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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장 ‘숲에’ 김태근·김혜정 씨 부부

집순이와 집돌이인 젊은 부부는 남들보다 조금 일찍 은퇴해 시골로 들어와 농사지으며 그림 같은 집에서 살고 싶었다. 꿈을 이룬 지 이제 만 2년 된 초보 농사꾼의 삶은 어떻게 바뀌었을까. 글 길다래 기자 사진 임승수(사진가)

소박하게 벌고 시간 부자로 살아요

사진 추운 겨울엔 뜨끈한 방바닥에 배 깔고 누워 달콤한 감말랭이 야금야금 베어 먹으면 세상 부러울 것이 없다. 맛난 감 농장을 찾아 SNS를 뒤지다 젊은 부부가 청도로 귀농해 감 농사를 지으며 사는 모습을 발견했다. 아름다운 농장 풍경과 사랑스러운 반려동물들 사진에 대번 부러움이 일어 찾아가본다. 청도에서도 산속으로 굽이굽이 오르는 외딴곳에 부부의 농장 ‘숲에’가 자리하고 있다.

“여기는 저희 부부와 고양이 세 마리, 강아지 한 마리가 살고 있어요.” 소탈한 인상으로 맞아주는 주인장은 귀농 2년 차의 김태근(42)·김혜정(41) 씨 부부다.

[청년농 지원 정책 따라 서둘러 귀농] 부부는 부산에서 살다가 2년 전 이곳으로 왔다. 어린 시절을 제천에서 보낸 아내 김씨는 시골 생활에 대한 로망이 있었고 때마침 친정 부모님이 밀양으로 귀촌해 살고 있던 차였다. 남편 김씨는 처음엔 귀농에 부정적이었지만 처가를 오가며 이렇게 살아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단다. 그러나 여느 젊은 부부들이 ?렇듯 시골살이 계획은 조금은 먼 미래의 추상적인 것이었다.

“조선기자재 회사에 다녔는데 점점 몸이 나빠지는 게 느껴졌어요. 여행을 좋아하는데 시간을 내지 못하는 것도 안타까웠고요. 그러다 전셋집이 만기가 되어 전격적으로 시골행을 택했어요.” 전세금을 빼 청도에 부모님이 사뒀던 땅을 인수하는 식으로 귀농지를 결정했다. 본래 감과 자두 농사를 짓던 곳이어서 부부의 주 작목은 자연스럽게 감과 자두로 결정되었다. 땅을 사고는 반려동물과 함께 지낼 집도 짓기 시작했다. 부부가 직접 설계하고, 인근 밀양에 기반을 둔 아랑잰축에 시공을 맡겼다.

“귀농할 때 땅 사고 집 짓기부터 하지 말라는데, 저희는 나갈 생각이 없어서 만족해요.” 한편으론 ‘청년농업인 영농정착지원금’을 활용하려는 마음도 있었다. 청년농으로 선정될 수 있는 나이가 만 40세까지여서 그 나이를 넘기기 전에 서둘러 귀농을 결심한 것이다.

“지원 대상으로 선정되면 3년 동안 첫해에는 매월 100만 원, 둘째 해에는 90만 원, 마지막 해에는 80만 원씩 지원받아요. 처음 농업에 뛰어들면 수익이 나기까지 시간이 걸리는데, 그 기간을 버틸 수 있게 도와주니 얼마나 좋아요.” 매력적인 정책이지만 그만큼 조건도 까다로웠다. 나이 제한뿐 아니라 토지 소유 여부, 사업계획 등을 자세히 검토하고 서류와 면접을 몇 번이나 거쳐야 했다. 더욱이 도시 근교의 농촌은 경쟁이 무척 치열했다. 부부는 열심히 준비했지만 여러 이유로 결국 청년농 선정을 포기한다. 대신 초심으로 돌아가기로 한다.

