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원생활

아이디
비밀번호

  • 정기구독신청
  • 독자투고

HOME > 과월호보기 >

통영 미륵도 해안둘레길 트레킹

60대 부부가 여행길에 올랐다. 온몸 구석구석을 씻어낼 듯 시원한 바닷바람이 부는 섬으로 향했다. 바다를 옆에 두고 걷는 사이 마음속 스트레스가 눈 녹듯 사라졌다. 코로나 시대, 안심해도 좋을 섬 여행이다. 글 지유리 기자 사진 고승범(사진가)

바다와 손잡고 걷는 길

사진 모든 것이 ‘잠시 멈춤’ 하고 있지만, 맑은 가을 날씨만큼은 멈춤이 없다. 하늘은 높고 푸르며 바람은 선선하다. 공기마저 맑고 깨끗하다. 마냥 집에만 머물기가 어쩐지 아쉬운 요즘, 한적한 곳을 찾아 여행하면 어떨까? 충남 천안에 사는 지인태(63)·박미숙(60) 씨 부부가 오랜만에 여행길에 나섰다. 올초, 아내 박씨가 은퇴를 하고 비로소 여유가 생기자 부부는 둘만의 여행을 ?리라 다짐했다. 그런데 예기치않게 코로나19 사태가 터지면서 계획을 미룰 수밖에 없었다. 여행은커녕 집콕생활을 이어오다가, 청명한 날씨에 참지 못하고 조심스레 짐을 꾸렸다.

이들 나들이의 목적지는 섬이다. 사람들이 붐비지 않는 해안둘레길이라면 여행해도 괜찮겠다 싶었다. 그중에서도 한려수도국립공원을 끼고 있는 경남 통영에 가기로 했다. 언젠가 TV에서 본 통영의 바다백리길은 아내 박씨가 꼭 한번 가고 싶었던 여행지여서다.

이번만큼은 볼거리·놀거리에 대한 욕심은 덜어내고 그저 자연환경을 누리는 것에 목적을 두었다. 오랜만에 마스크를 벗고 마음껏 바깥 공기를 들이마실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이번 여행은 충분하리라.

[초보자도 부담 없는 섬 여행지] 500여 개의 부속 섬을 거느린 경남 통영은 코로나 시대에 언택트(Untact) 여행지로 알맞다. 배를 타고 1시간 넘게 이동해야 하는 섬과 무인도는 물론 연륙교가 놓인 섬이 여럿이다. 뱃길·찻길로 모두 이동이 가능해 날씨 영향을 거의 받지 않는다. 또 숙박시설 등 편의시설이 풍부해 섬 여행 초보자에게 안성맞춤이다.

부부가 이번 여행지로 고른 섬은 미륵도다. 도심에선 연륙교와 해저터널로 연결됐고 해안을 따라 호젓한 둘레길이 나 있어 60대 부부가 걷기에 무리 없다.

‘한산대첩길’이라 불리는 미륵도 해안둘레길은 총 30여㎞. 임진왜란 당시 충무공의 한산대첩 출정로를 본떠 조성한 다섯 개의 트레킹 코스다. 고려시대 성터인 당포성·달아산·봉전항 등 볼거리를 갖춘 길이다. 그중에서도 부부가 걷기로 한 길은 미륵도 동부 해안을 따라 난 제5코스, ‘삼칭이길’이다. 충무마리나리조트에서 시작해 공설해수욕장, 통영등대낚시공원, 삼칭이 복바위, 영운리까지 이어진 6.6㎞ 구간으로, 성인 걸음으로 2시간 정도 걸린다. 길 전체가 평지이고 산책로와 자전거도로로 정비돼 있어 걷기에 편안하다. 짧지만 코스 중간에 등산로가 조성돼 산과 바다의 매력을 모두 느낄 수 있다.

걷기는 마리나리조트 뒤편에서 시작한다. 관광지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았는데, 산책로에 들어서면 금세 주변이 조용해진다.

“사람이 없는 산책로라 마스크를 벗어도 되겠네요. 오랜만에 콧바람을 쐬니 기분이 좋습니다. 집에만 있느라 답답했는데, 바다 덕분에 갑갑했던 가슴이 뻥 뚫리는 것 같습니다.” 지씨가 주변에 사람이 없는 걸 확인하곤 슬쩍 마스크를 벗었다.

얼마 만에 마시는 맑은 공기인지 모르겠다며 연신 크게 숨을 들이켠다. 아내 박씨도 남편을 따라 마스크를 벗었다.

“요즘 같은 때는 그저 마스크를 벗고 거닐 수만 있어도 좋은 여행이지요. ‘코로나 블루’라는 말이 있잖아요. 요즘 괜히 우울했는데, 이렇게나마 걸으니 스트레스가 날아가네요.” 40여 분쯤 걸으니 공설해수욕장이 나온다. 평소에도 여행객이 많지 않은 곳이지만, 올해는 코로나19로 개장조차 못했다.

조금 더 걸으면 등대낚시공원에 이른다. 말은 공원이지만, 실제로는 수평선을 향해 뻗은 다리가 전부다. 파도를 닮은 듯 아치형으? 굽은 다리 모양이 시선을 끈다. 부부는 곧바로 마스크를 끼고 다리를 걸어보려는데, ‘낚시객 외 출입금지’라는 안내문 앞에 멈춰 섰다. 코로나19 여파 탓이다. 어쩔 수 없이 그저 풍경을 눈에 담는 것만으로 만족해한다.

