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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급자족 농부 부부의 한 상

강원 산자락에서 불편하고 수고로운 생활을 감수하며 땅을 일구며 사는 부부가 있다. 부부는 푸성귀부터 꿀, 산양유까지 모든 것을 자급자족하며 조금은 부족하지만 믿고 먹을 수 있는 소중한 한 끼를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글 백연선 기자 사진 임승수(사진가)

밥을 나누는 건 사랑을 나누는 겁니다

사진 집 한 채가 눈앞에 불쑥 나타난다. 흙과 나무로 지은 이 귀틀집이 동갑내기 임소현·김영미 씨(54) 부부의 보금자리다. 외갓집처럼 푸근하고 정겨운 곳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내 마음의 외갓집’이라 이름 붙인 곳. 이곳에서 부부는 농사지으며 민박을 치며 소박한 삶을 꾸려가고 있다.

“커피 드실래요?” 하더니 안주인 김영미 씨가 진한 커피 한 잔을 끓여 왔?. 쌉싸래한 커피 한 모금을 마시며 잠시 숨을 돌렸다. 그녀의 휴대전화 벨소리가 울린 건 그때였다. 농협에 볼일이 있어 나갔던 남편 임소현 씨가 “지금 읍내에서 출발한다”며 걸어온 전화였다.

“남편은 여간해선 한데 밥을 잘 안 먹어요. 일단 조미료 범벅인 게 입에 맞지 않는 데다, 우리 부부에게는 식사 시간이 마주 앉아 얘기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기에 특히 그렇죠.” 전화를 끊자마자 김씨는 서둘러 앞치마를 고쳐 입더니 금세 쌀을 씻어 돌솥에 밥을 안쳤다. 주방 안은 돌솥에 밥물 넘치는 소리며 보글보글 청국장 끓는 소리가 넘쳐났다. 이윽고 30분이 지났을까. 식탁 위엔 김장김치를 필두로 청국장, 장아찌, 달걀말이, 배추찜 등이 차려졌다. 여기에 김이 모락모락 나는 감자밥까지 더해지니 소박하지만 건강한 한 끼 밥상이 완성됐다.

“자, 사진 그만 찍고 어서 와서 먹어요. 식으면 맛없어져.” 임소현·김영미 씨 부부는 밥 인심 좋기로 소문난 사람들이다. 연락 없이 불쑥 찾아와도 진한 커피 한 잔에 금방 쪄낸 감자며 옥수수 등으로 손님을 맞는다. 음식 만드는 솜씨도 여간 아니어서 손이 많이 가는 일품요리도 눈 깜짝할 새 한 상 뚝딱 차려내는 재주? 지녔다. 특히 안주인 김영미 씨는 집으로 사람 초대하는 것을 좋아해 물에 손 마를 날이 거의 없다. 이런 김씨의 요리에 대충은 없다. 마늘이며 파부터 시작해 각종 나물이며 과일까지 모든 식재료를 집 주변에서 가져다 쓰는 데다, 날마다 작은 돌솥에 밥 짓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는 것만 봐도 그렇다.

  [한 끼 밥상에는 건네는 이의 마음, 삶, 우주 담겨] 그렇다고 그녀의 상차림이 거창한 건 아니다. 집 앞마당에서 팜파티를 열 때도 김치와 샐러드를 기본으로 해서 잡채, 나물전, 주먹밥 그리고 감자와 마늘, 옥수수 등을 굽는다. 여기에 선선한 때는 취나물로 밥을 짓고, 날이 더워지면 열무김치 보리밥이나 비빔국수로 대신한다. 물론 식재료는 모두 직접 기른 것들로, 키우는 작물만 해도 가짓수가 180여 개가 넘는다.

“지금 식탁에 있는 것 중에 돈 주고 산 건 거의 없어요. 이 자반고등어도 지인이 보내준 거죠. 우리 집에선 쌀농사 빼곤 다 한다고 보면 돼요. 김장할 때도 아무것도 안 사요. 새우젓도 보내주시는 분이 있는데 그럼 우리가 그걸로 김치를 담가 보내드리죠. 소금도 농협에서 배당받은 걸로 사용하니 김장 비용이 아예 안 드는 거죠.” 여기에 지?해부터는 양봉도 들여와 6군을 치고 있고, 우유를 대신하기 위해 얼마 전엔 산양 두 마리도 집에 들였다. 재작년부터는 집 앞 990㎡(300평)에 앉은뱅이밀을 심어 빵을 만들거나 수제비를 해 먹는다.

