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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주 택견 동호회 ‘택견사랑’

싸움은 강한 자가 이긴다. 그러나 인생은 꼭 그렇지도 않다. 택견은 싸움보다는 인생을 닮았다. 더 유연하고 부드러운 사람이 강한 사람을 품고, 함께 춤을 추듯 겨룬다. 택견의 고장 충주에서 택견을 사랑하는 이들을 만났다. 글 윤나래 기자 사진 임승수(사진가)

부드러움이 강함을 이기는 법

사진 우리 민족 고유의 무예인 택견은 다른 무술과 달리 부드럽고 유연하며, 질박한 몸놀림을 기본으로 한다. 목표 지점까지 가장 빠르고 강하게 직선으로 파고드는 여느 무술과는 다른 분위기가 느껴진다.


충주시는 ‘현대 택견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고(故) 신한승과 그의 제자인 정경화가 활동해온 곳으로, 충주시택견원에서 충주시립 택견단을 운영하며 택견 보급과 확산에 힘쓰고 있다. ‘택견사랑’은 시민에게 무료로 택견을 가르치는 시민택견학교에서 기초를 익힌 이들이 지속해서 수련하기 위해 2017년 창단한 동호회다.


이들은 충주시립택견단 운영부장인 안영 지도사범(52)의 지도 아래 매주 금요일 저녁 7시 반부터 두 시간씩 몸과 마음을 수련한다. 우선은 수련에 앞서 수련복으로 갈아입고 마음을 가다듬으며 몸풀기에 충분한 시간을 들인다. 이후 회원들의 컨디션이나 대회 출전 등 상황에 맞게 프로그램을 진행하는데, 회원들이 모두 동(다른 무술의 단 개념)을 보유한 중급 이상의 실력자라 수업을 따?가는 데 무리가 없다.


택견사랑에는 택견 국가전수자, 택견 지도자, 전국대회 1위 등 화려한 이력을 가진 회원이 많다. 그중 택견을 수련한 지 30년 가까이 된다는 충주대원고등학교 국어 교사 심창섭 씨(60)는 택견의 매력을 다음과 같이 말한다.


“굼실굼실, 능청능청하다가도 한순간에 힘을 쏟아내기도 하죠.
택견은 이렇게 완급을 조절하는 무예예요. 무술(武術)이 아니라 무예(武藝)라고 강조하는 건 아름다움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예술적 장르이기 때문입니다.”
평소 배려를 강조하는 안 사범은 택견 수련이 즐겁도록 각별히 마?을 쓴다.


“수련을 거쳐 잘 안되던 다리찢기나 발차기가 조금씩 될 때 즐겁죠. 또 회원들과 땀 흘리며 친밀감을 쌓아가는 것도 즐겁고요. 간혹 제가 엉뚱한 소리를 잘하니까 재밌어하시기도 해요. 수련은 평생 하는 것인데 즐겁지 않으면 되겠습니까.”
편안한 미소로 웃어 보이는 안 사범을 추평보건진료소 소장인 김은숙 감사(54)가 칭찬한다.


“말로만 가르치는 게 아니라 수련 시간 내내 몸소 보여주세요. 사범님이 한결같으시니 열심히 안 할 수가 없어요. 2~3년 정도 수련해서 사범님께 ‘동 준비하시라’는 말을 들으면 그간 노력? 실력을 인정받은 것 같아 기뻐요. 한 동을 따면 사범님이 사비로 수련생의 이름을 새긴 수련복을 선물해주신답니다.”


[우리 것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지난 6월 ‘2022 전국택견한마당’에서 앞의거리 개인전 장년부 1위를 했다는 김주천 씨(53)는 다리를 좌우로 한껏 찢어보며 몸을 풀었다. 그는 “택견을 만나면서 근력과 유연성이 생겼다”면서 “이런 효과도 있지만 택견이 왜 좋냐고 묻는다면 우리 것이라 좋고 편하고 끌린다고 답할 것”이라고 말했다.


택견을 사랑하는 마음이 우리 전통의 가치를 가슴 깊이 새기고 이어가고? 하는 마음과 같아서일까. 다른 전통 예술 분야에 몸 담은 회원도 많다. 김준곤 회장(67)은 서예, 정일성 씨(68)는 한량무, 이석자 씨(59)는 소리에 조예가 깊고 지역문화유산 교육사 자격을 보유한 조현숙 씨(58)는 장구도 친다.


최고령 회원인 정씨가 한량무를 선보이며 “이 나이에 이토록 가볍게 춤을 출 수 있는 것은 모두 택견 덕분”이라고 하자, 조씨는
“회원들의 재능을 모아 택견을 주제로 한 전통 공연을 기획해보고 싶다”고 말을 받는다.


푸른 잔디밭에서 회원들이 실력을 견주어보고, 간격을 맞춰 서서 본때뵈기(공격과 방어 기술을 연결한 동작) 앞의거리를 펼치는 모습을 보니 과연 한 편의 전통 공연을 보는 듯한 기분이 든다. 품이 넉넉한 흰 수련복 사이로 다부진 몸과 마음의 기운이 흘러나온다.




