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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산물 꾸러미 배송하는 ‘언니네텃밭’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선뜻 마트에 장 보러 나서기가 꺼려지는 요즘. 집에서 택배로 받아보는 제철 농산물 꾸러미에 더욱 눈길이 간다. 농산물 꾸러미 사업을 11년째 펼치고 있는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소속 ‘언니네텃밭’의 경북 상주시 봉강공동체를 찾았다. 글 박희영 기자 사진 임승수(사진가)

꾸러미에 건강을 담아드립니다

사진 경북 상주에서 20여 년간 무농약 콩으로 장을 담가온 박화순(76) 할머니는 매주 화요일이 기다려진다. 상주시 외서면에 위치한 봉강공동체 작업장에 16명의 ‘언니’들이 모여 소비자들에게 농산물 꾸러미를 보내는 날이기 때문이다. 텃밭 농사를 짓는 여성농민들이 저마다 재배하고 수확한 친환경 먹거리를 바리바리 들고 와 꾸러미를 포장한다. 박 할머니는 된장을 가져오고, 또 어느 날은 쑥을 뜯어 오기도 한단다.

작업장 한편에서 박 할머니와 함께 달걀을 포장하고 있던 김정열(53) 씨의 얼굴도 밝았다.

“저희는 시장에 상품을 내놓는 게 아니라, 꾸러미를 통해 소비자들과 일주일에 한 번씩 만난다고 생각해요. ‘얼굴 있는 생산자와 마음을 알아주는 소비자가 함께 만드는 언니네 텃밭’이 언니네텃밭의 공식 명칭이에요. 건강한 먹거리를 공급한다는 긍지가 저희들 마음속에 자리 잡고 있지요.” 꾸러미에는 총 9가지 먹거리가 담긴다. 김씨가 수확한 풋마늘, 김미란(62) 씨의 얼갈이배추와 제정이(64) 씨의 상추 등 제철 채소, 박경숙(61) 씨의 닭이 낳은 달걀, 솜씨 좋은 언니들이 담근 열무김치까지. 어느 것 하나 정성이 담기지 않은 것이 없다.

이들은 아침 10시에 모여 채소·달걀·김치·두부 등 4개 조로 업무를 나눈다. 일주일 만의 만남이라 반가워 이야기가 끊이지 않지만, 손만은 일사분란하게 움직인다. “너무 많이 담지 마. 그리고 모자라면 안 돼. 200g에 맞춰.” 박경숙 씨가 한 움큼 집어 저울에 올린 쑥의 무게가 230∼250g으로 표시되자 옆에 있던 한 언니가 잔소리했다. 정량을 자꾸 넘는 게 언니들의 넉넉한 마음 같다. ?장시설을 갖춘 우체국 탑차가 약속 시간인 오후 3시보다 일찍 도착하자 언니들의 마음은 더욱 분주하다. 꾸러미 구성품을 최종점검하고 소비자에게 부치는 편지를 넣던 봉강 공동체의 막내 박은주(47) 씨가 김치 조 언니들에게 외쳤다. “여기 열무김치 하나 줘요. 얼음팩이랑.” [꾸러미로 만나는 소비자와 생산자] ‘언니네텃밭’은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전여농)이 2009년 만든 사회적 협동조합이다. 소비자에게 친환경 먹거리를 제공하고, 생산자인 여성농민들에겐 안정적인 소득원을 마련해주기 위해 시작됐다. 언니네텃밭은 제초?를 사용하지 않고 농사짓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이런 친환경 농사법을 쓰면 손이 많이 가고 생산량은 감소한다. 작물의 겉모습도 보기 좋지 않아 시장에서 인기가 없다. 하지만 친환경 농사를 짓는 농민 여럿이 힘을 모으면 다양한 제철 채소가 담긴 농산물 꾸러미가 완성된다. 전여농 사무총장을 맡았던 김정열씨는 ‘토종씨앗’을 지킨다는 생각이 언니네텃밭의 출발점이 됐다고 일러줬다.

“다국적 종자회사가 대량 유통하는 수입 종자가 아니라, 대대로 키워온 작물에서 얻은 토종종자로 농사를 지어 씨앗을 지키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죠.” 언니네텃밭에는 현재 서울·경기·충남 지역을 제외한 전국 12개 생산 공동체가 참여 중이다. 회원제로 운영하는 덕분에 계획생산이 가능하고 유통마진을 줄여 생산자의 이익이 늘어난다. 제철에 수확한 친환경 농산물을 먹을 수 있어 소비자들도 만족감을 표시한다. 매주 1100여 명의 소비자에게 꾸러미를 보내고 있다.

