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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연환 전 산림청장

조연환 전 산림청장은 2006년 퇴임 후 충남 금산으로 귀촌했다. 볕바른 땅에 작은 집을 짓고, 텃밭 농사를 좋아하는 아내와 함께 자연을 벗 삼아 살고 있다. 글 박희영 기자 사진 임승수(사진가)

시골생활의 소소한 즐거움

사진 대전역에서 차로 한 시간 걸려 도착한 충남 금산은 아담하고 깔끔한 곳이란 인상을 줬다. 퇴직 후 13년간의 귀촌생활을 담은 책‘산림청장의 귀촌 일기’를 펴낸 조연환(72) 전 산림청장이 사는곳이다. 그는 2004년 7월부터 2006년 1월까지 제25대 산림청장을 역임했다. 그는 책에 “사람들이 왜 고향도 아닌 금산으로 귀촌했느냐고 물을 땐, 비단을 감싼 금산錦山을 두고 산림청?이 퇴임하고 어디로 가겠어요?”라고 썼다. ‘녹우정’이란 팻말이 서 있는 길목으로 들어서자 회색 지붕을 단아하게 얹은 작은 집이 눈에 들어왔다. 도로와 인접해 있는데도 길목으로 접어들고 나서야 집이 보였다. 그는 닭들의 아침 운동을 위해 닭장 문을 열어주던 차였다. 앞마당에 꾸며놓은 정원은 어느 수목원의 일부를 옮겨놓은 듯했다. 산사나무·목련·단풍나무·노각나무 등 크고 작은 나무가 어우러진 가운데 튤립·무스카리 같은 봄꽃이 한창이었다.

그가 금산에 터를 잡은 때는 20년 전인 2000년이었다. 텃밭 좋아하는 아내 정점순(74) 씨를 위해 은퇴 후 정착할 땅을 알아보다가 근무지인 대전에서 한 시간 거리의 금산이 눈에 들어왔다.

“고향도 좋지만 객지에 오면 간섭 없이 살아갈 자유를 누릴 수 있어요. 이곳을 본 순간 ‘이 땅이다!’ 싶었지요.” 앞쪽으로 흐르는 맑고 투명한 봉황천과 커다란 새가 날개를 활짝 편 듯한 야트막한 앞산의 산세도 안정감을 줬다. 그는 산림공무원으로 만난 친구와 1983㎡(600평)씩 땅을 사고, ‘나무와 숲을 가꾸는 사람들의 정자’라는 의미의 ‘녹우정綠友亭’을 세웠다.

“모닥불 피우고 텃밭에서 기른 상추와 씀바귀 ?어 고추장삼겹살 파티를 했어요. 오죽하면 녹우정에 와서 고추장삼겹살과 된장찌개를 먹어보지 못한 이는 나랑 친한 사람이 아니란 말까지 나왔겠어요?” [시골에 사니 자연이 품 안에 들어오다] ‘자연에 사는 즐거움’을 재차 묻는 기자에게 그는 아내와 함께 시골밥상을 차려줬다. 아내가 밥을 지으면 그는 된장찌개를 끓였다. 아내가 압력밥솥의 김을 빼고 있으면 그는 상다리를 펴고 찌개와 반찬을 가지런하게 옮겨 상을 차렸다.

“시골에서의 행복은 말로 표현할 수 있는 게 아니에요. 밥상을 받아봐야 알 수 있어요.” 부부의 ?상 위에 올라가는 음식은 쌀과 고기 빼고는 대부분 직접 캐거나 재배한 재료를 사용한다. 밥 짓는 압력밥솥에 닭이 갓 낳은 달걀 네 알과 텃밭에서 난 감자·고구마를 같이 쪘다. 고사리·홋잎·머위·두릅 등으로 만든 나물 반찬과 파김치를 올리니 푸짐한 상차림이 완성됐다.

“전원생활은 갇혀 있지 않고 마음껏 누리는 일이에요. 고사리 뜯고, 꽃 심고, 텃밭 채소 관리하면 몸이 적당히 노곤해져 밤엔 꿀잠을 자죠.” 자연에서 사는 재미는 사계절을 온전히 누리는 삶에서 찾을 수 있다던가. 집 앞 봉황천은 여름이면 부부의 전용 수영장이 되고, 겨울이면 손녀들의 전용 썰매장이 된다.

그가 가장 좋아하는 농사는 참깨 농사다. 가을에 참깨를 수확할 때 대를 길게 베어 말려두었다가 눈 오는 겨울에 모닥불로 태우는 재미 때문이다.

그의 묘사에 따르면 “참깨, 참깨” 소리 내며 타오르는 불꽃과 온 사방에 번지는 고소한 냄새, 화끈하게 불타는 정열은 경험해본 사람만 안단다.

[전직 산림청장의 산림경영수업] 그는 산림청장 재직 당시 적극 나서 백두대간 보호의 근간을 세웠다. 백두대간은 한반도의 핵심 산줄기인데, 1905년 일본이 자원 수탈을 위해 산줄기와 상관없이 비슷한 지질자원으로 묶어산맥을 나눴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100년 만인 2005년 ‘백두대간보호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면서 백두대간의 훼손을 근본적으로 방지하는 기반이 마련됐다.

산림에 대한 그의 애정과 열정은 퇴임 후에도 이어졌다. 시민단체 ‘생명의숲국민운동’ 상임공동대표와 충남 태안의 ‘천리포수목원’ 원장 등을 역임한 것이다. 천리포수목원장 임기가 끝난2015년부터는 산림교육전문가(숲 해설가)로도 2년 가까이 활동했다.

“38년간 나무와 숲을 가꿔왔으니, 퇴직 후에도 산림의 생태적가치를 많은 이들에게 알리려고 노력했죠.”현재는 귀산촌을 희망하는 이들에게 오랜 산림공직 경력과 귀촌 경험을 바탕으로 강연을 하러 다니고 있다.“산은 논밭과 달라요. 논밭은 평으로 거래하지만 산은 통상 헥타르(㏊·3000평) 단위로 거래해요.”매년 또는 몇 달에 한 번씩 수확하는 논밭과 달리 산은 작물을 수확하는 데 최소 1년 이상 걸리지만, 그럼에도 산림경영에는 장점이 많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산에서는 농약과 비료를 쓰지 않으니 청정 먹거리를 생산할 수 있고, 나무 그늘이 있어 일하기도 한결 편하다. 그는 산을 사기 전에 산에 직접 올라 ?지의 유무, 접근성, 토지용도 등을 살펴볼 것을 조언한다. “20년 이상 된 묘지는 분묘기지권이 인정돼 이장할 수 없거든요. 길이 없는 맹지를 사면 옆 산 주인이 산을 팔려고 하지 않아 애먹는 경우도 있어요.” 그는 귀산촌을 꿈꾼다면 퇴직 전 5년 정도의 기간을 두고 준비하라고 조언한다. 불편한 현실을 마주하는 적응기간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도시민에게 땅은 ‘돈 주고 살 수 있는 것’이지만, 시골 주민에겐 몇 대에 걸쳐 살고 있는 ‘삶의 터전’이에요. 땅에 대한 애착도 대단하죠. 땅을 사 측량하면 일부를 마을 사람이 ?지하고 있는 경 우가 있어요. 그럴 땐 양보하는 게 좋죠. 이런 일로 갈등을 겪어 정착하지 못하는 이들이 의외로 많아요. 하루 이틀만 살려고 시골에 오는 게 아닌 이상 만반의 준비를 해야죠.” 자연 속에서 소소한 행복을 만끽하며 자신의 경험을 타인들과 나누는 삶. 그는 내일도 이런 삶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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