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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채로운 외장재로 꾸민 전원주택

서울서 직장을 다니던 부부는 언젠가 전원에 살리라는 꿈을 키웠다. 정겨운 시골 풍경에 걸맞은 집, 그러면서 취향을 담은 개성 넘치는 집을 지어 살고자 했다. 마침내 오래 품었던 꿈을 경남 하동군에 펼쳐냈다. 글 지유리 기자 사진 고승범(사진가)

부부의 취향을 담다

사진 굽이진 지리산 능선이 둘러앉은 경남 하동군. 야트막한 집들이 옹기종기 모인 시골 동네 골목길을 따라가다 보면 김대규(48)·양은숙(47) 씨 부부의 집이 나온다. 오래된 농가주택 사이에서 진회색 징크 지붕을 얹은 부부네 집은 단연 눈에 띈다. 세련된 디자인 때문에 첫인상은 낯설어도 이내 마을 풍경과 어우러져 친숙하게 다가온다. 나무와 벽돌로 장식한 외관이 목가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는 덕이다.

“20대 시절부터 전국 각지로 집을 보러 다녔어요. 전원에 사는 게 꿈이었거든요. 전라도며 강원도, 연고를 따지지 않고 시골을 찾아다녔죠. 그러다 우연한 기회에 하동에 자리 잡게 되었어요.” 오매불망 시골살이를 꿈꾸던 부부. 꿈에 그리던 곳은 생각 외로 가까이에 있었다. 안주인 양씨의 친정어머니댁 옆집이 오랫동안 비어 있었던 것이다. 아직 은퇴까지는 시간이 좀 남았지만, 어차피 은퇴하면 시골에 가기로 마음먹지 않았던가. 시기를 조금 앞당기기로 했다.

[발품 팔아 그리다] “오랫동안 집 짓기를 바랐?아요. 준비도 그만큼 열심히 했어요.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특히 많이 들었어요.” 스무 해 넘게 꿈꿔온 집이었으니 바람과 기대가 얼마나 컸을지 짐작이 된다. 또 그만큼 준비하는 데도 정성을 쏟았다. 인터넷으로 예쁜 집 사진을 찾는 것에 그치지 않고 건축박람회에 수시로 다녔다. 박람회는 여러 업체가 한자리에 모이는 자리라 정보를 얻기에 좋았다.

“곧장 건축사무소에 가기엔 아는 게 너무 없잖아요. 건축박람회에 가면 건축사무소는 물론이고 자재업체도 있어서 어깨너머로 공부가 돼요. 부스에서 직접 견적을 받아보기도 하고요. 그러면 좀 감이 잡히죠.” 그뿐만 아니라 온라인 카페에도 가입해 정보를 얻었다. 실제로 집을 지은 사람들이 남긴 후기가 많아서 도움이 됐다. 정보를 찾다가 조금 더 관심이 가는 것이 있으면 곧장 달려가 직접 눈으로 보며 확인했다. 말 그대로 발품을 팔며 정보를 모았다.

특히 양씨가 추천하는 건 건축에 관한 책이나 잡지를 읽는 것이다. 다양한 집 사진은 물론이고 집 짓는 과정이 자세히 수록되어 읽을 만하단다. 게다가 건축주가 살면서 느낀 아쉬운 점과 부족한 점을 솔직히 알려주니 더욱 실용적이다. 잡지를 읽으면서 남들? 겪은 시행착오를 간접적으로 배우는 셈이다.

“전원주택이 나오는 잡지를 몇 개월 치씩 사다가 쌓아두고 읽었어요. 다른 사람들의 경험을 읽다 보면 내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것을 알게 되거든요.” 지금도 주변에서 전원주택을 짓겠다며 노하우를 물어오는 지인들에게 잡지 읽기를 강추한다. 발품 팔아 정보를 모으고 실제 경험에 귀 기울이다 보면 막연하게 느껴지던 집 짓기가 어느새 명확해진다고 귀띔한다.

[맞춤옷처럼 짓다] 부부가 처음 설계사무소를 찾은 날, 건축사에게서 숙제를 받았다. 삶에 대한 에세이를 써 오라는 숙제다. 남은 평생을 보낼 집이니 라이프스타일에 꼭 맞는 집을 지어야 하기 때문이란다. 당혹스러울 만도 하건만, 부부는 오히려 신이 났다. 그렇지 않아도 남들과 똑같은 평범한 집은 짓고 싶지 않았다. 곰곰이 생각한 끝에 자신들의 로망을 마음껏 펼치기로 했다. 미로처럼 복잡한 구조가 바로 그 로망의 산물이다. 주변에선 단열이니, 비용이니 하며 네모반듯한 집을 짓기를 권했지만 부부의 생각은 달랐다. 동선이 복잡해도 재밌는 구조를 원했다. “평생에 한 번 짓는 집이잖아요. 화려하진 않더라도 저희만의 생각이 담긴 집이길 바랐어요. 비용 때문에 꿈을 포기하고 싶진 않았어요.” 부부의 하동집은 구조가 독특하다. 공(工) 자 모양으로 본채와 별채가 복도로 연결된 구조다. 지인과 모임을 자주 갖기에 게스트룸을 만들어야 했는데, 이왕이면 본채와 독립된 구조이길 바랐다. 게스트룸은 별채에 두고 외부 출입구도 따로 만들었다.

