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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하는 도예가 박경진의 한 끼

위암 판정을 받고 우연히 찾은 제주에서 운명처럼 도예가의 길로 들어섰다. 손수 빚은 그릇에 정성껏 차린 요리를 담아내니 삶이 더욱 건강하고 풍성해졌다. 파란만장한 인생으로 맛을 낸 한 끼다. 글 지유리 기자 사진 고승범(사진가)

빚다, 그릇 요리하다, 인생

사진 제주시 구좌읍의 해안도로를 달리는데 노란색 건물이 눈에 들어왔다. 온통 무채색인 겨울 제주 풍경에 홀연히 나타난 산뜻한 색감에 홀린 듯 차를 세웠다.

네모반듯한 노란색 건물은 도자체험공방이자 식당인 ‘단송 레시피’. 6년 전 제주에 정착한 도예가 박경진 씨가 운영하는 곳이다. 본래 차로 10분 거리에 있던 공방에서 도자기 빚기 수업을 하고 이곳에선 요리를 대접해?는데, 얼마 전 이곳으로 공방을 옮겼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서니 주인장이 반갑게 맞는다. 혼자서 이삿짐을 옮기느라 내부는 아직 어수선한 모습이다. 가운데에 테이블이 빈틈없이 들어찼고 선반마다 컵이며 그릇 등 도자기가 가득하다. “아직 짐 정리가 덜 끝났다”며 인사를 건네는 박씨의 표정에 여유가 넘친다.

  [우연이 이끈 도예가의 길] 단송 레시피의 주인장인 도예가 박경진 씨의 이력은 조금 독특하다. 부지런히 작품 활동을 하며 나름대로 이름을 알린 도예가이지만, 정작 도예를 시작한 지는 이제 막 7년 차에 접어?었다. 그전까지는 10여 년 동안 독일에서 살며 무기회사를 다녔다. 젊은 시절 호주, 일본, 싱가포르 등 외국을 돌아다니며 일하다가 우연히 위암 판정을 받고, 하던 일을 모두 내려놓은 채 제주에 내려왔다. 건강을 위해 물 좋고 공기 좋은 곳을 찾아 아무 연고도 없는 곳에 무작정 내려온 셈이다. 유유자적 요양을 하려고 했지만, 부지런한 천성을 별안간 바꿀 수는 없는 일. 섬 이곳저곳을 돌며 여러 취미생활을 즐기고 동호회 활동도 열심히 했다. 그러다 우연히 만난 도예에 푹 빠져버렸다.

무언가 만들어본 일이 없는 투박한 손으로 섬세한 도예 작업이 쉬울 리 없었다. 처음엔 모양도 제대로 잡히지 않아 애를 먹었지만, 이내 밤낮없이 물레를 돌렸고 결국 시작한 지 1년 만에 당당히 도예전에서 입상을 했다. 도예가 단송 박경진의 첫발은 그렇게 시작됐다.

  [외로운 삶 채워준 요리] 공방을 하면서 도자기를 빚다가 요리까지 하게 된 것은 박씨에겐 자연스러운 흐름이었다. 실은 도예보다 요리를 더 먼저 시작한 것이 맞는지 모른다.

오랜 외국생활을 하면서 박씨가 터득한 친구를 사귀는 가장 좋은 방법은 친구들을 초대해 맛있는 음식을 대접하는 것이다. 외로운 타향살이를 버티게 해준 것이 그에겐 요리였다. 자연스럽게 누군가를 위해 정성껏 요리하고 함께 나누는 일을 즐기게 됐다. 10여 년 전엔 서울의 유명 호텔 주방장을 찾아 일식 요리를 배울 정도로 요리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대단했다.

낯선 제주생활에서도 그의 방법은 통했다. 넉살 좋게 동네 사람을 불러 모아 음식을 나누며 친구가 됐다. 간단하게 차린 한 상에 막걸리 한잔이면 금세 누구와도 친구가 된다. 처음 발을 디딜 때만 해도 아는 이 하나 없던 제주였지만 지금은 동네마다 친구며 형님, 아우가 산다.

박씨는 음식을 담는 그?을 만드는 일을 업으로 삼게 되면서 더욱 요리하는 것을 좋아하게 됐다. 이전과 달라진 것이 있다면 좀 더 건강한 음식을 만들게 됐다는 점이다. 완치됐다곤 하지만, 위암을 앓았던 터라 건강을 고려해 외식은 피하고 직접 차려 먹는 일이 많다. 제주에서 나는 메밀로 만든 국수와 갖가지 푸성귀, 흑돼지고기를 재료로 삼고 풍부한 외국생활에서 배운 양식 조리법과 소스 레시피를 더해 그만의 퓨전요리를 만든다. 어떤 요리든 간은 심심하게 하고 재료 본연의 맛을 살리는 게 비법이다. 그렇게 만든 메밀김밥과 흑돼지 샐러드, 우동은 깔? 하면서도 감칠맛이 돈다.