김씨는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 지금까지 남편 끼니를 한 번도 거른 적이 없다. 그것도 찬밥 대신 언제나 돌솥에 금방 안친 따끈따끈한 새 밥이다.

“저도 왜 꾀가 나지 않겠어요. 집안일에 치일 때는 웬 고생인가 싶어 남편에게 투정한 적도 많죠. 하지만 어차피 해야 할 일이라면 즐겁게 하자 생각했죠. 게다가 농사짓는 사람에게 먹는 것만큼 중요한 일이 없는데 그걸 허투루 할 수는 없다는 생각에 마음을 다잡죠.” 14년 전 남편과 결혼해 산골 살림을 시작하면서부터 그녀는 쉽게 살림하는 법을 터득했다. 뽕잎이나 곰취, 마늘, 양파, 무, 표고, 깻잎 등 제철 채소를 이용해 장아찌를 담갔다. 볕 좋은 날을 골라 시래기와 무말랭이도 만들었다.

필요할 때마다 꺼내 쓸 수 있도록 젓갈이나 해산물 등은 제철에 구입해 먹을 만큼 지퍼 백에 담아 냉동 보관한다.

갖가지 나물이나 천연 재료들을 갈무리하는 솜씨는 따라 올 사람이 없을 정도다.

이런 김씨가 하루 중 가장 많? 시간을 보내는 곳도 다름 아닌 부엌이다. 좋은 식재료로 맛있게 요리해 좋은 사람들과 기분 좋게 먹을 수 있는 곳이 부엌이기 때문이다.

“음식을 만드는 일은 가족, 이웃들에게 사랑을 전할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이에요. 우리에게 밥은 사랑이거든요. 우리는 농사도 그런 마음가짐으로 여태껏 지어왔어요. 앞으로도 음식 나누는 일을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겁니다. 그게 우리가 사람들과 어울려 사는 방식이니까요.” 임소현·김영미 씨 부부가 내놓는 한 끼 밥상엔 자연에 순응하며 자연이 주는 선물을 많은 사람들과 나누고자 하는 그?의 마음과 삶, 더 나아가 우주가 담겨 있다.

[김장김치] “배추 맛이 살아 있다”는 평을 듣는 김영미씨의 배추김치에는 단출한 양념이 들어간다.

새우젓을 제외한 모든 재료는 손수 지은 농산물만 사용한다. 무와 배도 믹서에 갈아 넣어 양념이 깔끔하다.

[배추찜] 배추를 물에 찌거나 살짝 데친 다음 돌돌 말아 먹기 좋은 크기로 자른다. 간장과 식초, 설탕과 물을 같은 비율로 섞은 다음 양파와 야콘, 파프리카, 오이 등 냉장고에 있는 채소를 잘게 다져 넣어 소스를 만든다. 돌돌 만 배추 위에 소스를 얹어 상에 낸다. 담백한 맛이 일품이다.

[나물 장아찌] 간장과 식초, 설탕, 물을 같은 양으로 섞은 다음 갖은 채소를 넣어 장아찌를 담근다. 김씨는 곰취, 뽕잎, 고추, 마늘, 오가피, 눈개승마, 양파 등으로 장아찌를 담가 먹는다.

[감자조림] 감자를 먹기 좋은 크기로 썬다. 감자가 잠길 만큼 채수菜水와 간장, 효소를 넣고 푹 삶는다.

삶는 동안 뒤적이지 않아야 감자가 부서지지 않는다. 감자가 얼추 익으면 고춧가루로 양념한 다음 불을 끄고 들기름을 둘러 상에 낸다. 채수는 양파와 무, 파, 다시마, 마늘 등 요리를 하다 남은 채소를 모아 물에 ?어 우려내 만든다.

[무말랭이] 못생기거나 버려야 할 무를 이용한다. 무를 나박김치 모양으로 썬 후 50℃로 예열한 건조기에 넣어 하루 정도 말린다. 건조기에 말린 무를 안방이나 볕 좋은 마당에 널어 완전히 말린다.

김장김치 속 재료를 따로 냉장고에 저장해 뒀다가 무말랭이를 무친다. 들기름을 한 바퀴 둘러 상에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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