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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 연구가 박종숙의 밥상

한 끼는 생명이다. 그래서 누구에게나 한 끼는 있다. 하지만 그 모양은 모두가 다르고 때마다 달라지기도 한다. 한 끼 밥상을 연구하는 이의 끼니는 어떨까. 나만 궁금하진 않을 터이니. 글 이미선 기자 사진 최수연 기자

맛있는 직업 소박한 밥상

사진 서울에서 차로 불과 30분 거리인 경기 성남시 금토동. 대한민국 수도와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인데 도착 5분여를 남겨둔 시점에 차가 시골길로 들어선다. 아직 이런 동네가 남아 있나, 신기해하며 당도한 곳엔 마당에 항아리들이 빼곡히 늘어서 있다. ‘경기음식연구원’이란 명패가 붙은 문을 밀고 들어가자 까만 남방을 단정하게 차려 입은 요리 연구가 박종숙 씨(62)가 반갑게 ?는다.

[“내 밥상 차리기, 사실 귀찮잖아요”] 박종숙 씨는 서울과 그 인근 지역인 경기 음식을 연구하는 경기음식연구원의 원장이다. 이름 석 자는 익히 들어 알고 있었지만 만남은 처음인지라 조심스레 인사를 건넸는데, “아유, 실내가 좀 정신없죠? 이사를 앞두고 있어서 짐이 막 쌓여 있어요. 여기가 곧 개발되거든요.” 외모만큼이나 수더분하게 인사를 받는 통에 긴장을 풀고서 요리 연구가의 작업실을 둘러본다.

양쪽 벽면엔 바닥부터 천장까지, 창문을 제외하곤 온통 그릇장을 짜 놓았고 장 안엔 포개진 그릇들이 가득 들어 있다. 입구 쪽엔 온갖 조리도구와 기기들이 빼곡한데 홀 중앙의 기다란 조리대에도 전기레인지들이 매립돼 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입구 반대쪽 벽이다. 불투명의 구조물 대신 면을 가득 메운 창 앞으로 아래쪽엔 멋스러운 그릇이, 위쪽엔 고풍스런 소반이 차곡차곡 쌓여 있다.

작업실 구경을 끝내자 박 원장은 앞치마를 꺼내 입으며 요리 채비에 나선다. 박 원장이 준비해 놓은 재료는 홍합과 생톳, 황태, 굴 그리고 오이지다. 요리 연구가의 한 끼는 어떤 음식일까 기대하며 조리대 앞에서 지켜본다.

수많은 요리 강의 경험 때문인지 ? 원장은 혼자서 묵묵히 요리하지 않는다. 일일이 보여주며 의미를 설명하고 맛을 보라며 먹여주기까지 한다. 먼저 오늘의 요리 콘셉트에 대해 얘기한다.

“남이 차려주지 않는 내 밥상은 사실 귀찮잖아요. 그건 요리 전문가도 마찬가지예요. 그래서 간단하게 해 먹죠. 오늘 할 요리는 복잡하게 하려면 얼마든지 복잡할 수 있고, 반대로 아주 간단하게 할 수도 있는 음식이에요. 내가 좋아하는 것들로 소박하게 차릴 거예요.” 이렇게 해서 단순하게도, 혹은 많은 공을 들여서도 만들 수 있는 한 끼 요리가 시작됐다.

박 원장은 먼저 톳과 홍합으로 밥부터 한다. “저는 톳을 엄청 좋아해요. 그래서 톳 나오는 철에 1년치를 사다가 줄기를 따서 말려둬요. 마침 지금이 톳철이라 생톳을 준비했어요.” 박 원장은 팬에 홍합살과 양념을 넣고 볶은 뒤 홍합을 꺼내고 남은 국물에 쌀과 톳을 넣어 다시 볶는다. 그 이유는 “홍합 볶을 때 나온 물에 쌀을 볶으면 더 맛있기 때문”이란다. 그러곤 솥에 쌀과 톳을 부어 밥을 안친다. “홍합은 마지막 뜸 들일 때 넣어야 탱글탱글 살아 있겠죠?” 설명하곤 또 다른 팁을 알려준다. 쉽게 하려면 볶는 과정을 생략한 채 밥을 해도 좋고, 톳 대신 무를 채 썰고 홍합 대신 굴을 넣어 굴밥을 만들어도 맛있단다.

다음은 황태구이다. “사실 황태는 자주 먹는 요리는 아닌데, 촬영한다니 일부러 준비한 특식”이라며 하하, 웃는다.

전날 불려둔 황태에 양념장을 발라 약불에서 프라이팬에 굽는 손길이 날렵하다. 집에서 하려면 번거로워 사 먹는게 고작인데, 역시 전문가의 손길은 다르다며 감탄하는 새 완성된 황태구이를 손으로 뜯어 입에 넣어준다. 매콤 하면서 고소한 맛이 식욕을 자극한다.

박 원장의 손엔 어느새 봄동이 들려 있다. “1월엔 봄동이지” 하며 무와 함께 채 썰더니 고춧가루 넣고 양념장 만들어 또 한 가지 찬을 뚝딱 만들어낸다. 이어서 참기름 향 고소한 오이지무침이 추가된다.