본격적으로 요리를 하게 되면서 그릇을 만드는 관점도 조금 달라졌다. 평소 즐겨하는 음식의 담음새를 고려해 그릇을 빚는다. 김밥과 소스를 함께 담을 수 있을 만큼 큰 원형 접시를 만들거나, 소스를 넉넉히 부어야 하는 샐러드에 맞춰 가장자리에 벽이 있는 얕은 그릇 같은 접시를 만든다. 젓가락을 끼워두는 홈이 난 우동 그릇도 요리하는 도예가이기에 만들 수 있는 디자인이다.

박씨가 차린 한 상엔 그의 인생이 오롯이 담겨 있다. 제주에서 난 재료에 양식과 일식, 한식 조리법이 더해지고 귀한 친구를 대?하는 마음으로 짧게는 3시간, 길게는 일주일 동안 준비를 한다. 그렇게 만든 요리를 직접 빚은 그릇에 담아낸 한 상을 먹고 나면 헛헛함은 채워지고 괜한 걱정은 시원하게 소화된다. 田 [우동] <재료> 시판 우동면 한 덩이, 물 2ℓ, 간장 340g, 설탕·맛술 25g씩, 다시마 10㎝×10㎝짜리 1장, 멸치액젓 10g, 가다랑어포 한 주먹 <만들기> 1 물 1ℓ에 간장·설탕·맛술·멸치액젓·다시마를 넣고 한소끔 끓인다. 2 80도 정도로 데운 물 1ℓ에 가다랑어포를 넣고 10~15분가량 국물이 우러나게 둔 뒤 건더기를 체에 밭쳐 준비한다.

3 ①과 ②를 16대 1로 섞어 우동 국물을 만든다.

4 끓는 물에 우동면을 삶은 뒤 체에 밭쳐 물기를 뺀다. 5 그릇에 ④의 우동면을 담고 ③의 국물을 담아 완성한다.

[흑돼지 샐러드] <재료> 흑돼지 등심 150g, 샐러드용 채소 적당량, 소스(홍고추·청고추 50g씩, 토마토 300g, 다진 마늘 25g, 스위트칠리소스 500g, 식초·올리브유·양파 150g씩, 통후추 25g, 바질 약간) <만들기> 1 흑돼지 등심은 그릴에 3시간 정도 훈연해 굽는다.

2 잘 익은 흑돼지 등심을 꺼내 포일에 싼 후 냉동실에 넣어 숙성시킨다. 이 과정을 거치면 육즙이 빠져나오지 않아 촉촉한 등심구이가 된다.

3 홍고추·청고추·양파·토마토·다진 마늘·바질을 잘게 다져 볼에 넣고 나머지 소스 재료를 한데 섞는다. 소스는 밀폐용기에 담아 냉장고에서 일주일 이상 숙성시키면 감칠맛이 좋아진다.

4 먹기 전에 ②의 돼지고기를 꺼내 중불로 달군 팬에 올려 데운 후 채 썬다. 5 접시에 샐러드용 채소를 담고 채 썬 돼지고기를 위에 올린 후 소스를 뿌린다 [메밀김밥] <재료> 메밀면, 김밥용 김 1장, 달걀 5개, 어묵 2장, 햄·우엉·상추·맛살 적당량, 단무지 1줄, 간장 30g, 설탕 15g, 식용유 약간, 소스(물 1ℓ, 간장 340g, 설탕·맛술 25g씩, 다시마 10㎝×10㎝짜리 1장, 멸치액젓 10g) <만들기> 1 냄비에 준비한 재료를 넣고 한소끔 끓인 다음 식혀 김밥 찍어 먹을 소스를 만든다. 2 끓는 물에 메밀면을 3분가량 삶아 찬물에 씻은 후 밀폐용기에 담아 냉장고에서 12시간 숙성시킨다. 3 기름 두른 팬을 약불에 달군 후 달걀물을 3~4번 나눠 부어가며 달걀말이를 만든다. 4 ③의 달걀말이를 김발로 말아 단단하게 모양을 잡는다.

5 맛살과 상추를 잘게 찢고, 단무지는 길게 잘라 준비한다. 6 햄은 길고 얇게 썰어 기름 두른 팬에 볶는다. 7 어묵과 우엉은 각각 채 썰어 기름 두른 팬에 볶다가 간장과 설탕을 넣어 조린다.

8 김발 위에 김밥용 김을 펼치고 밥 대신 메밀면을 깐다. 9 ⑧에 달걀말이 등 속 재료를 올리고 김밥을 만다. 10 김밥과 소스를 함께 상에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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