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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하원

복잡한 일상에서 벗어나 편안하게 쉴 수 있는 나만의 정원은 누구나 꿈꿔봄 직한 곳이다. 철마다 가지각색 꽃을 틔우고 해 질 녘이면 산등성이 너머로 노을 지는 풍광까지 선사한다면 더할 나위 없겠다. 충남 금산에 있는 ‘자하원’이 그런 정원이다. 글 박자원 기자 사진 임승수(사진가)

편안한 쉼터 꿈꾸는

사진 파란색 대문을 열고 들어가면 녹색의 이층집과 질서정연하게 꾸며진 정원이 한눈에 들어온다. 안준기(61)·이명희(57) 씨 부부는 연일 계속되는 장맛비에 꽃들이 많이 졌다며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하지만 자하원의 꽃들은 오히려 물을 머금은 듯 청초해 보였다.

이곳은 부부의 주말주택이다. 그들은 평일엔 대전의 아파트에서 지내고, 주말이면 이곳에서 꽃을 가꾸며 진정한 휴식을 맛본다. 이렇게 지낸 지 벌써 10년째다. 십수 년 전 안씨는 아파트 주변 텃밭에 작물을 키웠다. 그것도 나름대로 재밌었지만 8년여를 하다 보니 넓은 마당에 다년생 작물이나 꽃나무를 제대로 키워보고 싶단 생각이 들었다. 그러던 중 지인의 전원주택을 방문해보고 마음을 굳혔다. 충북 옥천과 충남 공주 등 여러 곳을 알아보다가 지금의 금산 부지를 발견했다. 처음엔 흙이 드러난 맨땅이었다고 한다. 그 말이 믿기지 않을 만큼 잔디든 능소화든 자하원의 모든 것이 원래 그 자리에 있던 것처럼 잘 어우러져 있었다.

“하다못해 돌 하나도 전부 제 손으로 가져다 놓은 거예요. 그때그때 생각나거나 필요한 걸 만들어 꾸미다 보니 완성도가 높지는 않아요. 하지만 직접 구상해서 만들었다는 점이 자랑거리입니다.” 입구에 세워진 집 모양 팻말이 미소를 머금게 한다. ‘자하원(紫霞園) 모든 이에게 평화가’. 부부는 팻말 문구가 담고 있는 의미를 설명했다. 자하원의 ‘자하’는 보랏빛 노을 혹은 신선이 사는 곳에 서리는 노을을 뜻한다. 서남향 정원에서 석양빛의 평안과 여유를 만끽하고 싶다는 부부의 바람이 정원 이름에 오롯이 녹아 있다.

“제가 신선처럼 살겠다거나 정원의 풍광이 그만큼 좋다는 의미는 아니에요. 단지 여기에 머무는 사람들이 일상의 번잡함과 욕심에서 벗어나 평안함을 누리길 바라는 마음에서 그렇게 이름 지었어요.” [부부가 함께 가꾸는 정원] 아내 이씨는 입소문 난 정원을 일부러 찾아다닌다. 또 여행을 다니다 진귀한 꽃을 만나거나 정원을 가꾸는 이색적인 방법을 접하면 남편에게 빠짐없이 알려준단다. 남편 안씨는 아내의 조언에 귀 기울여 꽃을 심고 정원을 가꾼다. 안씨도 물론 꽃을 좋아하지만 아내와 달리 몸소 부딪혀 정원을 만드는 그 자체를 좋아한다. 그렇게 아내의 쟀견을 참고해 꾸민 정원에 꽃이 아름답게 피어나고 나무가 멋지게 자라면 그만큼 뿌듯한 일이 없다고 안씨는 고백한다.

“아내가 꽃을 보는 걸 좋아하다 보니 저도 계속 가꾸게 되네요. 꽃이 피면 예쁘다며 알아봐주는 사람이 있으니까 힘이 됩니다.” 안씨가 아름다운 정원을 가꿀 수 있었던 원동력은 바로 아내에게서 나왔다. 굳이 따지자면 아내는 ‘조경사’로, 남편은 ‘정원사’ 로 각자의 본분에 충실하며 함께 자하원을 만들어나간다. 안씨는 손이 덜 가도 잘 자라는 나무와 꽃 위주로 키우고 있다. 주말에만 머물다 보니 제때에 필?한 걸 해줄 수가 없기 때문이다. 가능하면 다년초를 기르고 일년초인 경우 씨가 떨어지면 스스로 잘 발아하는 종류로 심는다. 또 주변 환경을 해치지 않고 곱게 자라는 걸 고른다. 안씨가 십여 년간 주말정원을 가꾸며 터득한 것들이다. 정원 곳곳에선 빨간 벽돌이 유난히 눈에 띈다. 집 앞에 작은 화단을 낼 때, 텃밭을 만들 때, 잔디밭에 새로 나무를 심을 때도 안씨는 벽돌을 활용했다.

