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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쭉길쭉 왜무, 작달막한 총각무, 여름에 자라는 초롱무, 있는 듯 없는 듯 열무. 그중 최고는 동글동글 아삭아삭 역시 조선무! 글 이미선 기자 사진 최수연 기자 요리 푸드디렉터 메이 팀장 안주희 어시스트 이지원

동글동글 아삭아삭

사진 가히 민족 채소라 불릴 만하다. 천년이 넘는 세월 동안 우리 민족의 밥상에 올랐던 무. 생으로 먹고 볶아서 먹고 김치도 담가 먹는 만능 채소다. 먹을 게 귀하던 옛날엔 땅을 파고 묻어두었다가 출출한 겨울밤 꺼내 온 가족이 둘러앉아 아삭아삭 달달한 무를 과일 대신 먹기도 했다. 가을이면 새파랗게 자라오른 놈을 뽑아다가 뿌리는 김장하고 잎은 시래기 만들며 버릴 것 하나 없이 먹슴 무의 무한한 세계로 떠나보자.

[고려시대에도 먹은 동치미] 우리의 무 재배 역사는 웬만한 채소보다 길다. 문헌에 정확히 기록된 바는 없지만 삼국시대 때부터 재배한 것으로 학자들은 추정하고 있다. 고대 중앙아시아 및 지중해 연안에서 식용하던 무가 실크로드를 따라 중국으로 전해졌고, 이후 삼국시대 때 불교와 함께 한반도로 들어온 것으로 추측된다.

도입 초기엔 문서에 기록조차 안 될 만큼 존재감이 없던 무는 고려시대가 되어서야 중요한 채소로 취급받기 시작한다. 고려시대 한의서인 ‘향약구급방’엔 무가 흔히 먹는 ?재료로 기록돼 있고, 고려 중기 문신 이규보의 시문집인 ‘동국이상국집’에선 먹는 방법까지 기술하고 있다. “순무를 장에 넣으면 삼하(三夏)에 더욱 좋고, 청염(淸鹽)에 절여 구동지(九冬至)에 대비한다”고 서술했는데 무장아찌는 여름철에 먹기 좋고, 소금에 절인 순무는 겨우내 반찬이 된다는 뜻이다. 우리가 먹는 시원한 동치미를 고려시대 조상들이 이미 만들어 먹고 있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조선시대로 넘어오면 무는 전국 각 지역별로 환경에 맞는 토착화된 품종이 재배되는 수준에 이른다. 허균이 지은 ‘한정록’ 치농편에 무는 달마다 파종하고 달마다 먹을 수 있다고 기록된 것으로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이렇듯 천년이 넘는 세월 동안 무는 우리 밥상에 오르며 민족 채소가 됐고 이후 1907년 일본 품종이, 해방 뒤에는 유럽계 품종까지 한반도로 들어와 무는 더욱 다양한 모습으로 소비자들의 선택의 폭을 넓혀주고 있다.

[봄부터 겨울까지 사철 자라는 무] 무는 오랜 세월 재배해온 만큼 그 종류가 다양하다. 강화도 특산품으로 알려진 보라색 오동통한 순무는 조선 중엽부터 재배해 임금님께도 진상했다는 고급 식재료다. 맛있어서 게걸스럽게 먹? 된다는 게걸무도 있다. 경기 여주와 이천의 토종 무인데 조선무보다 단단하고 매운맛도 강하다. 일본무라고 부르는 왜무는 몸 전체가 하얀색에 길쭉하게 생겼다. 수분이 많아 주로 단무지용으로 사용된다. 총각김치를 담그는 무로는 총각무 외에 초롱무도 있다. 총각무보다 커서 두 쪽 내지 네 쪽으로 갈라서 김치를 담그거나 물김치를 만들어 먹기도 한다. 열무는 뿌리가 작아 잎을 이용한다.

무 중에서 단연 으뜸은 조선무이다. 위쪽은 푸른빛을 띠고 아래쪽은 하얀색인데, 가장 많이 재배하고 요리에도 가장 널리 쓰인다. 그런 만큼 사?사철 심는데, 시기에 따라 봄무, 여름무, 가을무, 겨울무로 나뉜다.

봄무는 이른 봄 비닐하우스에 파종해 5~6월에 수확한다. 여름무는 5~6월에 파종해 7~8월에 수확하는데 비교적 시원한 고랭지에서 키운다. 가을무는 8월 중하순 파종해 김장철 수확하는 무로, 가장 많이 재배하는 작형이다. 제철무이기 때문에 가장 맛있고 아삭하며 영양도 많다. 겨울무는 월동무라고도 하는데 제주도에서 한겨울에 수확하는 무이다. 기온이 낮은 한겨울에 자라 당도가 높고 육질 또한 아삭하다.

