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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풍경에 빠진 사진가

바다는 다양한 매력을 가진 여행지다. 아름다운 자연환경을 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수많은 먹을거리로 사람들을 유혹한다. 올여름엔 동해·서해·남해 중 어느 바다가 좋을까. 30년 동안 곳곳의 바다를 누비며 자연과 사람을 렌즈에 담아온 사진가 김정식 씨의 기억 속에서 가볼 만한 바닷가를 찾아봤다. 글 원용찬 기자 사진 김정식(사진가) 제공

30년 세월에 담은 파도와 사람

사진 “우리 동네에선 태어났을 때 걸음마보다 바다 수영을 먼저 배운다고들 해요. 그만큼 바다는 어린 시절부터 떼놓을 수 없는 친구였죠.”
김정식 씨(71)는 바다 사진 전문가다. 경남 남해군 미조면에서 태어난 그는 어린 시절 친구들과 바다에서 뛰어노는 일상을 보냈다. 도시로 떠나 사진가가 된 후에도 그는 바다를 잊지 못했다.“탁 트인 수평선과 어부들의 치열한 생활이 그리웠죠. 소년 시절의 향수도 있었지만, 도시와는 다른 바다의 다양한 모습을 사진으로 보여주고 싶었어요.”그는 이후 바다 곳곳의 아름다운 순간과 어촌 속 다양한 삶을 작품으로 만들어왔다. 사진집 <숨쉬는 바다> 3부작을 출간한 이후엔 우리나라 대표 바다 사진가로 자리를 잡았다. 고희를 넘긴지금도 김씨는 사진가 겸 가천대학교 디지털사진미디어과 교수로 활동하면서 곳곳의 바다를 끊임없이 찾고 있다.



[“서해의 매력은 섬과 갯벌이 어우러진 풍경”]
동해·서해·남해 바다 대부분을 돌아본 김씨는 다양한 섬과 갯벌, 그리고 맛있는 해산물이 가득한 서해를 먼저 떠올렸다. 서울에서 가까운 강화도와 서해안고속도로 인근 바다를 가장 자주 찾기 때문.


취재 당일 김씨와 충남 당진 왜목마을에서 만났다. 왜목마을은 바다를 배경으로 한 일몰과 일출을 같은 날 담을 수 있는 장소로 유명한 곳이다. 김씨에겐 처음 사진가로 활동할 당시의 초심이 남은 장소이기도 하다. 멀리 보이는 작은 섬들과 바다가 어우러진 해변의 풍경도 맘에 들었다고.


“매년 2월에서 3월 사이에 왜목마을의 큰 바위들 사이로 태양이 떠오르는 시점이 있어요. 추위 속에서 너무나 간절히 일출을 기다렸던 기억이 나요. 혹시 구름이 해와 겹치면 1년을 또 기다려야 하니까.”

그가 처음 사진을 찍었을 때 왜목마을은 관광지가 아닌 생업 현장이었다. 동료 사진가들과 조그마한 배를 빌려 다니면서 낚시를 즐기고 사진을 찍었던 기억은 여전히 그를 웃음 짓게 한다.


“서울 인근에서 바다 그 자체만을 담을 수 있는 곳은 강화도와 대부도 일대 정도예요. 간척으로 산업단지가 됐거나 연륙교로 이어진 경우가 많죠. 마을 앞바다가 당시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어 다행이에요.”
김씨는 전남 진도부터 인천 강화에 이르는 서해 바닷?를 대부분 걸었다. 1004개의 섬이 있어 ‘천사군도’라 불리는 전남 신안은 그에게 별천지 같은 곳이었다. 출사지로 소문난 곳이라면 목선을 타고 3시간을 꼬박 이동할 만큼 열정을 불태웠다.


신안의 섬 중에서도 압해도와 암태도 사이를 잇는 천사대교는 야경 명소로 꼽힌다. 밤에 다리 너머로 은하수가 보일 만큼 맑은하늘이 끝내준다고. 김씨는 조업하는 어선들의 빛과 칠흑 같은바다가 어우러진 모습을 담을 때는 희열을 느꼈다고 회상했다.지금도 종종 카메라와 드론을 들고 신안으로 향하는 이유다.


