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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청 ‘개미와 베짱이가 정답게 사는 집’

‘평생 행복하게 잘 살았답니다.’ 누구나 동화의 해피 엔딩 같은 삶을 꿈꾼다. 이 꿈을 정원에 기대어 일구는 부부가 있다. 경남 산청 지리산 자락에서 개미와 베짱이처럼 각자의 역할에 충실하되, 정다운 어울림을 만들어가는 이들을 만났다. 글 윤나래 기자 사진 임승수(사진가)

동화 속 주인공처럼 사는 부부의 정원

사진 “수국이 피면 찾아오세요.”
김명숙 씨(67)의 초대는 꽃을 중심으로 이뤄졌다. 숫자에 얽매이기보다 자연의 시간을 따라가는 사람다운 멘트였다. 그렇게 산청군 단성면 방목리를 찾아 지리산의 어느 마을 길에 올랐다. ‘개미와 베짱이가 정답게 사는 집’ 정원으로 들어가는 길에는 검게 익은 통통한 오디와 버찌가 카펫처럼 깔렸다. 동네 주민을 대상으로 수국 클?스를 진행하는 아내 김씨 대신 남편 유성열 씨(70)가 버선발로 나와 취재진을 반겼다. 이 집에서 베짱이를 맡고 있다는 유씨는 해운 회사 선장이다.


이 가족이 부산의 아파트에서 지금의 집터로 옮겨 온 것은 2004년. 김씨의 친척 어른이 살던 이곳에 처음 놀러 왔을 때 당시 중학생이던 둘째 아들이 대뜸 “엄마, 사람은 이런 곳에서 살아야지”라고 하더란다. 가족을 위해 지금도 배를 타는 남편에게 베짱이처럼 느긋한 삶을 선물하고 싶었던 김씨. 개미처럼 바쁘게 일을 꾸몄다. 돌다리를 두들겨보고도 안 내키면 건너지 않는다는 신중한 남편 유씨는, 고민할 시간에 다리 끝까지 가서 살펴보고 온다는 돌격대 아내 김씨의 추진력을 당해내지 못했다.


“외국을 오가며 멋진 풍경을 얼마나 많이 봤는데, 그야말로 야생 같은 산골짜기에 살겠다니 이해하기 힘들었죠. 그때만 하더라도 지금 같은 모습이 아니었어요. 10년이 지나 나무가 자리 잡으니까 그제야 마음이 편안하고 집처럼 느껴지더라고요.”
대학 시절 방송부 간 미팅으로 만나 인연을 맺은 두 사람이지만, 남편은 도시가 편한 바다 사나이, 조리학과 교편을 잡았던 아내는 꽃과 나무가 좋은 천생 정원사다.


“아버지가 생물학자셨는데, 경남 진해에 온실을 두고 직접 식물을 가꾸셨어요. 저도 어릴 때부터 꽃을 얼마나 좋아했는지 아버지 온실의 장미를 꺾어다 교실을 꾸며서 상을 받기도 했어요.”
마침내 김씨는 귀신이 나올 것 같았던 황무지를 요정의 정원으로 탈바꿈시켰다. 2020년에는 산림청이 주최하는 아름다운 정원 콘테스트에서 국립수목원장상인 ‘2020년의 정원상’을 받았다.


지리산이 바람을 막아주는 산청은 태풍이나 눈으로 인한 피해가 적은 곳이다. 500평(약 1650㎡)의 정원에는 지면보다 낮아 아늑한 성큰(sunken)가든, 날씨에 상관없이 쉬기 좋은 정자, 식물을 키우는 하우스와 상자 텃밭, 차를 즐기는 아내를 위한 다실, 남편의 취미 공간인 목공방, 작은 연못에 손주들을 위한 그네 의자까지 없는 것이 없다. 매일 아침 부부는 눈을 뜨자마자 정원을 바라보며 차와 커피를 즐긴다.



[자꾸 들여다보고픈 아기자기한 맛]
아름드리 버드나무와 귀여운 모양의 잎이 달리는 튤립나무, 정원에 색감을 더하는 단풍나무와 황금측백나무 등이 정원의 중심을 잡아준다면 각양각색의 꽃과 풀은 정원에 재잘거림을 더한다. 부부의 정원을 둘러본 누군가는 “호기심이 생기고 자꾸만 들여다보고 싶은 정원”이라고 말했다. ‘손맛이 느껴지는 정원’이라는 평이나, ‘개인 정원의 수준도 상당함을 알게 된 계기’라는 이야기도 들었다. 칭찬도 좋지만 생명이 뿌리 내릴 때의 기쁨과 성취감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다는 김씨. ‘내 마음에 쏙 드는 나만의 정원’을 만드는 것이 전원생활의 묘미라고 한다.“물론 아쉬움도 있어요. 나무를 더 공부하고 심었으면 좋았을텐데 싶거든요. 설계 단계에서 정원의 분위기, 높낮이, 입체감을고려하면 정원이 작아도 단조롭지 않아요. 얼마든지 마음에 감동을 일으킬 수 있답니다.”정원? 있는 클레마티스·백합·장미도 모두 아름답지만, 이번 여름의 주인공은 수국이다. 김씨는 현재 30여 종의 수국을 키우고 있다.“수국은 여름철 뜨거운 직사광선을 가려주고 자주 물을 챙겨주면 여름내 풍성하게 피어나요. 토양에 따라 붉고 파란 꽃색을 즐기는 재미도 있고요. 삽목도 쉬운 편이라 번식시키기도 좋아요.가을 햇빛은 보약이라, 충분히 쬐여주면 꽃눈을 풍성하게 만든 답니다.”
6월이면 김씨의 수국 관리 노하우를 배우러 찾아온 이웃 주민들로 정원이 가득 찬다. 김씨의 클래스 이름은 ‘수국 사랑 365일’.탐스러운 수국므 위해 정원사는 매일 정원 일에 소홀할 수 없다는 뜻이 담겼다.


전원생활 18년 차, 큰아들과 며느리의 결혼식 피로연을 열었던 정원에서 손주들이 뛰어논다. 손주들은 산청 할머니네를 세상에 둘도 없는 지상낙원으로 안다. 생명이 뿌리 내리는 순간이 가장 기쁘다는 김씨에게 정원은 잊을 수 없는 추억을 만들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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