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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산 ‘햇살 가득한 집’

크기는 참으로 상대적인 개념이다. 김은진 씨의 집 앞마당은 한눈에 볼 수 있는 작은 규모지만, 한 번에 볼 수 없는 다양한 풍경을 담고 있다. 작디작은 앞마당을 아기자기한 유럽풍 공원으로 탈바꿈한, 꿈결 같은 정원 이야기. 글 윤나래 기자 사진 임승수(사진가)

유럽의 공원처럼 꾸민 꿈의 정원

사진 뙤약볕이 내리쬐는 충북 괴산군 청천면 어느 마을의 오후. 산을 타고 내려온 시원한 바람이 정원의 잎사귀를 흔든다. 긴 잎은 넘실넘실, 둥근 잎은 팔랑팔랑, 저마다 생긴 대로 바람에 몸을 맡기고 춤을 춘다. 햇살 가득한 이 집의 정원은 하나부터 열까지 바지런한 김은진 씨(48)의 손끝에서 만들어졌다.


“180평(약 595㎡) 땅에 집과 텃밭도 있으니까, 이 앞마당의 크기슴 50평(약 165㎡)이나 되려나요. 정원이라기에는 작지요? 이 집에 이사 온 지 3년째인데 첫해는 꽃이며 나무 80여 종을 심었어요. 그 뒤로 수를 헤아리지 않았지만, 땅이 비어 보이면 계속 심고 채우니까 식물이 꾸준히 늘어나고 있어요.”
김씨가 전원생활의 꿈을 가진 것은 강원 원주의 대단지 아파트에 살 때였다. 수도가 없는 텃밭을 우연히 얻어 생활하수를 이고 지고 밭에 다녔다. 작물 키우는 재미에 고된 줄도 몰랐다고. 문득 이렇게 재미있는 일을 왜 ‘나중에 나이 들면 시골 가서 살아야지’라며 미뤄야 하나 싶어 가족을 설득해 귀촌을 계획했다. 한옥을 짓는 목수 남편이 ‘원하는 집을 지어주겠노라’고 호언장담한 덕에 가족에게 꼭 맞는 집이 생겼다. 김씨는 관목과 교목, 초화가 어우러져 사계절 볼거리가 풍성하고 작은 오솔길이 있는, 유럽의 공원을 닮은 정원을 만들었다.


“처음엔 마당 한가운데 텃밭을 뒀는데 작물을 수확하고 나면 허전하더라고요. 혼자 텃밭을 집 옆과 뒤로 옮기고 앞마당을 정원으로 바꾸는 데 한 달 걸렸어요. 정원은 구성과 식물 배치, 개화 시기 등 복합적으로 고려할 게 많잖아요. 다른 정원도 가보고 사진도 찾아볼수록 제가 원하는 정원이 어떤 모습인지 그려지더라고요.”
여름에는 흰색이나 파란색, 보라색의 꽃에 시선이 쏠리지만, 겨울이 오면 수피가 하얀 자작나무와 노랗고 빨간 말채나무, 빨갛게 단풍이 드는 남천, 노랗게 물드는 황금측백나무, 은빛 침엽수가 정원의 색채를 불어넣는 주인공이 된다.




[주변 환경은 극복하기 나름]
거실이나 처마 밑 쪽마루에 앉아 정원을 보면 김씨의 설계가 얼마나 세심한지 느껴진다. 집과 정원 사이에는 전통 한옥처럼 작게나마 모래가 깔린 흙마당을 둬 편리하게 오갈 수 있게 했다.


남편이 만든 목구조물을 따라 도로?서 집으로 바로 들어오는 길, 아치 구조물에서 시작해 마당을 빙글빙글 돌아 석양을 보는 벤치로 이어지는 길, 담장으로 삼은 황금측백나무 앞으로 밝은 흰색의 식물만 모은 곡선 길 등 다채로운 동선을 만들었다. 그러자 위치에 따라 풍경이 달리 보인다. 또 병풍처럼 집을 둘러싼 높고 낮은 산들로 정원은 한층 깊고 넓어진다.


“전통 조경에는 차경(借景)이라는 개념이 있잖아요. 주변 경치를 빌려 온다는 뜻인데, 어느 방향으로 봐도 그림 같은 산이 있으니 정원이 실제보다 커 보여요. 작은 정원이라 군데군데 시선의 흐름을 끊는 요소를 두고 눈이 머물 수 있는 포인트를 살렸어요. 그랬더니 사람들이 크기가 작아도 지루하지 않다고 하더라고요.”
계절의 흐름만 겨우 느끼던 아파트에서의 삶과 달리 매달, 매일, 매시간 변화를 느끼고 산다는 그. 비 오는 날은 물길을 살피고, 도로에 나온 지렁이를 정원으로 모셔 온다. 그의 지극정성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는 황금측백나무다. 마을 주민들과 공동 구매한 것인데, 이 집의 황금측백나무는 특히 더 우람한 체격을 자랑한다.


“흙이 질어서 식물을 키우는 데 애를 많이 먹었어요. 토질을 개선한다고 마사·모래·축분·?엽토 등을 열심히 섞었더니 근육도 생기고 손수레 운전 실력도 좋아졌다니까요. 정원엔 보통 손이 덜 가고 겨울을 나는 다년생 식물을 많이 심지만, 여기 겨울은
‘충청의 강원’이라고 할 정도로 추워요. 중부지방에서 노지 월동한대서 심은 식물도 한 해를 못 넘기는 경우가 있었죠. 그런데 한해살이 식물을 좋아해서 그런가, 계절마다 새 식물을 들이고 채종과 파종을 반복해도 번거로운지 모르겠더라고요.”


[환상 속 낙원보다 이웃집 정원으로]
마을 주민들은 정원에 손댈 일이 있으면 으레 김씨를 찾는다. 마음껏 가꿔달라며 ‘마당 프리패스권’을 준 이웃도 있다.


“스케치를 여럿 그리고, 가드닝 책을 수시로 봐도 막상 부딪혀보면 물길 내기도 어렵더라고요. 남은 건축자재로 저렴하게 정원을 만들었더니 내구성과 완성도가 떨어져요. 보편적인 수준과 가격대의 자재를 사서 중복 지출을 막는 게 좋아요.”
그는 올해 초 지방자치단체 교육을 거쳐 ‘유튜버’라는 새로운 캐릭터를 얻었다. 정원에서 하는 일과 시시각각 변하는 정원 모습, 떠오르는 감정이나 실수 등을 기록하기 위해 시작했다. 그런데 누적 조회수가 어느덧 14만 회를 넘어섰다. 이 모든 일이 김씨에게는 새롭고 신기한 경험이다.


“정원이 제가 꿈에 그리던 공간에 많이 가까워진 것 같아요. 지상낙원에 있는 느낌도 들고요. 그런데 영상에 제가 등장하는 순간, 현실로 돌아오는 느낌? 영상에도 일상적인 모습을 담으려고 해요. ‘저 집은 저렇게 하는구나’ 하고 편하게 보실 수 있도록요.
다른 사람 어깨너머로 배우듯, 정원 가꾸기에 제 영상이 도움이 된다면 더욱 좋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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