“꽃밭·텃밭·나무·산책길 간의 경계를 빨간 벽돌과 돌 등으로 확실히 구분을 지었어요. 애초부터 그렇게 해두면 관리가 훨씬 수월하기 때문이죠.” 안씨는 사람의 손길이 확실하게 느껴지도록 정원을 가꾸는 걸 선호한다. 그렇다고 인위적이고 정형화된 정원을 좋아하는 건 아니란다. 어느 정도 사람 손을 탄 듯하면서도 자연스러움이 묻어나는 그런 정원을 꿈꾼다. 정원의 중심에는 나무보다는 꽃으로 채웠다. 계절이 바뀌어도 계속 볼 수 있도록 개화 시기를 고려해 꽃을 심었다.

자하원에는 하얀 설악초가 바람결에 물기를 떨어내고 있었다. 에키네시아도 저마다 보랏빛 꽃잎을 한들거리며 인사했다. 막피어나기 시작한 메리골드도 앙증맞은 노란 꽃잎을 수줍게 내민다. 리아트리스·?잎국화·해바라기·톱풀·참나리·바늘꽃 등 다양한 꽃들이 정원을 곱게 물들이고 있었다. 배롱나무·목수국·포도나무 등도 멋진 자태를 뽐낸다.

[올겨울 온실정원 만들고 싶어] 안씨는 정원에 다양한 쉼터를 만들었다. 정원에서 일을 하다가 잠깐씩 쉬며 생각을 정리하기 위한 곳이다. 아내 이씨는 연못가에 있는 벤치를 즐겨 찾는다.

“남편이 정원 여기저기에 쉴 만한 장소를 많이 만들었어요. 그중에서 제가 좋아하는 곳은 연못가에 있는 벤치예요. 꽃밭 속에 깊숙이 들어와 있어 커피 한잔 마시며 마당의 꽃을 바라볼 수 있는 편?한 장소입니다.” 정원 한편에 마련된 포도나무 퍼걸러(서양식 정자)는 부부가 꿈꾸는 유유자적한 삶에 딱 어울리는 곳이다. 안씨가 정원에 제일 처음 만든 것이기도 해 그들에겐 의미가 깊다. 지금은 청포도가 퍼걸러를 둘러싸며 덩굴을 이루고 있지만 계절에 따라 양귀비·장미·무스카리 등이 피어나 정취를 더한다.

“날 좋은 오후에 여유 있게 김치전에 막걸리 한잔하기 제격인 곳이죠.” 안씨는 꽃을 심을 때마다 욕심을 버리지 못해 같은 일을 되풀이 한다고 하소연했다.

“꽃씨를 심을 때면 항상 너무 부족한 게 아닌가 하는 의?이 들어 과하게 뿌리게 돼요. 그런데 막상 싹이 트고 꽃이 피면 너무 무성해져 솎아내거나 옮겨 심기 바쁘죠. 후회를 하며 다음에는 조금만 심어야겠다고 다짐하지만 그때가 되면 어김없이 어리석은 행동을 하네요.” 안씨는 올겨울엔 마당 한쪽에 작은 온실을 만들고 싶단다. 정원은 겨울에 추운 편이라 나무나 꽃의 노지 월동이 불가능하다. 봄 에 꽃씨가 싹을 틔우기도 어려울 뿐더러 다양한 식물을 키울 수 없어 늘 아쉬웠다.

“아내는 별로 권하는 눈치가 아니지만 작더라도 제대로 된 온실을 하나 꾸려보고 싶어요. 시도해보고 싶은 꽃들이 참 많은데 이곳에선 겨울을 나지 못해 마음만 키웠거든요.” 시간적 여유가 생기는 은퇴 이후에는 관리하는 데 품이 많이 들더라도 예쁘고 화려한 꽃들로 정원을 채우고 싶다는 바람도 내비쳤다. 그때가 되면 심을 화려한 꽃들의 목록은 이미 그의 머릿속에 있다. 훗날의 계획을 이야기하는 안씨의 얼굴에 웃음꽃이 피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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