열병(CSF)이 발생해 야생멧돼지를 통해 점차 확산되고 있다. 러시아에서도 ASF와 구제역(FMD)이 산발적으로 계속 발생하고 있어 방역당국이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처럼 우리나라와 인접한 나라들이 다양한 가축전염병으로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국내에서는 질병에 대한 대비나 예방보다는 다른 현안에 집중하는 듯하다. 정부의 규제정책에 따라 축산농가들은 발등에 떨어진 현안에 대처하느라 정신이 없다. 수년간 답보상태에 있던 무허가축사 적법화문제를 보자. 지난해 무허가축사 적법화 실적이 지지부진하면서 상당수 축산농가가 현장을 떠나야 할 처지로 몰리자 정부는 미봉책을 제시했다. 적법화 희망농가는 2018년 9월까지 이행계획서를 제출하도록 해 이행기간을 연장해주기로 한 것이다. 현장과 괴리된 정책이 엇박자를 내는 모양새다. 축산 선진국들은 어떠한가? 필자는 덴마크·네덜란드 등 여러 축산 선진국을 방문하면서 정부의 태도가 열려 있다는 인상을 강하게 받았다. 공무원들은 농업현장에 있는 농민들의 요구가 무엇인지 먼저 의견을 청취하고 정부 차원에서 도와줄 방안이 무엇인지 고민하는 모습이었다. 선진국들은 생산자·학계·소비자단체와 끊임없이 소통하면서 정책 방향을 결정하고 있었다. 식품안전관리인증기준(해썹·HACCP)이나 동물복지문제도 보자. 국내 축산농가 중 일정 규모 이상의 농장을 운영하는 축산농가들은 HACCP을 의무적으로 지켜야 한다. 하지만 필자는 양돈 선진국인 덴마크나 네덜란드에서 아직도 돈방의 바닥에 사료를 뿌리는 양돈장을 많이 봤다. 우리나라의 HACCP 규정을 적용하면 양돈 선진국의 많은 양돈장은 HACCP 규정을 위반한 농장으로 문제가 될 것이 분명했다. 그들에게 양돈장에도 HACCP 규정이 있다는 것을 설명했으나 선뜻 이해하지 못했다. HACCP의 궁극적인 목적이 안전한 식품생산인데, 건물이나 도로에 페인트칠하는 것이 안전한 식품생산과 무슨 관련이 있겠느냐는 지적도 나온다. 동물복지정책도 마찬가지다. 유럽의 동물복지정책은 덴마크에서 출발했다. 덴마크 축산업계에서 동물복지가 화두가 됐던 배경에는 ‘덴마크산 돼지고기가 다른 나라에서 생산한 돼지고기보다 우월하다고 주장할 수 있는 대목이 무엇일까?’라는 질문이 있었다. 덴마크는 생산성을 일부 희생하더라도 다른 나라들이 쉽게 따라오지 못하는 영양·환경·사양기술 등을 20여년간 연구했고, 이 결과 도출된 것이 동물복지정책이다. 덴마크는 동물복지정책을 현장에 적용하기 위해 양돈장 시설, 환경, 사양기술, 종돈, 종업원의 기술까지 모두 고려하며 충분한 준비 기간을 가졌다. 또 농가들을 대상으로 꾸준히 기술을 보급하고 교육하며 충분한 소통과정도 거쳤다. 이렇게 정착된 동물복지정책은 2013년부터 유럽연합(EU)의 정책으로 공식 채택됐다. 우리나라 축산정책도 이제 바뀌어야 한다. 정권의 부침에 따라 입맛에 맞는 정책을 수립하는 규제 우선의 정책이 아니라 장기적인 관점에서 현장과 소통하는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 새해에는 축산업을 지속가능한 산업으로 발전시키는 게 최우선 목적이 되는 축산정책이 수립되길 기대한다. 김유용 (서울대 동물생명공학부 교수)
김유용 이미지 김유용서울대 동물생명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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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문에서

[독립문에서] 딸들에게 희망을
어느새 1월도 중반에 접어들면서 2019년에 익숙해지는 중이다. 음력과 양력을 섞어 쓰는 혼란의 와중에 무술년은 아직 오지도 않은 기해년에 자리를 내주고 쫓겨났다. 12년 전에도 황금돼지해였던 것 같은데 그때는 붉은 돼지였고 올해가 진짜 황금돼지해라고 한다. 정확히 말하면 황금돼지가 아니라 누런 돼지일 텐데 그냥 모르는 척 넘기기로 하자. 지난해에도 누런 개가 아닌 황금개의 해라고 했던 기억이 나는 걸 보니 다른 건 다 몰라도 인간들의 황금에 대한 사랑이 대단하다는 것 하나는 분명해보인다. 한동안 ‘부자되세요’ ‘대박나세요’라는 말이 새해인사로 유행했었다. 덕담이라도 그다지 탐탁하지 않던 인사말이라 요즘 잘 들리지 않게 되니 좋으면서도 한편으로는 걱정이 든다. 금전제일주의인 사회는 그대로인데 부자니 대박이니 하는 말이 덕담으로도 허황되게 들릴 만큼 팍팍한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아진 것은 아닐까 싶어서다. ‘정규직 안해도 좋으니 죽지만 않게 해주세요.’ 2018년말 충남 화력발전소에서 김용균씨가 근무 중 사망한 뒤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벌인 시위의 요구다. 정규직 안해도 좋다는 말이 정말로 원하지 않는다는 말은 아닐 것이다. 당장 목숨이 위태로운 지경이니 정규직이 안되더라도 죽지만 않고 일하게 해달라는 항변일 테다. 덕담이 무색해지는 현실은 또 있다. 