“우리 농장에서 다시 시작하자고 마음먹었어요. 감과 자두 농사를 잘 지어서 처음 생각한 대로 정직하게 벌고 자연에서 살자고 서로 다독였죠.” [정직한 농산물에 대한 열정] 첫해에는 집 짓느라 농사는 어영부영이었지만 올해슴 봄부터 부지런을 떨었다. 제초제나 화학비료를 쓰지 않겠다고 다짐하고 4620㎡(1400평) 과수원을 누비며 제초기로 일일이 풀을 베었다. 때가 되면 가지 치고 열매 솎으며 초보 농부는 눈치코치를 모두 동원해 농장을 살뜰히 돌봤다. 마침내 6∼7월에는 자두를, 9∼10월에는 감을 수확했다.

그런데 공판장에 내니 값이 형편없었다. 친환경으로 농사짓다 보니 소위 때깔이 좋지 않았고 처음 거래하는 탓에 값을 제대로 받기 어려웠다. 부부는 직거래로 생각을 바꿨다.

“귀농하기 전부터 SNS 활동을 열심히 했어요. 유기동물이나 아름다운 ?연에 관한 이야기로 사람들과 소통해왔는데, 제 SNS에 농산물을 올려 파니 사람들이 저를 믿고 사더라고요. ‘네가 농사지었으니 너답게 했겠지!’ 하면서요.” 자두와 감을 따고 포장해서 발송하느라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날 들이었지만 댓글로 ‘맛있어요’라는 이야기를 들으면 새삼 의욕이 솟았다.

“농사일을 하면 할수록 더 맛있고 건강한 농산물을 생산하고 싶은 열정이 생겨요. 내년에는 자두나무를 100주 정도 더 심으려하고 포털에 스마트팜도 내볼 계획이에요.” 부부는 올해 농사지은 상품을 ‘완판’했다. 생산량이 충분치 않아 큰돈을 벌지는 못했고, 여전히 생활비에 대한 고민을 안고 살지만 새 삶에 대한 열의와 옹이같이 단단한 보람이 마음에 가득 찼다.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자연의 삶] 농한기인 요즘 부부는 눈뜨면 반려견 덕구와 함께 산책을 나선다. 새벽 과수원에 하얗게 내려앉은 안개가 고즈넉한 산책길의 흥을 돋운다.

“날마다 만나는 풍경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몰라요. 같은 산과 나무라도 오늘 내일이 다르고 아침저녁이 달라요. 밤이면 별쏟아지는 모습은 또 어떻고요. 이건 살아보지 않으면 몰라요.” 시시각각 변하는 자연의 형상은 부부에겐 그 자체로 강렬하고 충만한 경험이다. 거기서 영감을 얻어 부부는 글을 쓰고 사진을 찍는다.

“여름엔 정말 더운데 저희 집엔 에어컨이 없어요. 좀 더우면 어때요. 원래 그렇게 살았잖아요.” 자연을 사랑하는 만큼 오래도록 지키는 데 힘을 보태고 싶다.

밥을 지어 먹고 설거지를 하고 청소를 하며 온종일 집 안팎을 오가면서 하루를 보내는 이들은 스스로를 집순이·집돌이라 칭한다. 밖에 나가서 사람을 만나기보다 집에서 반려동물과 놀며 방해받지 않고 지내는 게 부부가 선호하는 생활방식이다. 농번기에는 오가는 경운기? 인부들로 꽤 시끄럽지만 요즘 같은 농한기에는 그마저도 없어 외딴 과수원은 여느 산사山寺 못잖게 고요하다.

“저희는 욕심 안 부리고 하고 싶은 일 하면서 살자고 생각했어요. 첫해에는 수입이 없었고 올해도 많지 않지만 정 안되면 시내 가서 서빙이라도 하면 되지 생각해요. 그저 1년에 한 번 여행 갈 정도만 벌고 한량처럼 살고 싶어요.” 얼핏 보면 느슨해 보이는 부부에게도 계획이 다 있다. 제 시간을 오롯이 지켜 진정한 자유인으로 살겠다는 확고한 계획이다. 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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