[비타민 듬뿍 든 천연 소화제] ‘가을에는 인삼보다 가을무가 보약’이란 말이 있다. 그래서 옛 어른들은 먹을 게 귀하던 시절 무를 과일처럼 깎아 먹으며 “동삼(冬蔘·겨울철 삼) 먹는다”고 말하기도 했다. ‘겨울에 무, 여름에 생강을 먹으면 의사를 볼 필요가 없다’는 속담도 있다. 그만큼 무는 건강에 이로운 성분을 듬뿍 함유하고 있다.

우선 무는 비타민 덩어리다. 100g당 비타민 C가 20∼25㎎ 들어 있는데 이는 사과보다 무려 열 배나 많은 수치다. 그래서 겨울철에 채소를 구할 수 없던 옛날에는 가을에 수확한 무를 땅속에 저장했다 이따금씩 꺼내 먹으며 비타민을 공급하기도 했다.

무에는 소화 효소가 많이 들어 있다. 전분 분해 효소인 아밀라아제를 비롯해 몸에 해로운 과산화수소를 분해하는 카탈라아제 등의 효소가 고루 들어 있다. 따라서 속이 더부룩할 때 생무를 갈아 즙을 내 마시거나 동치미를 먹으면 도움이 된다. 프로테아제와 리파아제 같은 지방이나 단백질을 분해하는 효소도 들어 있어 고기나 생선회를 먹을 때 무와 같이 먹으면 좋다. 실로 천연소화제인 셈이다.

칼슘과 칼륨, 철분, 인 등 무기질도 풍부한데 특히 칼슘은 시금치보다 6배나 많아 골다공증 예방에 효과를 나타낸다. 또 각종 미네랄이 많이 들어 있어 면역력 강화에 좋은 것으로 나타났다.

변비나 설사를 자주 하는 사람에게도 무는 유익하다. 무에 많은 섬유질이 정장 작용을 해 균의 이상 발효를 막고 유익한 균을 번식시키기 때문이다. 특히 말린 무청 100g에는 큰 무 1개와 맞먹는 식이섬유가 들어 있다.

[잎 잘라내고 흙 묻은 채 보관] 좋은 무는 상처 없이 매끈하면서 윤기 있고 단단한 것이다. 잎은 짙은 초록색을 띠고, 위쪽에 파란 부분이 많으며, 아래쪽은 하얗고 윤기 있는 것이 맛있는 무이다. 무청 달린 무가 싱싱한 반면 무청이 잘려 있거나 잘린 면이 변?된 무는 피하는 게 좋다. 특히 잘린 면에 구멍이 숭숭 나 있는 무를 바람 든 무라고 하는데, 단맛이 떨어지고 식감이 퍼석거려 맛이 없다.

무는 부위별로 색깔이 다르듯 맛도 달라서 용도에 맞게 요리하면 더 좋다. 가장 윗부분은 단맛이 강해 샐러드나 생채에 적합하고, 중간 부분은 조직이 단단하고 아삭거려 국이나 전골, 조림에 좋다. 뿌리가 있는 아랫부분은 맛이 가장 알싸하고 식감이 단단해 무나물이나 익힘 요리에 알맞다.

무를 보관할 땐 4~5℃가 적합하다. 큼직하게 토막 내 비닐 팩에 넣어 냉장실에 두면 수시로 꺼내 사용하기 편리하다. 적당한 크기로 썰어 말려서 무말랭이를 만드는 것도 한 방법인데, 햇볕에 말려서 냉동실에 넣거나 통풍 잘되고 그늘진 곳에 두고 필요할 때 꺼내 쓰면 된다. 나물용 무라면 썰어서 끓는 물에 데친 다음 찬물로 식혀 물기를 짜낸 뒤 비닐 랩에 싸서 냉동실에 넣어두면 오래 보관할 수 있다.

통째로 보관할 경우엔 흙이 묻은 그대로 신문지에 싸 냉장고에 넣으면 두세 달은 거뜬하다. 이때 잎은 뿌리의 수분을 빼앗으므로 바람 든 무가 될 수 있어 잘라내는 게 좋다. 땅을 파고 묻거나, 뚜껑 있는 통이나 항아리에 넣어 4~5℃에서 ?장해도 겨우내 두고 먹을 수 있다.

[Interview - 제주 월동무 재배농민 강동만(66) 씨] 가뜩이나 바람 많은 제주도에 올해는 태풍까지 쉴 새 없이 불어닥쳤다. 간접 영향을 미친 것까지 합하면 무려 7개다. 덕분에 이랑과 고랑이 선명하던 강동만 씨(66·제주 서귀포시)의 밭은 평평하게 골라진 채 씨를 흩뿌려 심은 듯한 모습으로 무가 자라고 있다. 9월에 파종해 1월 말께 수확할 예정이라는 강씨의 무는 아직 자그마하다.