열일곱살에 소치동계올림픽에서 금·은·동메달을 따고 평창동계올림픽에서도 금메달을 수상한 쇼트트랙 심석희 선수 이야기다. 처음 이 소식을 듣고 ‘금메달이 도대체 뭐길래’라는 탄식을 넘어 분노가 일었다. 하지만 동시에 부끄러운 생각도 들었다. 그간 스포츠계의 비리와 폭행사건 등은 비일비재했다. 그래서 대중들도 이런 뉴스에 크게 놀라지 않게 됐다. 도리어 성폭행이라서 충격을 받았다는 것 자체가 우리 사회가 그동안 얼마나 금빛 메달의 광채에 현혹돼 뻔히 보이는 현실을 모른 척해오고 있었나 반성하게 만드는 대목이다. 여성의 일을 선택으로 보는 시각이 아직도 끈질기게 남아 있다. 하지만 이제 직장을 다니면서 자기 생계비를 스스로 벌어야 하는 것은 여성에게도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그렇게 일터로 나간 여성들은 전문직부터 비정규직에 이르기까지 성희롱과 성폭력의 위협을 일상으로 느끼고 있다. 그들은 힘들어도 일터에서 도망칠 수 없기 때문에 청와대에 ‘몰카범을 처벌해달라’ 등의 청원을 넣는 등 근무환경을 바꾸기 위해 몸부림치고 있다. 일터에서 산 채로 퇴근하게 해달라는 노동자들의 요구가 비감한 만큼, 거리에서 일터에서 심지어는 집안에서도 맞거나 죽거나 강간당하지 않게 해달라는 요구도 절실하다. 금메달이 뭐라고 저렇게 맞고 당하면서 참았냐는 이 분노가 새해에는 꼭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세상을 향한 변화의 흐름으로 이어지기를 바란다. 백영경 (한국방송통신대 문화교양학과 교수)
백영경 이미지 백영경한국방송통신대 문화교양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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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사설] 농민수당 도입 성패, 중앙정부 의지에 달렸다
농민 ‘삶의 질’ 개선할 대안 주목 중앙정부의 재정적 뒷받침 절실 새해 들어 농민수당(농민기본소득) 도입 확대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농민수당은 농업의 공익적 기능에 대한 사회적 보상으로, 모든 농민에게 일정액을 지급하는 제도다. 이는 특히 문재인정부가 ‘사람 중심의 농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농민들의 경제적 어려움과 삶의 질을 개선할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농민수당은 아직 걸음마단계로, 현재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 시행하거나 논의 중이다. 전남 강진군이 지난해부터, 해남군과 경북 봉화군, 충남 부여군은 올해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전국농민회총연맹 자료에 따르면 농민수당 도입을 추진하거나 논의 중인 지자체는 전국적으로 20곳 내외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된다. 농민수당은 2018년 6·13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앞두고 본격적으로 거론되기 시작했다. 이에 앞서 2017년 11월 농협을 중심으로 이뤄진 농업가치 헌법반영 캠페인도 농민수당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 형성에 불쏘시개 역할을 했다. 이에 농림축산식품부도 쌀 직접지불제 개편방향의 원칙 중 하나로 “농업의 공익적 가치 등을 감안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이런 점에서 농민수당의 도입 및 확대는 이제 시대적 사명으로 떠오르고 있다. 하지만 농민수당 도입이 걸음마단계임을 감안해도 지급액 면에서 아쉬운 점이 있다. 이미 시행에 들어간 강진군과 해남군, 봉화군의 경우 연간 금액은 농가당 50만~70만원이다. 농민수당 지급액이 가장 많은 강진군(연간 70만원)을 기준으로 해도 농가당 한달 5만8300원꼴에 불과하다. 이는 농업계의 기대에 크게 못 미쳐 경제적 어려움 해소라는 취지를 살리기에는 미흡한 수준이다. 농민수당이 중앙정부의 지원 없이 지자체의 열악한 재정에 전적으로 의존하기 때문이다. 농민수당의 성공 관건은 막대한 예산이 드는 재정적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느냐에 있다. 농업농민정책연구소 ‘녀름’은 농민수당을 전국적으로 시행했을 때 약 5조9000억원(농가당 연간 240만원 기준)이 필요할 것으로 분석했다. 지자체의 열악한 재정 사정을 감안하면 매칭펀드 방식의 중앙정부 예산 지원이 절실하다. ‘사람 중심의 농정’을 추진하는 현 정부가 농민들에게 주는 새해 첫 선물이 농민수당이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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