“이제 김 구워야지.” 노래하듯 말하는 박 원장의 목소리엔 어느새 신이 들어 있다. 맛난 요리가 하나씩 완성될수록 기분이 좋아지는 건 전문가나 평범한 사람이나 매한가지인 듯하다. 미리 재워둔 김을 에어프라이어에 살짝 구워 건네주며 어릴 적 얘기를 들려준다. “저는 김도 엄청 좋아해요. 어렸을 때 할머니 댁에서 살았는데, 할아버지 상에만 김이 대여섯 장 올랐어요. 남기셔야 먹을 수 있는데 하도 감질이 나, 이?에 시집가면 김을 이만~큼 사다놓고 먹어야지, 생각했어요. 그래서 진짜로 해마다 40톳씩 사서 열심히 먹고 있어요.” 혼자 먹어도 상 차리기는 꼭 “오늘은 어느 상에 차릴까.” 박 원장이 요리하다 말고 상을 고른다. 소반을 이것저것 들어보다 하나를 골라 닦으며 “혼자 먹어도 상은 꼭 차려서 먹는다”고 말해준다. 이어서 스스로 가장 좋아한다는 놋그릇과, 한식에 어울리는 하얀 찬그릇도 꺼낸다.

요리가 하나씩 그릇에 담겨 상에 놓인다. 맨 먼저 까만 김을 하얀 그릇에 담아 상 위에 올리고, 울긋불긋한 봄동무침도 하얀 그릇에 ?는다. 붉은색의 황태구이, 은은한 연둣빛의 오이지무침, 김치도 올망졸망 담았다.

그사이 육수가 전기레인지 위에서 열심히 끓고 있다. 다시 요리 모드로 돌아간다. 육수 내고 건진 무를 네모나게 썰어 다시 넣고 두부도 네모로 썬다. 씻어 둔 굴은 밀가루를 묻힌 뒤 달걀물로 한 번 더 코팅해 보글보글 끓고 있는 육수에 넣는다. 대파도 큼직하게 썰어 밀가루 묻히고 달걀물 입혀 국에 넣는다. “이렇게 하면 맛이 부드럽게 어우러지고 잘 식지도 않는다”는 설명이 뒤따른다.

마지막 찬은 어리굴젓이다. 박 원장은 “좋아하는 반찬이라 ?소에 미리 만들어두었다 생각날 때 먹는다”며 완성품을 꺼내 그릇에 담는다.

그사이 밥도 다 됐고, 박 원장은 놋그릇에 하얀 김 모락모락 올라오는 밥과 국을 담아 마지막으로 상에 올린다. 한시간 만에 다섯 가지 반찬이 놓인 요리 연구가의 한 끼 상이 차려졌다. 이담에 시집가면 이만~큼 사다 놓고 먹겠다던 고소한 김을 앞에 두고 영양 만점 톳홍합밥을 한 숟갈 뜨는 박종숙 원장의 얼굴에 흡족한 미소가 번진다. 田 [생톳홍합밥] <재료> 홍합살 250g, 볶음 양념(들기름·다진 마늘 1큰술, 생강즙 1작은술) 톳 100g, 쌀 2컵, 볶? 양념(들기름 ½큰술, 집간장 ½작은술, 물 500㎖) 양념장(송송 썬 쪽파 ¼컵, 송송 썬 청양고추 1개, 간장·배즙·참기름·깨소금 1큰술씩) <밑 손질하기> 1 쌀은 씻어 건져 30분간 불린다.

2 홍합살은 두세 토막 낸다.

3 톳은 씻어서 살짝 데친 뒤 먹기 좋게 자른다.

<만들기> 1 팬에 홍합살과 양념을 넣고 볶아 홍합살만 꺼낸다.

2 ①의 남은 국물에 쌀과 톳, 양념을 볶는다.

3 솥에 볶은 쌀과 톳, 밥물을 붓고 밥을 한다.

4 밥이 다 되면 홍합살을 얹어 마저 뜸을 들인다.

5 양념장을 곁들인다.

[어리굴젓] <재료> 굴 300g, 굵은소금 ½큰술, 양념(청주·액젓· 고운 고춧가루 1큰술씩, 매실청 ½큰술), 무 100g, 배 50g, 흰 파 30g, 마늘 20g, 생강 10g <밑 손질하기> 1 굴은 제 물에 씻은 뒤 슴슴한 소금물로 헹궈 물기를 살짝 뺀다.

2 무, 배는 사방 1.5㎝ 크기로 얇게 썬다.

3 파·마늘·생강은 2㎝ 길이로 채 썬다.

<만들기> 1 굴은 양념으로 버무려 잠시 둔다.

2 무와 배, 파·마늘·생강 채도 나머지 양념으로 무친다.

3 ②와 ③을 합해 고루 버무린다.

[황태구이] <재료> 황태 3마리, 양념장(청주·매실청·고추장·고운 고춧가?·설탕·액젓·다진마늘 2큰술씩, 간장·생강즙 1큰술씩, 들기름 3큰술, 양파즙·배즙 ½컵씩, 후추 약간), 들기름·식용유 적당량, 실파·잣가루·깨 약간 <밑 손질하기> 1 황태는 흐르는 물에 껍질을 잘 닦아 제 물에 불린다.

2 머리, 꼬리, 지느러미를 제거하고 등 쪽에 칼집을 넣는다.

3 양파와 배는 즙을 낸다.

<만들기> 1 분량의 양념을 합해 양념장을 만든다.

2 불린 황태에 양념장을 고루 발라 냉장고에서 하룻밤 재운다.

3 팬에 들기름과 식용류를 두르고 중불로 달군 뒤 약불로 낮춰 황태의 배 부분부터 굽는다.

4 앞뒤로 잘 구운 황태에 실파와 잣가루, 깨를 얹어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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