산책로의 중간쯤 이르렀을까. 부부가 길에 둘러진 경계석에 앉았다. 잠시 쉬어갈 참이다. 길 중간엔 쉼터가 많지 않다. 대신 길을 따라 둘러진 약 50㎝ 높이의 경계석을 벤치 삼아 쉴 수 있다.

“다도해란 말이 실감 나네요. 섬이 이어져서 수평선이 보이지 않을 정도예요. 섬 구경을 하느라 걷는 길이 지루하지 않?요.” 박씨의 말마따나 바다 위로 수십 개의 섬이 떠 있다. 반대편에는 깎아지른 절벽이 이어져 걷는 내내 눈 둘 곳이 많다. 부부는 풍경을 감상하느라 가다 서다를 반복하며 길을 걷는다.

[다도해 바라보며 차 한 잔] 코스의 막바지엔 마파산이 자리한다. 마파산은 야트막해 해안 둘레길을 걷다가 정상까지 들러봄 직하다. 정상까지는 데크 계단길이다. 평소 발목이 좋지 않아 등산을 꺼리던 지씨가 오르기에도 가뿐하다. 정상까지는 여유 있는 걸음으로 20여 분. 정상에 도착한 부부가 벤치에 앉아 한숨 돌리며 간식을 꺼냈다. 텀블러에서 차까지 따라 내니 여느 카페 못지않다.

“요즘은 카페에 들르기도 어렵잖아요. 여기처럼 전망 좋은 곳에서 차를 마시면 그게 바로 카페지요.” 산책로 중간에는 매점이나 카페가 없다. 시작 지점인 리조트 인근과 도착지인 영운리에 들어서야만 요깃거리를 살 수 있다. 산책 시간이 비교적 짧은 편이지만, 여유를 즐기며 천천히 걸을 생각이라면 미리 간단한 먹을거리를 준비하는 편이 좋다.

다시 산책로로 내려온 부부가 도착 지점을 향해 걸음을 내딛는다. 이제 목적지까지는 얼마 남지 않았다.

“오랜만에 걸었더니 정신이 맑아지는 기분입니다. 요즘 통 운동을 못해서 힘이 들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괜한 기우였어요.” 이윽고 영운리에 다다랐다. 부부는 잠시 쉬는 듯하다가 금세 일어섰다. 계획대로라면 돌아가야 하지만, 이내 걸을 채비를 한다.

체력이 충분하다면 곧바로 봉전항으로 이어지는 제4코스 ‘봉전항길’을 걸으면 된다. ‘길’ 자체가 목적지이니 마음 가는 대로, 발길 닿는 대로 걸어도 될 테다. 계획에 얽매이지 않아도 되는 것이 걷기 여행의 묘미다.

“이번 기회에 걷기만으로도 좋은 여행이라는 것을 배웠습니다. 좋은 날씨를 느끼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감사한지 몰라요.” 田 [걷기 좋은 섬 해안둘레길] <한려수도 바다백리길> 경남 통영의 미륵도·한산도· 비진도·연대도·매물도· 소매물도 등 여섯 개 섬에 조성한 트레킹 코스다.

코스마다 소요시간이 각각 1시간 30분에서 4시간 정도로, 난이도와 개성이 달라 자신의 취향에 맞게 골라 걸으면 된다.

미륵도를 제외한 다섯 개의 섬은 배를 타고 이동해야 하기 때문에 하루에 2개 코스 이상을 돌기가 쉽지 않다.

<전남 신안 트레킹> 신안군은 무려 1004개의 부속섬을 갖고 있어 ‘천사의 섬’이라고 불린다. 국내 최대 규모의 태평염전이 있는 증도, 보랏빛 테마 마을이 있는 박지도와 반월도 등 구경할 곳이 많다.

기점도·소악도에 조성한 ‘12사도 순례길’은 한국의 산티아고 길이라고 불린다. 섬과 섬을 잇는 연도교가 있어 여러 섬을 한 번에 둘러보기 편하다.

<경북 울릉도 둘레길> 울릉도에는 도동항에서 행남등대를 거쳐 저동항까지 이어지는 트레킹 코스가 조성돼 있다. 암벽을 따라 난 길로, 바다 위를 걷는 기분을 만끽할 수 있다. 하얗게 부서지는 파도와 울릉도 기암괴석의 조화를 바라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황토구미 마을에서 시작해 ?풍감 해안절벽으로 이어지는 태하계단길도 걷기가 좋다.

<인천 신시모도> 인천 옹진군에 속한 신도·시도·모도를 통틀어 신시모도라고 부른다. 배를 타고 신도에 들어가면 섬을 잇는 연도교를 통해 나머지 두 섬도 모두 둘러볼 수 있다.

신시모도를 걷는 해안길은 해양수산부가 지정한 아름다운 해안누리길이기도 하다. 서해의 섬이라 노을 풍광이 보기 좋다. 시도에는 제방을 따라 해당화 꽃밭이, 모도에는 해변가에 조각공원이 있다.
  • 과월호전체보기
  • 목차
  • 기사전문보기서비스
  • 기사전문pdf보기

월별 월간지 선택

OnClick=

과월호전체보기

  • 구독신청하기
  • 온라인구독결재
  • 구매내역확인
  • 편집/배송문의

가격안내

구분 요금 비고
창간호 ~ '97.8.30이전 300원(면당) VAT포함
'97.9.1이후 500원(1일치) VAT포함

안내

  • 결제 후 기간 내 모든 월간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 결제하신 금액은 반환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