“은퇴하고선 우리 부부 둘만 살 집이에요. 대신 친구들을 자주 초대할 생각이에요. 그래서 규모는 크지 않으면서 놀기 좋은 집이어야겠더라고요. 게스트룸은 필수이고요.” 전체적으로 공간을 용도별로 나누고 여럿이 함께 모이기 편하도록 구성했다. 거실과 주방 사이에 단차를 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무릎 높이까지 올라오는 단차가 거실에서 의자처럼 쓰인다. 여럿이 놀러 오면 누구는 소파에, 누구는 단차를 의자 삼아 앉아 대화를 나눈다.

아내가 꼭 갖고 싶었던 찜질방도 내었다. 구들을 설치하고 황토로 내부를 꾸몄다.

“찜질방은 꼭 갖고 싶었어요. 주변에선 얼마나 쓰임새가 있겠느냐며 걱정을 했지만요. 그런데 완성되고 나니 얼마나 좋은지 몰라요. 끝까지 고집해서 만들어두길 잘한 듯싶어요.” 지리산 자락을 품은 동네는 주변이 모두 단층주택이라 시선이 트인다. 어디를 향해도 눈에 담기는 풍경이 그림 같다. 군데군데 동선을 길게 만들어 바깥을 자주 바라볼 수 있도록 했다. 한편엔 창, 반대편엔 벤치를 둔 복도는 본격적으로 밖을 감상하는 장소다. 침실은 맞붙은 두 벽에 길게 창을 냈다. 침대에 누워 바라보면 창은 액자요, 밖은 그림이다. 다채로운 외장재로 꾸민 외관에도 부부의 취향이 녹아 있다. 원목을 워낙 좋아해 집 외벽도 꼭 원목으로 치장하고 싶었다. 전체에 적용하자니 관리 문제가 걱정돼 일부에 탄화목을 덧댔다. 열처리한 탄화목은 습기와 직사광선에 강해 외부에 쓰기 적당하다. 그마저도 처마 형식으로 지붕을 내고 안쪽에만 나무를 덧대 피해를 최소화했다. 나머지 외벽은 미색 벽돌을 쌓고 거실 쪽에는 스타코를 발랐다. 자연적인 소재와 모던한 소재를 조화시켜 개성 넘치는 외관 디자인을 선보인다. 안과 밖, 곳곳에 취향과 안목을 담은 집은 잘 재단된 맞춤옷 같다. 보기에 흐뭇한 건 물론이고 지낼수록 편안하다.

“하동집에서 지내려고 일부러 전근을 왔어요. 남편은 금요일 저녁에 하동으로 내려오는 길이 힘들지 않다네요. 좋은 집이 있으니 그런 거겠죠.” 지금은 주말주택이지만 이내 부부가 여생을 보낼 ?림하우스가 될 날이 머지않았다.

[Interview] 대지면적 412.91㎡ 건축면적 144.08㎡ 건폐율 34.89% 용적률 31.86% 구조 일반목구조 외부 마감재 점토벽돌·스타코플렉스·탄화목 외부 처마하부 탄화목(루나우드) 내장재 강마루·실크벽지·수성페인트·편백루버 창호 로이3중유리 주방 사제 설계 유타건축 <김창균 ‘유타건축’ 소장에게 듣는 집 짓기 이야기> “삶을 담은 집을 지어라” 나만의 에세이를 쓰라 집을 설계하기 전, 건축주에게 자신의 삶에 대한 에세이를 써보라는 숙제를 낸다. 흔히 집을 삶므 담는 그릇이라고 하지 않나. 단순히 멋진 집보다는 사는 사람의 라이프스타일에 맞는 집을 짓는 것이 중요하다. 사소하게는 집에 들어오자마자 화장실에 가는지, 침실에 들르는지, 옷을 벗으러 드레스룸에 가는지 생각해본다. 평소 습관에 따라 동선을 계획해야 하기 때문이다. 또 친구 초대를 자주 하는지, 가족 모두 각자 방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은지 따져 공간을 구성한다. 자신의 생활 패턴에 맞춰 평면을 구성하면 맞춤옷처럼 편안한 집을 지을 수 있다.

장기적인 계획을 세우라 한번 집을 지으면 10년 이상 사는 경우가 많다. 건? 설계를 현재에만 맞추면 안 된다. 10년 후에는 가족 구성원이 변하거나 생활 방식이 달라진다. 그러니 5년 뒤, 10년 뒤를 고려해 계획을 세워야 한다. 예컨대 현재 학생인 자녀가 5년 후 독립한다면 자녀방 벽체를 가벽으로 만드는 것이 좋다. 자녀가 독립했을 때 가벽을 철거해 공용공간을 넓게 쓸 수 있다. 효율보다는 꿈을 좇으라 단열이나 비용 등을 고려한다면 네모반듯한 주택이 유리하다. 단열 효율이 좋아 관리비가 적게 들기 때문이다. 또 데드스페이스가 적어 공간 활용도가 높은 편이다. 여러모로 편리하지만 효율만 따져서 집을 짓는 것은 추천하지 않는다. 집에서 얻고 싶은 가치가 무엇인지 고민하고, 바람을 과감하게 추구하는 것도 필요하다. 막연하게 꿈꾸는 것일지라도 전문가와 논의하면 현실화할 수 있다.

불편을 감수하고 몸을 움직이라 전원주택은 아무래도 신경 써야 할 게 많다. 아무리 좋은 자재를 써도 외관 관리를 정기적으로 해줘야 한다. 목재를 쓴다면 정기적으로 코팅제를 발라줘야 한다. 벽돌이나 스타코는 외벽 청소를 해주어야 오래 유지된다. 아파트에서 살 때보다 해야 할 일이 많다는 뜻이다. 대신 전원주택에서만 누릴 수 있는 장점도 있다. 그러니 불편을 감수하고 부지런하게 몸을 움직일 각오를 해두는 편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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