“20년 동안 무 농사를 지었는데 올해처럼 태풍 피해 받기는 처음”이라는 강씨는 “나를 포함해 다시 파종? 농민들이 수두룩하다”고 알려준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그 영향으로 뭇값이 좋아 “1월 말 무를 출하하면 손해를 만회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강씨는 말한다.

강씨에 따르면 제주 월동무는 겨울 추위 속에 자라느라 스스로 당분과 영양분을 많이 축적한다. 그래서 제철에 깎아 먹으면 배보다 맛있다고 덧붙인다. 이렇게 맛 좋고 영양 많은 무는 몸에도 좋아서 옛 어른들은 소화제로 혹은 해독제로 많이 활용했는데 요즘 사람들은 그걸 잘 모른다고 강씨는 아쉬워한다.

“한약 먹을 때 무를 먹지 말라고 하잖아요. 그건 무의 해독작용이 약성마저 중화시키기 때문이에요. 미세먼지에도 무가 좋은데, 많이들 먹고 건강했으면 좋겠습니다.” 강씨의 무 자랑은 끝이 없다.

[무 전] <준비하기> 무 300g, 찹쌀가루·물 ½컵씩, 소금 ⅓작은술, 부침용 기름, 초간장 <만들기> 1 무는 얄팍하게 썬다.

2 찹쌀가루에 물과 소금을 넣어 잘 섞는다.

3 ①의 무를 ②에 담갔다가 젓가락으로 얇게 훑어준다.

4 팬에 기름을 두르고 무전을 앞뒤로 노릇하게 부친다.

5 취향에 따라 초간장을 곁들인다.

6 무청을 끓는 물에 데쳐 소금, 참기름, 깨소금으로 조물조물해 함께 곁들여도 좋다.

[무당절임 / 무말랭이] <준비하기> 무·원당 각 1㎏, 생강 100g, 참기름·깨소금·양조간장 조금씩 <만들기> 1 무는 뭇국을 끓일 때처럼 납작하고 얇게 사방 2㎝ 정도의 네모 모양으로 썬다.

2 생강은 편을 썬다.

3 용기에 무와 생강, 원당을 켜켜이 담는다.

4 2일 뒤 원당이 다 녹으면 무를 건진다.

5 무당절임 원액은 차로 마시면 시원한 맛에 감기에도 좋다.

6 건져낸 무는 별도 용기에 보관한다.

7 무가 너무 달면 물에 가볍게 한 번 헹궈 꼭 짠다.

8 꼭 짠 무 100g 기준 참기름 1작은술, 깨소금 ⅓작은술, 양조?장 ½작은술을 넣어 잘 버무린다.

※무에서 수분을 빼는 방법은 여러 가지인데 자연 건조하면 시간이 오래 걸리고 당절임을 하면 시간이 단축되고 청도 만들 수 있다.

[무 듬뿍 넣은 대구맑은탕] <준비하기> 무 300g, 대구 500g, 대구 곤이와 내장 조금, 물 3컵, 새우젓·다진 마늘 2큰술씩, 액젓 1큰술, 파·쑥갓 조금 <만들기> 1 대구는 깨끗이 손질하고 곤이와 내장도 준비한다.

2 무는 큼직큼직하게 썬다.

3 냄비에 무를 담고 물을 부어 무가 익을 때까지 끓인다.

4 무가 익으면 대구와 곤이, 내장을 넣고 한 번 더 파르? 끓인다.

5 새우젓과 액젓으로 간을 한다.

6 다진 마늘과 파를 넣고 먹기 전에 쑥갓도 넣는다.

[무차] <준비하기> 무 500g <만들기> 1 무는 손가락 길이로 자른다.

2 햇볕이나 건조기를 이용해 80% 이상 건조시킨다.

3 ②를 기름기 없는 팬에 볶아 남은 수분도 날린다.

4 상온에 두었다가 뜨거운 물에 우리거나 팔팔 끓여 마신다.

[굴 넣은 무채무침] <준비하기> 무 300g, 굴 200g, 소금 ⅓작은술 양념장 고춧가루 3큰술, 식초 2큰술, 설탕·매실청· 간장·다진 파 1큰술씩, 액젓·다진 마늘 1작은술씩 <만들기> 1 굴은 굵은소금을 이용해 살살 여러 번 씻는다.

2 무는 채 썰어 소금에 20분 정도 절인다.

3 양념장 재료를 잘 섞는다.

4 절인 무의 물기를 꼭 짜고 굴과 함께 양념장에 무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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