“30년 새 서해 바다의 모습이 많이 변했어요. 섬이 육지가 되거나 바다가 호수로 바뀌었죠. 때론 속상하기도 해요. 추억의 장소가 사라진 듯해서….”
지금은 육지와 다리로 연결된 인천 옹진 영흥도와 선재도도 김씨가 자주 찾던 곳이다. 당시 섬엔 김과 굴을 채취하는 어부들이많았다. 전기도 안 드는 곳에서 호롱불을 켜놓고 김을 양식하던주민의 일을 도우면서 고봉밥을 얻어먹기도 했다고. 김씨는 “사람이 줄어든 어촌, 개발이 진행된 바다에서는 쉽게 겪을 수 없는 경험”이라며 아쉬워했다.



[“남해는 생동하는 어촌과 전통이 살아 있는 곳”]
“남해(경남 남해군)에 가면 사람들은 상주은모래비치나 보리암같은 곳을 많이 찾지만, 그 밖에도 다양한 관광지가 많아요.”김씨는 남해안에서도 고향인 남해의 바다를 좋아한다. 삼동면에는 동해 바다 느낌이 나는 일출 명소인 물미해안도로가 있다.약 20㎞에 달하는 해안도로에서는 맑고 깊은 바다의 푸른 풍경을 눈에 담을 수 있다. 남해에는 갯벌도 있다. 창선면 동대만 일대는 새조개·바지락·낙지가 많이 잡히는 넓은 갯벌 지역이다.지금은 다양한 체험 시설을 갖춰 가족끼리 오는 사람도 많다고.김씨는 남해 바다와 함께 어민들을 사진에 담아왔다. ?어를 기원하는 마을 사람들, 조업을 마친 뒤 배에서 어획물을 꺼내는 사람들의 모습 등 일상을 포착했다. 그는 남해의 문화유산 중 하나인 죽방렴 어업 현장도 둘러볼 것을 추천했다. 물살이 빠르고 좁은 물목에 ‘V’자형 나무로 만든 말목과 대나무 통발을 설치하는 전통 어업 방식인 죽방렴은 아직 20여 곳 남아 있다. 이 방식으로 잡은 죽방 멸치는 남해 특산물로 유명하다.


전남 여수시 돌산읍에 있는 무슬목도 가볼 만한 곳이다. 향일암이나 용월사와 함께 해돋이 명소로 꼽히며, 넓은 해송 숲과 함께 큼직한 몽돌로 가득한 몽돌밭이 약 700m 정도 펼쳐져 있다. 겨울에는 이 몽돌 위에 푸른 파래가 붙는데, 이 모습과 일출을 함께 담으면 근사한 사진을 건질 수 있다.


명사십리해수욕장으로 이름난 전남 완도의 신지도도 그의 입에 올랐다. 이곳은 전복과 해삼, 고등어 등의 특산물로 유명하다. 신지도 근처의 작은 섬 모황도도 요즘 사진가들 사이에서 인기다. 안갯속에 섬이 떠 있는 모습이 환상적이라고. 모황도는 섬의 바위 사이 배추꽃이 멀리서 보면 노란 솜털 같다 해서 붙은 이름이다. 지금은 한 가구가 살고 있으며, 방문객이 있으면 여객선이 거치니 들러볼 수 있다.