소비자가 꾸러미를 신청하면 가까운 지역의 생산 공동체로 우선 배정된다. 다만 생산자는 남쪽 지역, 소비자는 서울과 경기 등 수도권에 집중돼 생산자 수와 소비자 수가 균형을 이루기 어려울 때는 권역으로 나눠 배정하고 있다.

친환경 다품종 소량생산이 지속되려면 각 생산 공동체가 안정적으로 운영될 수 있는 소비자 수 유지가 필수 조건이기 때문이다.

[벌레 먹은 배추가 안전] 언니네텃밭이 처음 꾸러미 사업을 시작했을 때는 배송 중에 달걀이 깨지거나 배추에서 벌레가 나와 민원이 생기는 등 문제가 많았다. 하지만 10년 넘게 소비자들과 직접 소통하다 보니 생산자들에게는 포장·배송 노하우가, 소비자에게는 친환경 농산물에 대한 이해와 좋은 먹거리에 대한 신뢰가 생겼다. 박은주 씨는 꾸러미에서 배추벌레를 보고 놀라 전화한 소?자가 많았다고 귀띔했다.

“관행농사에서는 배추벌레가 알 까고 나오기도 전에 약을 뿌리니까 마트에서 산 배추에선 소비자가 벌레 볼 일이 없어요. 그런데 친환경 농산물은 아니거든요. 친환경 농산물에 익숙지 않았던 소비자들도 저희와 오랜 기간 신뢰를 쌓아오면서 이젠 오히려 ‘귀엽다’고 하셔요. 벌레도 먹어야 안전하다면서요.” 각 생산 공동체는 소비자를 초청해 함께 농작물을 수확·가공하는 체험활동 행사를 열기도 한다. 봉강공동체는 매년 1∼2회 소비자를 초청해왔다. 지난해 9월엔 소비자들과 열무를 같이 뽑고, 물김치? 담가 한 통씩 가져가는 체험을 했다. 김정열 씨는 꾸러미 구독 소비자들은 오랜 기간 인연이 지속돼 친밀감이 깊다고 말한다.

“꾸러미로만 소통하다가 1년에 한 번씩 만나면 너무 반갑죠. 올해는 코로나19 때문에 계획을 못 잡고 있는데, 지난해처럼 9월쯤 보게 되지 않을까 싶어요.” 2009년 7월 꾸러미 사업을 시작해 11년 차를 맞은 봉강공동체의 지난해 연 매출은 약 2억 9000만 원. 그동안 소비자가 꾸준히 늘어 현재는 매주 190여 건의 꾸러미를 만들고 있다.

[신바람 나는 ‘내 농사’] 꾸러미 배송 작업을 마무리하자 시계는 오후 4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언니들은 그제야 늦은 점심을 먹었다. 식사 후에도 일정은 끝나지 않았다. 생산자들은 각자 텃밭을 일구되 함께 생산 계획을 세운다. 다음 주 꾸러미를 어떻게 구성할지 회의하는 것이다. 텃밭에다 하는 소규모 농사지만 주먹 구구식은 아니다. 특정 농산물 생산이 일정 시기에 몰리는 현상을 방지하기 위해 회원끼리 파종 시기를 분산하는 영농 계획을 세운다. 시레기가 들어가면 된장을 넣어주는 등 구성품 간 조화를 살리는 계획까지 짠다.

“벼농사는 남편이 주도하고 나는 도와주는 사람 같잖아요.

하지만 텃밭 농사는 무엇을, 언제, 얼마나 심을지 등을 내가 주도하고 결정하는 ‘내 농사’랍니다. 신나죠.” 여성농민들이 즐겁게 만드는 제철 농산물 꾸러미. 생산자와 소비자는 이 꾸러미를 통해 관계를 맺고 서로 이해하는 법을 배운다.

언니네텃밭 농산물 꾸러미 제초제 없이 농사짓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특히 토종종자로 키운 농산물을 늘려가는 중이다. 3∼4인 가족이 먹을 수 있는 ‘제철꾸러미’와 1인가구를 대상으로 한 ‘1인꾸러미’가 있다. 언니네텃밭 홈페이지(www.sistersgarden.org)에서 신청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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