[평생의 수련, 생활의 무예]
수련을 마치면 마사지를 받은 것보다 온몸이 개운하고 시원해 매주 금요일을 기다린다는 김 회장은 “택견을 사랑하는 마음은 회원 모두 같아서 수련 시간에 빠지는 법이 없어요. 동작 자체가 딱딱하지 않고 관절을 풀거나 힘을 빼면서 하니까 남녀노소 누구라도 수련하기 좋아요. 오히려 나이 들수록 더욱 좋다고 말할 수 있?요”라고 자부했다.


택견 국가전수자이자 강사이기도 한 조씨는 택견사랑의 활동을 기록해온 온라인 커뮤니티를 보여주며 말했다.


“대회나 공연을 준비하면 택견에 임하는 자세가 진지해져요. 서로 응원하며 정도 깊어지고요. 야외 수련이나 단합 활동을 할 정도로 친목이 돈독한데, 상호 존중과 배려를 강조하는 택견의 정신이 있기 때문이겠죠. 이토록 온후하고 낭만적인 민족 무예가 있다는 게 자랑스럽고, 택견이 오래도록 널리 이어졌으면 좋겠어요.”
택견을 알리는 데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집에서부터 수련복을 갖춰 입고 온다는 회원들. 택견사랑의 ‘택견 사랑’은 이토록 진심이다.




[세계인이 지켜야 할 유산, 택견]
<민족과 함께한 택견의 역사>
민족 고유의 무예인 택견은 고구려의 선배 정신, 신라의 화랑 정신, 고려의 호국 정신, 조선의 선비 정신을 이어오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일제강점기에 들어서 일본 경찰은 택견꾼이라면 보이는 대로 잡아갈 정도로 강력한 택견 말살 정책을 세웠다. 이에 비밀리에 전해오던 택견을 해방 이후 신한승(위 사진)이 스승 송덕기의 택견을 분석하면서 체계화했다. 이러한 노력으로 택견은 1983년 중요무형문귈재 제76호로 지정됐으며, 문화재로 지정받았기 때문에 택견 수련하는 곳을 도장이라고 하지 않고 전수관이라 한다. 2011년에는 무술 분야에서 세계 최초로 택견이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됐다.


택견은 기술의 강함보다 배려와 공동체 정신을 강조한다. 택견의 여러 갈래 가운데 상대를 다치지 않게 배려하면서도 승부를 내는 활수 위주의 서기택견을 중심으로 문화재로 지정됐으며, 상대를 강하게 제압하는 살수 위주의 택견은 결련택견이라고 하여 다른 갈래로 전승되고 있다. 택견 관련 단체로는 한국택견협회, 결련택견협회, ?한 택견회, 위대태껸회 등이 있고, 단체마다 수련 과정이나 교육 프로그램에 차이를 보인다.



<수련 과정과 본때뵈기, 별거리>
택견은 크게 혼자서 익히기, 마주메기기, 견주기의 세 가지 수련으로 나뉜다. 혼자서 익히기는 품밟기·활갯짓·손질·발질의 기술을 익히기 위해 기본을 연습하는 수련을 말한다. 마주메기기는 상대와 함께 마주 서서 약속하고 기술을 서로 주고받는 수련이다. 맞서기라고도 하는 견주기는 다른 무술의 대련처럼 상대와 실제로 겨뤄봄으로써 익힌 기술을 적재적소에 사용해보고 호연지기를 키우는 수련이다.


본때뵈기는 공격과 방어 기술을 한데 모은 연결 동작이다. 태권도의 품새와 유사하나, 동작을 유려하고 멋스럽게 표현하는 데 중점을 둔다. 기본 기술을 중심으로 하는 앞의거리 여덟마당과 응용 기술을 중심으로 하는 뒤의거리 네마당, 총 열두마당으로 구성돼 있다. 또 결련 택견의 기술을 중심으로 여덟마당을 구성한 것을 별거리라 한다.



<우리말로 풀어보는 택견 기술.


택견에서 기술 용어는 우리말을 사용한다. ‘활갯짓 돌리며 품밟기’는몸 앞에서 좌우측 45도 방향으로 양손을 돌리며 품을 밟는 동작이다.


여기서 활갯짓이란 새가 날개를 퍼덕이듯 걸음을 걸을 때 두 팔을 힘차게 내젓는 모양이다. 빗장걸이는 왼 무릎을 올리고 왼손을 가볍게 무릎에 올리며 오른손은 높이 들어 머리 위에서 멈추는 동작으로, 문의 빗장을 걸듯 상대의 공격을 막고 걸어 넘기는 데 사용하는 기술이다. ‘본때를 보여준다’라는 말은 택견에서 상대와 견주기 전에 자신의 기량을 과시하기 위해 기술을 펼쳐 보이는 것을 이른다. 이 밖에 다른 무술의 급(級)· 단(段)과 같은 의미로 ‘째’와 ‘동’이라는 우리말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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