[“동해, 그 푸른 바다를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지금은 충남 태안의 운여에 있는 소나무 길이 더 유명해요. 이전에는 강원 삼척에 있는 월천이 솔섬을 찍는 장소 중 최고였어요.” 동해는 사진가들이 가장 선호하는 바다다. 수평선 너머에 섬이거의 없으니 푸른 바다 자체를 넓게 담을 수 있기 때문. 그래서동해에서 이색적인 장소가 강원 삼척시 원덕읍 월천리의 속섬이다. 삼척과 경북 울진의 경계에 있는 속섬은 민물과 바닷물이만나는 지점에 조성된 모래톱으로 그 위에 해송이 있어 ‘솔섬’이라고도 불린다. 세계적인 ?진가 마이클 케나가 찾은 뒤에 인파가 더 몰렸다. 지금은 주위에 액화천연가스(LNG) 공장이 세워져 옛날 같은 모습은 아니지만, 소나무 숲은 그대로이고 월천유원지가 있어 방문해볼 만하다.삼척의 또 다른 명소 중 하나인 해신당공원은 조선시대 전설을
지닌 곳이다. 만선을 기원하는 염원으로 만든 해신당과 기이한해변의 갯바위들을 보며 걸을 수 있는 산책로가 잘 조성돼 있다.약 500여 년 전 어촌의 생활상도 함께 볼 수 있다.“바다와 인접한 산책로에선 기암과 해초가 함께 어우러져 있는모습을 볼 수 있어요. 사진 찍기 좋은 소재가 이렇게 모여 있는곳도 드물죠. 바위도 예쁘고 파도가 치는 순간의 모습이 참 아름 다워요.”강원 동해의 추암해수욕장은 산책로를 걸으며 해안가의 수많은 기암괴석을 볼 수 있어 좋다. 촛대바위를 비롯해 거북바위·두꺼비바위·형제바위 등 자연이 만든 다양한 형태의 바위를 볼 수있다. 특히 태양이 촛대바위에 걸린 일출 풍경은 그야말로 장관이다. 운이 좋으면 촛대바위 인근에서 숨비소리(물질을 하는 해녀들의 휘파람 소리)를 내며 일하는 해녀도 만날 수 있다.“남해에서도 배로 상당히 들어가야 하는 섬에 잠시 머문 적이 있어요. ?곳에 있는 외딴 절에서 홀로 지내는 스님이 내어준 밥을맛있게 먹었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다시 보자면서 작별했는데
결국 그러지 못해 아쉽네요.”바다 사진을 찍은 지 30년. 그는 자연만큼이나 바다에서 만난 사람들이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그가 바닷가를 걷는 가장 큰 목적은 좋은 사진을 남기는 것이다. 그러나 바다뿐 아니라 사람들과의 추억도 수만 장의 사진과 함께 남았다. 그 시절이 있어 일흔이 넘은 나이에도 그가 끊임없이 바다로 나서는 것 아닐까.



[김정식 사진가의 바다 사진 촬영 Tip]
<둘 이상의 소재를 활용할 것>
김씨는 사진을 찍을 때 가장 먼저 주제를 생각한다.무엇을 사진의 중심 소재로 잡을 것인지 생각해둬야
촬영에 집중할 수 있다. 그는 보통 단일 소재보다는둘 이상의 소재를 활용한다. 예컨대 바다에 어선과
갈매기가 있다고 하자. 둘을 각각 찍기보다는 어선과갈매기가 중심축에서 좌우로 나뉘도록 찍어보자.


또 날씨나 시간이 맞지 않으면 좋은 사진을 얻기어렵다. 바다는 햇빛 노출이 강한 지역이다. 한낮은피하고 일출과 일몰 전후 1∼2시간을 활용하자.



<갯벌에 물이 드나드는 사진은 ‘장노출’로>
사진계에서 최근 유행하는 갯벌 사진이 있다면 바로장노출이다. 갯벌의 수로인 갯골을 중심에 두고바닷물이 들어왔다가 나가는 장면을 긴 시간 동안찍는다. 셔터속도를 30초 정도로 빛에 노출되게끔설정한다. 요새 출시되는 카메라는 디지털 합성을지원하는 기능이 있어, 여러 장을 찍어 수십 분 동안셔터를 열어놓은 듯한 효과를 낼 수 있다. 갯벌에서물이 나가는 시간은 장소와 시기에 따라 조금씩다르다. 흔들리면 안 되니 삼각대를 챙기자.



<파도를 강조하고 싶다면 셔터속도를 빠르게>
바다에서 빼놓을 수 없는 소재가 파도다. 파도는순간적으로 밀려와 부딪히고 사라지기 때문에순간을 포착하는 설정이 필요하다. DSLR이나미러리스 카메라를 사용한다면 1/1000초보다빠르게 셔터속도를 설정하자. 스마트폰 카메라의경우 ‘프로모드’를 설정하면 셔터속도를 조절할수 있다. 반대로 잔잔한 물을 표현하고 싶다면셔터속도를 10초로 두고 길게 촬영해보자. 역동적인바다가 호수처럼 조용한 느낌으로 변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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